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이야기(23) - 선운산(禪雲)

동백꽃 따라 오른 천마봉

 

 

▲ 개이빨산에서 천마봉, 배맨바위, 청룡산 연봉 조망

 

  


선운산(禪雲山) 

 

   변산반도 남쪽 줄포만 건너에 솟은 선운산(336m)은 변산과 쌍벽을 이루는 호남의 금강산으로 1979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일명 도솔산(兜率山)이라 불리는 선운산일대는 산은 높지 않으나 멋진 암봉과 울창한 수림, 그리고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적으로 호남지방의 주요관광지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산내에는 고찰 선운사를 비롯 참당암, 도솔암등의 암자가 있고 한번에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청소년 야영장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선운사 입구의 풍천장어구이는 예부터 그 명성이 자자하다. 주위에 소요산(逍遙山 : 444m)·개이빨산(345m)·황학산(黃鶴山 : 109m) 등이 있다. 서쪽과 북쪽으로는 서해와 곰소만이 있다. 산마루는 비교적 급경사를 이루며, 동쪽에서 발원하는 하천은 인천강에 유입하여 곰소만으로 흘러 든다. 입구에서부터 약 4㎞에 걸쳐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184호)이 펼쳐져 있으며, 봄에는 꽃병풍을 이룬 계곡의 아름다움이 절경을 이룬다.

 

선운사(禪雲寺)

 

   선운사는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선운산의 동남쪽 사면에 위치하고 있는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이다. 백제 위덕왕 24년(577년) 검단선사와 신라의 국사이자 진흥왕의 왕사인 의운국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 오고 있다. 선운사 사적기에 의하면 창건 당시 한때 89암자에 3,000 승려가 수도하는 국내 제일의 대가람이었다고 한다.

   선운사는 동백꽃으로 유명한데 동백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봄철 동백에 이어 피는 진입로의 벚꽃이 아름답고, 도솔암으로 가는 길가에 피는 여름 상사화(꽃무릇)와 가을 단풍, 그리고 겨울 설경도 아름답다고 한다.

 

   또 선운사 입구의 부도밭은 곧고 울창한 숲속에 들어앉아 있어 아늑하기 그지없다. 숲의 규모가 크진 않지만 자연스럽고 정갈해 도시인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시간이 허락되면 도솔암까지 올라 보는 것이 좋은데, 왕위를 버린 진흥왕이 수도했다는 진흥굴, 높이 17m의 거대한 마애불을 볼 수 있는 산책로 같은 산길을 걸을 수 있다.

 

   현재 선운사 내의 문화재로는 대웅보전(보물 제290호), 금동보살좌상(보물 제279호) 등이 있다. 금동보살좌상은 대웅보전 옆 관음전에 모셔져 있다.

 


   등산 코스


    관리사무소→ 선운사→장사송진흥굴→도솔암→마애불상→용문굴→낙조대→천마봉           (4.7km) 왕복3시간 소요
   
관리사무소→ 일주문→석상암→마이재→수리봉→참당암→소리재→낙조대→천마봉           (6.1km) 왕복5시간 소요
   
관리사무소→ 경수산→마이재→수리봉→견치산→소리재→낙조대→천마봉 

          (8.6km) 왕복7시간 소요
    ④ 관리사무소→ 도솔재→투구바위→사자암→쥐바위→청룡산→배맨바위→낙조대                      (8.3km) 왕복10시간 소요

 

 

 

▲ 등산지도

일 시

2005년 3월 26일(토) 9:45 - 16:00 (6시간 15분)

동 행

반려와 나

날 씨

대체로 흐림

코 스

주차장(9:45)
매표소일주문(10:07)
선운사
(10:14)
휴게소(10:29)
진흥굴(10:58)
도솔암(11:11~46)
천마봉(12:15~43)
낙조대(12:49)
용문굴갈림길(13:02)
만월대
(13:22)
소리재
(13:27)
개이빨산
(13:53)
참당암입구
(14:28)
휴게소
(14:57)
선운사(15:13~36)
주차장
(16:00)

 

  선운산으로 가는 길

 

    화신을 접하고 춘화(春花)를 만나러 남녘 바다가로 여행겸 산행을 할려고 일주일 내내 해남 지방과 두륜산에 관심을 가졌으나 반려의 요통에는 당일이던 1박2일이던 장시간 차 타는 것이 큰 부담이기에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어디 가까운 곳이 없을까? 무리없이 걸으면서 꽃 구경도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2002년 여름에 가본 적이 있는  선운사를 생각해 냈다. 이맘때 쯤이면 선운사에 동백꽃을 만날 수도 있고, 또 계곡의  산책로를 따라 도솔암을 거쳐 천마봉, 낙조대, 용문굴 정도를 돌아오면 산행 기분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계룡(7:40) → 계룡I.C.(7:46) → 정읍I.C.(8:54) → 선운사주차장(9:38)

 

동백꽃 따라 도솔계곡을 오르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으로 가는 입구에 사계절 푸른 넝쿨식물로 드릅나무과에 속하며 10~11월에 황록색의 꽃을 피운다는 송악(천년기념물 제367호)이 있다.  일주문에는 도솔산선운사 편액이 걸려있다. 도솔산은 수리봉인데 요즘은 선운산이라 불린다. 큰 의미에서 선운산은 이 부근의 아기 자기한 암릉을 구성하는 산들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조금 더 올라 울창한 숲속에 들어앉아 있는 부도밭을 지난다. 선운사 계곡의 계곡물은 검게 보이는데, 나뭇잎 속의 '탄닌'이라는 성분 때문이라는 설명문이 붙어 있다. 선운사 천왕문 사이로 동백숲이 보인다. 먼저 구경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동백꽃 피었나요' 하고 물으니 '거의 피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 중에 오후에 내려올 때 보자는 반려의 제의에 따라 그냥 계곡으로 올라간다. 선운사를 지난 곳에서 동백숲을 살펴보니 작은 동백꽃들이 드물게 피어있다. 조금 더 오르면 도솔계곡과 희어계곡의 합수지점을 만난다.

 

   그곳의 휴게소를 지나 약 30분 정도 계곡길을 걸어 오르면 왕위에서 물러난 신라 진흥왕이 말년에 수도를 했다는 진흥굴에 이르고 그 위에는 여덟개의 긴 가지가 시원하게 뻗어 있는 천연기념물 제354호인 장사송(長沙松)을 만나는데 이 소나무는 수령이 약 6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28m, 나무둘레가 3m에 이른다.

 

 

▲ 송악

 

 

 

▲ 일주문(도솔산 선운사)

 

 

 

▲ 영화 남부군 촬영기념비(일주문앞 잔디 공원)

 

 

 

▲ 부도탑이 있는 숲

 

 

 

▲ 선운사계곡

 

 

 

▲ 선운사 뒤로 천왕봉(수리봉) 조망

 

 

 

▲ 작설차 밭과 동백숲

  

 
 
▲ 장사송

 

 
 
▲ 진흥굴

 

 
 
▲ 진흥굴 입구에서 사자암 조망

 

 

도솔암에서 천마봉을 조망하다.

 

   장사송을 지나면 정면에 거대한 암봉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바로 천마봉이다. 길은 오른쪽으로 돌아 전통찻집을 만나고 암벽옆에 자리한 도솔암을 만난다. 조금 더 올라가면 곧 보물 제1200호인 도솔암 마애불상을 만난다. 마애불 옆에는 멋들어진 소나무가 자리해 운치를 더해 준다. 전번에도 그랬는데 마애불 아래는 문학기행 답사객들을 대상으로 마애불 소개가 한창이다. 마애불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면 도솔암 내원궁이다. 지장보살을 모신 내원궁은 기도효험이 뛰어나다고 널리 알려져 언제나 기도객이 줄을 잇는데 오늘도 불경소리가 은은하다.

   내원궁에서 바라보는 천마봉은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듯한 모습이다. 얼른 보면 사자암이라 생각하기 쉽다. 천마의 전설에서 유래된 듯하다. 용문굴 방향의 기암절벽은 또 다른 웅장한 계곡미를 연출한다.

       

 
 
▲ 도솔암 찻집

 

 
 
▲ 도솔암

 

 
 
 ▲ 마애불

 

 
 
▲ 내원궁에서 천마봉 조망

 

 

 

▲ 도솔천 내원궁

 

 
 
 내원궁에서 용문굴 방향의 기암절벽 조망

 

 

천마봉에 올라 천상봉(만월대)을 지나 견치산을 넘다.

 

   도솔암과 마애불을 살펴보고  다시 천마봉 갈림길까지 내려와 가파른 계단길을 따라 천마봉으로 오른다. 계단 오름길이라 천천히 올랐다. 오름 중간에 돌아보는 도솔천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선운산의 능선과 봉우리는 온통 전망대이다. 멋진 암봉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무수히 많다. 중간 바위에서 기념도 하면서 20분정도를 오르면 평평한 암봉의 천마봉 위에 올라설 수 있다. 천마봉에 도착(12:15)하여 아름다운 주변 풍광을 둘러보고 병풍바위와 배맨 바위 방향을 바라보면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후 천마봉을 기념하고 주능선쪽으로 약 300미터쯤 가니 석양이 아름답다는 낙조대이다. 낙조대에는 오늘 처음 월 1회 토요 휴무를 맞이하여 선생님과 함께온 초등학생들로 만원이다. 비좁은 바위에 올라서서 주변을 전망한 후 용문굴 갈림길에 도착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용문굴을 지나 도솔암으로 내려가야 한다. 오늘은 천천히 걸어서 인지 반려는 크게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더 걷고 싶어하는 눈치이다. 주위 분들에게 확인하고 천상봉(만월대)으로 향한다. 만월대에서 천마봉 방향을 조망하는 풍광도 일품이다. 이곳에서 천마봉, 낙조대, 배맨바위, 청룡산을 조망하고  개이빨(견치)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능선을 따라 조금 더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좌측길로 가면 소리재 사거리를 만난다. 개이빨산은 직진하는데 샘이 있는 산죽 숲을 지나 10분 정도 오르면 흐트러진 돌탑 흔적과 삼각점이 박혀있는 개이빨산에 도착한다.  개이빨산에서 바다 쪽을 전망하지만 뿌옇케 흐린 날씨탓에 조망이 확실치 않다. 도솔산(수리봉)과 그곳으로 바로 가는 능선도 보이고 건물 공사 중인 참당암도 보인다. 도솔산을 넘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참당암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곳에서 천왕봉과 천마봉, 배멘바위, 청룡산을 바라보는 경관도 일품이다. 중첩된 거대한 암봉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다.

 

   이곳에서 20분정도 내려서니 소리재에서 참당암으로 바로 내려오는 소로와 만난다. 조금더 내려가서 수리봉 쪽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오고 참당암계곡따라 넓은 길로 10여분 내려가면 도솔계곡의 참당암사거리와 만난다. 여기서 부터는 계곡 건너로 개설된 산책로를 따라 10여분 내려가면 희어계곡과 합수지점에 이르고, 또 10여분 후에는 차밭과 선운사를 만난다.

 
 
▲ 천마봉 오름길 중간 바위 위에서 도솔암을 배경으로

 

 
 
 ▲ 천마봉 오름길에서 돌아본 마애불과 도솔암 내원궁

 

 
 
 ▲ 천마봉에서 병풍바위 조망

 

 
 
 ▲ 천마봉에서 배맨바위 조망(줌인)

 

 
 
 ▲ 천마봉에서 도솔암, 도솔계곡, 투구바위 조망

 

 

 

천마봉에서 낙조대 조망

 

 
 
 ▲ 위에서 본 용문굴

 

 

 

▲ 용문굴 위에서 도솔암 내원궁 조망(가운데)

 

 

 

▲ 만월대에서 천마봉, 낙조대, 병풍바위, 배맨바위 조망

 

 
 
 ▲ 만월대에서 사자암과 천마봉 조망

 

 
 
 ▲ 만월대에서 배맨 바위 조망(줌인)

 

 
 
 ▲ 소리재에서 견치산 가는 길의 산죽 터널

 

 
 
 ▲ 견치산 정상부

 

 
 
 ▲ 희어계곡(좌)과 도솔계곡(우)의 합수지점

 

 
 
 ▲ 선운사 부근의 차밭

 

 
 
 ▲ 극락교 건너 선운사 천왕문

 

 

오후에 만난 동백꽃

 

   토요일 오후의 선운사는 상춘객들로 붐빈다. 선운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백꽃. 대웅보전 뒤 살짝 비탈진 언덕으로 수천 그루의 동백나무가 있어, 봄이면 화사하게 동백꽃을 피우는데, 꽃이 가장 많이 피는 시기는 대략 4월 중순에서 말경이라고 한다.

 

   선운사 동백꽃은 그 자체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천년고찰 선운사의 쓸쓸한 분위기와 미당 서정주와 가인(歌人) 송창식의 아름다운 헌사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선운사 대웅보전의 기둥은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썼는데, 빛 바랜 단청이 쓸쓸함을 자아내고, 대웅보전과 마주한 만세루의 삐걱거리는 낡은 마루바닥은 쓸쓸함이 지나쳐 쇠락한 이미지마져 풍긴다. 미당은 동백꽃이 막걸릿집 여자의 목 쉰 육자배기 가락으로 남았다고 했고, 송창식은 내 맘처럼 슬픈 동백꽃을 보면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라 했다. 선운사 동백을 더욱 아름답고 애절하게 되살린 것이다. 이런 선운사 언덕의 동백꽃이 송이째 뚝뚝 떨어지면 그 애처로움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늘 선운사 동백꽃은 아직 일러 많이 피지는 않았다.

  
선운사 동구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서정주>


선운사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송창식>


 

 

▲ 동백꽃

 

 

 

▲ 동백꽃

 

 

 

▲ 동백꽃봉오리

 

 

 

▲ 선운사 동백꽃 언덕

 

 

 

▲ 일주문 부근의 동백꽃

 

 

 

▲ 미당 서정주 시비

 

 

 

▲ 선운사 동구에서

 

 

 

▲ 미당 시비 옆의 분홍색 동백꽃

 

 

귀가 길

 

    아침에 주차비를 받는 아가씨에게 풍천 장어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며 어느 곳이나 다 비슷하다고 했다. 공원 입구에는 풍천 장어와 복분자술 간판이 붙은 식당들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원조란 이름을 달고 있어 선택하기가 망설여진다. 우리는 주차장이 편한 청원가든에서 식사(장어구이 1인분 1만4000원)를 하고  계룡으로 돌아왔다. 오늘따라 향적산을 넘어가는 저녁노을이 붉다. 선운사 동백꽃 처럼......

   선운사주차장(17:00) → 청원가든(16:05~17:10)→ 정읍I.C. → 계룡I.C. → 계룡(19:10)

 

 

▲ 향적산에 걸린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