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사량도 금평항에서)

 

■ 언제 : 05. 3월 20일(일) 맑음
■ 누구와 : 경북고 63회 산악회의 옵저버 자격으로 참석
■ 이동 경로 : 대구 → 구마 고속도로 → 마산 → 고성 → 사천 가오치 항
■ 산행 시간 : 10:40 → 16:00(유격 코스 지속 정체)
                    17:10(금평항 → 가오치항)

 

이순신 장군이 1592년 7월 9일, 다음날 당포해전을 앞두고 사량도에 전라 좌수영 대함대를 하루 정박시켰던 곳이 돈지항, 금평항인지, 아니면 대항인지는 後代에서 짐작키 어렵지만 우리는 3월의 사량도에 아래와 같이 섰다

 

- 아                 래 -

 

1. 사량도로 향하는 길

 

산에 들려면 이른 아침이 좋고 멋들어진 풍광과 자연속의 우리를 찬란하게 담아 낼라치면 아스라한 오전 광선이 넉넉할 때가 제격인 바, 휴일이면 일찌감치 등산화 끈을 조였었다
예외없이 새벽에 집을 나서니 제법 훈훈해진 아침 대기가 섬산행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을 한층 더해 주는 듯 하다
밤새워 마신 술에 반 넋이 나간 친구도 핸들을 잡고 현풍까지 한달음에 달려나온 이유를 지리망산을 오르면서 느껴 봄직 했다
16명의 친구들을 빈틈없이 태운 봉고차는 운전자의 화려한 핸들 돌림에 주위 풍경도, 이른 봄의 향기도 느긋하게 所懷하지 못한 채 미끄러지듯이 사천 가오치항에 들어선다
차안에서 여자를 공에 비유한 배사장의 걸쭉한 입담(50대엔 피구라 했던가...) 이 可觀이었고 바로 앞의 선착장을 두고도 이정표 탓만하면서 신작로를 뺑뺑 돌았던 무지함의 所致도 잠시 후 사량도를 볼 수 있다는 一念하나에 스크린처럼 기억에서 Fade-out되었다
박장군님이 손수 썰어 주시는 돼지고기 하사품 한점에 우리의 卒들은 스르르 불나방이 되어 버린다
오늘의 불은 입안에 부드럽게 녹으며 적당한 습기로 자근자근 씹히는 돼지 사태 고기..
여기 고기 심지에 참쐬주 기름을 퍼부어 대니 고즈넉한 시골 포구가 벌써 어리버리 하누나
(오늘 돼지고기 궁합은 환상적이다. 집에서 반토막 내온 도마 등을 볼 때 범상한 장군님은 아닌게다. 고럼..)
화사한 등산복 차림의 산객들을 실은 도선은 남해 한려수도를 흔들림없이 40분간 미끄러져 금평항에 부드럽게 하선시킨다
도선 내부에서는 봄비 선생이 대단한 자세로 취기를 삭이고 있고 모두들 아침부터의 전투(?)에 벌써부터 늘어지고 있다

 

2. 산행시작과 사량도 愛歌

 

돈지항으로 떠나는 버스는 애석하게도 우리 앞에서 승차순서가 짤리고 우리 뒤에 서서 줄을 기다리던 어느 일행의 잽싼 움직임도 간파

못하였으니 두번째 버스에서도 입석신세를 면키 어럽다
누군가 소리를 질러댄다
"쫌 고마 태우소, 빨리 가입시다" 개구리 뭐 적 생각 못하니...
섬 일주도로를 달리며 바라본 지리 암봉은 탁월한 풍광과 아기자기함을 뽐내고 있었으며 어서 와서 밟아 보라고 손짓 하는 듯 하다
저 멀리 암봉 위에 사람들이 개미같이 잔등을 타고 오르내린다
돈지항에서 포장길로 서서히 오르다가 바로 능선으로 쳐 올리는 지점에서 목유대장이 튀어 나가고 사람이 너무 많아 지체가 되어 벌써

부터 선발대와 후발대가 나뉘어진다
와중에 술이 덜깬 전임 총무는 얼굴빛이 노래지며 쪼그리고 앉아 힘들어 한다
첫번째 된비알이 오늘 게중 힘든 코스였었나
다들 땀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복날의 똥개처럼 혓바닥을 빼고 헐떡거린다
첫번째 안부에서 바라본 우리의 남해바다는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로 눈부시며 아름다웠다
이 기가막힌 정경은 기계덩어리라도 가져와 가두었어야 했는데 아무도 준비해온 卒들이 없다
오호통제라....
좌측 아래 반달처럼 누워있는 청아한 돈지항, 저 멀리 7시 방향 어렴풋이 빛을 발하는 남해도의 미조리, 그 우측의 수려한 창선도,

살짝살짝 예쁜 자태를 뽐내는 삼천포 연륙교가 서로들 시샘하듯 둥실둥실, 올망졸망 사이좋게 떠있고 화력발전소의 거대한 굴뚝이

한눈에 들어 오누나
돈지 포구에 점점이 늘어선 한가로운 어촌마을, 가냘프리만치 작고 아담해 보이는 돈지분교, 남해 가천의 다랭이 논처럼 구불구불 푸르른 보리밭과 마늘밭이 마냥 싱싱하고 정겨웁다
호젓한 소나무 오름길에 수줍어 속살 드러내는 진달래와 더불어 영롱한 돈지 포구가 있고, 남해 쪽빛 바다가 있고, 푸릇한 바닷바람에

스며드는 상큼한 봄내음이 있으며, 25년지기 죽마고우들과 함께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다(Ⅰ)

 

3. 불모산(달바위)과의 조우

 

선발대로 치고 나가 지리망산에 올라 앉으니, 날씨는 한층 더 좋아져 멀리 남한 최고준령 지리산이 거대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 보이메, 

감탄을 자아낸다
지리망산이란 산이름 유래의 설명이 이순간 필요 없어진다
회장님과 장동환 친구의 권유로 오이를 씹어먹는 여유로움도 만끽하고 좌우 경치를 천천히 조망하면서 불모산(달바위)로 향한다
봄비 선생의 MP3스피커에선 연신 7080 그 시절 가요가 흥겹게 흘러내리고, 이선생이 흥에 겨워 따라 부르는 것을, 우리는 왜 이대목에서 울부짖음으로 들어야만 하는가?
불모산 못미쳐 옥동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는데 나중에 보니 이길로 우리 후미가 하산하였던 모양이다
홍회장은 아줌마들의 꼬심이라고 주절댔더먼, 얼마나 아리따운 아지메 들이기에, 이 황홀경을 마다하고 옆길로 바람 빠지듯이

새버렸을까 이잉
불모산 가는 길은 칼날같은 능선 암릉길을 헤쳐 나가야 하니 오금이 저리고 허리를 잘 펴지 못할 정도다
찌릿찌릿하여 앞만 보고 무작정 걸어간다
앞서가는 봄비선생의 하체가 떨리는 구나
불모산 정상, 그야말로 풀하나 나지 않는 바위산이다
不毛라고 불린 이유를 알만하다
점심 먹으면서 봤더니만 아찔하더라.  저기를 우리가 정말 넘어 왔나 싶어 반문해 보기도 한다
불모산 가기전에 크게 우회하는 길이 나 있는데, 그 쪽으로 빠진 사람들은 나중에 후회를 많이 했으리라 짐작된다
개인적으로 볼 때 사량도 지리산의 주요 껄쩍지근한 포인트는 지리산 정상, 불모산(달바위), 가마봉, 옥녀봉 등이 아닌가 한다
불모산 바위산을 넘고 넘어 넓직한 안부에 자리잡고 점심을 먹는데 1시가 미처 되지 않았다
홍회장님 몹시 배고파 할텐데라고 생각하지만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알길이 없다
2진은 아직도 소식이 없으니 네명이서 둘러앉아 널널하게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며 한잔의 쐬주를 걸쳐본다
어메 좋은 거, 좋네 그려...
어떻게 이 기막힌 맛을 잊을 수 있을쏘냐
남해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예쁜 섬들과 살랑이며 스쳐 지나가는 바다 솔바람 내음을 훈훈하게 맡으며 집식구들이 푸짐하게 싸준 음식을 앞에 두고
`사량도여 너를 위하여 한잔`을 틀어 넣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다(Ⅱ)

 

            - 술먹지 말자 하고 重한 맹세 하였 것만
                 잔잡고 굽어 오니 맹세가 술에 둥둥 떴네
                 아이야 !  잔 가득 부어라 맹세풀이 하리로다   -

 

4. 유격장 로프와의 추억 만들기

 

그 사이 1진과 2진, 후미와의 교신을 성공하여 하나둘씩 집나간 비둘기 마냥 모여 들어와 보따리를 풀어 헤치고 점심 채비를 한다
박장군님은 또다시 손수 돼지고기를 썰어 卒들에게 하사하여 주심에 오로지 감읍할 따름이다
여기에서도 불쏘시개(참쐬주)는 5개(640ml)가 소비되었다
욕심 많은 이선생은 옥녀봉 로프를 타지 못한다고 극구 말려도 분위기에 취해 애꿎은 불쏘시개만 자꾸 홀짝 거린다
예쁜산과,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시간 가는줄 모르고 노닐다가 잊고 있었던 후미가 걱정된다
먼저 하산했다고 하니 즐거웠던 산상 레스토랑의 전은 접고 가마봉 유격장으로 기세좋게 나아간다
가마봉 가기전 우리들의 친구 몇명은 구본경을 리더로하여 슬쩍슬쩍 옥동 우회길로 빠져 버린다
역시 염려했던 봄비도 포함되었다
맞다... 홍회장도 맞장구치면서 내려갔었지. 허연 이를 드러내면서리
나머지 친구들은 로프를 잡고 가마봉을 올라 멋들어진 불모산을 올려다봤으며 80°경사의 사다리도 엉금엉금 게걸음으로 내려왔다
쏠쏠하게 재미는 있는데 맞은편 옥녀봉을 쳐다보니 아연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구나야
나머지 오늘의 하일라이트 옥녀봉 등정,
기다리다가 지친 김성진과 성낙인 내외는 우회하여 지나치고, 산이라면 완주하고야 마는 김목유, 한철웅 뒤로 아직도 분출할 힘이

남아도는 장동환이 바짝 뒤따른다
여기서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다
우리의 호프 전임 총무가 새벽 3시까지 쩔은 몸으로 기어이 따라 붙었다는 것이다
놀랄일이며 모두 이정도는 되야 하는 데... 경의를 표한다
옥녀봉 오름 로프는 길이가 6~7m 정도 되겠고 90°, 거의 직벽이다
겁을 집어 먹지만 바위틈에 발 확보만 잘 하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옥녀봉 정상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여유롭게 사방을 둘러보니 여기에서의 경치는 점입가경이다
술이 남았다면 퍼질고 앉아 시조 한 수 읊조리며 얼큰하게 취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름다운 대항과 사량도 하도 칠현봉 능선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자니 목유대장과 장동환 3학년 2반 실장은 외줄로 하강 해보겠다고

자리를 옮긴다
대단한 친구 들이로고
여하튼 줄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봉우리를 하나 더 오르니, 여기가 진짜 옥녀봉이라고 마을주민들이 써 붙여논 글귀가 눈에 띈다
아까 우리가 로프를 타고 올랐던 봉우리는 가짜 옥녀봉?.....

 

5. 산행을 접으며 뒷풀이와 감회

 

이제 내려오는 길만 남았으니 서서히 속도를 내어 금평항으로 내려선다
금평항 바다횟집에서는 싱싱한 횟거리와 붉그스럼한 친구들의 웃음속에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홍회장님이 그렇게 말씀도 잘 하시는지 진정 난 몰랐었네.....♬
몇 순배 불쏘시개가 들어가고 나니 몸도 마음도 얼큰하게 Relax된다
바다위 봄이 오는 섬에서 이렇게 한잔으로 좋은 친구들과 `05년 봄날에 빠져봄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다(Ⅲ)
돌아오는 뱃길에서 마지막으로 하사해 주시는 장군님의 돼지고기...
아! 아! 잊으랴 ♬ 어찌 우리 이날을.....
불쏘시개가 바닥을 보임에 따라 구걸 행각에 나서는 우리의 친구들
아름다운 3월의 어느 하루를 행복하게 잘 보낸 것 같다

봉고차 안에서 목이 터져라 부르던 우리들의 노래는 영원한 우리 젊음의 소산으로 간직하고 싶다
이 모든 시간, 시간을, 사진기에 담아놓고 언제고 꺼내 봤으면 좋으련만...
친구들 각자 추억의 디렉토리로 잘 간직하였으리라 믿고 오히려 사량도만 생각하면 그 시절 이벤트들을 거침없이 퍼올려 소중한 추억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나름대로 가름해 본다
우리 삼월의 휴일 한나절은 한없이 푸근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감히 자부하며 오늘도 사량도 꿈을 꾸어 보려 한다

끝으로 행복한 산행을 기획해준 김목유 대장과 홍일석 회장님께 찬사와 감사를 아울러 보냅니다

- 이천오년 삼월이십사일 새벽에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산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즈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속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세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샛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