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산행기

 

                                            *산행일자:2005. 4. 3일
                                            *소재지  :경기도 안양시/군포시/안산시
                                            *산 높이 :489미터
                                            *산행코스:명학역-관모봉-태을봉-슬기봉-너구리산-안산1대학
                                                           -상록수역 
                                            *산행시간:8시55분-15시31분(6시간36분)

 

때맞추어 내린 봄비가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셔준 어제 저는 경기도의 안양시, 군포시와 안산시를 어우르는 수리산을 다녀왔습니다.

1972년도 4월에 처음 올랐던 수리산은 인근의 관악산이나 청계산보다 산 높이가 낮을 뿐만 아니라 산행코스도 짧고 들머리에 접근하기가 불편해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 산입니다.

 

지난 주 한국의 산하 사이트에서 산속마을 님의 산행기를 우연히 읽고 난 후 생각이 바뀌어  다시 수리산을 찾았습니다.

안양의 명학역을 출발해 수리산의 주능을 타고 안산의 상록수 역으로 하산한다면 결코 짧지 않은 코스일 것 같아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어제는 마침 집안 행사로 저녁 5시안에 집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계획했던 백두대간 종주를 포기하고 대신에 수리산을 올랐습니다.

 

아침 8시55분 명학역을 출발했습니다.
성결대 입구의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관모봉으로 오르는 들머리를 찾아 능선으로 올라서자 봄비를 머금은 진달래 한 그루가 꽃을 활짝 피어 저를 반겼습니다. 이제 봄꽃들의 축제가 시작되었으니 다음 산행부터는 야생화 도감을 갖고 다녀 들꽃들에 제 이름을 불러줄 생각입니다.

 

10시2분 관모봉에 올랐습니다.
봄비가 몰고 온 운무가 시야를 가려 먼발치에 자리잡은 관악산이나 청계산을 가늠하기 쉽지 않았지만 지근거리의 태을봉은 분명하게 그 모습이 드러나 보였습니다. 관모봉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남서쪽으로 난 능선 길을 따라 8백미터 가량  떨어진 태을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10시22분 수리산의 정상봉인 해발 489미터의 태을봉에 올라서자 비가 그치고 안개가 가시기 시작했습니다.

관모봉에서 슬기봉까지 남서쪽으로 시원스레 뻗은 주능선을 조감해 보니 곳곳의 암릉 길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가 내려서인지 일요일인데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등산로가 한적했습니다. 정상의 표지석 옆에 배낭을 세워놓고 등정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고나서 북쪽의 관악산과 관모봉도 함께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태을봉에서 10분 가까이 머문 후 급경사의 내리막길로 하산했습니다.

고도를 200미터 가량 낮추어 다다른 광천약수터 갈림길의 안부에서 시작된  아기자기한 암릉 길을 30분 여 오르내리는 중 회백색의 차돌바위를 만나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우리나라의 암석들은 70%이상이 화강암이어서 해맑은 규암의 차돌바위를 암릉 길에서 만나기는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닙니다. 작년 10월 오대산 종주시 주위의 자작나무와 백색의 선명도를 겨루고 있는 규암의 차돌머리를 목격하고 적지 않게 놀랐는데 이곳의 차돌바위는 그 크기나 투명도가 오대산의 차돌머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반갑고 신기했습니다.

 

11시30분 해발 429미터의 슬기봉을 바로 눈앞에 둔 안부에서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공군부대가 점하고 있는 꼭대기는 민간인의 접근을 금하고 있어 슬기봉 오른 쪽으로 트레파스해 군부대 정문 가까이의 군사도로로 올라섰습니다. 비 온 뒤끝이라 슬기봉을 우회하는 길이 미끄럽고 오르내림도 심해, 바위 길 곳곳에 설치된 로프를 잡고 오르내렸는데도 사고가 날까 두려워 30여분간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습니다.

 

12시18분 수암봉-안산 갈림길에서 김밥을 들며 10분간 휴식을 취했습니다.
뒤편으로는 군부대의 돔 식 건축물이 요새처럼 견고해 보였고, 정면으로는 이삼십분 거리에 자리한 독수리 부리를 닮았다 하여 취암으로도 불리는 수암봉의 암벽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 싶었는데 다녀오면 5시안에 집에 댈 수 없을 것 같아 아쉽지만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안산 가는 길로 직행했습니다. 안산 가는 길은 제게는 초행길로 산속마을님도 고생한 길이기에 알바를 하지않고 제 길로 들어서고자 오가는 몇 분들에 길을 묻고 또 물었습니다. 한북정맥을 종주했을 때 처럼 아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면   지도와 산행기만으로 길을 찾고자 했을  터인데 어제는 안산에서 올라오는 산객들이 여러분 있어 길을 물어 찾아 나서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수암봉-안산 갈림길에서 10여분을 내려서자 막걸리를 파는 휴게소가 나타났습니다. 술 욕심을 누르고 어느 한 분에 물어 안산의 상록수역으로 가는 길을 확인했는데 그분이 제게 일러준 요지는 송전탑만 따라가면 상록수 역에 무난히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2시55분 동막골 갈림길에 다다랐습니다.
풀어진 구두끈을 고쳐 매고 너구리산을 올랐습니다. 해발 300미터대의 너구리산 밑으로 두 개의 터널이 지나는데 하나는 영동고속도로의 반월터널이고 또 하나는 서해안 고속도로의 순산터널입니다. 태을봉과 수암봉 밑으로 도시외곽순환도로가 뚫려 있는 수리산의 현대사는
터널과 소음으로 점철된 오욕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리산은 접근이 불편해 산객들은 그리 많지 않은데 , 수리산의 오장육부를 헤집고 터널을 뚫어 낸 3개의 고속도로 위를  질주하는 수많은 자동차들의 차소리가  몽땅 산 위로 기어 올라와 한적한 산길을 걸어도 결코 마음의 평정을 찾기는 틀린 듯 싶기에 말입니다.

 

13시57분 해발 190미터대의 무명봉에 올랐습니다.
10분전 첫 번째 쉼터의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했기에 쉬지 않고 내쳐 걸었습니다. 곧바로 진행하면 부곡으로 내려서게 되어,

저는 왼쪽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일동 쪽으로 방향을 잡아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편안한 솔밭 길을 걸었습니다. 오른 쪽 밑으로 제일C C 골프장이 보였습니다. 골프장 안의 잘 닦여진 길보다 제가 걷고 있는 이 솔밭길이 더욱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대표수종인 소나무 밭에 들어서면 노간주나무를 제외한 다른 수종들은 소나무의 정기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듯 싶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소나무 숲에서는 자라나는 식물들이 몇종이 있지만 일본의 리끼다 송 밑에서는 다른 식물이 전멸상태로 거의 자라지 못한 다 하니 나무들도 민족성을 배워가나 봅니다.

 

14시24분 해발 160미터대의 산마루에 조성된 두 번째 쉼터에서 짐을 풀고 목을 추겼습니다.
상록수 역까지 얼마나 걸리겠느냐는 저의 질문에 사람마다 30분에서 90분까지 서로 다른 답을 해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도 당연한 것이 사람마다 걷는 속도가 차이가 나기 때문으로 결국 제 질문이 우문 임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어제 산행에서 제일 편한 능선 길을 반시간 가까이 걸어 성태산 쉼터에 다다랐습니다. 아직 진달래와 생강나무가 피운 꽃들이 나비를 불러모으지 못해 나풀거리는 나비들을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길섶에 피어 있는 생강나무의 노랑꽃을 카메라에 옮겨 담아 그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15시4분 수리산 종주를 마치고 안산1대학으로 내려섰습니다.
인근 슈퍼에서 맥주1캔을 사들어 6시간 동안의 수리산 종주를 자축했습니다.

 

15시34분 상록수역에서 전철에 올라 어제 하루 산행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이번에 오른 수리산은 지금까지 피상적으로 알아왔던 수리산이 아니었습니다. 산 높이는 비록 낮더라도 암릉 길도 있고 산행코스도 청계산에 비해 결코 짧지 않았으며 산세도 드세 보였습니다. 수리산을 관통해 사통오달로 연결된 고속도로상의 차량소음으로 시끄러워 흠이지만 아기자기한 바위 길과 편안한 능선 길을 번갈아 오르내릴 수 있어 다시 한번 짬을 내어 찾을 뜻입니다.

 

산속마을님 덕분에 수리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기에 감사드리며 산행기를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