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 간직하고픈 상황봉 만남 그리고 드라마 해신 세트장

 

Mt. 0520  상황봉(645.1m) * 백운봉(601m) * 업진봉(544m) * 숙승봉(461m) - 전남 완도군

 

산 행 일 : 2005년 4월 5일 화요일
산의날씨 : 맑음
산행횟수 : 象皇峰 * 白雲峰 * 業盡峰 * 宿僧峰 - 3회차
동 행 인 : 불암산 님 부부, 고석수 님, 히어리 님, MT사랑 님 부자(우준)
산행시간 : 6시간 10분 (식사 휴식 2시간 19분포함)

 

대야수원지 앞 <0:16> 건드렁 바위 <0:22> 줄사다리 바위(상여바위?) <0:12> 관음사지 약수
<0:08> 임도 <0:25> 상황봉 <0:32> 3층 목조 전망대 <0:33> 백운봉 <0:18> 업진봉 <0:37> 숙
승봉 <0:28> 불목 저수지 옆

 

 

                                                 상황봉에 있는 등산 안내도

 

작년 4월 인천, 서울, 안산 등지에서 찾아온 손님들과 함께 뜻깊은 산행을 한 것이 문득 그리워 3
월 9일 아내랑 둘이 보성 작은오봉산을 둘러보고 글을 올렸더니 뜻밖에 그런 기회를 만들어보자
는 연락들이 왔었다.

 

처음엔 4월 3일 일요일을 택하였으나 피치 못할 여수지맥 마지막 종주 날과 겹쳐 이틀을 연기하
다보니 광주부근 남도가족들이 한 분도 참석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백두대간 청소를 하고 있는 불암산 님이 민주지산 폭설 속에서 고생을 하고 귀가하지도 못한 체
오히려 서울의 부인까지 전주로 불러내려 밤차를 탔으니 우리가 먼저 순천 역에서 영접을 해야
도리인데 주객이 전도되고 말았다.

 

여수 MT사랑 님 가족(6명)과 히어리 님 가족(5명)이 전원 참석했으며 늘 그러하듯 나는 홀로 이
며 내차는 유통센타 공터에 세워두고 불암산 님 부부와 같이 MT사랑 님 승합차에 동승한다.

 

고석수 님은 벌써 완도 연륙교 검문소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 외 전화기가 불이 난다.

"순천으로 되돌아와서 가려고 열차 표를 예매하였는데 늘보산악회 이익수 산행대장과 임원 몇 분
이 형님을 뵈려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완도에 도착했답니다. 그러니 섭섭하지만 그 분들과 상경
하려면 표를 물려야겠습니다"  

이거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그저 마음은 공중에 붕 뜨고 하는 수 없어 벌교 역에 들려 열차 표
를 물리고 말았다.

 

완도 불목리, 드라마 해신 신라방 세트장은 이른 시각부터 차가 밀리고 구경꾼 또한 대단하다.
가까스로 불목저수지 제방위에 차 한 대를 세우고 벌써 상황봉에 거의 다다랐다는 분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기가 미안해서 들머리를 대야리 수원지로 바꿔 이동하려는데 인범이가 컨디션이 안
좋은지 산행을 포기하고 가족들과 남겠다고 한다.

 

10 : 05 낯익은 대야수원지 입구 삼거리에 이르니 작은 주차장이 새로 생겼고
10 : 08 미리 산행준비를 했던 불암산 님 부부가 다람쥐처럼 날렵하게 오르는 길을 뒤따른다.
산우들을 의식한 때문이라 여기지만 나야 어디 그리 빠르게 갈 수 있겠는가.
우준이를 앞세우고 세 사람이 유유자적하게 그러나 조금 속도를 내서 오르니 숨이 가쁘다.

 

 

                                      대야수원지 입구 들머리의 불암산 님 부부

 

10 : 24 건드렁 바위를 지나면 철탑을 세우느라 산을 파헤치며 이동했던 포크레인 길도 이제 숲
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그 좌측 동백과 후박나무 사이로 새로운 길이 만들어 졌다.

 

 

                                                  건드렁 바위와 백운봉

 

10 : 33 고압송전탑이 선 약 330봉, 나무사이로 상황봉이 올려다 보인다.

 

 

                                            330봉에서 본 상여바위와 상황봉

 

10 : 46 낡은 줄사다리가 있는 들쭉날쭉한 거대한 암봉(전남의 명산에 상여바위로 표기되었는데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앞에 이르자 감탄사를 남발하며 오르는 두 아우님들을 보니 아내랑 둘이
바위를 지나가겠다고 올라 반대편에서 크게 놀라 되돌아 내려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상여바위 위의 두 아우님

 

11 : 00 펼쳐지는 조망에 내려올 줄 모르는 아우님들을 재촉해야 했으며
11 : 12 관음사지 약수터에 들려 시원한 석간수로 목을 축이고 물병의 물도 바꿔 담는다.

 

 

                                                      관음사지와 약수터

 

11 : 17 약수터를 되돌아 나오면 임도에 닿기까지 기암절벽이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이곳 저곳에
서 둘러보는 조망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무등산 입석대가 연상되는 입석

 

동백과 후박 그리고 이름 모른 사철푸른 나무 숲속을 걸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형님! 오늘은 수 백만원 짜리 보약을 마시는 거나 진배없습니다" 히어리 님의 말에 일리가 있다
싶어 "나는 술에 찌든 노폐물을 빼 버려야겠어" 화답하고 마음이 바빠 혼자 앞선다.

 

             

 

                                      큰바위에 자석처럼 붙어있는 작은 바위

 

11 : 25 임도, 사철 울창한 수림을 이리저리 휘도는 임도가 흠이라면 흠이고 이제 약간 된비알을
치고 올라야 한다.

 

11 : 50 상황봉 정상.

 

 

                                  상황봉 삼각점과 백운봉, 숙승봉, 멀리 두륜산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사방팔방 조망을 즐기느라 여념 없는 가운데 고석수 님이 달려들어 포옹하고 백두
대간 길 여원재에서 만났던 이익수 산행대장님 그리고 임원 몇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산을 사랑하고 마음을 비우면 이리 편해지니 많은 말들이 필요 없고 운해 아우님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즐거운 산행하라"는 반가운 전화를 해 준다.
 

 

                                          작은오봉산을 함께 올랐던 산우들
 
히어리 님들과도 조우한 늘보산악회 임원진과 불암산 님 부부는 헤어지기 아쉬워 한동안 머물다
쉰봉쪽으로 내려갔고 고석수 님은 우리랑 동행하기로 했지만 얼른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완도읍과 신지도 그리고 연륙교.   

 

12 : 38 쉰봉 정상에 그들의 모습이 보일 때 우리도 백운봉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불암산 님 일행들이 쉰봉에 오르자 발길을 돌렸다.

 

12 : 59 짧은 철계단 두 곳을 지나 5분쯤 가면 수목원 임도 갈림길로 '백운봉 1.6km' 이정표가 있
고 이어 임도를 거슬러 계단 오름 길이 나온다.

 

 

                                                 3층 목조전망대와 백운봉

 

13 : 10 새로 지은 목조 삼층 전망대에 올라 조망을 즐기며 밥을 먹고
13 : 43 "배가 너무 불러 백운봉으로 오르려면 이제 죽었다"는 넋두리들을 하면서 출발한다.
13 : 57 헬기장, 이전부터 얼레지가 많이 보였으나 이 곳은 군락지로 꽃이 활짝 피었다.

 

 

                                               조망을 즐기는 전망대 위의 산님들

 

 

                                                  전망대에서 본 달마산

 

14 : 16 아닌게아니라 백운봉으로 힘겹게 오르니 시계가 뚜렷하진 않으나 조망이 기막히고 신라
방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은 잠시 잊은 체 사진 촬영에 여념 없는 일행들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백운봉에서 우준이랑

 

 

                                        백운봉에서 본 업진봉, 숙승봉, 멀리 두륜산

 

14 : 27 철계단을 내려서고
14 : 31 대야리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도 지난다.
완도를 동서로 가르며 남북으로 다섯 개의 암봉(남으로부터 쉰봉<쉼봉>-상황봉-백운봉-업진봉-
숙승봉)이 우뚝 솟아 있다.

 

14 : 45 그중 제일 볼폼없으나 키 작은 산죽이 진을 쳤고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기 좋은 넓은 터
를 이룬 업진봉에 이르니 커다란 정상표지석이 세워졌는데 상황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쉰봉에도 없
었던 표지석 같은 것이 보였다.

 

신라방이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두 가족들이 무료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알아보라고 하니 
완도 서쪽 당인리 해상 세트장을 둘러보고 있다고 한다.

 

 

                                            업진봉. 숙승봉과 신라방이 보인다.

 

14 : 56 업진봉을 내려서면 앞서 못지 않은 얼레지 군락지가 나오고 편한 길을 걷다보면
15 : 06 헬기장도 나오며 '불목리 1.3km' 이정표가 있다.
상황봉 쪽으로 가는 사람 우리와 마찬가지로 숙승봉 쪽으로 가는 사람, 산행객도 많다.

 

 

                                             오를 곳이 없을 듯 싶은 숙승봉

 

숙승봉으로 치고 오르는 길은 대략 세 곳으로 철계단이 설치된 맨 아래쪽이 수월하나 우리는 가
운데 바위틈 길을 비집고 오른다.
수십 길 절벽을 이룬 암봉으로 저 아래에서 보면 도저히 접근할 수 없게 여겨지니 가다서다를 반
복해야하는데 김해에서 왔다던가 하는 두 젊은 여인은 뛰어 올라간다.
그러면서도 우준이를 격려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긴 유치원생으로(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 지리와 덕유종주를 했던 우준이는 우리를 앞섰으며
뭇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15 : 33 날 머리인 불목리 저수지와 신라방이 바로 턱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숙승봉에도 자연석으
로 만든 커다란 정상표지석이 세워졌다.

 

 

                                                     숙승봉 정상표지석

 

 

                                          숙승봉에서 본 대둔산-두륜봉-가련봉

 

매번 그러하듯 배낭 비울 기회를 찾지 못하는 히어리 님이 뒤늦게 오이며 오렌지 등을 꺼내는데
그 무거운 것들을 짊어지고 다니느라 수고했다.
얼른 일어나기가 싫은데 다시 신라방으로 돌아온 가족들로부터 연락이 오는 것 같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야 시간 가는 줄 모르나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숙승봉에서 내려다 본 신라방

 

15 : 50 이제는 철계단 쪽으로 내려서고 울창한 숲으로 인하여 어두컴컴한 가파른 길을 따라 부
지런히 걷는다.
16 : 18 무덤 두 기를 차례로 지나면 등산로 안내도가 세워진 불목저수지 제방 남쪽 끝 지점이다.

 

 

                                        불목저수지옆의 등산초입, 오늘의 날머리

 

처음 계획은 지금 내려선 불목리에서 우리가 지나온 역순으로 상황봉에 오른 후 쉰봉을 거쳐 대
구미로 내려서는 종주를 하려고 했으나 서울에서 못난 사람을 만나겠다고 이 먼 곳까지 어려운
발품을 판 분들에게 더 큰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역으로 걸었으나 오늘 산행은 결코 잊지 못할
귀한 추억으로 자리 매김할 것이다.

 

 

                                                      신라방 - 1  운하

 

 

                                                          신라방 - 2  

 

 

                                                             신라방 - 3

 

 

                                              신라방 - 4  설평상단의 실내 


 

                                                          신라방 - 5


 

                                                   신라방 - 6  설평상단


 

 

                             신라방 - 7  거리 위로 보이는 숙승봉. 드라마에 가끔 나온다.

 

17 : 26 인산인해를 이룬 신라방을 두루 살펴보고 완도를 빠져나와, "순천까지 동행해서 열차를
타고 가라"고 했으나 "강진에서 버스를 이용하겠다"는 고석수 님과 강진터미널에서 작별하고 순
천으로 향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