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산 다녀와서


  충북 괴산군에 있고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군자산은 군대산으로 불리다가 산자락에 덕바위ㆍ정자소ㆍ서당말과 송시열의 유적 등 덕을 쌓은 군자의 모습을 보인다하여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기자기하지만 장쾌하고, 힘들었지만 보람도 느껴지던-구릉과 암릉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는 이 산이 돋보인 데는 역시 쌍곡계곡이라는 계곡이 있기 때문으로 10㎞에 이르는 계곡 곳곳은 차고 맑은 물, 소나무 사이사이로 삐쳐 나온 괴이한 바위들이 어우러져 선경을 이룬다.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계곡을 찾을 것 같다.

 

  이미 여름이 시작된 6.26 나는 '새롬산악회' 산우 30여명과 당일산행으로 이 산을 찾았다. 평소 같이 다니던 사람은 비가 온다며 겁먹고 안 가겠다고 하여 혼자서... 소나무 숲 속 가파른 절벽을 타고 오르면서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소금강이라 불리는 쌍곡계곡 끝자락 솔밭주차장에서 산행 시작하여 전망대 같지도 않고, 표지도 하나 없는 '하늘전망대'라는 곳을 지나 두 번이나 정상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 헷갈렸지만 내가 본 정상표지석 중에 가장 작다고 느낀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만은 한 장 남기도 싶었다.

 

  하산은 '도마재'라는 고개를 넘고도 상당히 오래 동안 이어진 너들과 돌밭 길을 따라 '도마골'로 내려왔는데 산행을 다 마치는데는 4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산행 시작이 바로 치 오르는 가파름과 여러 군데 밧줄을 잡고서야 지탱할 수 있는 내 몸의 무게를 느끼며 역시 어떤 산행도 결코 쉬운 데가 없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만만한 산이 없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되고..., 그래서 '산은 산, 물은 물'인가? 잠시 생각에 잠겨 보기도 하고...

 

  산을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에는 아침에 부산서 내리던 장마비가 여기까지 쫓아와 마음은 급하고 걸음은 무겁기만 했는데 땀에 젖고, 비에 젖은 초라한 내 모습에서 스스로 고독을 느낀 것은 내가 사랑에 매마른 때문은 아니었을까. 고독한 이 심사 누가 알아주랴...

 

  '새롬산악회'가 장만한 뒷풀이 겸 하산주는 역시 거나해 막걸리에 소주, 소주에 막걸리 각자 취향대로 마시고 나니, 차 타자마자 대부분이 곯아떨어졌구나. 산행대장 염려처럼 중간에 차 세우라고 고함치는 산우없어 다행이기는 했지만... (2005. 6.28 새롬산악회 어느 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