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비바람을 뚫고 - 청계산


이번 산행은 고향의 40년 친구들과 함께한다.

산행코스 및 시간은 청계사(11:20) --> 절고개 --> 석기봉 --> 헬기장 --> 망경대(13:10) --> 청계사(14:00)...


아침에 출발하는데 날씨가 잔뜩 흐려있다.
일기예보는 오후에 비가 내리겠다고 하고.. 걱정은 되지만 힘들게 한 약속이라 불안함을 무릅쓰고 진행하기로 한다.

근데 이게 웬일???...
산입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비가 내린다. 그것도 꽤나 많은 양이다.
고민이다. 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데 어쩌냐고.. 그냥 오르자고 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잠시 비는 그친다.
역시 오길 잘했다. 친구들을 만나 산입구에 도착하니 11시 20분이다.
산행을 하겠다고 모인 친구라야 달랑 3명... 그래도 의지가 대단한다. 이런날에 산에 오르겠다고 모였으니...


멀리 삼성산 (2005.04.09)


날씨는 점점 흐려지고.. (2005.04.09)


망경대에서.. (2005.04.09)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잔뜩 흐려있다.
주차장에서 청계사까지 오르는데 다시 비가 뿌리기 시작한다.
친구들에게 의지를 확인하고자 다시 묻는다. 어쩌냐고? 그랬더니.. 이런 산행 언제나 또 즐길수 있겠느냐며 그냥 계속 오르자고 한다.
당연하지.. 일부러 우중산행도 하는 마당에..
청계사를 왼쪽으로 지나 소매봉과 대매봉의 갈림길이 있는 절고개 능선으로 오른다.
이미 빗줄기는 더 강해지고.. 물안개가 자욱한 것이 바람까지 장난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한라산을 오르고 있나?
비바람에 떠 밀리듯이 오른다. 중간에 한숨 돌리며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다시 오른다.
석기봉이다.
헬기장 못미쳐에는 작년 겨울에도 그랬지만 막걸리 파는 아저씨가 있다. 내려올 때 마시기로 하고 부지런히 갈길을 재촉한다.

헬기장을 지나고 가파른 바위능선을 오르니 망경대다.
주위는 짙은 물안개로 둘러쌓여 보이는 것이라곤 발밑의 바위와 가까운 주변의 나무들 뿐...
매봉도 안보이고 통신탑도 안보이고...

매봉을 향해 가려다 길이 미끄럽다는 한 산꾼의 만류에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
망경대에서 내려다 본 주변 풍경은.. 온통 물안개...
한여름에 TV에서 많이 보았던 풍경이다.
저승길.. 저승가는 길이 이럴까.. 산에 올라와서 갑자기 저승길을 떠 올리다니..

망망대해와 같은 안개바다.. 아래는 절벽인데 뛰어내려도 아플 것 같지가 않다.
비바람은 지금도 장난이 아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하산한다.


하산길 소나무숲 (2005.04.09)


하산길 바위능선 (2005.04.09)


신록이 시작되는 청계사 (2005.04.09)


하산길의 능선에서는 얼마나 비바람이 세던지.. 귀에 빗물이 들어가서 모자로 귀를 가려야 할 정도다.. 친구는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옷은 이미 다 젖어서 속살까지 빗물이 스며든다.
막걸리 팔던 아저씨도 이미 철수해 버렸다.
점심 먹을 엄두도 못내고.. 뒤도 안돌아보고 하산한다.
이렇게 일찍 하산해보긴 또 처음이다.
청계사에 내려오니 오를 때는 몰랐는데 그동안의 빗물에 어느새 나무에서는 푸릇푸릇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내린비는 그동안 무척이나 기다려왔던 봄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