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금요일), 열하루 전에 정상까지 오르지 못 하고 재재기고개에서 461봉까지 오르다가 일몰시각 임박으로 인해 오던 길로 되내려갔었던 문안산을 오르기로 한다. 불편한 대중교통편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서 10시 10분에 마석버스종점에서 출발하는 백월리행 버스를 타기 위해 그 시각에 맞춰 8시에 집을 나선다.

청량리의 미주상가 건너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닿으니 8시 50분. 그런데 내리는 곳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마석버스종점까지 들어가는, 마석버스종점이 이 버스의 종점인 9205번 버스를 기다리는데 마석버스종점 앞에 가는 여러 노선의 버스가 몇 대씩 정차해도 9205번 버스는 오지 않는다. 머피의 법칙일까?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버스는 원래 배차간격이 15~20분이라서 뜸하게 오는 편이다.

20분을 기다리다 못 해 9시 10분에 1330번 버스를 타고 마석으로 향한다. 1330번 버스가 마치터널을 지나 마석버스종점에 닿은 시각은 10시 12분. 결국 2분이 늦어서 10시 10분발 버스를 타지 못 하고 48분이나 승객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11시발 백월리행 버스를 타게 된다. 이 버스종점은 작년 12월, 축령산과 서리산(霜山)을 종주할 때도 이용한 적이 있었던 낯익은 곳이다. 버스는 새터삼거리를 지나서 15분 만에 금남리의 환경사업소 앞에 선다.

차도를 따라 백월리 쪽으로 일 분 정도 걸으면 그린주유소가 나오고 주유소의 바로 위로 문바위가 보인다. 들머리를 찾아서 그린주유소의 좌우를 보니 양쪽 다 리본이 매어져 있다. 일단 좌측 담 옆의 빈 터를 오르니 초입부터 오르기가 좋지 않아서 우측으로 가 본다. 우측의 담과 밭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니 등로의 흔적이 보여서 그 길을 따라 오른다. 길은 좌측으로 구부러져 통나무계단으로 오르게 돼 있다.

무덤을 지나니 험상궂게 생긴 문바위가 모습을 드러내고 문바위 우측의 비좁은 내리막길을 내려갔다가 험한 비탈을 올라서 문바위를 뒤돌아본다. 건설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 지형 세부정보를 검색해 보니 암석이 좌우로 나열돼 있고 그 틈으로 소로가 통하여 문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문바위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도상에 해발 111 미터로 표기돼 있는 곳이다. 그런데 바위 사이로 길이 나 있지는 않고 우측에 비좁은 우회로가 있을 뿐이다. 아마 한 쪽의 바위가 떨어져 나간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마석버스종점의 버스시간표.

 


그린주유소 위의 문바위.



그린주유소 우측담과 밭 사이로 오르게 되는 문안산 들머리.


문바위를 우측으로 우회하는 샛길을 지나서 뒤돌아본 문바위.

 

문바위를 지나서 십여분 만에 암릉지대가 나타난다. 이 곳에도 역시 우측으로 우회로인 샛길이 나 있다. 우회로를 통과하다가 암릉 위로 올라서 진행해 보니 위험한 부분이 있어서 다시 우회로로 내려가서 암릉지대를 지나니 토사붕괴방지그물망이 설치돼 있고 좌측의 밑에는 큰 철탑이 설치돼 있으며 앞에는 암봉인 217봉이 우뚝 서 있다. 217봉도 역시 우측의 샛길로 통과한다. 217봉을 우회하여 통과하고 나서 뒤돌아보니 217봉 뒤로 조금 전에 본 큰 철탑이 높이 솟아 있다.

 


암릉을 우측으로 우회하는 샛길.

 

암봉인 217봉과 토사붕괴방지그물망.

217봉을 우측으로 우회하는 샛길.

 


철탑과 토사붕괴방지그물망을 지나서 우회하여 통과한 217봉을 뒤돌아보며...

 

오르막에 올라서니 좌측의 평지 같은 완만한 길과 우측의 안부에 이르는 내리막길로 갈라진다. 지도와 나침반을 꺼내 보니 우측의 안부로 내려가는 길이 정답이다.

이제 암릉지대를 다 통과했으니 스틱을 펴서 오른 손에 짚고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안부에서 다시 오르니 길은 구불구불 이어진다. 그러다가 길은 철탑이 있는 곳으로 직진하는 길과 좌측으로 꺾어지는 길로 갈라진다. 좌측으로 꺾어져서 오른다. 육산이지만 심심치 않게 바위를 볼 수 있다. 낙엽이 깔린 길을 걷다 보니 눈이 채 녹지 않은 길을 걷게 된다. 그 길은 짧게 끝나고 산비탈에 나무 두 그루가 뿌리채 뽑혀 있는 것을 본다. 강풍에 쓰러진 모양이다.

한참 오르다보니 13시 33분에 산악회의 정상표지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고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해발 533.1 미터의 문안산 정상에 닿는다. 사방으로 조망이 툭 터져 있는데 바람을 막을 곳이 전혀 없는 정상에 도달하니 아까부터 가끔 세차게 불던 바람이 더 사납게 위세를 부린다.

빵과 음료수로 식사를 하고 주변을 조망한다. 남양주의 백봉, 운길산, 예봉산, 갑산 등이 조망되고 북한강 건너 양평 일대의 산들이 바라보인다. 까마귀 한 마리가 공중을 선회한다.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세차서 더 있기도 힘들다. 정상에서 20분간 머물다가 헬리포트를 향해 내려선다.

 


문안산 정상 - 해발 533.1 미터.

 


문안산 정상에서 바라본 백봉.



문안산 정상에서 바라본 운길산, 예봉산, 갑산.

 


문안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한강과 강 건너편의 산세.

 

완만하게 내려섰다가 잠시 오르니 육칠분 만에 헬리포트에 닿는다. 이 곳에서 세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다시 하산을 서두른다. 헬리포트인 528봉에서 내려서서 10분 정도 진행하니 나무 밑에 부러진 빨간 아크릴판에 누군가가 적어 놓은 방향표지판이 있다. 여기가 진달래고개이고 문안산까지 20분이라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철문봉까지 15분이라고 써 놓았다. 예봉산의 철문봉까지는 아닐 테고... 463 미터라고 부기해 놓은 것으로 보아 삼거리가 있는 461봉을 말하는 듯하다.

간헐적으로 서쪽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온다. 능선에서 맞는 바람은 그 위세가 무척 강하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이 뺨을 때린다. 3월 하순이지만 영하의 체감온도를 느낀다.

여러 개의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다 보니 열하루 전에 재재기고개에서 오르다가 일몰시각 임박으로 다시 재재기고개로 되돌아간 반환점인 461봉에 닿는다. 이 곳에서 동쪽을 보니 동릉의 352봉이 우뚝 서 있다. 재재기고개 쪽으로 직진하지 않고 좌측의 동릉으로 내려선다. 안부까지 내려갔다가 오르니 9분 만에 352봉 정상의 삼거리에 닿는다. 이 곳에서 오른쪽(동남쪽)으로 진행한다.



헬리포트가 있는 528봉으로 오르며...

 


문안산 정상으로 오기돼 있는 소방서 표지판이 있는 528봉.

 

열하루 전 일몰시각 임박으로 오던 길로 되돌아간 461봉.


461봉에서 바라본 동릉의 352봉.

 


352봉 정상의 삼거리 - 오른쪽(동남쪽)으로 진행.

 

3분 만에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291봉에 닿는다. 낙엽이 쌓인 가파른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고 안부를 지나서 올라야 할 277봉이 동쪽에 우뚝 서 있다. 내리막길을 십여 미터 내려서다가 구태여 여러 개념도상에 등로 표시도 돼 있지 않은 이 동릉으로 내려갈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을 수도 있고...

그래서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가며 서울종합촬영소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보는데 등로인 듯한 희미한 흔적은 보이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마음 편히 등로의 흔적이 가장 확실한 재재기고개 쪽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다시 461봉으로 돌아와서 좌측의 재재기고개 쪽으로 꺾어진다.

379봉 오름길에서 아까 내려온 461봉을 돌아본다. 379봉을 지나서 354봉을 오른다. 354봉 주변에는 나무줄기에 큰 말벌집 한 개가 붙어 있는 게 눈에 띈다.


 

291봉.


 

277봉으로 이어지는 291봉의 가파른 내리막길.

 


379봉 오름길에서 뒤돌아본 461봉(좌측).

 

379봉 정상의 모습.


354봉 정상의 모습.

 


나무 줄기의 말벌집.

 

다시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능선길을 내리고 오르다 보니 서울종합촬영소의 출입금지 경고표지판 두 개가 설치돼 있는 안부에 닿는다. 낙엽이 잔뜩 깔린 등로의 바로 옆에 설치된 원형철조망은 낙엽과 나뭇가지들 사이에 위장돼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오르막길을 오른다. 그런데 미처 삼거리를 발견하지 못 하고 직진하여 봉우리에 올라서니 낙엽 속에 삼거리의 흔적이 있다. 그런데 좌측이나 우측이나 등로의 흔적이 거의 없고 길이라고 보여지지 않는다. 봉우리 정상의 낙엽이 파헤쳐진 삼거리의 흔적은 정상적인 등로가 아닌 곳에 나 있는 알바의 흔적이었다.

십여분간 갈팡질팡하다가 다시 봉우리로 되올라와서 오던 길로 되내려가본다. 안부의 출입금지 경고표지판이 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삼거리가 있다. 세찬 바람을 오래 맞다 보니 정신이 멍해져서 열하루 전에 두 번이나 지나쳤던 곳을 깜빡 잊고 지나쳐 온 것이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의 내리막길로 내려서니 등로의 흔적이 확연하다. 낙엽이 쌓인 길을 내려가다보니 재재기고개에 닿는다.


안부의 출입금지 경고표지판.


실제의 능선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왼쪽의 봉우리로 오르면 나오는, 알바의 흔적이 있는 가짜 능선삼거리.

 

실제의 능선삼거리 - 출입금지 경고표지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좌측으로 오르지 말고 우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문안산 날머리 - 재재기고개.

 

재재기고개에서 북쪽의 천마산과 차산리가 내려다보인다. 오늘은 변화를 줘서 남쪽의 삼봉리로 내려가려고 한다. 북한강변의 버스정류장까지 한 시간 정도는 걸어야 하리라. 비포장의 임도를 천천히 걸어 내려간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농촌의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좌측으로는 문안산 밑의 침엽수림이 펼쳐지고 우측으로는 논과 밭이 자리잡고 있다. 저수지를 지나니 볏짚단을 임도가에 쌓아 놓은 곳이 보이고 농가가 한두 채씩 나타난다. 그리고 재재기고개에서 15분 쯤 걷다 보니 콘크리이트 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재재기고개에서 내려다본 북쪽의 천마산과 차산리.

 

재재기고개에서 남쪽의 삼봉리로 내려가는 길.


하늘로 쭉쭉 뻗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침엽수림.

 

평화로운 임도의 정경.

 

포장도로를 걷고 있는데 옆에서 승용차가 서더니 태워 준다고 한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서 양수리로 간다고 하니 임도를 지나서 국도에 진입하여 운길산 입구를 지나서 진중삼거리 앞에서 세워 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조심스럽게 국도를 건너서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양수교를 건넌다. 오늘은 산행이 일찍 끝나서 산 위에서 몇 번 내려다보기만 하던 두물머리에 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차들이 질주하는 양수교를 조심스럽게 건너고 나니 양평군의 양수리다. 버스 종점 앞의 안내도를 보니 양수리는 북한강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에 위치한 섬이다. 그런데 강폭이 넓은 양수교 쪽으로는 북한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데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로 건너가는 다리 밑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흙으로 메워 놓아서 강물의 흐름을 막고 있다. 그러니 다리 부근의 강물은 흐름이 차단되어 호수처럼 고여 있을 수 밖에 없다.

고여 있는 호수 같은 강물 옆으로 나 있는 두물머리 산책로로 들어선다. 초입에는 붉은 보도블럭이 설치돼 있다. 한참 걷다 보니 마침내 수령 4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서 있는 두물머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느티나무 앞에 닿는다.


진중삼거리에서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양수교를 건너면 두물머리가 있는 양수리임.

 


두물머리 산책로.

 

 수령 4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있는 두물머리.

느티나무 옆의 나무.

 

느티나무 옆에서 잠시 머물다가 북한강물을 보기 위해 더 깊숙이 들어서니 느티나무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유지인지 모두 철망이 쳐져 있고 한 구석에 두물머리나루터가 있던 곳을 가리키는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그 표지석도 철망 바깥에 위치해 있고 철망에 막혀 더 갈 곳도 없다. 그러니까 두물머리라고는 하지만 사유지에 막혀서 남한강이 한강이 되는 모습만 볼 수 있고 정작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광활한 강물의 모습은 볼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느티나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하염없이 머물고 싶은 곳이다. 돛을 뗀 돛단배 한 척이 강물에 외롭게 떠 있다. 두물머리의 운치를 더해 주는 광경이다.

두물머리에서 30분 가까이 머물다가 일몰시각이 가까워져 두물머리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저 멀리 예빈산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어느덧 버스종점에 닿는다. 2228번 버스를 타고 양수리 종점에서 청량리 종점까지 간다.

열하루 전 종주를 끝내지 못 한 문안산 산행이라는 숙제를 풀었고 산 위에서만 내려다보던 두물머리를 실제로 가 봤다는 뿌듯함이 마음 한 복판을 채운다. 단 느티나무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유지로 묶여 있어서 실제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서 한강이 되어 흐르는 장쾌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은 크나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두물머리나루터가 있던 곳의 표지석.

 

두물머리의 느티나무.

잔잔한 강물.

 


돛을 뗀 돛단배가 떠 있는 두물머리의 정경.

 


예빈산 너머로 지는 해.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