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재회, 아름다운 산 완도 상황봉에서 숙승봉

산행일 : 2005. 4. 5(火). 맑음

함께 한 사람들

   대야리에서 상황봉까지 : 최선호님, 불암산님 내외, MT사랑님과 아들 우준이, 히어리.

   상황봉에서 불목리까지 : 최선호님, 고석수님, MT사랑님과 아들 우준이, 히어리.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대야리 (10:07)

 ☞ 건드렁바위 (10:21)

 ☞ 철탑 (10:32)

 ☞ 헬기장 (10:36)

 ☞ 줄사다리 매달린 바위 (10:44~11:01)

 ☞ 관음사 (11:11~11:17)

 ☞ 너럭바위(황장사 바위) (11:21)

 ☞ 임도 (11:24)

 ☞ 상황봉 (12:00~12:45. 644m)

 ☞ 전망대 (12:56)

 ☞ 하느재 (13:03)

 ☞ 3층 전망대 (13:06~13:42. 점심식사)

 ☞ 헬기장 (13:57)

 ☞ 백운봉 (14:16~14:28. 601m)

 ☞ 업진봉 (14:43~14:50. 544m)

 ☞ 헬기장 (15:07)

 ☞ 임도 (15:14)

 ☞ 숙승봉 오르는 갈림길 (15:24)

 ☞ 숙승봉 (15:29~15:44. 461m)

 ☞ 불목저수지 (16:16)

총 산행시간 : 6 시간 9분 (사진 406컷 촬영하느라 완전 거북이 산행. 보통 건장한 성인일 경우 사진촬영을 하지 않는 산행을 한다면 4시간 정도면 충분)

구간별 거리 :

대야리→(2.2km)→관음사터→(0.5km)→임도→(0.7km)→상황봉→(0.9km)→하느재→(1.6km) →백운봉→(2.0km)→숙승봉→(1.5km)→불목리

총 산행거리 : 약 9.4 km

산행지도


 

부산일보에서 발췌
 

산행기

  지난달 최선호님의 보성 작은 오봉산 산기를 보고 1년 전의 아름다운 산행이 강렬히 떠올라 댓글에 그때 그분들과 다시 한 번 산행을 하고 싶다는 글을 간곡하게 올린 적이 있다.

당연히 최선호님도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고, 서울의 고석수님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러한 만남을 원하고 계셨다.

최종적으로 불암산님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 완도 상황봉으로 산행지를 정하고 나니, 며칠 전부터 설레임으로 마음이 들떠 있는다.

 

  7시 조금 넘어 순천역에서 최선호님과 불암산님 내외분, 여수 MT사랑님 가족들과 만나 완도로 향한다. 이미 매화와 목련은 지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앞 다투어 피기 시작하는 남도의 들판을 두 대의 차가 달린다.

완도대교를 건너 13번 도로를 타고 왼쪽 불목리 쪽으로 해변도로를 타고 가다 군외동초등학교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드라마 해신 세트장 주차장을 지나 오른쪽 불목저수지입구에 차를 대고, MT사랑님 가족과 히어리 가족을 내려놓는다.


 

  아들 녀석이 몸 컨디션이 안좋다고해 산행에서 제외시키고, 우준이와 남자들은 차 한대에 옮겨 타고 대야리로 이동한다. 에덴농장간판과 상황봉 등산로 입간판이 있는 곳에서 우회전하여 시멘트 도로를 계속 직진하니 대야저수지 밑에 도착한다. 널찍한 주차장까지 갖추어져있다.

이미 단기로 내려오신 고석수님은 최선호님에게 상황봉으로 오르는 중이라고 전화를 하셨다.


 에덴농원과 대야저수지쪽 들머리로 올라가는 삼거리

 

  초입부터 울창한 동백나무숲을 지나간다. 빨간 동백꽃이 여기저기 땅에 떨어져 오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피었을 때도 아름답지만 지고나서도 아름다운 꽃은 동백꽃뿐일 것이다. 제법 경사가 급해서인지 종아리에서 불이 난다.

대야저수지와 백운봉이 잘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 나온다.

5분정도 오르니 건드렁바위가 저수지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쉬어가게 만든다.

별로 보기에 좋지 않은 임도와 철탑에 이르니 상황봉이 저 위에서 멋지게 내려다보고 있다.

불암산님 내외분은 정상에서 늘보산악회와의 만남 때문인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산행 들머리의 불암산님 내외분

 

 이름이 재미있는 건드렁바위

 

  끝없이 이어지는 울창한 상록수림을 산책하듯 오르며, 오늘 몇 백만 원 짜리 보약을 먹는다. 울창한 상록수림에서 뿜어대는 우리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 상쾌한 공기와 기분 좋은 향기, 아름다운 꽃들.

세속에 찌들어 스트레스 쌓인 산 아래 사람들아, 이곳에 와서 삼림욕으로 근심과 걱정 날려버리고 스트레스 푸시게 들.

그냥 이대로 주저앉아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삼림욕이나 하고 내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숲이 너무너무 좋다.


울창한 상록수림속을 우준이가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다.

 

  갑자기 왼편 숲사이에 커다란 바위가 있어서 줄사다리를 타고 MT님과 함께 올라가본다.

전망이 아주 빼어나서 한 번쯤 올라가볼만하다. 위쪽 능선의 바위위에 한 도인이 올라 앉아 휴대전화를 걸고 있다.

거대한 바위. 오른쪽 홈의 줄사다리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앞산 뒤에 상황봉이 있으며, 오른쪽아래 바위 위에 한 신선이 휴대전화를 하고 있다.

 

 약수를 좋아하시는 최선호님 덕분에 관음사지(주 등산로에서 20m정도만 내려가면 된다.)로 내려선다. 

어허! 숲 속에 이런 명당자리가 있을 줄이야, 안내려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남동쪽이 탁 트여 앞은 거칠 것이 없고, 뒤로는 병풍 같은 바위(상여바위)가 둘러쳐져 있으니 기가 막힌 절터이다.

안타깝게도 절은 오간데 없고(20세기 초반까지 존재하다 천재지변으로 소실된 후 폐쇄되었다함.) 약수터(석간수)가 산님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석간수를 한 바가지 들이키니 그 맛이 또한 일품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물을 가두어놓느라 시멘트로 처발라 놓아서 약간은 떨떠름하다.

넓은 관음사지

 

 

약수터에서 바라본 관음사터

 

상황봉 오르다가 바라본 백운봉(왼쪽)과 숙승봉(오른쪽). 숙승봉 뒤에 두륜산이 보인다.

 

  움푹 파여 이끼 때문에 시퍼런 물이 가득 고인 황장사바위를 지나니 임도와 만난다.

여기서 부터는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다. 새로운 바위를 볼 때마다 MT님의 셋째 우준이(초등 1학년)가 한 마디씩 던지는 말이 기가 막힌 명언이다. 아빠를 닮아서 저리 똑똑한가?

황장사 바위

 

  

입석들

 

멋진 바위들

 

기암

 

마치 피노키오의 코 같다.

 

괴석

 

신지대교를 바라보며

 

돌위의 우준이

 

  산에 미쳐서, 숲에 미쳐서, 꽃에 미쳐서, 바위에 미쳐서, 대자연에 파묻혀 그렇게 쉬엄쉬엄 볼 것 다보면서 상황봉을 향하여 오른다.

이미 정상에서 기다리고 계신 고석수님과 불암산님 내외분은 우리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상황봉 바로 밑에 삼거리 이정표가 나오고, 코앞에 상황봉이 보인다.

정상 한쪽에서 불암산님 내외분과 고석수님이 우릴 바라보며 빙그레 웃고 계신다.

“석수 형님!”

“히어리! 아니, 브르스황!”

맞잡은 두 손에 사나이들의 뜨거운 우정이 흐른다.

꼭 일 년 만인 작년 이맘때 보성 작은 오봉산에서 만나고, 의상봉 산하 합동산행이후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지만, 수십년지기마냥 반가우니 이 또한 산에 오르는 즐거움이 아니던가!

모 산악회와 합동으로 기념촬영

 

상황봉에서 내려다본 쉼봉능선과 쉼봉(오른쪽 끝)

 

 

만 1년만에 다시 만난 산친구들. 안타깝게도 두 사람이 빠졌다.

 

상황봉에서 내려다본 신지대교 (줌 촬영)

 

상황봉에서 내려다본 해신 촬영세트장 청해진 (줌 촬영)

 

쉼봉의 불암산님(오른쪽에서 두 번째) 일행 (줌 촬영)

 

  고석수님이 지고 올라오셨다는 상자에서 불암산2님이 커다란 떡을 꺼내 하나씩 건넨다. 꿀맛!

최선호님을 만나뵙기위해 늘보 산악회 대장님과 임원분들도 기다리고 계셨다.

  또 하나의 만남.

그들과 합동 기념촬영후 사방의 전경을 촬영하느라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간다.

불암산님은 늘보 산악회분들과 대구미로 하산하기로 하여 아쉬운 작별을 한다.

불암산님과 다시 한 번 뜨거운 악수를 나눈다.

‘대단한 아우님, 안녕!

부디 가시는 발길마다 무탈과 안전과 즐거움이 항상 함께 하시기를...‘

 

 불암산님은 가시고, 대신에 고석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기로 하였으니 아쉬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쉼봉으로 내려가시는 불암산님일행이 자꾸 눈에 밟힌다.

 

 상황봉을 내려가는 주능선은 조망이 빼어나다. 멋진 전망대에서 백운봉을 바라보니 그리 멀리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길도 좋아서 빠른 걸음으로 간다면 금방 갈 것 같다.

임도와 만나는 하느재에서 조금 오르다보니 삼층짜리 목조 전망대가 멋지게 자리하고 있다.

냅다 삼층까지 올라가 사방을 돌아본다.

  섬 산행의 진수는 맑은 날에 오르면 확 트인 조망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바라보는 맛이 최고다. 아주 멀리까지 보이진 않지만 가까운 웬만한 곳은 다 보인다.

북으로 두륜산, 서로 땅 끝 전망대, 달마산, 동으로 다도해의 섬들이 다 보이니 즐거움이 배가되어 점심 맛이 꿀맛이다.

상황봉에서 백운봉쪽으로 가다가 만나는 멋진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운봉과 가야할 길. 산 허리를 온통 휘감은 임도가 흉물스럽다.

 

하느재

 

하느재 지나서 곧바로 나오는 삼층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운봉

 

백운봉 가는 길의 얼레지

 

  헬기장에서 올려다본 백운봉은 산님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조금 땀을 흘리며 올라가니 전망 좋은 너럭바위가 나오고 곧이어 백운봉 정상이다.

백운봉에서의 조망 또한 가관이다. 정상석 대신 멋들어진 바위에 정상 이름이 새겨진 백운봉 또한 땀을 식히며 휴식을 취하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곳이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백운봉


 

백운봉 가다 보이는 기암

 

백운봉과 소년

 

백운봉 주변의 기암

 

 백운봉에서 업진봉까지는 그리 힘든 길이 아니라 걷기에 좋은 코스이다.

넓은 마당바위로 이루어진 업진봉에서는 해신 세트장 신라방이 한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숙승봉이 기염을 토하고 있는것도 업진봉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진풍경이다.

업진봉

 


 업진봉에서 내려다본 숙승봉과 해신 촬영장

 

업진봉에서 내려다본 해신 촬영세트장 신라방 (줌 촬영)

 

업진봉에서 내려다본 숙승봉 (줌 촬영)

 

주능선상 지천에 피어있는 얼레지꽃

 

꿩의 바람꽃

 

새끼노루귀

 

산자고

 

현호색

 

  순탄한 내리막길을 걷다보니 또다시 임도를 가로지르고, 숙승봉이 잘 보이는 너럭바위를 지나 작은 암벽을 줄을 타고 내려가는데, 위쪽이 시끌벅적하다. 김해에서 오셨다는 산님들인데 여자분들이 바위를 거의 뛰다시피 내려서더니 순식간에 나를 앞지른다. 거의 산악마라톤에 가까울 정도로 바람과 같이 지나가 버린다.

숙승봉 전의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거대한 숙승봉

 

  숙승봉 오르는 길은 산 타는 맛이 제법 들 정도로 된비알이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숙승봉(중이 잠자는 형상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에 올라선다. 지난여름에 여기를 두 번이나 올랐으니 오늘이 세 번째이다.

삼면이 깎아지른 절벽이고 북쪽만 사면으로 이어진다. 해신 세트장(신라방)이 업진봉보다 더 가까이에서 보인다. 세트장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리까지 다 들린다.

숙승봉(왼쪽은 김해 산님들, 오른쪽은 우준이)
 

숙승봉에서 내려다본 "해신" 세트장 신라방 (줌 촬영)

 

마지막 휴식

 

  능선을 타고 내려가다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꺾어 된비알을 내려간다. 여기도 울창한 상록수림이다. 무덤을 지나면 얼마안가 컴컴한 동백 숲을 지난다. 그리고 그 숲을 빠져나오면 불목 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산행은 여기서 끝이 난다.

 

  저수지 오른쪽 아래로 나있는 시멘트길로 내려서 징검다리를 건너 원불교 완도 청소년 수련원을 가로지르면 해신 촬영세트장 오르는 길과 만난다.

이국적인 신라방을 한 바퀴 돌아 나와 주차장에서 MT사랑님과 우리가족들과 합류를 한 후  차를 회수하러 대야리로 이동한다.

청해진 촬영세트장은 차가 밀린 관계로 다음기회로 미루고 집으로 향한다.

중간에 고석수님은 강진 버스터미널에서 내려서 아쉬운 작별을 한다. 옛정을 잊지 않고 내려오시다니 정말 멋진 분이시다.

 

드라마 해신의 촬영장인 신라방. 중국의 거리를 재현해놓아 이국적인 멋이 물씬 풍긴다. 위에 보이는 봉이 숙승봉

 

해신 신라방

 

신라방

 

설평대인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