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산길 잇기의 진수 보만식계 종주기


 

언제 : 2005. 4. 16 ~ 17 날씨 : 맑음  기온 : 1 ~ 22℃

산행 거리 : 60.5km 산행 시간 : 21시간 20분 동행 : 귀연산우회 27명


 

<산행 경로>

산행 출발

18:40

머들령

05:45

보운대(전망대)

18:47

국사봉

06:50

보문산성

19:12

닭재

07:11

시루봉(457m)

19:35(휴식5분)

아침 식사

~ 08:15

이사동 전망대

19:50

계현산성

08:20

구완동 고개

20:25

꼬부랑재

08:37

오도산(336m)

20:35

망덕봉(439m)

08:53

도래말고개 산마루

21:20

곤룡재

09:12

도래말고개

21:45(휴식10분)

동오리 고개

01:12

신흥초교 골짜기정상

22:45

식장산 능선 십자로

10:50

복재말 갈림길

23:10

세천유원지 사거리

11:30

385봉 봉화터

00:15

세천 고개

11:55

안산 직전 봉화터

00:45

점심 식사

~ 12:55

먹치

01:24(휴식10분)

갈고개(갈현산성)

13:23

만인산전 삼거리

02:15

비룡 임도

13:35

만인산(537.1m)

02:25

314.7m봉

13:50

만인산 휴게소

03:00(휴식20분)

길치고개

14:26

정기봉(590m)

04:00

361m봉

15:10

골냄이고개

05:00

절고개

15:23

541m봉

05:35

계족산(423m)

16:00

  

<식장산에서 본 만인산까지 능선의 장관>

  

<산과 사랑>


 

 나에게는 산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일상의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실감나게 느끼는 사랑한다는 말은 산을 사랑한다는 표현에 잘 담겨 있다.

 ‘사랑한다’라는 말은 남녀간의 애정을 두고 가장 많이 쓰이나, 사실상 이성간의 사랑은 어느 정도 본능적인 면이 있기에 산에서 느끼는 순수한 사랑과는 또 다른 것이다.

 산꾼들이 산에 대해 느끼는 사랑은 산꾼 만이 안다. 어떤 무상의 행위라고 할까. 이러한 사랑은 너무나 공리를 추구하는 이 세상에 소금이나 빛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산삼이나 수정을 캐러 산에 가는 것이 아니요, 다만 오르기 위하여 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감사해야 할 것이 많지만 산을 오를 수 있어 즐거웠고, 산에서 벗을 잃어 슬펐다.

            - 김영윤의 「산 인생 반 백년의 비망록」 ‘산으로 가는 마음’에서 -

  

<보만식계 출발 전 산행 안내>

<It's Daejeon 기자와 인터뷰>

<보만식계 종주에 대한 유의 사항 전달>

 

<산꾼들의 결연한 의지를 모아 화이팅!>

<22명 산꾼들의 우렁찬 함성..화이팅!>

  

<프롤로그>


 

산으로 가는 마음은 머리에 가득 찬 욕심과 나를 비우러 가는 것이요, 나를 다스리고 무던히도 받아주는 사랑의 아름다움을 찾으러 가는 길이다.

백두대간, 정맥, 충북알프스, 공룡능선, 영남알프스, 그리고 대전둘레산길잇기로 이어지는 긴 여정의 산행들은 그 속에 묻어 있는 보배를 만나러 가는 꿈길이다.

내 고장 산하를 찾아 문화와 역사를 아끼는 정신이 무르익는 중요한 시점에서 보만식계 종주는 산꾼들에게 하나의 테마처럼 다가온다.

보문산(寶文山), 만인산(萬仞山), 식장산(食藏山), 계족산(鷄足山)의 산줄기를 따라 종주하며 한밭의 어제와 오늘을 알고, 자신의 건강과 산을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는 보만식계는 산꾼들에게 목마른 갈증처럼 인식된다.

청명한 날씨와 적당한 기온 그리고 화사한 봄의 향연은 노을에 붉게 물든 계룡의 능선을 따라 실루엣처럼 산꾼들의 가슴에 저며 온다.

熱情!

自己 調節!

그리고 단합된 팀웍과 어우러짐이 있는 긴 산행이 바야흐로 온밤을 밝힌다.

  

<보문산 산행 안내도>

  

<보(寶)>


 

산이 우리에게 안식과 만족과 건강을 준다면 보문산(寶文山)은 이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보물이 묻혀 있다는 전설 때문에 보물산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보문산은 숲이 우거지고 대전 시가지를 조망하는 위치에 있고 가까워 시민들과 친근한 산이다.

많은 약수터와 여러 갈래의 등산길 그리고 잘 갖춰진 제반 시설들은 언제 찾아도 부담 없고 즐거운 이웃처럼 가깝다.

보운대를 오르는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22명의 산꾼들의 의욕과 열정이 하늘을 찌른다.

초반 가파른 등로지만 거침이 없고 산에서 잔뼈가 굵은 산꾼들에게 한 호흡으로 지난다.

보운대에서 바라보는 석양에 지는 낙조의 풍광도 일품이다. 언제나 이웃처럼 다정한 계룡산의 아름다운 모습과 일몰이 조화를 이뤄 멋있다.


 

조금의 암릉 지대를 지나 보문산성에 오르니 주변이 어둠 속으로 빨려든다. 새로 개축된 보문산성과 누각이 우뚝하고 저 아래 대전 시가지의 야경이 아름답게 빛난다.

직각으로 이어지는 가로와 대전을 대표하는 세 갈래 하천인 대전천, 유등천, 갑천의 흐름이 장관이다.

앞에 버티어 서있는 식장산과 그 옆에 날개를 튼 계족산 그리고 저 멀리 우리를 부르는 만인산이 가물가물하다.


 

탄탄대로 능선을 달려 시루봉에 오르니 457m 정상에서 보문정(寶文亭)이 산꾼들을 반긴다. 훨씬 멋있게 물든 야경과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의 윤곽이 사그라지며 대지는 고요와 적막의 세계로 묻힌다.

이사동 전망대를 지나면서 대열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약간의 초반 흐트러짐을 가다듬고 구완동 고개를 지나 가파른 오도산 비탈에 붙는다.

오도산 언덕은 대전둘레산길잇기의 난코스로도 꼽히는데 조망터에서 보는 보문산과 식장산 그리고 시가지 야경은 주변 산군중에서 군계일학이다.

 

어둠에 지나치는 산길에서 화사하게 핀 진달래들이 나그네의 여정을 반긴다.

금동 도래말 고개 무덤가에서 모두 랜턴을 끄고 별과 달 그리고 영혼들과 대화도 나눈다.

능선을 지나 조금 벗어나도 하늘에는 무수한 별이 빛난다. 문명의 편리함으로 우린 희망과 이상을 만났던 아름다운 세계를 잃었는지 모른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산행이 진행되어 우려가 된다. 나중을 위해 선두에 서서 전체의 흐름을 조율하며 두 그루의 미인송을 지나 만인산을 향해 발길을 내딛는다.

 

<보운대로 향하는 첫 걸음의 오르막>

<보만식계를 향한 대장정>

<보운대>

<흐드러지게 활짝 핀 보운대 벚꽃>

<보운대 기념 조형물>

<보문산 낙조>

<바로 건너 우리가야 할 식장산>

<보문산성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는 산꾼들>

<멀리 계룡산 자락에 해는 지고 어둠이 밀려오고>

<금병산과 우산봉이 보이는 대전 시가지의 저녁>

<아득히 먼 만인산 가는 길>

<보문산성과 서대산>

<보문산 정자>

<대전을 품에 가득 안고 있는 계족산 전경>

<보문산성에서 기념 촬영>

<부지런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대전 야경>

<남부순환고속도로 갈림길 야경>

 

<보문산에서 만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만(萬)>


 

보만식계 종주 중 가장 산행하기 어려운 코스를 꼽으라면 도래말 고개에서 정기봉까지가 안니가 싶다.

몇 번의 산행에서 느낀 것은 늘 지루하고 오르내림이 가장 심한 구간이다. 아마도 만인(萬仞)이라는 단어에서 보이듯 엄청난 인내와 끈기가 요구되는 지역이다.

봉화터 오르는 몇 번의 봉우리 오르기 그리고 먹치에서 시작되는 만인산 오르기는 기라성 같은 산꾼들도 혀를 내두른다.


 

만인산(萬仞山)은 한자의 인(仞)이 높다는 뜻인데 매우 높은 산이라는 의미이다. 태조의 태를 묻은 태봉이라 불리는 태봉재와 태실이 있는데 이 재를 넘는 길이 좁은 골짜기여서 좌우의 산이 매우 높아 보여 만인산이라 불렸다 한다.

또한 만인산은 태봉과의 골짜기 개울이 대전천의 발원지이고 조선시대 호남지방으로 파발을 알리는 봉화대이기도 하다.

태봉에서 오르는 정기봉도 해발 590m의 높은 봉우리로 영남지방으로 소식을 알리는 봉화대였다고 한다.


 

일행의 산행 흐름이 많이 분산되고 피로가 쌓임이 감지된다. 식수의 부족도 상당하다.

종주 팀에게 식수의 보충과 휴식을 위해 만인산 휴게소 쪽으로 안내한다. 가로등의 불빛과 잦아든 새벽바람이 지친 산객들에게 소중한 꿀맛 같은 휴식을 선사한다.

따끈한 차와 쉴 곳 그리고 휴식 공간은 긴 시간의 산행에 지친 모두에게 피로를 푸는 보약과도 같은 시간들이다.

특히 따뜻한 안식처는 밀려드는 졸음을 위한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인기 만점이다. 두 산꾼이 졸음에 지쳐 뒤쳐진다. 

어둠이 깔린 추부터널 휴식 공간에서 정훈 선생의 머들령 시비를 보는 것도 새로운 맛이다.

우리 고장이 배출한 넉넉한 시인 정훈 선생님이 쓰신 머들령은 지금은 고속도로가 뚫려 있지만 예전에는 백성들의 중요한 길목으로 전해 온다.


 

추부터널 원형 아치의 굴에 아름다운 빛의 조화가 밤공기를 박차고 산에 오르는 모두에게 힘을 준다.

학생 수련원을 지나 능선에 오르니 정기봉의 높디높은 봉우리가 까마득하다. 무려 400여m의 고도차를 느끼며 오르는 정기봉은 대단한 피로를 몰고 온다.

정기봉을 오르니 동녘에 서대산이 우뚝하고 아침을 맞는 대지의 움틈이 느껴진다. 고리산 넘어 진달래와 어울린 일출의 기운이 산자락에 가득하다.

추위와 허기, 피로가 엄습하는데 모두들 풀썩 주저앉아 잠깐이지만 선잠을 즐긴다. 

  

<보문산과 대진고속도로>

<만인산 능선>

<만인산 정상에서 졸음과 싸우며>

<만인산 휴게소에서의 꿀맛같은 휴식>

<추부 터널 야광 불빛을 받으며 정기봉으로>

<아침 서기에 식장산 중계탑 불빛이 다가오고..>

<서대산 자락에 동트는 아침의 서광이 빛나고>

  

<식(食)>


 

매일 산을 보면서 그 높음을 기리고, 무거움을 배우며,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그 변하지 않음을 벗하며 참는 것을 본 받는다는 素山 김홍주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만인산에서 식장산으로 달리는 능선은 대전 산꾼들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종주 코스이다.

특히 산길 옆에 핀 진달래와 벗하며 걷는 것은 너무도 행복한 노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골냄이 고개를 지나 541m봉에 오르는 급경사는 숨이 차서 터질 지경인데 의지를 다지는 산꾼들은 거침이 없다.

머들령을 지나 찬란한 일출이 고리산을 차고 오른다. 어둠을 가르고 빛을 주는 생동감은 피로에 지친 모두에게 한줄기 빛처럼 다가온다.

높지 않은 능선을 몇 개 넘으니 제법 높은 봉우리가 앞을 가로 막는다. 벌써 보급조 몇 분이 닭재에 와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전갈이다.

모두들 힘을 내서 국사봉을 넘으려 하나 만만치가 않다. 주저앉고 기대고 그리고 다그쳐서 봉화터라 불리는 국사봉에 오른다.

국사봉에서 보이는 조망은 대단하다. 정기봉과 서대산 그리고 고리산, 식장산의 모두가 한 눈에 들어온다. 지나온 보문산과 오도산 그리고 금동 도래말 고개에서 이어지는 능선의 이어짐이 장관이다.

대진 고속도로의 활기찬 흐름과 대전 시가지의 불빛이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닭재로 향하는 발걸음에 속도가 붙는다. 5명의 보급 팀이 준비한 아침 식사가 반기기 때문이다.

닭재는 대전과 옥천 군북을 잇는 중요 고개인데 고목과 돌탑이 인상적이다. 부글부글 끓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진동한다. 너무도 시장한 모두에게 과일과 라면 그리고 식수는 달콤한 유혹처럼 유인된다.

새벽을 열며 달려온 그들이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끈끈한 정을 느끼게 하는 이 모든 열정과 성원이 무리한 듯한 보만식계 종주가 성공할 수 있는 큰 요인이다.

마중 나가 반갑게 맞이하는 손길이 아름답다. 나눠주는 한 알의 방울토마토의 귀한 정성이 가슴을 때린다.


 

식장산은 무엇이나 조금만 담아도 가득 채워지는 요술 그릇이 산 어딘가에 묻혀 있다는 전설이 있는데 아마도 무진장한 식량이 숨겨진 산으로 여겨져 온 때문이다.

넓고 물이 좋아 만인을 살릴 수 있는 기름진 땅을 보유한 식장산은 대전 시민을 먹여 살리는 희망의 산이다.

무성한 숲과 아름다운 골짜기, 맑은 개울을 품고 있으며 곳곳에 바위 벼랑과 조망터를 갖고 있는 식장산은 많은 절도 가지고 있다.

계현산성을 지나고 망덕봉에 오르니 주변이 훤하다. 곤룡재와 산내 터널에서 시계의 다른 모습을 본다.

대전시의 비약적인 발전상과 옥천의 목가적 풍경이 아름답게 대비되어 멋있다.


 

식장산 능선 십자로에서 골짜기 쪽으로 내려가 계곡을 타고 세천고개로 향하는데 야생화와 움트는 새싹들이 여기저기서 산객을 반긴다.

너무도 아픈 발을 위해 차가운 개울에 발을 씻고 세수하며 휴식을 즐긴다. 너무도 고통스러운 발바닥이 가엾다.

이렇게 멀고 힘든 노정을 왜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이해를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기쁨이 있음을 모를 것이다.

식장산에는 인산인해이다. 봄꽃 축제로 인하여 차량과 인파의 물결이 도로에 가득하다.

닭재에서 함께 출발한 우리 일행 27명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세천고개에 다다른다. 하지만 몇 후미는 악천 고투하며 오고 있다는 전갈로 모두들 걱정이 태산이다.

조금만 더 견디면 이룰 수 있는 종주지만 무리해서는 더 많은 것을 잃기 때문에 조바심이 난다.


 

시원한 맥주와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들며 일행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더러는 누워서 잠을 청하고 더러는 발을 씻으며 다음 목적지로의 준비에 여념이 없다.

끈기를 갖고 후미에서 포기하지 않고 다가서는 아름다운 동행에게 뛰어나가 반긴다.

사투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고 자신을 불사르는 의지의 발걸음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냉정한 이성과 분명한 자신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보만식계를 통하여 자신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출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눈부신 벚꽃의 아름다움이 식장산 자락 세천 유원지에 가득하다. 인파의 흐름과 차량의 물밀듯한 교통 체증은 산을 찾아 고즈넉함을 즐기는 모두에게 너무도 어설프게 다가온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길목에서 언제나 묵묵히 대전을 지켜왔던 식장산 자락을 휘도는 고속도로의 뻥 뚫림이 보문산을 바라보며 느끼는 배부름으로 다가온다.

이름처럼 언제나 배부르게 살 수 있는 식량이 가득 찬 대전이 되도록 산신령님께 간절히 빌어 본다.

 

너그럽고 무거우며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장산을 바라보며 봄의 신록과 여름의 푸름,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백설로 인기 있는 식장산을 언제고 사랑하며 아끼고 싶다.

  

<고리산 위로 뜨는 일출 모습>

 

<보만식계에서 맛보는 환상의 일출 모습>

<골냄이 고개에 이르는 능선>

<만인산-식장산 구간에 핀 진달래>

<봉화터 국사봉 정상>

<닭재>

<정말 힘들게 넘은 국사봉>

<꿀맛이 따로 없었던 아침 식사>

<야생화가 반기고>

<세천 유원지 벚꽃의 만개>

  

<환상적인 식장산 능선>

<식장산 전경>

<점심을 먹고 마지막 보만식계에 나서며..>

  

<계(鷄)>


 

어언 산행 시간이 20시간에 가까워진다. 온몸이 아프고 무더위에 졸음이 몰려온다. 너덜을 밟을 때면 발바닥이 쓰리고 아프다.

이젠 의지력과 서로간의 팀웍으로 이겨나가야 한다. 장장 60여km의 대장정을 마감하는 계족산을 오름은 畵龍點睛의 마음과 같다.

갈 고개에 올라서서 식장산을 바라보며 의지를 다지고 갈현산성을 지난다. 허물어진 성벽을 밟으며 먼 옛날 백제와 신라군의 함성을 떠올린다.

늘 남의 침략에 허둥대던 역사의 뒤안길이 일본의 심각한 교과서 왜곡과 독도 문제와 어울려 뒹구는 성벽처럼 안쓰럽다.


 

모두들 심각한 체력 저하와 신체적 불균형에 걸음이 더디다. 용기를 북돋우려 계족산이 저기 보인다고 외치지만 스쳐 듣는 듯 믿으려 하지 않는다.

뿌연 대기의 스모그는 보문산과 대청호가 희미하게 보이고 대전 시가지는 봄의 아지랑이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길치 고개와 절 고개를 지나 질현성을 옆으로 돌며 마지막 고개를 오른다. 진한 동료애가 없으면 정녕 힘든 고갯길이다.

어느 새 무리를 이루었는지 선두권과 후미권이 한데 뭉쳐 한 줄을 이룬다. 서로를 격려하며 한 발짝씩 내닫는 걸음에 마지막 에너지를 토해 낸다.

임도와 절 고개에는 활짝 핀 벚꽃을 즐기려는 상춘객들로 만원이고, 완전 군장한 우리를 쳐다보며 신기한 듯 바라본다.

봉황정에서 먼저 도착한 일행이 소리쳐 격려한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는 산꾼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계족산(鷄足山)!

사람과 산 사이에 벌어지는 개인적인 상황과 주관적 활동이 산행이라고 정의한 김홍주 선생님은 산줄기가 닭발처럼 퍼져 나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닭발산이라 부르는 게 옳으며 식장산과 이어지지만 또 하나의 산줄기로 장장 16km가 넘는 하나의 작은 산맥을 이루는 능선이라고 적고 있다.

비록 해발 429m의 작은 봉우리지만 길게 늘어선 산줄기는 대전을 아우르고 품에 안고 있는 형상이다.

예전에 대청호가 생기기 전에도 굽이굽이 흐르는 금강을 호수에 비교해 호남과 호서지방으로 나누어 부르게 된 동기가 되기도 했다.

삼국 시대에 쌓은 산성이 유난히 많고 많은 유적과 명소가 있는데 옥류각, 남간정사, 장판각, 동춘당, 삼매각, 제월당, 옥오재 등이 있다.  

질현성, 고봉산성, 능성, 갈현성 등 성이 많고 용화사, 봉은암, 문충사, 원광사 등의 절도 있어 숲과 능선이 아름다워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보만식계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계족산에서 모두들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껴 본다. 날밤을 꼬박 새우고 온종일 걸은 대장정에서 힘들고 피로에 지친 기색은 많이 사라진다.

해 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에 젖어 모두는 하이 파이브를 한다.

맥주를 들고 마중 나온 황태자님과 귀연의 로즈마리, 청록님, 그리고 It's deajeon의 기자와 친구로부터 축하의 전화가 빗발친다.

정말 우리가 해냈다는 느낌이 서로간의 악수와 포옹으로 느껴 본다.

  

<갈고개에 오르며>

<꿈 같은 숲의 드라마길 계족산 오솔길>

<갈현산성>

<추동고개>

<계족산맥?>

<가파른 오르막>

<마지막 최선을 다하는 산꾼들>

<절고개에 핀 벚꽃>

<계족산 정상 표석>

<지나온 능선>

<보만식계를 마친 자랑스런 산꾼들>

<봉황정을 내려오며 만난 진달래의 화사함>

  

<에필로그>


 

산은 참으로 넉넉하고 인자하며 장중하다.

길은 갈 수 있으며 가야 되는 목표이다.

목표는 인생의 지표가 되며 삶의 보람이다.

이제 27인의 산꾼들이 이루어낸 장엄한 보만식계의 대종주가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진정한 기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내 고장 산하를 찾고 사랑하는 정신과 우리 것을 진정으로 자랑하는 산꾼들이기를 바래본다.

보만식계!

그것은 대상이기에 앞서 우리 것이고 자랑이다.

60km의 대장정이 서로를 보듬고 도우며 우정을 배우는 자리였음을 느껴본다.

작지만 큰 행복을 주는 산행!

그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모두의 정성을 모아 즐거운 산행과 안전한 산행을 기원해 본다.

  

<산행 표시기>

<정훈 선생의 머들령 시비>

  

 

  

<보만식계 고도표>

  

<산행 거리>

보문산 입구-도래말 고개-태실-닭재-세천 고개-계족산-용화사

            12km           12.5km   11km  12.8km        11km      1.5km  


 

피아니스트이자 음악.아티스트인 이루마 (Yiruma)의"Kiss The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