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이야기(24) - 천등산(天燈)

하늘등을 밝힌 등불의 산, 천등산

 

 

▲ 들머리에서 본 천등산

 

  
천등산(天燈山) - 해발 706.9m

  

 완주군 운주면에서 산북리와 배티재를 넘어 금산으로 빠지는 17번 국도를 가운데 두고 북쪽이 대둔산, 남쪽이 천등산이다. 행정구역상 전북 완주군 운주면 장선리, 산북리에 위치하고 있다.

 후백제를 세우기 위해 견훤이 돌을 쌓아 전주성을 치려는데 연못속에서 용이 닭 우는 소리를 내니 산신이 환한 빛을 발하여 앞길을 밝히므로 승리를 거두었다는데서 그 이름을 천등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천등산은 대둔산 못지 않은 기암절벽을 자랑하는 한편, 짙은 숲이 어우러진 돔형의 암릉으로 구성된 산이다. 예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려져온 대둔산의 명성과 그늘에 가려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산행의 적지로 알려지면서 경향 각지의 등산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산이다.

  

 천등산은 기암절벽과 계곡의 폭포 그리고 바위 사이를 뚫고 나오는 소나무들로 하나의 거대한 작품을 이루고 있다. 특히 가을엔 암봉과 암벽사이의 단풍으로, 겨울엔 흰눈에 덮인 거대한 은빛 바위와 계곡에 활짝 핀 설화 등으로 길손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등산 코스


    장선리 국도변~동굴 치성터~능선 삼거리~정상~능선 삼거리~북동능선~
        산북리 고산촌~평촌리(약 3시간30분 소요)
   

 

 

 

▲ 등산지도(크게보기)

일 시

2005년 4월 5일(화)10:00 - 14:10 (4시간 10분), 4.1 Km

동 행

반려와 나

날 씨

대체로 맑음

코 스

천등산입구 수중보(10:00)
샘(10:18)
폭포1
(10:25)
폭포2
(10:31)
입석(10:44)
석굴(11:23)
정상(12:10)
점심(12:17~35)
로프(12:53)
소나무전망대(13:03)
평촌리 도로변 천등산휴게소(가든) 주차장
(14:10)

 

   천등산으로 가는 길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의 적당한 산(3~4 시간 소요)을 찾다가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은 대둔산 가는 길에 있는 천등산을 생각해 냈다. 명산 대둔산(878m)에 가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천등산은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와 장선리에 자리한 해발 707m의 하늘을 밝힌 등불의 산이다.

 

   아름다운 대둔산의 절경에 행여 어둠이 내릴까 하늘 높이 등불을 밝혀 대둔산의 전경을 환하게 비춰주는 산이 바로 천등산이란다. 오늘은 천등산을 만나러 괴목동천 계곡길을 향해 달려간다.

 

   평촌마을의 천등산 휴게소·가든(날머리)에 차를 세워두고 그곳에 '양촌순수 생막거리' 배달하러 온 분의 도움을 받아 다시 수중보가 있는 천등산 입구(들머리)로 내려왔다.

  

계룡(09:00) → 연산 → 양촌 →  운주 → 평촌마을  →  천등산입구(10:00) 

  

 

 천등폭포로 오르는 길

 

   운주중학교를 지나고 주유소를 지나 500m 정도 계곡으로 올라가면, 커브를 돌아 바로 하산북마을 가기전에 포도밭이 있는 좁은 공터가 나오는데, 사람들은 이곳에 주로 주차하고 냇가를 건너는 수중보를 지나 본격적인 천등산 산행을 시작한다.

  

    맑은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괴목동천에 내려가면 물을 막은 보를 다리삼아 물을 건너는데 누군가가 재미있게도 보의 첫 부분에 '천등교'라 세겨 놓았다. 보를 건너서 논길을 지나  왼쪽으로 굽어 돌아가는 산길은 꾀나 넓고 리본도 몇 개 붙어 있다. 나무숲에는 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려서 제법 봄분위기를 느낄수 있다. 

  

   봄날씨 치고는 대체로 맑아 마음이 편하다. 오늘도 많은 사물들을 만나고 사유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보리라 생각하며 천천히 걷는다. 반려와 서로 기념하면서 걷는 사이 산길은 점점 좁아져 호젓하기까지 하다. 산수유가 피어나는 오솔길을 쉬엄쉬엄 따라 오르면 곧 이어 몇개의 바가지가 준비된 단정한 샘터에 이르러 물 한 모금 마셔본다.

 

   점점 가팔라 지는 길을 오르면 2기의 돌탑이 보이고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작지만 깨끗한 이단폭포가 눈앞에 펼쳐지고 큰 나무 아래는 쉴 수 있는 공터가 잘 다듬어져 있다. 첫 번째 폭포를 지나 만나는 쉼터 주위에는 치성의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쉼터에서 바위 벼랑길로 철난간이 설치되어 있으며 옆에는 10 여미터 높이의 폭포가 시원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수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으나 여름 우기에는 제법 많을 것 같다.

 

 

▲ 들머리의 수중보

 

 

 

▲ 수중보의 천등교

 

 

 

▲ 샘

 

 

 

▲ 폭포1

 

 

 

▲ 폭포2

 

 

석굴로 오르는길

 

   폭포 위쪽으로 벼랑길을 지나면서 바라보는 협곡의 좌우에는 층층 바위와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어 우리가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풍광이 좋은 느낌이 든다. 조금 더 오르면 단애 끝자락 아래로 돌계단이 이어지고 천등산의 수문장같은 입석이 우리를 맞이한다.

 

    그곳을 지나 만나는 너덜지대에는 누군가가 돌탑을 여러 기 쌓아 놓았으며 돌 계단길은 경사가 심하지만 나름대로 운치도 있다. 돌 계단길을 가파르게 오르니 이마에선 땀방울이 송글송글 배어나와 눈으로 흘러 들어온다. 다시 산길을 이어가면 왼쪽의 산기슭에는 엄청난 돌이 흘러내린 너덜지대를 만난다. 크고 작은 돌탑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자랑하는 듯하여 지나는 산객의 발걸음을 잡는다.

  

    계속 이어지는 돌계단은 가파르고 힘이들어 반려와 나는 천천히 쉬어가며 오른다. 약 40분 정도 돌계단과 너덜지대를 지나니 비탈길 위 나무 숲 사이에 돌덩이로 쌓은 축대와 가건물이 보였다.

 
 
▲ 돌계단길

 

 
 
▲ 절벽의 소나무

 

 
 
 ▲ 입석

 

 
 
▲ 돌 너덜의 돌탑

 

 
 
 ▲ 석굴

 

 

 천등을 타고 대둔산 암릉을 조망하다.

 

   다시 오름길을 이어가다가 노부부를 만났는데 바위 내리막을 내려 오시는 허리가 굽은 할머니를 부축해 드렸다.  아래 마을에 사시는 분들인데 기도를하고 내려가시는 길이란다.

  

올라오는 계곡길 바위아래 깊숙한 곳에 밝힌 촛불들, 이 산의 이름, 그리고 험한 바위산길에 등산 장구 하나없이 기도하고 내려가는 노부부의 모습에서 '기도'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그 사이 우리의 발걸음은 작은 무덤 하나가 멀리 계곡길을 굽어보는 전망대 바위 위에 서고, 남서쪽으로 펼쳐진 낙타바위 능선과 동쪽의 기도터를 조망해 보고 나서 또 오른다.

   두 그루 소나무 아래로 크고 작은 너럭바위를 펼쳐 놓아 앉아 쉬기에 안성마춤인 두 번째 전망대는 무더운 여름날엔 천등산 하루 길에서 쉼터로 제격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무리 갈길이 바쁘더라도 이런 곳에서는 땀을 식히고 식수도 마셔가며 느긋하게 산세를 감상하는 여유를 가지면 좋을 것 같다.

 

   바위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보면 산행기점인 17번 국도변의 포도밭과 오가는 차량들과 괴목동천의 맑은 계곡물길이 시원스레 흘러가는 모습도 보인다. 고개를 들면 낙타등을 이룬 서쪽 능선이 멋진 풍경으로 다가온다. 너럭바위에 편하게 앉아 가지고 온 간식을 나누고 솔향기를 만끽한 후 다시 산길을 이어가면 이윽고 주능선 삼거리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오른쪽(남쪽)으로 조금 더 가면 '하늘의 등불' 천등산 정상에 도달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수려한 암봉의 대둔산 산세는 보면 볼수록 황홀하다. 하늘등을 밝힌 천등산 이라 명명한 옛사람들의 혜안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뒤돌아 남쪽을 바라보면 써레봉의 아기 자기한 암릉이 우리를 반겨준다.

 

  적당한 크기의 정상 공터에는 이정표(17번 국도 1.7km, 평촌리 2.3km)가 있고, 우측에는 빛바랜 정상 표지목이 돌무덤 속에 꽂혀 있다. 정상의 모습을 담고 뒤이어 올라오는 산님들께 부탁하여 정상을 기념하고 올라온 능선길을 조금 되돌아 내려가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왼쪽길은 우리가 올라온 코스이며 북쪽으로 조금 더 가서 동북쪽(오른쪽) 능선길을 이어가면 산북리의 고산촌으로 내려가게 된다.

 
 
▲ 오름길에 만난 노부부

 

 
 
▲ 들머리와 계곡 조망

 

 
 
▲ 치성터

 

 
 
▲ 정상 표지목

 

 
 
 ▲ 정상에서 대둔산 조망

 

 
 
 ▲ 정상에서 써레봉 조망

 

 
 
 ▲ 정상 기념

 

 
 
 ▲ 들머리와 운주면소재지 조망

 

 
 
 ▲ 정상에서 낙타바위 조망

 

 
 
 ▲ 날머리 평촌마을 조망

 

 

하산 길

 

  우리는 전망대가 있는 천등산의 북쪽 끝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백마가 기다리고 있는 고산촌을 향하여 북동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북쪽의 대둔산을 지긋이 바라보며 내려가는 바위능선길은 참으로 황홀하다. 다양한 형상의 바위에 이름을 붙여가며, 소나무를 기념하며 내려가다 보면 밧줄이 걸려있는 약 10m의 절벽이 있어 암릉길의 짜릿한 묘미도 즐길수 있다.  이 절벽만 지나가면 별 어려움이 없고 산죽숲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길가에 산수유와 진달래 꽃봉우리가 피어나는 느긋한 산길이 제법 길게 이어진다.

  

 산 아래 쪽에서부터  다시 훤히 열리는 대둔산의 암릉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고산촌을 지나 시멘트 포장된 농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오른쪽으로 계곡의 다리를 건너 아침에 주차해 둔 평촌마을 천등산 휴게소 주차장에 도달한다.

 
 
 ▲ 절벽의 로프

  

 

 

▲ 바위와 소나무

 

 

 

▲ 바위와 소나무 2

 

 

 

▲ 산죽길의 반려

 

 

 

▲ 산수유

 

 

 

▲ 막 피어나는 진달래

  

 

 

▲ 고산촌에서 보리밭, 평촌마을, 대둔산 조망

 

 

 

▲ 평촌마을 천등산휴게소 주차장에서 천등산(좌측이 정상부) 조망

 

 

  귀가 길

 

   근교에서 짧은 산행을 마치니 한결 여유롭다. 천등산 휴게소에서 음료수와 양촌막걸리 1병을 샀다. 아침에 가게 주인과 막걸리 배달하시는 분이 베풀어준 친절에 감사하며 그동안 소원했던 막걸리 맛을 상상하며 집으로 향한다.

  

   괴목동천 계곡에는 휴일을 즐기는 피서객들도 제법 눈에 띈다. 운주면(전북 완주군)을 지나고 딸기 하우스로 가득한 양촌면(충남 논산시) 들판을 지나 계룡으로 돌아왔다.

흐르는 곡 : 봄의 세레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