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3, 26일 토요일

 

산친구 3명

구미에서 케이블카매표소까지 123km


 

토요일 산행, 그것도 전국의 학생들이 쉰다는데.

복잡할 것을 염두에 두었다.

더군다나 대둔산이라....

수차례 옆으로 지나다니긴 했지만 , 아직 못가본 산이니 궁금하기도 했다.


 

9시 출발.

화창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남편과  아들은 각자의 계획이 있다하니 발걸음도 가볍다.

별 준비도 없다. 커피와 컵라면. 가벼운 옷..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린다.

차에서부터 먹을 것이 쏟아져 나온다.

친구들은 보물 상자같다. 떡 , 김밥, 과자, 사탕, 과일, ........


 

옥천 톨게이트를 나와 금산방향으로 국도를 달린다. 37번에서 17번으로.

대둔산의 여러코스중 어디로 갈것인지 지도를 놓고 의논한다.


 

처음이니, 케이블카매표소에서 걸어 정상에 간 후

능선을 타고 용문골 계곡으로 돌아 내려오기로 한다.


 

11시. 주차장에서부터 사람들이 제법 많다.

관광버스들도 만만찮다. 오늘은 호젓한 산행은 포기해야겠다.

그래도 즐겁다.

매표소를 지나 느긋하게 오른다.

정상까지 1. 75km . 높이는 878m .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예상된다.

입구에 바라본 대둔산.

솟아오른 바위가  위풍당당하고, 뾰족뾰족한 능선이 예사롭지가 않다.

시작부터 바위 길에 가팔라 헉헉대게 만든다.

좁은 바위계단은 휘청거리게하고,

오르 내리는 수 많은 사람들은 나를 멍하게 한다.

학생들이 많다. 가족 나들이 객도 많고.

계곡은 자그마하고, 졸졸 물소리가 그나마 나를 당긴다.

무릅이 낑낑댄다.

무릅보호대를 당겨보지만 만만치 않다.

조심스레 한발 한발 옮긴다.

뒤를 돌아 보아도 부스스한 나뭇가지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날이 맑은 데도 뿌옇다. 봄기운이 솟아오르기 때문인지...

그냥 오른다.


 

12시 30분. 동심바위.

그 바위가 사람들을 멈추게 한단다.

우리도 쉬며 한숨을 돌린다. 참 사람들이 많다.

다시 바위 길을 오른다.

고행의 길 같다. 옆 친구는 갓바위 같단다.

언제나처럼 그렇게 한발 한발 오르다보면 정상이리라.

케이블카근처에 오니 사람들로 정신이 없다.

구름다리위로 사람들이 다닌다.

오를때는 삼선계단으로가고, 하산할 때 구름다리를 통과하기로한다.

월출산 구름다리에 비하면 짧다.


 

삼선계단전에 사진을 찍는다.

여기저기 둘러본다. 비로소 산에 온 것 같다.

아래의 구름다리도 정겹고, 한껏 뽐내는 바위들도 멋지고,

산수유도 꽃망울이 터지려하고,

멀리 정상도, 우뚝솟은 마천대탑도 빛난다.

바람도 시원해서 심호흡하게한다.


 


 

단체로 온 사람들도 아이들같이 소리높여 흥겨워한다.

시끌벅적... 계단을 오르면서도 사진찍느라 야단들이다.

기다려준다. 좁은 계단이 오히려 아늑하다.

주변경치를 만끽하며 바위를 오른다.

대둔산의 또다른 재미인것같다.


 

사진찍는 아저씨가 친절하게도 흔쾌히 셋의 사진을 찍어준다.

그 상큼한 미소와 친절이 날 기쁘게한다.

나도 막 뭔가를 주고 싶게한다. 복 많이 받으시길....

정상은 아직도 멀다.

길은 어느새 진창이다.

MT온 학생들을 보면서 옛시절도 생각해본다.

어제밤은 술로 풀었을텐데....ㅎㅎㅎㅎ


 

1시 40분 정상이다.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정말 만만치 않은 길이였다.

다리가 무겁다. 바람속에 여기저기 둘러본다.

아무생각이 없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스쳐지나간다.

올라올때 보아둔 멋진 소나무있는 곳으로 간다.

드디어 점심이다.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친구들의 보물상자에 다시한번 놀라고 얌얌얌....

햇볕도 따스하고, 바람도 상큼하고, 맛도 좋고, 오늘하루도 행복하다.

옆에서 식사하던 한가족이  일어서더니 인사한다.

난 황급히 화답한다.

“너무 보기 좋습니다.”

“녜! 저도 무척 부러웠었는데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했어요.”

하며 화사하게 웃는다.

가족이 행복하기를 빌며 내 가슴도 찡하다.

난 사람들을 사랑하나보다.

모두 모두 행복하면 좋겠다.


 

2시 40분. 커피로 마무리하고 짐을 꾸린다.

능선으로 들어서니 우리뿐이다.

비로소 우리들만의 산이 되었다. 바위를 오르내린다.

밑의 길로 안가고 꼭대기 바위를 타니 중간중간 무섭다.

그래도 펼쳐지는 경치에 “와우!” 소리가 절로 난다.

 

3시 10분 용문골 삼거리

계곡으로 뚝 떨어진다. 너무 너무 가파른데도 호젓하여 편안하다.

이 길로 가길 정말 잘했다고 자화자찬이다.

용문굴이 보이고, 칠성봉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갈림길에서 케이블카있는곳으로 가지 않고 그냥 용문골계곡으로 내려가기로한다.

사람 많은 곳으론 가고 싶지 않았다.

신선암의 물은 너무도 시원하고 맛있다.

계곡의 물소리도  정겹게 봄소식을 알리는 듯하고,

길도 흙길로 바뀌면서 아이처럼 달리게 만든다.

꼬불꼬불 도는 길.


 

4시 10분 매표소에 도착한다.

길로 내려서서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500m 표시.

10분도 안걸려서 도착.

조용하게 산행하려면 용문골로 오르는 게 좋을 듯하다.

입구 강경젖갈파는 곳에 들러 새우젓과 까나리 액젖을 산다.

깍두기 담아야지....


 

오는 길에 수퍼 들러 맥주 한캔. ~~~~~

오늘 산행도 무사히 끝났다. 감사. 구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