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리 찾아 떠난 행복한 산행 (지리산 웅석봉)

 

산행일 : 2005. 4. 3(일). 흐리고 눈 온 후 갬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ㅇㅇ계곡 입구 (09:13)

  ☞암자터 (10:53)

  ☞임도와 만나는 헬기장 (11:09~11:15)

  웅석봉 정상 (11:52~11:57. 1,099m)

  ☞헬기장 (12:03~12:04)

  ☞샘터 (12:05~12:52) 

  ☞헬기장 (12:54) 

  ☞딱바실 계곡 가는 갈림길 (12:57) 

  ☞마을 내려가는 갈림길 (14:11)

  ☞옛 고령토 채취장 (14:22~14:27)

  ☞ㅇㅇ마을 (15:40)

총 산행시간 : 약 6시간 23분 (사진 촬영하느라 거북이 산행)

구간별 거리 :

  이정표가 거의 없어 산정 불가능

산행지도

  국내 최대규모의 히어리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지도를 일부러 올리지 않았습니다.

여기엔 MT사랑님의 간곡한 부탁도 있었습니다. 

히어리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로 인해 멸종위기에 직면한 환경부 보호수종으로

세계에서 오로지 우리나라에만 있는 순수 우리나무입니다.

물론 산행 들날머리 사진도 올리지 않겠습니다.

 

산행기

  블로그(미니홈피) 친구인 산청의 류수님에게 히어리(나무)보러 웅석봉에 가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코스와 시간까지 정해주며 산행을 같이 해주겠다고 쾌히 승낙을 하신다.

인터넷상의 친구이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이인데도, 길안내까지 해주신다니 고맙기 그지없다.

 

  여수 MT사랑님까지 동행을 하니 히어리(인간)가 히어리(나무)를 많이 볼 것 같은 예감으로 며칠 전부터 어린애처럼 마음이 들떠 있었다.

 몇 해 전인가 백운산과 조계산에서 히어리를 언뜻 보고 지나친 적은 있지만, 군락지를 보러가기는 처음이다. 모두가 류수님 덕분이다.

 

  1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 단성 나들목을 빠져나와 목화시배지 전시관 주차장에서 류수님과 그의 산친구를 만난다. 멋진 만남이고 인연이다.

 

  계곡 초입부터 히어리가 줄지어 피어있다. 좋아서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주로 계곡 옆에 자생하는 것으로 보아 물을 상당히 좋아하는 나무로 보인다.

 히어리는 꽃 모양이 화려하지도 않으며 수수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초롱 모양의 종들이 마치 포도송이마냥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문헌에는 나무의 높이가 주로 2m정도라고 나와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키가 큰 것은 3~4m짜리도 수두룩하다. 멀리서 보아서는 생강나무 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생강나무는 해발 500m이상에서도 종종 발견되지만, 히어리는 대부분 해발 500m이하에서만 자생한다.

생강나무는 산 어디에서도 볼 수 있지만, 히어리는 대부분 계곡근처에서 자라고 있다. 

생강나무 꽃은 색깔이 매우 진하고, 꽃이 위로 동그랗게 피어있지만, 히어리 꽃은 꽃색깔이 약간 연하고, 포도송이처럼 아래로 늘어져 있다.

생강나무 꽃은 화려하지만, 히어리 꽃은 소박하다.

생강나무 꽃은 향기가 진하지만, 히어리 꽃은 향기가 거의 없을 정도다.

생강나무 꽃은 웬만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지만, 히어리 꽃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릴 정도로 연약하다. 하지만 그 바람에 결코 떨어지진 않는다.

모든 게 수수한 것이 바로 히어리이다.

계곡초입부터 히어리가 즐비하다.

 

 

특이한 모양의 히어리꽃

 

히어리꽃

 

진달래와 히어리

 

계곡건너에서도 히어리가 우릴 반긴다.

 

  연약하고 수줍은듯하면서도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히어리가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찾아온 것이다. 나를 닮은 그런 히어리가 좋아서 이렇게 지리산을 찾았다.

아름다운 계곡과 히어리.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류수님과 그의 산친구는 산행로로 오르고, MT님과 히어리는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작은 폭포가 끝없이 이어진다.


 2단폭포

 

생강나무 꽃

 

소나무와 폭포

 

히어리꽃

 

 갑자기 얼레지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얼레지 군락지가 끝없이 이어진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서인지 상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가보다.

류수님의 해박한 지식(약초이야기, 야생화, 자연보호 등)에 많은 것을 배운다. 작은 풀한포기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을 정도로 산에 대해서 많이 알고 계신다. 

얼레지


 

 

 

 

 

끝없이 이어지는 이름없는 아름다운 폭포들

 

 

히어리와 폭포

 

 

 

 

 

얼레지 군락이 끝없이 이어진다.

 

  암자터를 지나 임도와 만나는 헬기장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웅석봉을 향해 치고 올라가는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얼마 안가서는 컴컴해지면서 제법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4월의 눈이라!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니까 눈이 내리나?’

암자터


 

임도와 만나는 헬기장

 

정상 바로 전

 

  웅석봉 정상은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 좁아 서둘러 사진 몇 장 찍고 다른 산님들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눈발이 더욱 거세어진다. 시계는 거의 0에 가깝다.

류수님이 요 아래 샘터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신다.

헬기장을 지나 샘터에 자리를 잡고 각자의 먹거리를 꺼내 놓는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퍼붓던 눈이 뚝 그친다. 점심 먹으라고 잠시 하늘이 봐주시는가보다.

꿀맛 같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헬기장으로 올라가 조금 오른 후 갈림길에서 왼쪽 달뜨기 능선코스로 접어든다.

산행을 같이 한 산 친구들(오른쪽부터 MT사랑님, 류수님과 그의 산친구)

 

 

점심을 먹은 샘터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류수님이 하산코스로 달뜨기 능선을 택한 이유는 천왕봉이 가장 잘 조망되는 코스이기에 택한 것인데, 아쉽게도 안개와 눈보라로 아무것도 보이질 않으니 류수님이 더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말 수가 적으신 류수님의 산친구분도 산을 참 잘 타신다.


달뜨기 능선에서 마주친 전주 산님들

 

 

심한 눈보라로 눈뜨기 조차 힘이 든 달뜨기 능선의 산친구들

 

  일제시대까지 파내었다는 고령토채취장에 내려서서 류수님의 고령토이야기를 잠시 들은 후, 산님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듯한 길을 한참을 내려가니 저 아래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이 그치면서 날이 개인다.

계곡을 건너면서 진흙투성이의 등산화를 씻고, 마지막으로 보이는 히어리 꽃을 카메라에 담으며, 그와의 아쉬운 작별을 한다.

‘안녕! 내년에 또 올께.’

히어리가 히어리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그의 뺨(꽃)에 키스를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히어리, 그도 나에게 손을 흔들어 답을 한다.

옛 고령토 채취장

 

질 좋은 고령토

 

하산길의 화려한 생강나무꽃

 

생강나무꽃

 

생강나무꽃

 

솜나물

 

류수님 덕택에 몽고의 파오를 볼 수 있었고, 잠시 후 그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한다.

(일반인은 출입금지. 류수님에게 우린 특별한 손님이었다.)

 

파오의 내부. 고구려식이 약간 가미가 되었다.

 

아가씨와 매화

 

단속사지 삼층석탑 (오른쪽이 보물 72호, 왼쪽이 73호)

 

수령 600년의 경남도 보호수 정당매 (政堂梅) 

 

지리산 웅석봉 ㅇㅇ계곡의 히어리와  웅석봉 정상 눈보라, 몽고 파오의 내부모습 동영상 등을 보시려면 여기 http://blog.joins.com/pil6994 를 클릭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