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언제 : 2005. 02. 26(토)
ㅇ 어떻게 : 밀양 출발(06:10) - 중산리 매표소 도착(08:10) - 산행 시작(08:10) - 법계사(10:00)
- 천왕봉(12:05~12:10) - 장터목대피소(13:00~13:55, 중식) - 중산리 매표소(16:20)
ㅇ 산행시간 : 08시간 10분, 휴식 및 식사 시간 포함
ㅇ 누가 : 아내와 나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지리산을 걷고 싶어서
주말마다 대피소 예약을 하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2월이 다 지나 가고 있었다.

3월부터 5월 까지는 경방 기간이라 입산이 안되므로
어찌됐던 이번주엔 당일치기라도 지리산에 가기로 작정을 한다.

눈이 오거나, 눈 꽃이 있다면 금상 첨화가 되겠지만
장터목에 전화를 해 보니 기대하기 어렵단다

아침 일찍 밀양을 출발해서
중산리에 도착하니 산 꼭대기가 하얗다
배낭을 메고 아스팔트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10여분 오르니 우측으로 자연학습원으로 가는 길이 나오고
우린 좌측길의 등산로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몇 번 와본 이 길이지만
그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항상 북적대는 이 길이 오늘은 호젓한 기분이 들 정도로 여유롭다
맑은 날씨에 하늘은 파랗고,
숲 속에서 산새들의 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산 길이다.

  

칼바위를 지나니 곧,

장터목으로 가는 길과 법계사 가는 길의 삼거리가 나온다.

법계사로 가는 길은 계속해서 오르막이다.

가다가 쉬기를 여러 번,

드디어 법계사가 보이고 로타라 산장이 나온다.

로타라 산장으로 가는 내리막길에서

젊은 청년이 엉덩방아를 찧는다.

썰매장보다도 더 미끄러운 길이다.

우린 조금전의 아이젠 덕분으로,

 "뽀드득" 소리도 요란하게 빙판길을 거침없이 내려간다.

  

금 새 아이젠을 했다고,

이제까지 피해 오던 눈과 빙판을 찾아 발자국을 남긴다.

상황에 따라  好, 不好가 180도 바뀌는 자신을 보며

세상의 이치를 생각해 본다.

  

지난 겨울 이맘때 친구들과 1박을 했던

로타리 산장이 정겹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만난지 얼마 안 된 친구들이였지만,

따뜻한 가슴과 넉넉한 웃음으로 이 곳에서 하룻밤  운우의 정을 쌓았던 그 때,

비워지는 소주병 대신,

산장의 아름다운 추억은 차곡 차곡 쌓여만 가는 겨울 밤이였다.

그 땐 눈이 시리도록 눈 꽃도 있었고....

그 때의 사진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 2004-01-24. 지리산 눈꽃 산행 사진

  

로타리 산장에서 천왕봉까지는 계속해서 오름길이다.

천왕봉이 까까워지니까

눈 꽃은 없고 바위와 나무엔 얼음으로 장관이다.

마치, 돈 많은 재벌의 연회석 얼음 조각품처럼...

  

정상의 매서운 바람으로 아내는 정상 증명 사진 찍기가 바쁘게

장터목 방향으로 내려간다.

  

통천문을 지나는 길에는

위험구조표시목이 거의 덮이는,

1미터가 넘는 눈이 단단히 쌓여 있고

바람이 만든 눈의 예술품이 눈 꽃의 아쉬움을 대신 해 준다.

  

오늘의 제석봉은 겨울의 찬바람과 메마른 초원으로 황량하다.

드문 드문 서 있는 고사목과 푸른 초원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이 곳은,

사진메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인데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장터목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여 식은밥을 말아 먹고

소주를 반주로 성찬을 이룬다.

따끈한 한잔의 커피를 곁들이니 얼얼한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중산리로 내려 가는 길은 여간 미끄러운게 아니다.

등로는 빙판으로 변해 있고

산객들이 빙판을 피해 다닌 우회로가 그나마 길을 열어 주고 있다.

  

그래도 하산길은 오름길보다 한결 수월하다.

오늘 산행을 주저했었던 아내의 얼굴을 보며

이번 산행도 멋진 산행이였음을 알게 된다.

  

꽃 피는 오월이 기다려진다. 

  


▲  법계사를 지나 개선문


 

▲  파란 하늘, 앙상한 수목..



▲  잠시 쉴 때 한 컷! 아고 숨 차.



▲  이제 다 왔네요. 천왕봉 가는 길



▲  눈과 얼음, 그리고 ....



▲  천왕봉 정상부의 바위와 얼음의 합작품



  


▲  천왕봉으로 오르는 산객이 보이나요?



▲  여긴 정상! 오늘은 한적합니다.



▲  줄을 안 서고 이 곳 증명 사진 찍기는 처음,



▲  정상에서 본 노고단 방향



▲  얼음 조각품보다 더 아름다운 정상 바로 밑의 얼음 동산



▲  눈 꽃이 아쉬운 풍경





▲  통천문 앞에서... 눈 꽃이 조금 보이네요.



▲  바람이 만든 눈 조각과 지리의 자연



▲  제석봉의 겨울



▲  중산리 하산길... 온통 눈 밭이다.



▲  난 코스는 끝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