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군 홍북면에 위치한 용봉산(龍鳳山)은 해발 381m이지만 암릉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경관이 수려하고 조망이 뛰어나다. 기암괴석과 암릉군은 도대체 어떻게 하여 이런 모습으로 태어났을까. 지리산처럼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은 나름대로 웅장하여 큰 산의 매력과 정취를 더해준다. 하지만 용봉산처럼 낮은 산도 산세와 암릉군이 주는 아기자기한 멋이 있어 작은 고추가 매운 것처럼 자극적인 맛이 있다. 이 산에는 병풍바위, 공룡바위, 칼바위, 오형제바위같은 이름을 가진 즐비한 기암괴석들이 우리를 즐겁게한다. 무엇보다 가을이 되면 단풍과 함께 바위산답게 암봉들과 어울려 환상적이다. 차령산맥이 용틀임하다 화석처럼 굳어버린 바위산 용봉산 중턱에는 고려조 고찰 용봉사와 마애석불 등이 있다.

  

  용봉사는 예전엔 영봉사라고 했다는 데 지금은 대웅전과 요사채만 덩그마니 남아있어 초라하다. 고려조에는 그 크기가 99간에 수도승이 천여명에 이를 정도로 큰 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석으로 쌀을 씻으면 쌀뜨물과 싸라기를 주워 먹으려고 이 일대 쥐들이 몰려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 절에는 강마촉지인을 한 석가모니를 그린 탱화도 있다.

  

  산행의 시작은 용봉초교 뒷편 산길을 따라 올라 상하리 미륵불을 둘러보고 높낮은 봉우리를 휘휘 돌아 이내 정상에 오른다. 정상 암봉군에는 정상 표지석이 떨어져나가 흔적만 남았건만 사람들은 정상이라고 사진을 찍고 기분을 낸다. 정상에서 내려와 헬기장을 지나 최영장군활터와 팔각정까지 다녀온다. 거기서 둘러보는 암릉의 산세가 아름답고 멋지다. 왕년에 일간지 사진기자였던 일행의 한 사람은 멋진 풍광을 담기 위해 연신 앵글을 맞춘다. 암릉군의 도열을 내려다보는 조망은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최상의 선물이다. 그런 용봉산은 충남 예산 지방의 드넓은 벌판을 껴안고 강한 서해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가야산과 함께 이 지방의 2대 명산이다.

  

  정상 헬기장쪽으로 되돌아나와 노적봉과 악귀봉까지 암릉과 험로를 탄다. 안전한 길을 택해야 한다. 악귀봉 능선길에 팔각정이 있다. 악귀봉 정상인 암봉 위에서 사방으로 펼쳐지는 경관에 취해도 좋다. 무엇보다 악귀봉을 지난 갈림길에 내려서서 반드시 마애불을 보고 다시 올라채야 한다. 그러다보면 또다시 암릉군에 병풍바위나 내님바위가 있어 자연 그대로 수석분재를 감상할 수 있다. 집안의 수석분재도 좋지만 자연은 자연 속에서 그대로 보아야 한다.

  

 용봉산은 한결같이 암릉길의 연속이지만 한결같이 바위와 소나무가 잘 어울려 멋진 모습이다. 솔향을 맡으며 평안한 산길을 걷기도 하고 이내 바위를 오르며 암릉길을 네발로 기기도 해야 한다. 파아란 하늘에 맑은 날씨는 땀을 흘리며 신진대사 운동을 활발히 하기에 좋은 산행이다.  이제 수암산으로 가는 능선 산길은 오르내리며 가야하는 다소 지루한 길이다. 그러나 조망이 좋아 휘파람을 불며가면 괜찮다. 윗가루실고개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넘어 또 가루실고개를 지나야 수암산 정상 쪽에 이른다. 그렇게 한참을 가야한다. 일행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가기에 좋다. 청련거사(靑蓮居士) 이태백(李太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고도 하는 '산중답속인'(山中答俗人)이란 시 한 편을 되뇌어본다.

  

問余何事棲碧山   그대는 무슨 일로 푸른 산중에 사느냐 물어봐도
笑而不答心自閑   빙그레 웃으며 대답치 않으니 마음이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   복숭아꽃 흐르는 물따라 그대로 흘러 떠나가니
別有天地非人間   여기는 인간 세상이 아닌 별천지가 아닌가.

  

  그렇게 여유를 갖고 벤치에 쉬어가기도 하며 물통의 물을 마신다. 땀을 흘린 후 산에서 마시는 물은 여하튼 꿀맛이다. 정상 못미쳐 팔각정에 이른다. 건너편엔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이 보이고 우편에는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가 있다는 가야산이다. 수암산 정상 부근 능선길은 등산객의 부주의로 산불이 났는가보다. 아직도 검게 그을린 고사목들이 군데군데 서있다. 웬지 허전하다. 그럼에도 주위에는 생명의 기운을 받아 푸른 빛을 띤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서있고 키작은 잡목들이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다. 생명의 경이로움은 조물주의 신비다. 암봉 정상에 올라 사위를 휘휘 둘러본다. 바람이 세차지만 시원하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양이 안차기에 용봉산과 수암산을 연계해 걷는 것이 좋다. 서너시간이면 된다. 그리고 수암산을 내려서면 바로 덕산온천이라 여기에서 땀과 먼지를 씻으며 등산의 피로를 푸는 것이 제격이다. 온천장 탕안에서 금방 내려온 수암산 자락도 올려다볼 수 있어 지나온 산행을 반추해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무엇보다 여기 산은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어 곳곳에 정자와 벤치 등 휴게 시설이 잘 단장되어 여유를 부리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용봉산은 바위산답게 기암괴석이 기기묘묘한 형상을 빚어 여느 명산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산행은 용봉초교에서 들머리를 찾아-용도사-정상(381m)-노적봉(360m)-악귀봉(369m)-마애불-수암산(秀岩山,275m)-덕산온천으로 하산한다. 아니면 그냥 주차장에서 용봉사쪽으로 잡아 팔각정과 활터를 지나 정상에 오른 후 이하 동일한 코스를 잡아도 좋다. 용봉산은 봄가을에 때맞춰 한번 찾아보면 좋은 산이다. 그렇게 힘들지 않은 산이다. 등산에 자신이 없어도 바위산의 멋진 경관을 조망하기 위해 쉬엄쉬엄 오르면 이내 오른다. 여유롭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산이다.

  

  특별히 용봉산을 낀 홍성 일대는 충절의 고향임을 알아야 한다. 고려말 충신 최영 장군, 조선조 사육신의 한 사람 성삼문, 독립만세 주역 33인 중의 하나 만해 한용운, 일제시대 청산리 전투의 백야 김좌진 장군 등의 생가와 9백의총, 이렇게 위인들의 충절어린 삶의 흔적과 백제 부흥의 마지막 보루였던 임존성 유적지가 남아있다. 뿐만 아니라 이웃 예산에는 매헌 윤봉길의사 생가와 호서 제일의 수덕사가 있다. 그리고 서산에는 무학대사 출생지인 간월암과 안면도 철새 도래지와 방조제가 있다.여기에는 천연알칼리성 중탄산 나트륨이 풍부한 홍성온천이 개발되어 예산의 덕산온천과 더불어 온천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즐거운 하루 멋진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