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5. 4. 3. 11:08- 14:15

누구와 : 블마크 회원 27인

어디로: 장회나루-제비봉-사봉-외중방리

날씨 : 비온뒤 개인 날씨, 바람 거의 없음. 비교적 포근한 날씨


제비봉. 이 번에 처음 알게된 산 이름이다. 산수가 수려하기로 이름난 단양에 있는 산. 정상부근이 제비가 나는 형상을 띠고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블마크의 4월 첫째주 산행으로 잡힌 제비봉, 충주댐으로 고인 남한강 줄기와 붙어 있다는 한 마디만으로 참가 신청을 한다.

제비봉 주변 지도



가는 비가 내리는 새벽에 잠을 깨니, 엘렌도 같이 일어난다. 오늘은 모처럼 밥을 싸갈까 싶어, 밥해주라고 하니 군소리 없이 아침을 준비한다. 홀로 나설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산행을 계속하고픈 마음에 모른 척 하고 싸주는 도시락을 챙겨 황급히 집을 나선다. 비는 오는듯 마는 듯 하더니, 지하철을 타고 잠실역에 내리니 약간 굵어진 듯도 하고...

약속시간보다 약 25분 정도 늦게 도착한 버스를 타고, 중부-영동-중앙 고속도로로 달리는 동안 반갑게도 비는 그치고, 장회나루 들머리에서 시작하는 산행시간(11:08)과 맞추어 날은 완전히 개고, 얼마 오르지 않아 보이기 시작하는 남한강과 그 옆의 산들의 풍광에 연신 탄성을 내 뱉을 수 밖에 없다.

굽이치는 남한강(장회나루 근처)



언제 우리가 이렇게 깨끗하고 맑은 물줄기와 산들을 가지고 있었는가? 예전 대학시절, 영주에 사는 친구네 가족소풍때 단양팔경중 하나인 사인암 계곡에 같이 갔을 때, 그 계곡물의 깨끗함에 놀란 뒤, 단양은 이 번이 처음이다. 그 깨끗한 물줄기들이 모이고 모여 이렇게 연초록의 물색을 만들었을까? 그런데 이렇게 좋은 풍광을 두고 들리는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유행가는 아주 어울리지 않은 장면인 데...우리의 풍습이라면 풍습이라고 할 수 있기에,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한다.그러나 이 아름다운 강산만은 고이 간직해서 우리들 아이들에게 그대로 물려주었으면 하는 마음만은 누가나가 가지길 바란다.

매표소

여기를 지나 바로 급한 오르막길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매표소를 지나, 여유롭게 올라가던 중에 보인 팻말에는 월악산 국립공원이라는 표시가 있다. 그럼 여기가 월악산의 한 줄기인가? 출발하기 전에도 확인한 바 없고, 아직도 확인하지 못하였지만, 그럴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쓰다가 확인하니 아무래도 독립된 산이름 같다.) 여하튼 매표소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은 초반부는 상당한 경사가 있어 처음 오신 분들이나 초보 분들이 많이 힘들어하나, 다른 산들에 비하면은 크게 어려움은 없이 조망은 상당히 좋다.

경사면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급한 오름길엔 나무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고...



매표소에서 제비봉정상까지 2.5킬로미터로 1시간 정도 소요되나, 오늘은 여유롭게 올라와서인지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된 듯 하다. (12:40) 후미로 정상에 올라서니 이미 앞서 온 일행들이 자리를 펴고 일부는 밥을 비비고, 일부는 즐겁게 먹고 있다. 즐거운 식사를 위해 배낭속에 큰 양푼을 들고오신 분이며, 날치알을 가지고 오신 분, 그리고 여러가지 나물과 기름등을 가지고 오신 분들의 덕분으로 양에 넘치는 식사를 한다. 

식사후 간단한 단체사진 촬영을 마치고, 유람선을 탈 팀가 산행을 더 할 팀을 나누어보았으나 유람선을 탈 분들의 숫자가 너무 적어 결국 모두 사봉을 거쳐 산행을 더 하기로 한다. (13:08) 이어지는 산길은 마치 동네산 같이 바위가 전혀 없는 전형적인 육산으로 밋밋하게 능선길이 계속되는데, 길 옆으로는 산수유나무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하여 준비중이다. 노란 색의 꽃이 피려고 하는 모습이란 새삼스레 자연에 대한 경이감을 느끼게 한다. 

밋밋한 능선은 사봉 정상을 앞두고는 몇 차례 오르 내림을 계속한 뒤, 상당한 거리의 오르막을 마지막으로 남겨두어 숨가쁘게 오르는데, 비교적 많은 땀을 흘리고 오른 정상에는 정상석은 없이 누군가가 쌓아둔 돌무덤에 매직팬 같은 것으로 사봉이라고 적어놓았다. (14:06) 모래 사자를 써서 사봉이라고 하는데, 제비봉과는 약 170미터 차이다. 저멀리 백두대간길로 보이는 산 봉우리에는 눈들이 아직 쌓여있고, 앞 쪽으로는 남한강 줄기가 굽이 굽이 흘러내린다.

아직 눈쌓인 저 산들은 어디에 있는 무슨 산일까?



나무 뒤로 저 멀리 보이는 남한강 줄기



사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처음과 마지막이 급경사로 이어질 뿐, 중간은 완만한 능선길이다.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는 길이 마치 늦가을의 산길같이 여겨질 정도이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산에 이런 낙엽이 쌓여 있을 새가 없었다. 낙엽이 떨어지기 무섭게 갈쿠리로 긁어모아 땔감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난 5-6세 되던 무렵 지게를 지고 산에서 낙엽을 모은 기억이 있다. 정확한 광경을 떠오르지 않지만, 여하튼 어릴 적 가을에 낙엽을 주우러 다녀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넘쳐 흘러 수북이 쌓여있을 정도이니, 그 동안 이렇게 변한 것이다.

호젓한 임도



몇 분의 힘들어하시는 분들과 같이 산길을 내려오니, 자연스레 속도는 늦어지나 이 것 저 것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한 참을 내려오니 임도가 나오고, 넓고 편편한 길을 내려오다가 시간을 아끼기 위하여 임도를 벗어나 급한 경사면을 통하여 고추밭과 과수원을 건너 내려오니 외중방리 마을 표지석이 있다.(16:15) 이미 전저 도착한 일행들은 려온 지 한참되었고 우리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고,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고 청풍단지로 이동하여 송어회로 뒷풀이를 하고 귀경하는 것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오늘도 안전한 산행이었고, 날씨가 좋아서 더 없이 즐거운 하루였다.

길가의 산수유 가지



외중방리 마을 표시석


해지는 청풍 호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