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3. 30. 수. / 2명

일원역(09:40)-홍천-철정검문소-가리산휴양림 주차장(11:40)


 

휴양림관리소-능선-점심-휴양림 하산 길 삼거리-정상-하산 길-

약수터-휴양림 주차장(총 4시간 30분)


 

1.

가본 적이 없어 먼 거리에도 모처럼 가 보려 했던  해남 달마산은

어제 예약하려니 D산악회가 정족수 미달로 이미 취소,

아침에 일어나 예약하려던 ML산악회의 주흘산은 늦은 기상으로 불발.

애매할 땐 언제나 좋은 가리산으로.

오랜 만이다.


 

입장료 각 2000원(전엔 1000원이었다), 주차료 3000원.

 

날씨가 좋다.

늘 가던 산을 몇 개월 못 가고 동네 구룡산, 청계산만 오르니 

금단증상 비슷한 게 생기는 것 같다.

약간의 중독인가.


 

부영이는 2주에 한 번씩 버스 한 대 가득 찬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있다고

넌지시 자랑하고

고등학교 동창들도 버스 3대씩이나 매주 종주 길에 오른다고 한다.


 

풀리는 날씨에 햇살이 더 그립다.

그래, 좋다. 수요일은 제백사(除百事)하고 산이다.


 

2.

남한강을 끼고 달리니 시원하다.

주차장에 차를 두고 관리소 뒤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올랐다.

태수와 다녀 간 뒤로 몇 달 만이다.

 

초입이 가파르다.

사람이 없어 한껏 고즈넉하다.

주변 나무에 푸른 잎이 하나도 없다.

멀찍이 보이는 계곡과 정상엔 아직 눈이 쌓여 있다.


 

바닥이 가을에서 겨울로 갈 때와

겨울에서 봄으로 오는 지금은

외양은 같아도 느낌이 사뭇 다르다.


 

바람이 불어도 장갑이 필요 없을 만큼 따사롭다.

부채꼴의 오른편으로 올라 능선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거의 평지를 걷는 기분.

반대편 북사면에서 찬 바람이 제법 세게 불고 눈이 많이 쌓여 있다.


 

걷다가 유난히 따뜻한 길목에 멈춰서 도시락을 먹었다.

사방을 둘러 보며 한 땀을 흘리고 먹는 도시락은 별미다.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출발.


 

3.

정상에는 눈이 쌓여 있다.

줄을 잡고 오르니 위험하게 느껴진다.

1050고지라는 게 별 게 아닌 게 아니다.

주변은 태평천하인데

여긴 오른 게 후회스럽다.

내려가는 쪽은 어떨 지, 도로 내려 가기도 그렇고.

초긴장으로 줄을 잡고 발을 조심조심하며 봉우리 하나 둘 정상에 오르다.

여태 산을 다녀도 이리 긴장하긴 처음이다.

아이젠이 있었다면 별 일이 아닐 수 있었는데.

 

반대편에서 올라 왔다는 관리소 직원 세 분이 사진을 찍어 준다.

고맙다.

그들 사진도 찍어 주고 사탕을 나눠 주다.


 

하산 길은 잘 녹았다.

그들이 들러 보라는 약수터에 들러

공을 드리고 있는 세 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삼가며 바위틈에서 흐르는 약수를 마셨다.


 

가리산의 정기를 흠뻑 마시고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천천히 하산하니

4시간 반이 걸렸다.


 

4.

물통에 물을 채우고 오다 월평에서 오랜만에 화로구이.

소주 한 잔을 하다.

 

메밀 커피를 마시며 밖으로 나와 사람 좋은 주인장과 잠시 얘기.

11월에서 4월 초까지는 손님이 뜸하다고.

강원도엔 눈이 와도 여긴 눈이 안 오는데도 사람이 적다고.

그를 잠시 만나도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모처럼 나갔더니

기분이 한결 더 좋아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