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산하가족들과 함께한 광양 매화마을과 백운산 종주 그 절반의 성공

 

산행일 : 2005. 3. 27(日). 비

같이 간 사람들 : 대구 산사랑방님 부부, 해병대 부부, 합천 진맹익님과 그의 산친구, 대구 산님 세분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광양제철 수련원 (09:19)

 ☞ 노랭이재 (09:52~10:04)

 ☞ 억불헬기장 (10:18~10:25)

 ☞ 첫 번째 무덤 (10:49)

 ☞ 동곡리 내려가는 삼거리 (11:21~11:24)

 ☞ 두 번째 무덤 (11:51)

 ☞ 헬기장 (11:54)

 ☞ 상봉(백운산 정상. 1,218m) (12:23~12:43. 후미 기다리느라 지체)

 ☞ 진틀삼거리 (13:25)

 ☞ 병암마을 (13:57)

총 산행시간 : 4 시간 38분

구간별 거리 :

광양제철 수련관→(1.4km)→노랭이재→(0.7km)→억불헬기장→(4.4km)→진틀내려가는 삼거리→(0.3km)→상봉→(0.3km)→진틀내려가는 삼거리→(1.0km)→진틀삼거리→(0.8km)→병암마을 민박집

총 산행거리 : 약 8.9km

산행지도

 

 

▲ 몇 장의 사진들 

3월 25일 금요일 퇴근 후 매화마을을 혼자 찾아갔다.

 


 

 

할미꽃

 

 

 

 

실루엣

 

매화와 산수유  그리고 바위, 산... 

 

홍매화

 

항아리, 맷돌, 석등 그리고 동백

 

월중매 (月中梅)

 

수어지에서 바라다본 어둠속의 억불봉

 

 일몰 후의 수어지와 억불봉 (꼭 백두산 천지같기도 하다.)

 

산행기

   어찌어찌하여 대구 산사랑방님과 합천 진맹익님등 영남 지역의 산하 산님들과 백운산 종주에 나서게 되었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해서 토요일 밤에 세팀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종주병에 걸린 환자들이라서인지 안 오겠다는 팀은 한 팀도 없었다. 비를 싫어하는 히어리 죽었다.

 

  일요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아내가 차려준 새벽밥을 먹고 도시락과 물을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선다(5시 20분). 남해고속도로를 달려 약속장소인 하동나들목에 가보니 6시도 안되었는데 모두들 이미 도착하여 나만 기다리고 있었다(5시 50분).

'오늘은 지각 안했는데...'


   섬진강을 왼쪽으로 끼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섬진강변도로를 따라 하동에서 광양으로 넘어간다. 그 사이 동이 트기 시작한다.

매화마을 입구의 간이식당에서 아침을 못 드신 몇 분이 재첩국에 식사를 하고 (그 사이 남자들은 잎새주 한 병 뚝딱) 매화마을로 올라간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고 한산하다.

이달만해도 네 번째 찾은 청매실 농원의 매화는 만개를 하여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산사랑방님은 사진을 연신 찍느라 뒤에 처져서 보이지도 않는다.

한바퀴 휘돌아 청매실 농장 장독대에 도착하니 때마침 홍쌍리여사가 홍매화를 가지치기하고 계신다.

  아는 체를 하니, 자신의 손으로 평생을 일궈 논 농장에 대한 자랑을 신명나게 늘어놓으신다. 진님은 흥에 겨워 장단까지 넣고……. 단체로 기념촬영까지 흔쾌히 허락하신다.

이른아침의 청매실농원

 

영화세트장으로 지은 청매실농원의 초가 (일반인 출입금지)

 

매화와 바위

 

이른아침의 매화

 

맞은편 언덕의 전문사진작가들. 저들과 우리는 미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들은 사진에 미쳤고, 우린 산에 미쳤고...

 

산과 강 그리고 매화와 산수유

 

 

때마침 홍쌍리여사가 홍매화를 가지치기하고 계셨다. (홍쌍리여사의 아름다운 매화마을

이야기 동영상을 보실분은 여기http://blog.joins.com/pil6994를 클릭하십시요.)

 

  한 없이 늘어지는 일행(특히 산사랑방님)들을 다그치며 청매실농원을 빠져나온다.

토끼재를 넘어 수어지에서 바라보는 억불봉은 꼭 외국의 어느 산을 연상시킬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드디어 반갑잖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성불계곡입구 성불교 주차장에 두 대의 차를 주차하고 나머지 두 대로 광양제철 수련원으로 이동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수련원 왼쪽으로 올라 삼거리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어 가다보니 처음 가보는 길이다. 워낙 미로처럼 길이 복잡한 수련원인지라 이쪽으로 가다보면 들머리가 나오겠지 하고 계속가다보니 계곡이 나온다.

“어? 이 길이 아닌가 벼.”

진님은 이 길로 올라가봤는지 길이 엄청 험하다고 한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 수련원 삼거리로 돌아가자고 하고 앞장선다. 형편없는 가이드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10분이나 허비해서인지 뒤통수가 간지럽다.

광양제철 수련원 주차장에서 산행준비중인 일행들

 

다시 돌아온 산행 들머리. 오른쪽으로 올라가야한다.

 

가장 오르기 편한 길이 노랭이재 오르는 길이다.
 

 수련원 건물 왼쪽에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오르니 노랭이재로 오르는 길이다.

10분을 채 안올라가 오른쪽으로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노랭이재까지는 최고의 이상적인 등로(너덜지대와 인공적인 돌계단의 중간형태로 가장 걷기 좋은 길. 물론 자연적으로 형성된 등로이다.)가 계속 이어진다.

  일행들이 밤잠 못자고 장거리 운전에 피곤했는지 앞장서서 올라가다보니 뒤에 따라오는 분이 한 분도 보이질 않는다. 비까지 오는데 이런 속도로 종주하다보면 야간산행까지 할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든다.

노랭이재
 

  노랭이재에서 해병대아저씨가 오이를 하나씩 나누어주신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군대에서 식사하기 전에 하는 복창소리)

그 맛이 정말 달다.

오이를 나누어 주고 계신 해병대 아저씨 (노란 우의)
 

  억불헬기장에서 잠깐 아래로 내려가 볼일을 보고 올라오니 진님과 그의 후배 분은 내가 이미 상봉 쪽으로 진행한줄 알고 상봉 쪽으로 가버리고 보이질 않는다.

산사랑방님은 억불봉에 갔다 오고 싶은지 입맛을 쩍쩍 다신다.

"억불봉까지 갔다오는데 몇 분이나 걸리노?"

"왕복 40분 이상 잡아야돼요. 암봉을 몇개나 넘어야되고, 비도 오고 갈길이 바쁘니 다음에 가시지요."

"그래야 겠구먼."

억불 헬기장
 

  억불평원의 억새밭구간은 길이 완전히 뻘밭이다. 진흙탕을 지나가면서 바짓가랑이가 흙에 묻어 축축하게 젖어들기 시작한다.

대구 산님 세분과 부지런히 나아가지만 진님 일행은 어찌나 빨리 갔는지 따라잡을 수가 없다. 휴대전화도 되질 않는다.

이 빗속에 고로쇠수액을 채취하여 물통을 두개나 지게에 지고 올라오는 원주민도 있다.


 고로쇠 수액을 모으고 있는 원주민

 

  네 사람이 빗속, 안개속의 능선에 서서 대구산님이 타주시는 정이 듬뿍 담긴 따끈한 커피를 한 잔씩 마신다. 평소 커피를 먹지 않는 나지만 오늘만큼은 워낙 을씨년스런 날씨이기에 마다하지 않고 들이킨다.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맛있는 커피다.

 

  헬기장을 두개 지나 진틀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통과할 때쯤엔 바지가 거의 다 젖어서 팬티까지 축축하다. 상의는 고어텍스자켓이라 이상이 없지만 하의는 방수가 되지 않아서 점점 추워지기 시작한다. 고어텍스 등산화는 그 빗속에도 멀쩡한데, 바지를 타고 내려간 빗물이 양말을 적시기 시작한다.

정상에서 더 이상 진행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행여 일행 중 한명이라도 저체온증에 걸리거나 탈진을 한다면 조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정상 바로 밑에 진님일행이 추위에 꺼칠한 얼굴로 서있다.

“어? 기다리고 있었네. 나는 신선대쪽으로 갔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잘했군, 잘했어. ♬”

“나는 형님이 먼저 가신 줄 알고 부지런히 따라왔다 아입니꺼. 여기 와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안보이기에 우리가 먼저 도착한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기라예.” 

역시 노련한 산꾼이다. 일이 꼬이려면 진님 일행은 종주한다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고, 나머지 분들은 진틀로 하산하여 이산가족이 되는 엉망진창 산행이 되었을 것이다.

“형님! 종주 안 되겠습니다.”

“그렇지? 나도 그 얘기 하려던 참이었는데, 여기까지 왔으니 정상 찍고 진틀로 내려가자고.”


 백운산 정상인 상봉

 

  진님과 그의 후배, 나 이렇게 세사람이 남아서 나머지 사람들을 기다리기로 하고, 대구산님 세분이서 먼저 진틀로 하산을 한다.

“병암민박집에서 한 발짝도 더 내려가지 마시고, 라면이라도 끓여 드시면서 기다리세요. 나머지 분들 오시는 대로 바로 내려갈게요.”

가만히 서있으려니 몸이 점점 얼어붙기 시작한다.

이런 악천후 속에서 어디서 점심을 먹는단 말인가. 하산하기로 결정한 것은 잘 한일이라 생각된다.

 잠시 후 산사랑방님 팀 네 분이 도착하시고 선두가 이미 하산하였다는 소식을 전한다.

 

  다시 진틀내려가는 갈림길로 돌아와 미끄러운 하산을 시작한다. 몇 분은 엉덩방아를 멋지게도 찧는다. 창피한지 일어나자마자 쓸데없는 넋두리를 둘러댄다.

진틀삼거리에 도착하니 이미 내려가신 줄 알았던 대구산님 세분이서 계곡물에 등산화를 씻고 있었다. 나머지 일행들도 배낭을 내려놓고 같은 일을 하려한다.

“여기서 씻어보았자 소용없어, 다 내려가서 병암마을에서 씻으라구.”

아무리 소리쳐도 한 사람도 내말을 듣는 이가 없다.


 진틀 삼거리

 

  적은 비인데도 계곡의 물이 제법 많이 불어 별 볼일 없는 병암계곡에도 작은 폭포들을 줄줄이 만들어 놓는다. 비에 젖어 망가질까봐 배낭에 넣어두었던 디카를 꺼내 계곡풍경을 담다보니 맨 꼴찌로 병암민박집에 도착한다.

병암계곡의 쌍폭

 

병암계곡

 


 병암민박집 바로 전

 

  친절한 민박집 주인아주머니의 배려로 와상에 올라 두개의 상을 차지하며 각자의 도시락을 꺼내놓고 늦은 점심(모두들 새벽밥을 먹었기에)을 차려먹는다. 김밥, 찰밥, 쑥국, 시레기국, 라면, 부추전, 전라도 김치, 경상도 김치 등 바리바리 많이들 싸가지고 오셨다.

주인아주머니에게 미안해서 도토리묵(5천원) 세 접시, 동동주(6천원) 한 도가니, 잎새주 2병을 시켜 반주로 삼는다.

덩치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큰 진왈

“산에 다니면서 이렇게 걸게 잘 먹어보기는 처음이야. 처음.”

그 농담 한 마디에 모두들 뒤로 뒤집어진다.

 

 오늘 오신 분들 복수혈전하러 백운산에 한 번 더 오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