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덕룡산

1:25,000지형도=영춘

2005년 4월14일 목요일   맑음(6~21도)   일출몰06:04~19:04

코스:소석문 초입안내판11:30<2.5km>서봉13:30<2.0km>425m봉15:00<2.0km>작천소령16:00<2.5km>수양리16:30

[도상10.5km/ 5시간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전라남도 해남군 옥천면과 강진군의 도암면. 신전면과의 면계선상에 험준한 암릉으로 치솟은 덕룡산(432.9m)은 그 높이에 비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어서 아홉 개에 이르는 마지막 암봉(420m봉)까지 줄창 바위를 잡고 오르내려야 한다.

그러나 수량제로 내려가는 갈레길 이후 작천소령까지의 약 4km에 이르는 억새평원지대는 전연 다른모습으로 펼쳐져, 주작산에서 두륜산까지 이어지는 또 다른 암릉구간의 중간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용의 등줄기  용의 등줄기
 

암봉    암봉
 

정상이 동봉(420m)과 서봉으로 나뉘어진 덕룡산은 기치창검을 도열해 놓은 듯한 날카로운 암봉들과 후반부의 육산이 어우러지고, 온 산을 붉은 진달래꽃으로 치장을 한 이번 코스는,

산행길 내내 서남쪽의 두륜산 (703m)도립공원을 조망하면서 진행하고, 능선길에서 뒤돌아보면  동북쪽의 만덕산(408.6m)으로 연결되는 암릉들이 일품이다.

후반부의 하산길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주작산(429m)암봉들의 아름다움도, 마치 설악산 천불동천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동봉에서 돌아본 지나온 길     동봉에서 돌아본 지나온 길
 

서봉에서 본 가야할 길   서봉에서 본 가야할 길 
 

수없이 많은 산악인들이 들락거렸음에도 아직 원시성을 고이 간직한 이번 코스의 위험지역엔 안전시설이 되어있어 크게 걱정할 바는 없지만, 우회코스를 버리고 날등을 타면 무척 위험하다.

이번 산행길 425m봉까지의 서쪽 골짝물은 봉황저수지로 모아져서 황봉천따라 강진만으로 빠지고, 425m봉이후의 동쪽물역시 완도 앞바다로 흘러든다. 그리고, 425m봉이후의 서쪽물들은 삼산천 따라 진도앞바다로 빠져든다.

들머리의 황봉천  들머리의 황봉천 
 

날머리의 수량천   날머리의 수량천 
 

가는길: 전라남도 강진에서 18번도~55번도로 도암초교 삼거리까지 와 봉황천따라 난 도로를 타고 1km쯤 가면 봉황저수지 아래 협곡에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도중에 55번 도로상의 석문산 협곡직전에는 최근 발견된 세종바위가 있다.)

계류를 건너 로프잡고 첫 암봉에 오르면 도암면의 도암초교가 발 아래 깔리고 강진만 건너 장흥군의 산야가 하늘금을 긋고 앉았다.

돌아보면 석문산에서 만덕산까지의 암봉들이 준수하고 그 중에서도 바로 맞은편의 석문산은, 헬기장에서 올려다 본 월악 영봉처럼 커다란 연꽃 봉오릴 닮았다.

이어지는 암릉길은 우회로를 따라야 안전하고 날등을 타려면 반드시 동행인과 함께 해야 수월한데, 비슷한 경우는 산행을 끝낼 때까지 계속된다.

 세종대왕바위   세종대왕바위 
 

석문산의 위용  석문산의 위용 
 

 오름길의 만물상    오름길의 만물상
 

2봉에서 돌아본 석문산~만덕산    2봉에서 돌아본 석문산~만덕산
 

기암기봉의 연속은 끝도없을 것처럼 이어지다가 중도에 [소석문1.57km/동봉0.86km]이정표 하나 만나게 되면,  산 아래에서 산을 갉아먹고 있던 만덕광업소 건물이 먹다 남은 산자락 하나 옆구리에 끼고 앉아 분진을 날리고 있다.

그 아래 석문리 벌판 저 멀리론 이번 코스 하산지점인 봉양제가 새파란 하늘을 담아내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봉 오름길의 산죽속에선 저길 어떻게 올라가나싶어도 굵은 동아줄이 있고, 커다란 암봉을 우회해서 오르는 급경사지역에도 로프는 매달려있어 비교적 안전하다.

연속되는 암봉을 일일이 헤아리면서 가기는 어렵고 칼날암릉을 즐기던, 우회로를 이용한 안전산행을 하던, 우여곡절 끝에 동봉 정상에 오르면 [덕룡산 동봉/해발420m]정상석이 반긴다.

2봉에서 본 3봉    2봉에서 본 3봉
 

이어지는 암봉들    이어지는 암봉들
 

암릉길  암릉길 
 

암봉    암봉
 

동봉에서의 조망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우선은 서봉으로 이어지는 용아장성이 그렇고, 서봉 이후의 암봉들은 마치 공작새의 활짝 나래 편 뒷모습을 연상케한다.

뒤돌아보면 만덕산에서 여기까지 달려온 톱날같은 암봉의 연속이 감동으로 와 닿고 내려다 본 낭떠러지는 아찔하기만 한데, 강진만 건너의 완도 상황봉까지 조망되는 다도해의 점 점으로 떠있는 섬들 또한, 한폭의 그림으로 와 닿는다.

진행방향의 두륜산까지 이어지는 주능선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서쪽 야산의 낮은 구릉들 저 뒤편으론 월출산에서 흑석산까지의 산그리메가 아련하다.

동봉에서 본 서봉 이후   동봉에서 본 서봉 이후
 

동봉아래의 기암들    동봉아래의 기암들
 

서봉 가는길-1    서봉 가는길-1
 

서봉가는길-2    서봉가는길-2
 

동봉에서의 하산은 곧추 떨어져도 되지만 추락의 위험을 피할려면 오른쪽으로 난 작은 석문을 통과해야만 하는데, 절벽 사이를 돌아서 내려가는 그 길엔 안전 시설이 잘 되있다.

암벽 틈새를 돌고 돌아서 올라가는 서봉 오름길에도 쇠난간을 박아넣어 손잡이와 받침대로 활용하고 있긴 해도, 악천후일 경우엔 여럿이 함께 해야만 한다.

천신만고 끝에 서봉 정상에 서면 [서봉432.9m/동봉0.28km/고사리군락지0.6km]이정표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곧장 추락할 것처럼 보이는 하산길에도 안전시설은 되 있다.

돌아본 서봉    돌아본 서봉
 

서봉 이후의 390m봉   서봉 이후의 390m봉 
 

390m봉 오름길 동쪽의 암봉들-1    390m봉 오름길 동쪽의 암봉들-1
 

390m봉 오름길 동쪽의 암봉들-2  390m봉 오름길 동쪽의 암봉들-2 
 

월하마을로의 하산길 하나 나 있는 서봉 아래 안부에서 잠깐 억새초원이 펼쳐지다가 [서봉0.4km/양란재배장4.19km]이정표를 지나치면, 동봉에서 공작의 깃털처럼 보이던 390m봉오름길 좌측으로 도열한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열렬한 성원을 보내고 있다.

부챗살처럼 쫙 펼쳐보이는 390m봉 오름길의 암봉들은 우회로를 따르게 되 있어 수월하게 넘어설 순 있어도, 그 암골미만큼은 두고두고 오랜 추억으로 남기기에 충분하다.  

390m봉 이후의 430m봉 가는길 390m봉 이후의 430m봉 가는길  
 

최고 위험지대 창바위    최고 위험지대 창바위
 

다시 올려치는 430m봉   다시 올려치는 430m봉 
 

내려와서 본 430m봉    내려와서 본 430m봉
 

390m봉을 넘어서면 본격적인 쎄미클라이밍의 연속이다.

때로는 칼날능선으로 리번이 팔랑거리며 가는길을 인도하는데, 우회를 따른답시고 옆길로 새다보면 이번 코스 최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그림에서의 창바위 뒤쪽으로 난 암릉코스를 돌파해야만 하는데, 자신이 없으면 얼른 되돌아가서 날등길을 따라야, 정코스를 탔다고 할 수 있다.

430m봉을 무사히 빠져 나오면 이번 코스의 마지막 암봉인 420m봉이 기다리고 있다.

미로같은 420m봉    미로같은 420m봉
 

 빠져나와서 본 420m봉     빠져나와서 본 420m봉
 

420m봉의 기암들   420m봉의 기암들
 

420m봉 하산길    420m봉 하산길
 

420m봉은 수월하게 넘어설 것처럼 보여도 막상 그 안으로 들어가면 절벽 틈새마다 아열대성 식물들이 꽉 들어차, 마치 정글을 거니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어엿한 바위봉우리이고 산길은 숲 속으로 요리조리 미로처럼 연결되어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곳이기도 하다.

기암괴석이 즐비한 420m봉 하산길은 꽉 들어찬 수림으로 등로는 사라져도, 바위틈새를 돌아서 내려가면 별 무리없이 너덜지대를 통과해서 산죽밭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암릉코스를 벗어나면 의외로 널널한 등산로가 억새초원지대를 가르며 앞뒤로 연결 되는데, 짐짓 몰라서 그렇지 사실 우회로는 서봉 이후로 여기까지 잘 나 있어 악천후를 대비할 수 있다.

돌아본 420m봉   돌아본 420m봉 
 

수량제 하산길    수량제 하산길
 

모처럼 시선 준 서쪽의 봉황리    모처럼 시선 준 서쪽의 봉황리
 

425m봉 가면서 돌아본 430m봉~420m봉    425m봉 가면서 돌아본 430m봉~420m봉 
 

이후의 4km구간엔 광활한 억새 초원지대가 펼쳐지는데 425m봉을 향하여 10분 쯤 진행하면 [서봉1.98km/첨봉/양란재배장2.61km]이정표가 날개를 달고서 방향지시를 하고 있다.

헬기장 한 곳 지나치고 425m봉에 서면 주작산이 전경으로 와 닿고 두륜산도립공원이 역광속에 하늘을 떠 받치고 있는가 하면, 서북쪽의 첨봉(354m)은 불과 2km지점에 납작 엎드려 있다.

작천소령에는 [소석문 7.3km]이정표가 있어 얼마되지 않은 거리임에도 여기까지의 코스가 얼마나 험난하고 아기자기한 지를 대변하고 있다.

첨봉과의 분기봉 425m봉  첨봉과의 분기봉 425m봉  
 

두륜산 도립공원오른쪽으로 양촌제가 보인다. 두륜산 도립공원오른쪽으로 양촌제가 보인다.
 

주작산과 두륜산 주작산과 두륜산
 

양란재배장이 있는 작천소령 양란재배장이 있는 작천소령
 

작천소령에는 주작산등산 안내도와 [두륜산입구6.12km/오소재5.92km]이정표가 하나 더 있지만, 이 길 역시 덕룡산과 마찬가지로 암릉길의 연속이어서 당일치기 산행으론 무리임을 알 수 있다.

고갯마루의 양란재배장을 내려서면 확포장공사중인 도로 양켠으로 [주작산야생공원]의 시설물들과 조경공사중인 화단들이 눈길을 모으고, 오른쪽의 주작산(429m) 암봉들은 아주 특이한 모습으로 다가오면서 손 한 번 잡아주길 바라고 있다.

거의 완공단계에 있는 수양관광농원은 아름다운 강진만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형에다가 온갖 편의시설과 숙박시설을 갖추고 내방객들의 호주머닐 노리고 있다. (061-433-3456, 2157)

하산길 오른쪽 주작산의 위용    하산길 오른쪽 주작산의 위용
 

종착점 수량마을 종착점 수량마을
 

 잘 가꾸어진 주작산 야생공원 시설물 잘 가꾸어진 주작산 야생공원 시설물
 

귀로 차창밖의 덕룡산 귀로 차창밖의 덕룡산
 

산행후기: 이천이년 십이월 팔일날 여길 찾았을 때는 꽉 찬 안개로 그냥 구름속의 선계만 노닐다 갔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옛 추억을 반추하며 다시 찾아든 이 길에서,  나는 깜짝 놀랄 황홀경에 빠져 일행들은 전혀 의식할 짬도 없이 카메라 셔터만도 삼백번 가까이 눌러댔다.

하이얀 암봉, 기암기봉 틈새마다 붉은 물을 뚝뚝 떨어트릴 것만 같은 이 산 특유의 붉은 진달래, 그것은 가을날 설악산 만경대의 붉은 단풍보다 더 짙은 선홍색으로 돌 틈새에 콕 콕 박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암봉 돌출부분마다 특이한 모양새로 작명을 기다리는 수많은 기암들, 그리고 이 산 전체의 대표수종인 사스레피나무와 동백, 그리고 굴거리나무들에서 나는 전혀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분재같은 진달래 분재같은 진달래  
 

작명미상의 기암 작명미상의 기암
 

양지꽃  양지꽃
 

처음으로 찾은 이 산악회의 운영방침은 좀 특이했다. 일체의 간섭없이 풀어놓기는 하되 정해진 시간내로의 도착을 주문했고 그 시간은 걸음느린 후미 기준이었다.

그리고 서봉 아래 단축코스엔 대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처진 사람들을 챙겨왔었는데, 후미팀에 속한 내가 그의 곁을 지나칠 때도 전연 모르는 척 일체 간섭을 하지 않았다.

그 분의 사려깊은 배려가 돋보이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내 앞에 가던 숙녀분들께서 봄나물을 채취하고 있길레 이리 늦게 어정거려도 되냐고 물었더니, 시간내로만 도착하면 아무 탈 없다면서 초면식의 내가 오히려 걱정되는 모양이다.

덕룡산의 붉은 진달래 덕룡산의 붉은 진달래
 

아이스크림을 닮은 기암
   아이스크림을 닮은 기암
 

 산자고 산자고
 

혼자서 가는 외로움 탓일까, 동봉. 서봉 오르내림 절벽길에선 고도감에 괜스리 긴장을 하게 된다. 그 참, 전에는 펄펄 날았었는데..! 혹여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문제는 서봉 이후 390m봉을 넘어 430m봉을 통과하면서 발생했다. 나이프릿지를 피해 우회로를 따른다는 것이 절벽 벼랑길로 내몰리고 말았다.

돌아설까, 돌파할까를 망설이다가 왕년에 했던 가락을 살려서 돌파하기로 했다. 그러나 확보없이 프리클라이밍으로 트래버스해 간다는 것은 위험천만이라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어찌 통과하고보니 정상코스는 저 위를 향하여 하늘쪽으로 리번이 팔랑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우~쒸, 것도 모르고 간 떨어질 뻔 했잖아..
손 툴툴 털고 팽개친 스틱 줏어들긴 했지만, 십년감수에 혼자 중얼거린다.

절벽위에 피어난 진달래
  절벽위에 피어난 진달래
 

낙타를 닮은 기암 낙타를 닮은 기암
 

꽃은 지고 새잎 돋은 노루귀 꽃은 지고 새잎 돋은 노루귀
 

마지막 암봉 420m봉은 좀 특이했다. 암봉으로 둘러쌓인 정상은 아열대성 식물의 보고였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기화요초의 정글 속에서 낯선 철새의 울음소리가 들려도 확인할 수는 없고, 한참 숲속을 허우적대다가 빠져나오니 그제서야 420m봉의 전모가 드러나고 나는 어느 절벽길 난간에 서 있다.

그 암봉 하산길엔 분명 앞선이들이 많았는데도 족적은 숲속으로 사라지고 없어 동물적인 본능으로 숲 속 헤집고 내려왔다.

덕룡산 진달래    덕룡산 진달래 
 

남태평양 이스터 섬의 모아이석상이http://moamt.co.kr.    남태평양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이..
 

개별꽃
   개별꽃 
 

종착점으로 다가올수록 일행은 점점 불어났다. 아줌씨 한분이 내 배부른 배낭을 보곤 뭐 맛있는 걸 그렇게 많이 넣고 다니시냐고 호감을 표시한다.

좀 전에 물병은 마저 비웠지만 과자와 치즈 오징어를 꺼내주며 이 것 뿐이라고 하자 좋아라 하신다.

왁자한 벚꽃 틈새에 붉은 명자꽃 한그루 만개한, 주차장 옆 수량천 수중보에 발 담그자 갈겨니떼들이 와 달려들어 내 발가락을 뜯어먹는다.

녀석들은 생고기를 날로 뜯어먹는데, 나는 간지러워 죽을 지경이다.

진달래
  진달래 
 

기암-5
   기암 괴석
 

명자꽃    명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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