화학산을 찾으려다 천태산과 개천산을 둘러보다.

 

Mt. 0518  천태산(479.1m) * 개천산(497.2m) - 전남 화순군

 

산 행 일 : 2005년 3월 31일 목요일
산의날씨 : 맑음
산행횟수 : 天台山 * 開天山 - 각각 초행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5시간 02분 (식사 휴식 1시간 26분포함)

 

개천사 <0:11> 거북이 상 <0:11> 홍굴재 <0:10> 천태산 헬기장 <0:11> 천태산 <0:10> 홍굴재
<0:21> 개천산 <0:17> 승학골 <0:31> 능선 사거리 <0:09> 깃대봉 헬기장 <0:21> 능선 분기봉
(↖금성산 * ↗화학산) <0:21> 능선 사거리 <0:29> 안내도 삼거리 <0:14> 개천사

 

 

                                                 개천산 등산로 안내도

 

전남의 명산 중 아직도 찾아보지 못한 산들이 많다.
내 생각에 찾는 이들이 드물고 별 특징이 없는 산들이 대부분으로 작년 9월 해남 보길도 보죽산
(뾰죽산)과 격자봉(적자봉)에 이어 강진 보은산, 일봉산 그리고 산태봉을 둘러본 후 정맥과 지맥
종주 등으로 뜸한 가운데 화순 화학산을 차기 산행지로 삼고 보다 상세한 자료를 구하고자 광주
첨단산인 님께 부탁을 한 결과 뜻밖에 천태산과 개천산에도 산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차일피일 미루다 오랜만에 기회를 얻어 아내와 둘이 집을 나섰다.
그러나 늦게 출발한데다 초행길이어서 92km거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2번 국도를 달려 보성에서 18번과 29번 공용국도를 타고, 미력에서 29번 국도로 들어서 지난 일
요일 호남정맥 종주차 스쳐간 마루금 땅속으로 뚫린 예재 터널을 통과하여 춘양에서 818번 지방
도를 따라 도암쪽으로 진행하다 개천사 표지가 있는 변천리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대형버스도 진입이 가능한 포장도로 끝 지점에 '개천산 등산로 안내도'와 목장승 그리고 간이화장
실, 주차 공간도 있다. 

 

 

                    안내도가 있는 삼거리로 우측이 개천사 방향이고 무덤을 스쳐 내려왔다.
    
'↖ 깃대봉 정상 2.5km * ↗ 개천사 1km' 이정표가 있으나 천태봉 부터 산행하려고 했으니 차를
몰아 개천사로 향한다.
'전라남도 기념물 제65호'로 지정된 굵은 비자나무가 싱그럽고-천태산 118,800㎡ 면적에 수령 300
년쯤 된 약 300주가 분포되었다고 한다- 축대 위 법당과 요사채를 보고 오른 넓은 공터 한 귀퉁
이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하는데 요사채에 있는 개가 객을 보고 짖으니 한 사람이 내다본다.

 

 

                                                     개천사 길의 비자림


 

                          2001년 화순군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200년의 개천사 단풍나무

 

10 : 30 단청이 안되고 현액이 없는 법당 좌측 계곡쪽이 들머리이다.
곧이어 '계곡삼거리 ↑정상 1.4km * ↓개천사' 이정표가 나오며 맥문동이 많은 산죽길이 이어지
고 좌측 나무 사이로 뾰쪽한 개천산이 올려다 보인다.

 

 

                                                    맥문동이 많은 오솔길

10 : 41 천태산 거북이 상(像)
금자상(今 像)이라고도 하는 이 거북이는 머리를 천태산 정상을 향하고 있는데 거북이가 정상에
오르면 일본이 망한다하여 일제시대에 일본군이 목과 발을 잘라버렸다는 안내문대로 목 부분에는
시멘트로 붙인 흔적이 있고 다리는 적당히 맞춰 놓았다.

 

 

                          인본 군인들에게 목과 발이 잘리는 수모를 겪었던 거북이 像

 

등어리 무늬는 거북이와 닮지 안했으나 모습은 흡사한데 갑자기 아내가 등에 올라탄다.
"감히 어디라고 올라타?"
"바다에 빠져 표류하던 사람이 거북이 등을 타고 육지로 나와 살았다는 얘기 못 들었어요? 나도
운수 대통하라고 킥킥..."
그도 그럴 듯 하다며 무덤 있는 능선에 이르러 좌측 주능선을 향해 오른다.

 

10 : 52∼55  '홍굴재.  ← 개천산 정상 0.7km *↑ 등광리 음지마을 1.5km *↓ 개천사 0.3km *
→ 천태산 정상 0.4km' 이정표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꺾어 오르는 길은 몹시 가파르다.

 

 

                                      홍굴재. 마주 보이는 곳이 개천산으로 가는 길

 

11 : 05 널찍한 '천태산 헬기장'에도 이정표가 있으며 우측 길은 안성 마을로 이어진다고 한다.
불꽃바위(?) 우측을 돌아 이어지는 암릉이 비록 짧으나 산행 맛을 더해준다.

 

11 : 16 삼각점이 안 보이는 천태산.
화순군에서 세운 '천태봉 해발 497m' 정상표지석이 잘 못된 듯 싶으며 술잔 한 개가 놓였는데 술
인지 빗물인지 반잔이나 들어 있다.
천길 절벽 가장자리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니 안개로 인하여 조망이 안 트여 용암산 뒤의 호남
정맥 마루금은 흐릿하다.

 

 

                                             천태산 정상. 표지석 앞에 술잔이 

 

 

                                                    천태산의 수 십길 벼랑

 

 

                                                 천태산 바위 옆으로 본 개천산
     
11 : 31 "개천산 오르는 길도 만만치 않겠다"며 아내가 먼저 일어난다.
11 : 41 다시 홍굴재로 되돌아 내려서 개천산을 향하면 음지 마을로 이어지는 또 다른 갈림길이
있는 무덤 안부가 나오고 잠시 후 왠 포장 움막이 있어 안을 들여다보니 가스 통도 보인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음을 짐작케하는데 혹 산행객들을 대상으로 무
슨 장사를 하는지 모르겠다.

 

11 : 56 10m 가량의 굵은 밧줄이 늘여진 바위 사면 옆 Y자형 갈림길 양쪽 모두 표지기들이 매달
렸으나 앞선 아내는 당연히 정상으로 갔으리라 여기고 밧줄을 붙잡기도 하며 급경사 길을 가다
서다 반복하는데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12 : 02∼12 무인 산불감시 카메라가 작동하는 탑 앞에도 화순군에서 설치한 정상표지석이 있다.
'개천산 해발 497.2m'
천태산 북쪽 작약봉도 형제 반열에 서겠다는 듯 제법 뾰쪽하고 발 아래로 개천사가 고개를 돌리
면 깃대봉과 금성산 그리고 가르마처럼 넓은 방화선이 이어지는 산마루 뒤로 화학산이 보이며 멀
리서도 제법 우람하게 보이는 암봉은 땅끝기맥상의 각수바위로 여겨진다.

 

 

                                                      개천산 정상표지석과

 

 

                                             개천산에서 본 천태산과 작약봉

 

 

                                                    개천사가 내려다 보이고


 

                                                   멀리 화학산도 보인다.

 

"저∼기 보이는 것이 화학산이라고? 휴-"
아내는 갑자기 엉덩이가 무거워지나보다.
"염려 마. 못 가면 말지 뭐 안 그래?"
이제는 아내가 마지못해 일어나는 것 같다.

 

2분 후, 지났던 갈림길에서 우측 사면으로 돌아선 능선 길은 몹시 가팔라 더듬거린다.

12 : 24 급한 내림 길이 끝나고 안부에 닿으면 능선 좌측은 잡목 밭이나 우측은 남향이어서 그런
지 소나무가 울창하다.  

 

12 : 29 '↑깃대봉 정상 1.2km *↓개천산 0.7km' 이정표 부근 개천사로 내려갈 수 있는 좌측 길을
확인하고 산길과 나란히 한 임도에도 '승학골. ← 깃대봉. 접팔재 2.8km *↓개천산 정상 1.0km *
→ 등광리 양지마을 2.0km' 화순군 표지가 그려진 이정표가 있는데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 이정표 앞 임도에 승학골 이정표가 있다.

 

임도 좌측으로 난 임도 수준으로 넓고 좋은 솔밭 길을 한동안 따르면 울창한 편백 조림지가 나오
고 봉우리로 곧장 치고 오르지 않고 좌사면으로 돌아가게 된다.
밥을 먹고 갔으면 좋으련만 개천산에서 화학산을 보고 머무적거리던 아내가 앞서더니 벌써 모습
이 안 보여 맥놓고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13 : 00 능선 사거리다.
좌측은 개천사 부근으로 내려서는 길인 것 같고 우측은 삼각점이 표기된 496.2봉으로, 직진하는
사면길은 봉우리를 우회하는 길이 분명하다.

 

13 : 09 '← 화학산 * → 헬기장' 팻말이 세워진 이 곳을 깃대봉이라 칭하는 것인지?
불과 수 십m 거리에 있는 헬기장 보다 약간 높아 보이고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헬기장인 496.2봉은 빙둘러 성벽 같은 돌이 쌓여졌고 삼각점은 보이지 안했으며 우측으로 다른
길이 있는데 승학골 이정표가 섰던 임도를 따라 오르면 연결되는지 모르겠다.

 

화학산과 각수바위는 훨씬 가깝게 보인다.
하지만 어차피 원점회귀를 해야하므로 화학산 산행은 다음으로 미루는 대신 금성산만은 다녀오기
로 하고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하고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나자 피로가 엄습해 온다.

 

 

                                      우뚝 솟은 암봉이 각수바위로 추정되는데


 

                              능선 분기봉 좌측 밋밋한 봉우리가 지도상의 금성산 같다.

 

 

                                화학산을 바라보는 아내를 더 고생시키고 싶지 안했다.

 

13 : 57 능선 분기봉을 마주한 급경사 길이 있어 들어섰다.
그러나 길이 푸석푸석하고 돌가루와 낙엽이 많아 주르륵 미끄러지다 깜짝 놀라 주의를 게을리 할
수 없었고 능선 사거리로 이어지는 길을 살피며 가는데 표지기가 하나도 없는 희미한 길이 있다.
좌측 임도를 정비하는 포크레인 소리가 시끄럽더니 바로 밑에 보인다.

 

 

                              능선 분기봉으로 가다 뒤돌아본 깃대봉(우)과 헬기장(좌)

 

14 : 15 화학산으로 가는 길이 선명한 지점에 이르렀지만 이미 그 곳을 포기한지라 금성산을 찾
아 좌측으로 돌아서려고 하니 희미한 길 같은 것이 있어 잡목을 헤쳐간다.

 

14 : 18 큰 구덩이를 덮어둔 것 같은 잡목이 무성한 펑퍼짐한 봉.
깃대봉에서 볼 때 두 봉우리가 고만고만했지만 갈림길에서 더 먼 봉우리가 금성산으로 표기되어
화학산 대신 찾아보려고 했으나 가시덤불 등이 방해하여 그만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정맥이니 지맥이니 하며 물 불 가리지 않는 것을 아내에게까지 짐 지우고 싶지 안해서다.

 

14 : 28 건너다 보이는 화학산은 청풍면 청룡리 내촌 마을을 기점으로 원점회귀 산행을 하기로
계획하고 하산 길로 들어선다.

작은 암봉을 우회하여 나뭇가지를 헤치고 봐 두었던 희미한 길을 따르는데 이 곳은 다니는 이들
이 없는지 폭이 20cm도 안되며 사면 경사가 급해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낭패를 당하겠다.
그러나 비록 빗물에 휩쓸려 길 흔적만 있으나 잡목이나 가시덤불이 없어 다행이다.

 

14 : 49 능선 갈림길.
승학골 이정표가 선 우측 길을 확인해 두었으나 이 곳, 여러 산에서 본 '黃朴山' 표지기가 걸린
우측 지능선 길을 타고 가도 개천사로 이어지는 길에 닿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내려가기
로 하였는데 조금 진행하자 길이 잘 나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천태산과 개천산 두 봉우리가 쌍둥이처럼 올려다 보이고 한동안 내려가면 시누
대가 울창한 지역이 나오며 우측 계곡 깊숙한 곳 파란지붕 집으로부터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15 : 07 파묘를 한 것인지 아니면 묵혀진 무덤인지 구별하기 곤란한 낮은 봉우리를 넘어 100여m 
가량 내려가면 굵은 참나무를 베어내 앉아 쉬기 안성맞춤인 봉우리도 넘게 된다.
20m앞 납작한 큰 무덤을 스쳐 작은 바위가 있는 마지막 봉에서 좌측으로 꺾어든다.

 

15 : 18 죽산 안공과 남평 문씨 합장 묘를 지나 등산 안내도가 있는 삼거리로 내려서자 가동저수
지 위 하천 제방공사용 자재를 운반하는 인부들이 땀 흘리며 일하고 있다.
아내는 계곡에서 씻으며 기다리게 하고 혼자 차를 세워놓은 개천사로 가면서 수량만 풍부하다면
한 여름 피서객들이 많이 찾아오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개천사로 가면서 본 개천산

 

15 : 38 개천사.
통일신라시대 현덕왕 말기에 도의선사가 장흥 보림사를 창건하고 이어 개천사를 건립하였다는데
통일신라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으며 비자나무 숲이 유명하다.
또 천불전으로 이름나 있어 산 이름이 천불산으로 불리운 적도 있었으며 정유재란으로 폐허가 되
다시피 하였고 한때 용화사로 불리기도 했는데 한국전쟁으로 완전 소실된 것을 1963년 무렵 대웅
전과 요사채만이 중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조용한 사찰이다.

 

 

                                       현액도 없고 단청도 안 된 개천사 대웅전

 

삼거리로 내려오자 아내는 기다리기가 무료했던지 다슬기를 잡느라 여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