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2005.4.10.

 

엄마!  하는 소리에 깨어 거실에 나가니 어머니가 어두운데 혼자 앉아 계신다.

"왜요" 하니 "머리가 아파요.허리가 아파요. 다리가 아파요" 하신다.

어머니 당신께선 자기가 어린 아가라 생각하여 누구에게나 존대말을 하시며 아들에게 엄마 엄마 할때가 많다.

 

"물 드릴까요"  "네"  마시는 것 모두 물로 표현하시니  뉴케어 드리고 이마 짚어 보니 열도 없고 하여

다시 눕혀 드리고 나니 처도 나온다.  새벽 4시반이다.  다시 잠자기도 틀렸고 마스터스 골프 보는데

 

처는 솥을 씻고 밥을 짓는다. 아마도 산에 가잘려나 보다.

삼각산(북한산) 들려 일산 딸네 다녀 오잔다.  나는, 아들도 왔고 비도 오니 날개면 동네 앞뒷산에나 다녀 오려 했는데......

이 비가 일주일만 일찍 왔었어도 양양과  고성 낙산사는 안 탔을텐데.

 

구기터널 못미쳐 용화사 입구에 주차 하고 비는그쳤으나 잔득 흐려 우산을 지팡이 삼아 짚으며 6시55분 부터 오른다.

매표소에 오니 불이켜져 있고 두사람이 어른 거려 일찍 왔어도 표 사야 되나보다 생각하는데, 매표소 안에서 차를 마시며

매표구는 닫혀 있고 표 팔 생각이 없나보다. 6시59분인데 정각 7시 부터 일할 모양인지.

3200원 절약하고 보니 횡재한 기분이다.

 

처가 "차문 채웠어요" 묻는데 아차 그냥 온것 같다

당진 아미산을 맨발로 다니다 폐교된 죽동 국민학교 수도에서 발씻고

7만 5천원짜리 지팡이 하나 흘리고 온게 지난 일요일인데 묻고 챙기려면 차 옆에서 바로 할것이지-

 

작년8월 마지막 일요일 이 코스로 등산 했는데 오늘은 비 때문인지 오르는 사람이 없다.

호젓해 좋으나 운무가 심해 보이는게 별로 없고 습도가 높아 땀이 많이 난다.

꿩꿩 하는 꿩소리가 들려 꿩 가슴살 샤브샤브 해 먹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다보니 무슨 흥부네 아들 같다.

휘익 휘익 하는 고음의 새소린 처가 휘파람 소리 같대서 우린 휘파람새라 부르기로 하고

구구 구구구 하는 오음절의 새소린 혹시 산비둘기인지.

봄이되니 새들도 서로 사랑 하기에 바쁜가 보다.

 

진달래가 한창이라 비에 씻긴 꽃잎을 먹으며 오른다. 혓바닥을 내밀어 보니 푸르뎅뎅 한게 옛날 국민학교때

식목일에 산에가 진달래 엄청 뜯어 먹던 생각 하며.........

 

경사가 심한 거대한 족두리봉 오름의 대슬랩은 작년엔 네 손발로 기어서라도 올랐는데 오늘은 바위에 물이흐르고

미끄러울것 같아 서쪽 경계부근으로 처를 앞세우고 조심 조심 오르다 보니 정상이다.

바람에 언듯언듯 보이는 시가지와 산과 계곡이 수묵 산수화,  아니 흐릿한 채색화 같다.

작년에 족두리봉 뒤 바위로 못내려가 서운해 한 처. 오늘도 물에 젖은 바위로 내려 갈 수 없어 서쪽으로 우회하는데

 

전에 있던 흰 굵은 밧줄은 어디가고 달동네 옥상에나 있음직한 붉으레한 가는 빨래줄이 있다.

조금 더 내려가니 도봉산 포대능선의 쇠 말뚝과 쇠줄과 같은게 있어 안전은 하겠다. 남녀 두사람이 우릴 지나 앞서 간다.

철탑을 지나니 직진은 비봉 좌는 불광 우는 탕춘대 능선이란 표식 보고 직진이다.

탕춘대라 한자는 어떵게 쓰고 뜻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는 보통 7시20분엔 밥 먹는데 8시는 되었지만 처가 앞서 씽씽 잘 가고 밥자리도 없어 계속 따라간다.

오늘은 최대한 겸손 모드다. 배낭에 우산을 꽂아 사무라이 칼차듯이 하여 나뭇 가지마다 걸려 빗방울 맞기도 하고

세게 부딛히면 뒤로 자빠지기도 하겠다. 나무가지만 보면 60도 70도 90도로 숙여야 한다.

 

향로봉에 오니 2천2년 사망사고 2천3년 사망사고 2천4년 사망사곤 없으나 사고 사항을 기록한 팻말과 두줄나무로 울타릴

치고 우회 하란다. 처보고 올라 갈까 하니 우회 하잔다. 우회 하다가 평평한 바위에 앉아 8시 15분 부터 삼십여분동안

컵라면, 찰밥, 떡, 커피로 아침밥을 먹는다. 여러 사람들이 지나간다. 날만 개면 많이들 오나보다.

 

앞에 가는 세부인, 노란 꽃만 보면 산수유 곱다고 감탄이다.

나도 얼마전까지 산수유 로 알았었지.

"생강나무" 라 가르쳐주니 이구동성으로 처음 알았다며, 냄샐 맡더니 생강 냄새 난다고들 한다.

그들은 "키작은 친구 부부가 자녀들은 모두 크다고 좋아 한다"며 숏다리論 을 말하는데 -

키작다고 숏다리가 아니고, 키가커도 비례로 다리가 짧으면 숏다리고,, 키작아도 비례가 맞으면 숏다리가 아니란다. 그럴싸 하네.

 

또다른 부인 세사람이 11시까지 하산 해야하는데 비봉 생략 하려 한다

처가 10분 밖에 안걸리니 가도 된다하여  그들은 우회로로 비봉으로 가고

우린 향로봉 우회했는데 비봉까지 우회함 재미없지!!!

망서리는 처랑,  바위를 오르는데 처음 2m정도의 수직 바위는 발 디딜 홈이 있어서  갈 만했고

그 다음부터는 다닐만했다

 

오리무중이란 이런날을 말하나 보다. 비봉지나 사모바위에서 과일 먹고 보니 방향을 모르겠다. 헤매다보니

삼천사 길이라 되돌아 사모바위에 오니 중앙이란 한자 깃발아래 헬기장에 많은 사람들이 시산제라도 지내는지 ?

중앙일보 사람들인가?

 

문수봉 아래에서 잠시 갈등 생긴다. 내가 우회하자니 처는 장갑낀손으로 코밑을 한번 쓱 문지르더니 "가볼까"한다.

이래서 난 내처가 좋다.(八不出이라도)

오늘 내등산화는 방수신이다. 비브람 바닥이라 스텔스보다는 아니어도 그렇게 미끄럽지는 않다.

 

집중하여 재밌게 문수봉에올라(10시50분) 사방을 두루 바라 보니 한강은 잘보이나 서쪽 바다는 모르겠고 대체로 흐릿하다.

문수봉에서 돌아갈 코스로 실랑일 좀 한다

난 되돌아 가자하고, 처는 대남문으로 하여 계곡으로 가자고.

문수봉 우회하여 사모바위에 오니 중앙 깃발 사람들이 아직도 헬기장에서 시간보내고 있다.

깃발에 Since1908 이라 내 동생이 계동 중앙고교 출신인데 중앙고교 동문 산행인가보다.

내가 너무 일찍온 거지 지금 11시30분이니.

 

이삼십대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앞에 명패를 걸고 가기에 자세히 보니 박사모라. 박근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단체

산행 왔다며 즐거워들 한다.

 

비봉은 우회하고 향로봉이 보이는 바위에 앉아 참외 나누어 먹고 

아침 먹던 바위에오니 나이든사람 셋이 막걸릴 마시다 한잔 준다.

그들은 올라가는데 내려가는 나보고 일찍 왔다기에 오후 약속으로 산행을 접고 내려 간다니,

"어디까지 다녀오냐"고 묻기에 "문수봉 갔다 온다" 하니  나이들어 많이 하는건 안좋다며 나일 묻는다.

64살이라 하였더니 웃으며 -얼굴에 주름이많고 모자 밑으로 흰머리칼도 많은 친구보고 60이란다.

친구들이 나보다 훨신더 늙어 보인다니 그사람은 "우리 조상이 번데기 이요"란다.

웃었지만 번데기와 사돈은 해도 되겠다. 

 

처는 그냥 지나갔으니 부지런히 가는데 탕춘대 방향이라 되돌아 허겁지겁 따라갔더니 탕춘대 능선으로 가잔다.

탕춘대로 그냥 갈걸. 갔던길 되돌아 오는것 싫어 하니.....

능선길이 좋아 맨발로 간다.

구기터널 매표소로 나가기 위해 계곡으로 내려 가는데, 여자 하나낀 30대 후반의 젊은이 네사람중에 한사람이 담배를 피는데

친구들이 말려도 듣지 않아 내가 끄라해도 비실비실 웃기만 한다.

물론 비온끝이지만 양양과 낙산사 생각 해야지. 고얀녀석.

 

계곡이좋고 비온 끝이라 물도 많아 맨발로 걷다 물에 들락날락 하니 발도 깨끗해지고-

구기터널 매표소밖으로 나오니 바로옆 계곡에 폭포가 일품이다.(오후 한시 반)

차에오니 한시사십분 역시 문은 안 채워져 있었고 뒤 왼쪽 범퍼 아래를 누군가 많이 긁어놓고 명함도 꽂아 놓지 않고.

달아 났다.

 

자유로로 일산을 다니다 오늘은 난지도 옆으로 시가지로 가보니 신호에 시간이 많이 걸려 약속 시간에 늦어

딸의 지청구 좀 듣고

딸이 사주는 떡갈비에 법무부 첫 월급이라며 주는 용돈도 받고 괜찮은 하루 였다.

 

산행시 다른 약속은 안하는 것이 좋겠다.

읽어 주신분들 고맙습니다.

안산 즐산들 하십시오.

 

김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