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로 예고된 3월 30일(수요일), 7시 40분에 집을 나선다. 전철 2호선 강변역에서 내려서 테크노마트 앞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8시 30분. 15분을 기다리니 정해진 시각인 8시 45분에 13-2번 버스가 온다. 이 버스를 타고 광주시의 관음2리 버스종점에 도착하니 9시 55분. 버스종점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에서 천진암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10시 32분에 온다. 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오른쪽에 장승 두 개와 관산 등산로 입구라는 표시판을 보고 벨을 누르니 버스정류장이 아닌 데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버스를 세워 준다. 버스로 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산5교를 건넌 직후의 우측으로 넓은 주차장이 있고 그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앵자봉, 관산 등산안내도가 설치돼 있고 주차장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익살스럽게 생긴 장승 두 개 사이로 들어가는 관산 들머리가 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스틱을 펴서 짚은 다음에 들머리로 들어선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산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이 산도 호젓한 등로를 걷게 된다. 지릉길의 정취를 느끼면서 오르는데 여름처럼 땀이 땅으로 뚝뚝 떨어진다. 자켓 속에 껴 입은 두터운 겨울남방을 벗어서 배낭 안에 집어 넣고 오르니 한결 낫다.

     무성의하게 설치된 잘못된 정보의 방향표지판 두 개를 지나서 구불구불 지릉길을 오르다보니 뾰족하게 생긴 갓 모양이라고 하여 관산(冠山)이라고 이름붙여진 산의 모습이 왼쪽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직 관산에 닿지도 않았는데 오던 길로 30분 되돌아가면 관산이라는, 함석으로 만든 잘못된 표지판이 나타난다. 이런 잘못된 표지판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 하다.

지릉길을 지나다보니 바위지대를 지나게 되고 육산의 봉우리가 나타나는데 5번 표지판이 설치된 해발 555 미터의 관산 정상이다. 관산 들머리부터 박석고개까지의 관산지역에는 이렇게 고유번호가 기재된 함석표지판을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과 초월면의 경계에 위치한 관산 정상에는 함석판으로 만든 초라한 정상표시판이 설치돼 있다. 이 곳에서 빵과 음료수로 점심 식사를 하고 15분 만에 서둘러서 앵자봉을 향해 내려선다.



관산 들머리 - 우산5교를 건넌 직후의 우측 주차장 안.



뾰족한 갓 모양의 관산.



잘못된 방향표지판.



5번 표지판이 걸려 있는 관산 정상.



관산 정상의 초라한 정상표지판 - 해발 555 미터.


   6번 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안부를 지나서 10분 만에 40번 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7분 만에 48번 표지판이 있는 안부에 닿고 4분 만에 50번 표지판이 있는 봉우리에 닿는다. 서쪽을 보니 무갑산이 바라보인다. 50번 표지판이 있는 봉우리에서 7분 만에 51번 표지판이 있는 봉우리에 닿고 3분 만에 그 봉우리의 내리막길에 55번 표지판이 있는 곳에 닿는다. 안부에서 직진하여 오르니 짧은 바위지대를 지나서 여러 개의 리본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봉우리에 닿는데 무갑산이 앞에 보이고 나침반을 보니 등로는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 잘못 왔음을 직감하고 서둘러 되돌아가니 55번 표지판 밑의 안부에 관산에서 진행하는 방향에서 봤을 때에 좌측(동쪽)으로 꺾어지는 희미한 갈림길이 나 있고 누군가가 그 갈림길을 표시하기 위해 갈림길 앞에 몇 미터 가량의 노끈으로 나무 두 그루의 줄기 사이에 연결해 놓은 게 보인다.

낙엽이 깔려 희미한 등로의 흔적을 따라가니 삼거리에서 6분 만에 59번 표지판이 설치된 곳에, 되돌아가면 관산까지 0.7 킬로미터이고 직진하면 박석고개까지 0.9 킬로미터라는 방향표지판이 나타난다. 제대로 왔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2분 만에 60번 표지판이 있는 곳에 닿고 4분 만에 로프가 설치된 가파른 암릉지대를 만난다. 로프를 잡고 4분 만에 암릉지대를 오르니 62번 표지판이 땅바닥에 뒹굴고 있는 해발 590 미터의 소리봉이다. 소리봉의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면 6분 만에 63번 표지판이 설치된 봉우리에 닿고 거기에서 7분 만에 삼각점과 65번 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해발 610 미터의 열미봉에 닿는다. 이 곳에서 관산 정상에 이어 두 번째로 10분간의 짧은 휴식을 갖는다. 그리고 열미봉에서 수십 미터 쯤 내려온 후에 나오는 갈림길에서 우측의 내리막길로 내려간다.



서쪽의 무갑산.



51번, 55번 표지판을 지나서 나오는 첫 번째 안부의 삼거리 - 흰색 노끈이 설치된 곳에서 좌측으로 꺾어져야 한다.



59번 표지판이 설치된 곳의 방향표지판.



소리봉으로 오르는 로프지대.



62번 표지판이 설치된 해발 590 미터의 소리봉.



삼각점과 65번 표지판이 설치된 해발 610 미터의 열미봉.


   지릉길을 걷다보니 우측으로는 골프장이 내려다보이고 좌측으로는 우산리의 천진암 성지가 내려다보인다. 열미봉에서 내려선 지 22분 만에 직진하면 앵자봉까지 0.8 킬로미터, 되돌아가면 소리봉까지 0.9 킬로미터라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관산 날머리이자 앵자봉 들머리인 박석고개에 닿는다. 박석고개에서 계속하여 꾸준히 오르니 36분 만에 해발 666.8 미터의 앵자봉 정상에 닿는다. 앵자봉(鶯子峰)은 일명 꾀꼬리봉이라고도 하며 산의 형상이 아름다워 꾀꼬리에 비유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과 실촌면의 경계에 위치한 앵자봉 정상에서 서쪽을 바라보니 관산과, 앵자봉으로 오르기 위해 넘은 관산 남릉의 연봉들이 일열횡대로 늘어서 있다. 그리고 북쪽으로는 가까이에 우산봉이 보이고 그 너머로는 양자산이 바라보인다. 동남쪽으로는 귀염바위와 자작봉(585봉)을 거쳐 남이고개로 하산하는 동남릉이 뻗어 있다. 우산봉을 거쳐 양자산으로 가기 위해 북쪽으로 내려선다. 갈 길이 멀어서 앵자봉에서는 사진만 18장 찍고 휴식 없이 진행한다.



박석고개의 방향표지판.



우측으로는 골프장이 내려다보이고...



좌측으로 내려다보이는 천진암 성지.



앵자봉 정상 - 해발 666.8 미터.



앵자봉 정상에서 바라본 관산(우측)과 앵자봉으로 오르기 위해 종주한 관산 남릉의 연봉.



앵자봉 정상에서 바라본 맨 좌측의 우산봉과 중앙의 양자산.



앵자봉 정상에서 바라본, 귀염바위와 자작봉을 거쳐 남이고개로 하산하는 동남릉.


   우산봉 오름길에 앵자봉을 뒤돌아본다. 앵자봉을 내려서서 두 번째 봉우리에 오르니 헬리포트인 해발 672 미터의 우산봉이다. 우산봉에서 3분 만에 두 번째 헬리포트에 닿고 여기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니 2분 만에 세 번째 헬리포트에 닿고 여기에서도 우측으로 진행한다. 세 번째 헬리포트에서 우측으로 3분 쯤 내려가면 희미한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좌측의 내리막길인 능선길을 탄다. 암릉지대를 지나게 된다. 5일 전에 문안산을 오를 때처럼 잦지는 않지만 오늘도 이따금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그러나 따뜻한 봄기운에 그다지 춥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지릉길을 한참 내려가다가 세찬 바람이 잦아질 때를 틈타서 지릉길에 앉아 황도 통조림을 먹으며 세 번째 휴식을 갖는다. 십분도 채 안 돼 일어서서 꾸준히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그러자 이번에는 낙엽이 잔뜩 쌓인 가파른 돌밭길의 내리막이 나타난다. 발목을 다치지 않게 스틱으로 낙엽을 헤쳐서 바닥을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낙엽이 쌓인 돌밭길은 20 여분 이상 계속된다.



우산봉 오름길에 앵자봉을 뒤돌아보며...



첫 번째 헬리포트인 해발 672 미터의 우산봉과 표지기가 설치된 직진의 등로.



두 번째 헬리포트 - 우측으로 진행.



세 번째 헬리포트 - 역시 우측으로 진행.



세 번째 헬리포트에서 우측으로 3분 쯤 내려가면 나오는 희미한 삼거리 - 여기에서 좌측의 내리막길인 능선길을 타야 한다.



낙엽이 두텁게 쌓인 내리막의 돌밭길.


낙엽이 쌓인 내리막의 돌밭길을 한참 내려가다보니 사거리안부인 주어재에 닿게 된다. 주어재는 앵자봉의 날머리이자 양자산의 들머리인 셈이다. 주어재에서 양자산 들머리로 오르니 1분 만에 354.8봉의 삼각점이 나타난다. 비좁은 지릉길을 오르다보니 운치있게 보이는 소나무 한 그루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카메라에 담는다. 낙엽이 쌓인 비좁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무더운 여름에 오른다면 무척 힘들겠지만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다. 그리고 남양주의 고래산 오름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양반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래산 오름길은 더 가파른 데에다 눈이 녹은 진창이 마르지 않아서 미끄럽기까지 했지 않은가.

지릉길을 한참 오르다보니 암릉지대가 나타난다. 그 곳에서 바라보는 양자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좀 더 오르니 양자산까지 0.5 킬로미터가 남았다는 방향표지판이 나온다. 그 뒷면에는 좌측으로 가면 성덕고개까지 1.5 킬로미터라는 내용이 표기돼 있다.



주어재 - 앵자산 날머리.



주어재의 양자산 들머리.



지릉길의 소나무.



낙엽이 깔린 가파른 오르막길.



능선 오름길에서 바라본 양자산.



양자산 오름길의 방향표지판(앞면).



양자산 오름길의 방향표지판(뒷면).


암릉지대를 지나서 해발 709.5 미터의 양자산 정상에 닿는다. 양자산(楊子山)은 옛날에 이 산 밑에 큰 버드나무 두 그루가 서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양자산은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과 강하면, 여주군 산북면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양자산 정상에서 정상표시석이 설치된 북쪽을 바라보니 양자산에서 백병봉으로 가는 기나긴 북동릉이 뻗어 있다. 양자산 정상의 방향표지판에는 백병봉까지 7.5 킬로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양자산에서 능선을 따라 삼사분 진행하니 좌측 밑에 헬리포트가 있는 능선상에 704.3봉의 삼각점이 보인다. 이 곳에서 능선을 따라 계속 진행하다가 등로 확인을 위해 나침반과 지도를 꺼내 살펴 보니 자신은 남쪽으로 진행하고 있다. 확실한 하산길인지 의심스러워서 5분 정도 진행하다가 704.3봉으로 되올라와서 바로 밑의 헬리포트로 내려가서 우측으로 내려가니 두 번째 헬리포트가 나타난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봉우리의 방향을 나침반으로 측정해 보니 동남쪽이다. 해발 693 미터의 각시봉이리라.

18시가 가까워져서 해가 서산의 봉우리에 걸려 있고 산 전체가 그늘져 있다. 싸늘함을 느껴서 배낭 속에 벗어 놓았던 겨울남방을 꺼내 입는다. 확실한 등로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몰시각이 가까워지니까 약간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각시봉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동남쪽길로 내려가다보니 두 번째 헬리포트에서 십분 만에 안부삼거리인 큰골고개에 닿는다. 18시가 다 됐는데 직진해서 각시봉으로 올랐다가 동남릉으로 내려서기에는 시간상 무리인 듯해서 나뭇가지에 표지기가 많이 걸려 있는 우측의 큰골로 내려간다.



양자산 정상의 정상표시석 - 해발 709.5 미터.



양자산에서 백병봉으로 가는 기나긴 북동릉.



양자산 정상의 방향표지판.



양자산을 지나 첫 번째 헬리포트가 내려다보이는 능선에서...



704.3봉의 삼각점.



첫 번째 헬리포트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나오는 두 번째 헬리포트.



큰골고개삼거리 - 직진하면 동남릉을 타는 각시봉 오름길이고 우측으로 내려가면 큰골로 내려가는 양자산계곡길.


떨어진 솔잎이 붉게 변색해서 등로의 바닥에 깔려 있는 푹신푹신한 길을 걷는다. 이끼낀 바위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계곡의 너덜겅을 지나서 계류를 건너 계류를 우측으로 낀 비좁은 등로를 걷는다. 이 길은 남릉과 동남릉 사이의 계곡길인데 골이 깊어서 큰골이라고 부르나보다. 계곡길이라고는 하지만 계곡을 십여 미터 아래로 내려다보며 진행하는 등로가 이어진다.

큰골고개에서 24분 정도 내려오니 콘크리이트로 포장한 임도가 좌우로 펼쳐져 있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 보니 계곡은 임도를 가로질러 동남쪽으로 이어지고 있고 임도 밑으로 등로가 보인다. 임도를 내려서서 이어지는 계곡길을 내려간다. 우측의 계류의 모습이 멋져서 카메라에 담는다. 계곡으로 내려가서 땀에 젖은 얼굴도 닦고 앉아서 조금 쉬고 싶지만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서 하산을 서두른다. 아까 짧은 너덜겅을 지나고부터는 완만한 오르내림과 부드러운 바닥의 편한 등로가 이어진다.

마침내 영명사가 내려다보인다. 영명사 좌측의 계곡길로 내려온 것이다.



계곡의 이끼낀 바위들.



너덜겅.



계곡의 정경.



계곡을 우측으로 낀 등로.



계류의 모습.



양자산 날머리 - 영명사 좌측으로 내려오는 계곡길.


목이 말라 영명사에서 샘터를 찾는다. 물은 아까 양자산 정상에서 다 마셔 버렸다. 영명사의 우측에 동남릉으로 오르는 산죽길의 양자산 들머리가 보이고 그 옆에 샘터가 있다. 바위 속에 고여있는 물을 한 바가지 퍼 마셔 보니 차가운 물맛이 시원하면서도 꽤 좋다. 빈 수통에 가득 담고 한 바가지를 더 마신다.

영명사는 사찰이라기보다는 주택 같은 모습이다. 영명사를 내려와서 5분 쯤 걷다 보니 남릉 들머리로 보이는 곳에 양자산 등산로안내도가 설치돼 있다. 어느 산행기에서 19시 15분에 광주의 곤지암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여 빠른 걸음으로 포장도로를 내려가는데 줄을 풀어 놓은 개들이 꽤 많다. 그러나 짖어대며 경계만 하고 물려고 달려들지는 않는다. 개들의 사나운 환송을 받으며 완전히 어두워진 지방도로의, 여주군 산북면 하품리에 위치한 양자산계곡입구 버스정류장에 닿으니 19시 10분. 5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하며 버스정류장의 의자에 앉아 있으니 19시 13분에 광주시내버스가 온다. 이 차를 놓치면 다음 차가 언제 올지 알 수 없고 택시도 다니지 않는 인적이 뜸한 곳이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막차가 정확하게 한 시간 후에 있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19시 50분 경에 광주의 곤지암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간단히 요기를 하고 20시 20분 경 다시 곤지암버스터미널 앞에서 1113-1번 좌석버스를 타고 한 시간 만에 강변역에 도착해서 귀가한다.

경기도 광주에서 여주, 양평에 걸친 세 개의 산을 종주하면서 호젓한 지릉길의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었고 기나긴 능선길을 가는 게 고되고 심신을 지치게 했지만 고통 이상의 성취감과 인고와 금욕, 탐험의 의미를 만끽한 하루였다.



영명사 우측의 양자산 동남릉 들머리인 산죽길.



양자산 동남릉 들머리 우측의 샘터.



사찰이라기보다는 주택 같은 영명사.



양자산 남릉 들머리의 등산로안내도 - 해발 693 미터인 각시봉의 높이가 헬리포트 위의 삼각점이 설치된 봉우리의 높이로 잘못 표기돼 있다.



도로를 내려오면서 뒤돌아본 양자산.



지방도로의 양자산계곡입구 버스정류장 - 디지털카메라의 시간 표시가 5분 빠르게 표시돼 있음.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