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daum.net/tombow-san

 

■ 언   제 : 2010년 6월 9일(수) ~ 10일(목) - 1박 2일

■ 어   디 : 지리산(智異山 해발 1,915m)

                경남 함양군ㆍ산청군ㆍ 하동군,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 누구랑 : tombow, 회사산악회 멤버(반대장님, 철인님, 서진우님 / 총 4명)

■ 코   스 : 성삼재 휴게소 - 노고단 - 임걸령 - 삼도봉 - 화개재 - 연하천대피소 - 벽소령대피소 - 선비샘 - 영신봉 - 세석대피소(1박)

                - 연하봉 - 장터목대피소 - 제석봉 - 천왕봉 - 장터목대피소 - 소지봉 - 참샘 - 하동바위 - 백무동 탐방지원센터(총 35.5km)
■ 일자ㆍ코스별 시간

   - 종주 첫날(6월 9일)

     성삼재 ~ 세석대피소(도상거리 22.9km / 9시간 40분 소요 / 순수산행시간 7시간 40여분 소요)

     03:30 - 경주출발(경부고속도ㆍ88고속도 경유)

     05:15 ~ 05:20 - 거창휴게소(휴식)

     06:10 ~ 06:40 - 인월도착(인월기사식당에서 조식)

     07:05 - 백무동 버스터미널 주차장 도착(주차 1일 4,000원)

     07:45 - 성삼재휴게소(해발 1,102m) 도착 : 백무동에서 택시로 이동(40,000원) - 인월카니발택시(황태봉기사님/011-677-5512)

     08:00 - 성삼재 탐방지원센터앞 출발( ← 만복대 5.5km / 천왕봉 28.1km, 노고단고개 2.6km, 화엄사 7.4km ↗ )

     08:20 - 노고단 지름길(나무계단)이정표( 해발 1,255m ↙ 성삼재 1.5km / 노고단고개 1.2km ↗ )

     08:35 - 노고단대피소(5분 휴식)

     08:50 - 노고단 고개

     09:15 - 돼지령

     09:30 - 피아골 삼거리(해발 1,336m)

     09:40 - 임걸령 통과

     10:15 - 노루목(해발 1,498m : ← 노고단 4.5km / 반야봉 1.0km / 천왕봉 21.0km → )

     10:30 - 삼도봉     

     10:45 - 화개재( ← 노고단 6.3km / 연하천 대피소 4.2km → )

     11:20 - 토끼봉(해발 1,534m)

     12:35 ~ 13:10 - 연하천대피소(중식 및 휴식)

     13:50 - 형제봉(해발 1,452m)

     14:30 - 벽소령대피소 도착(20분 휴식)

     15:40 - 선비샘(10분 휴식)

     16:20 - 망바위

     16:40 - 칠선봉(해발 1,558m, ← 벽소령대피소 4.2km / 세석대피소 2.1km → )

     17:30 - 영신봉(해발 1,651m, ← 벽소령대피소 5.7km / 세석대피소 0.6km → )

     17:40 - 세석대피소(대피소 1박)

 

    - 종주 둘째날(6월 10일)

       세석대피소~천왕봉~백무동(도상거리 12.6km / 5시간 55분 소요 / 순수산행시간 4시간 15분 소요)

      04:00 - 기상ㆍ주변정리 및 짐정리

      04:40 - 세석대피소 출발

      04:55 ~ 05:20 - 촛대봉(해발 1,703m, ← 세석대피소 0.7km / 장터목대피소 2.7km, 천왕봉 4.4km → ) / 촛대봉 일출

      06:00 - 연하봉(해발 1,730m, ← 세석대피소 2.6km / 장터목대피소 0.8km → )

      06:25 ~ 07:10 - 장터목대피소(조식 및 휴식)

      07:25 - 제석봉(해발 1,808m, ← 장터목대피소 0.6km / 천왕봉 1.1km → )

      07:40 - 통천문(해발 1,814m, ← 세석대피소 4.6km, 장터목대피소 1.2km / 천왕봉 0.5km → )

      07:50 - 천왕봉(해발 1,915m / 5분 휴식)

      08:15 - 제석봉

      08:25 - 장터목대피소(10분 휴식후 출발)

      09:25 - 소지봉(해발 1,312m, ↙ 백무동 3.0km / 장터목대피소 2.8km ↗ )

      09:40 - 참샘(해발 1,125m, ↙ 백무동 2.6km / 장터목대피소 3.2km, 천왕봉 4.9km ↗ )

      09:55 - 하동바위(해발 900m, ↙ 백무동 1.8km / 참샘 0.8km, 장터목대피소 4.0km, 천왕봉 5.7km ↗ )

      10:25 - 백무동 탐방지원센터 앞

      10:35 - 백무동 버스터미널 주차장(P)          

    

      도상거리 총 35.5km(총 산행시간 15시간 15분 / 순수산행시간 11시간 50여분)

 

 

     작년에 이어 일년만에 지리종주에 나선다.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어김없이 지리종주능선을 거닐고 있는 자신을 꿈꾸며 실현가능한 날짜를 잡거나 한국의산하에 올라온 산행기나 타인의 블로그를 살펴보면서 대리만족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 이른봄부터 4월 30일까지 오랫동안 산불경방기간에 묶여 통제중이던 지리산의 경방이 풀리는 5월이 시작되면서부터 새록새록 지리종주의 욕망(^^)이 가슴 저깊은 곳에서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눈코뜰새없이 바빴던 5월이 지나면서부터 지리로의 욕망은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되나 다행스럽게도(?) 올봄의 이상기후와 저온현상으로 인해 지리의 봄은 다른 산들보다 훨씬 더 늦게 시작이 되어 녹음이 짙어지는 6월이라해도 지리자락에선 신록의 푸르름과 뒤늦은 철쭉과 얼레지 등을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잔뜩 가져 볼 수 있었다.

이걸 정말 다행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까?...

 

     각설하고...

지난해 함께 지리종주에 나섰던 후배들과 동료는 부서이동과 각 개인사정 등에 의해 올핸 아무래도 함께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애당초 홀로 종주를 계획하고 있던 차, 나의 간절한 바램을 아셨는지 회사 사내산악회(동호회)에서 6월 9, 10일 1박 2일간 지리종주산행을 나선다고 한다.

이런 대박이...

당장에 "저 갑니다"라고 참석신청을 하고 대피소예약을 의뢰받아 인터넷으로 예약현황을 살펴보니 벽소령은 이미 만실(滿室)이고 차선책인 세석에는 여유실(室)수가 많이 남아있어 일단 예약을 해두었다.

그리고 몇시간 후 산악회를 이끌고 계시는 철인님이 전화를 해서 "세석으로 예약했다면서, 딱 중간이라 잘됐네"라고 하신다.

이게 무슨 소리?

알고보니 흔히하는 성삼재~천왕봉 구간이 아닌 이른바 화대종주라 불리는 화엄사~대원사간의 종주란다...;;;

지난해 종주때 종주 첫날 성삼재에서 벽소령까지만 갔는데도 불구하고 연하천에서 마지막 벽소령구간을 혼신(魂身)의 힘을 다해 갔었던 기억이 떠올라 자신감이 갑자기 확 떨어져 버린다.

게다가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힘들다는 화엄사~노고단 구간도 그렇고 과연 화엄사에서 세석까지 갈 수 있을까 싶다.

 

허나 다행스럽게도(?) 며칠이 지나도록 저조한 참석인원과 무엇보다도 경주에서부터 화엄사까지의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화대종주에서 성삼재~백무동 구간으로 바뀌었다. 

나로선 다행이지만 첫날 성삼재에서 세석까지 열몇시간동안이나 계속되는 다소 무리한 일정에 덜컥 겁이나 무릎보호대를 준비하는 등 작년에 이은 생애 두번째의 지리종주를 위해 이것 저것 준비를 하며 산행일이 다가오기를 소풍가는 아이 마냥 하루하루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종주 첫날 이야기

 

# 첫날부터 세석까지의 약 23km의 장거리를 소화해야 하기에 경주에서 새벽 3시반에 출발을 한다고 한다.

허거덕~...;;;

그럼 도대체 몇시에 일어나야 한담?

게다가 종주 전날인 8일은 부서야유회로 풋살경기와 경기후 회식이 예정되어 있는데 언제 자고, 몇시간이나 잘 수 있을란지...;;;

어찌되었던 저녁 9시가 쪼끔 넘어 회식자리를 빠져나와 집으로 와서 몇일전부터 준비해 놓은 준비물들을 배낭에 챙겨 넣고 혹시나

빠진게 없는지 이것저것 꼼꼼히 확인을 해본다(Check List까지 만들었다는...^^).

냉동실에 넣어둔 물과 음료, 그리고 냉장고에 들어있는 간식과 먹거리들을 빼곤 모두 배낭에 챙겨 넣고 22:30분쯤 

알람을 맞춰두고 잠시나마 눈을 붙인다.

.

.

 

02:45분 알람소리에 일어나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챙겨넣고 대충 씻은 후 한참 자고 있는 아들녀석에게 뽀뽀를 해주고 집을 나선다.

03:15분 집앞에서 철인님의 차를 타고 금장으로 이동해서 서진우님을 태우고 충효에 계시는 반대장님댁으로 향한다.

충효에서 반대장님의 렉스톤 차량으로 갈아 타고 정확하게 약속된 03:30분에 출발을 한다.

 

경부고속도로와 중부내륙지선을 거쳐 아직까지 왕복 2차로 상태로 국도보다 못한 88고속도로를 타고 거창휴게소에서 잠시 쉰 다음

계속 달려 전북 남원시 인월읍에 도착, 지난해 이용했었던 인월기사님 식당에 들러 청국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택시기사님과

백무동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해두고 백무동으로 가서 시외버스터미널에 주차를 해두고 카니발 택시편으로 성삼재를 향해 떠난다.

 

지난해 이용했었던 마천 택시기사님께 연락을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아서 인월기사님식당에서 아주머니께서 소개해주신

황태봉기사님(011-677-5512)이란 분인데 아주 친절하시고 목소리가 성우뺨칠 정도의 매력적인 분이셨다.

 

 

 

(07:50분)

 

우리 종주의 시발지인 성삼재휴게소에 도착해서 공용준비물인 먹거리와 반찬 등을 나눠 서로의 배낭에 넣고 산행채비를 한다.

건너편 휴게소 건물을 보니 지난해와 달리 좌측편에 라×마 매장이 들어 서있다.

해발 1,102m나 되는 고지인데다 차량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무료주차장이 있는 휴게소도 아닌 곳에서 장사가 될까 싶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아웃도어 매장이 아닐까?

 

박무나 연무도 없고 지평선에 깔린 가스층도 없이 깨끗한 날씨지만

 이른 아침부터 엄청나게 푹푹 쪄대는 산행에는 조금 피하고 싶은 그런 날씨다.

 

 

안내판 한켠에 세워진 이정표에 붙어있는 "천왕봉 28.1km"의 압박감이...^^

 

 

탐방지원센터앞 화장실에서 지리에 들기전 몸을 가볍게 하고(?) 들기로 한다.

 

 

화장실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성삼재휴게소 입구쪽을 담아본다.

 

 

(08:00분)

 

드디어 1박2일간의 지리종주가 시작된다.

다들 무탈하게 행복한 산행이 되시기를...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바로 이렇게 잔 자갈이 깔린 흙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15분여 오르자 시야가 터이며 노고단돌탑과 KBS중계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돌탑이 보이나요?

 

등로도 조금전과 약간 달라졌다.

 

 

(08:20분)

 

노고단대피소 지름길(나무계단)

 

 

햇빛이 반사되어 보이지 않지만 여기서부터 지름길을 이용할 경우 노고단대피소까지 1.1km란다. 

 

 

계단을 지나 임도를 따라 5분여 더 가면 노고단대피소로 올라가는 마지막 돌계단길이 나타난다.

지난해 종주를 해본터라 길이 눈에 선하다.

한번의 종주 경험보다는 그동안 다른이들의 산행기나 블로그를 엄청나게 봐왔기에 이뤄진 결과가 아닐까...^^

 

 

돌계단 입구에서 뒤돌아 보니 뾰족한 암릉으로 이뤄진 종석대(해발 1,356m)가 푸른 신록으로 치장하고 자신을 뽐내고 있다.

 

 

(08:35분)

 

돌계단을 따라 5분여 동안 더운 날씨에 콩죽같은 땀을 흘리며 오르자 눈앞에 노고단대피소가 반가이 맞이해 준다.

대피소 지붕위에서 내리쬐는 살인(^^)적인 햇살이 예사롭지 않다.

 

이번 종주에 나서기 며칠전만 해도 6월 10일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우울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틀전 예보에 비가 하루가 더 지나 11일부터 온다기에 어찌나 반갑던지... 

허나 오늘처럼 바람도 없이 아침부터 푹푹 찌는 무더위도 비만큼이나 결코 반갑지가 않다.

 

 

줌으로 쪼끔 땡겨 봤더니 비로소 노고단 돌탑이 깨알만하게 보인다.

 

 

 역광을 피해 대피소 건물을 찍고 있는 사이 일행분들이 막 대피소앞으로 도착하고 있다.

 

 

구름 한점없이 파란 하늘이 인상적인 종석대 방향 풍경

 

 

다른 대피소와 달리 이곳 노고단대피소에서는 취사장이라 하지 않고 "밥 짓고 나누어 먹는 곳"이라 표현을 해두었다.

더운 날씨로 초반 산오름에 힘겨워 잠시 동안 목을 축이고 쉬어가기로 한다.

 

몇달전에 사놓은 도×터배낭을 이번 종주에 처음으로 메고 왔는데 허리받침대와 등판은 좋으나

어깨 멜빵끈쪽이 아직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오르는 내내 오른쪽 어깨가 굉장히 불편했다.

 

 

성삼재탐방지원센터앞에서 천왕봉까지가 28.1km 였으니 2.2km가 단축된 셈이다.

얼마나 왔다고 벌써부터 그런 계산을...^^

허나 35분만에 2.2km를 왔으니 꽤 빨리 온 셈이다. 

 

 

신록으로 우거져 아름다운 6월의 노고단고개 오름길

 

 

(08:50분)

 

힘겨운 돌계단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 노고단고개에 도착한다.

 

 

노고단고개 캐언(돌탑)으로 짝퉁 노고단돌탑이라고 하면 구분이 될까?

 

 

저기 위 노고단(해발 1,507m)에 위치한 뿔달린듯한 모양의 돌탑이 실제 노고단돌탑이다.

오늘처럼 깨끗한 날씨라면 노고단에서 구례쪽 섬진강의 S라인을 충분히 볼 수 있을텐데...

일단은 10:00부터 개방인데다 갈길이 멀어 아쉽지만 Skip...

 

 

노고단에서부터 삼도봉까지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서부지리산의 등대 반야봉

 

이곳에서 보면 굉장히 유순해 보이는데 실제로 가 본 이의 말에 의하면 보기와 달리 난코스라고...

아직 지리의 여러 코스중 미답인 관계로 항상 이곳에 서면 가보고픈 맘이 뽐뿌질을 해대지만 노고단처럼 갈길이 먼 관계로 역시 Skip...

 

지리10경의 두곳인 노고운해와 반야낙조가 멀어져 가는구나...

물론 오늘 날씨와 또 이 시간대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만...^^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이곳에만 서면 이원규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란 시의 이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여인의 둔부 오른쪽 멀리에서 둔부를 향해 힐끔힐끔 음흉한 시선을 보내는 천왕이(천왕봉)

 

 

저 출입문을 지나며 비로소 지리종주가 시작된다.

 

봄꽃이 늦은 덕분에 작년에 비해 열흘 이상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등로주변에 피어난 연달래로 5월의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난다.

 

 

등로가 온통 푸른빛으로 물든 유월의 지리속으로 파고든다.

이 길을 걷기 위해 그렇게도 가슴이 설레었나보다.

 

 

(09:15분)

 

돼지령에서 바라본 노고단과 노고단고개

 

 

돼지령을 지나 지난해와 같은 곳에서 반야봉과 앞으로 가야할 길 풍경을 담아본다.

 

 

목책(?)을 두러고 있는 푸른빛이 가득한 숲길을 따라 코끝으로 알싸하게 풍기는 여러 풀꽃들의 향내를 맡으며 여유롭게 걷는다.

 

 

 

 

(09:30분)

 

노고단고개를 떠난지 40여분만에 피아골삼거리를 쉬지않고 바로 통과한다.

 

 

(09:35분)

 

지리산에서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임걸령샘터도 시간관계상 그냥 통과를 한다...;;;

등로변에 아름다운 자태로 유혹하는 병꽃의 유혹에도 아랑곳없이...

 

 

 

 

(10:00분)

 

임걸령을 지나 노루목으로 가는 길 중간쯤 그늘진 곳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노고단대피소에서 한번 쉬고 한시간 이십여분만에 쉬는 셈이다.

 

6시경 인월에서 이른 아침식사를 한터라 10시밖에 되지않았지만 벌써부터 허기가 느껴져 과자를 꺼내 간단히 요기를 한다.

 

 

(10:15분)

 

반야봉으로 갈까 말까 갈등을 많이 하는 곳이라 갈등고개로도 불리운다는 노루목 삼거리

 

 

철인님이 찍어주신 내 뒤쪽으로 노고단고개에서부터 이곳 노루목까지의 지나온 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보인다.

 

 

노고단에서부터 노루목까지의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니 신록이 마치 그린펠트를 펼쳐놓은 것 처럼 싱그럽고 아름답다.

 

 

해발 1,498m에 위치한 노루목 이정표를 살펴보니 노고단에서 부터 무려 4.5km나 왔구나... 

 

 

다음 행선지인 삼도봉을 향해 이내 출발을 한다.

 

 

(10:30분)

 

노루목을 떠나 15분만에 독특한 상징물이 서있는 삼도봉(해발 1,550m)에 도착한다.

 

 

삼도봉에서 바라본 노고단

 

 

요기 앞봉우리는 바로 반야봉!

 

한국의 산하 멤버인 korkim님에 의하면 저 반야봉의 동쪽 비탈 어딘가에 호림스님이 계시는 묘향대라는 암자가 있다는데...

 

 

삼도봉엔 어느 대안학교에선가 온 듯한 학생단체로 제법 시끌법적...

 

 

불무장등을 따라 난 목통골

 

 

바로 앞의 토끼봉과 저멀리 덕평봉, 촛대봉, 천왕봉, 중봉 등 지리종주능선의 산그리매가 좌~악 펼쳐져 보인다.

 

 

화개재로 내려가는 공포의 계단길에서 학생단체와의 조우로 인해 어쩔수 없이 걸음이 지체된다.

그나저나 인솔자들이 사전에 우측통행에 대해 주지를 시켰는지 말았는지 제대로 지키는 학생이 없다.

심지어 두명이 나란히 서서 도란도란 얘기를 하면서 걸어가는 탓에 추월도 못하겠고...;;;

 

 

앞의 우리 일행인 철인님과 서진우님은 우측통행을 하는데 비해 학생들은 대부분 좌측통행중이다.

 

 

싱그러운 유월의 신록을 보며 걸으니 이 마의 계단길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초록빛을 자체발광중인 나뭇잎들...

 

 

(10:45분)

 

삼도봉에서 출발한지 15분만에 화개재를 지난다.

지난해 종주때 이곳에서 맛없는 전투식량으로 점심을 먹었었다.

 

 

화개재에서 셀카로 인증샷을 남긴다.

 

 

화개재를 뒤돌아보면 이런 풍경이다.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끊임없이 내려오는 공포의 계단길을 내려온 만큼 그 이상으로 지금부터 치고 올라야 토끼봉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한 개인적 견해로 성삼재~천왕봉까지 코스중 가장 힘든 코스가 이곳이라고 당당히 밝히는 바 다. 

 

 

(11:20분)

 

화개재에서부터 숨이 깔딱깔딱하는 힘든 오르막길을 따라 40여분을 올라 토끼봉 헬기장옆을 통과한다.

물론 올라오는 길 도중에 잠시 쉬면서 행동식으로 기력을 보충하면서 올랐다.

 

 

고사목이 쓰러져 나자빠있는 지리산다운 장면들이 계속되고...

 

 

나무계단코스가 또다시 나타나 살짝 긴장도 주고...

 

# 이후 다들 허기가 져 점심을 먹기로 한 연하천대피소로 가는 도중 철인님이 준비해오신 삶은 계란으로 허기만 살~짝 달랜다.

 

 

계란으로 긴급처방 후 힘을 내어 연하천을 향해 역주중인 일행들

 

 

나무계단길이 나타나는걸로 봐선 연하천대피소가 멀지않았다. 

 

 

(12:35분)

 

연하천대피소 도착

 

성삼재휴게소 기준으로는 4시간 35분, 토끼봉 기준으로는 1시간 15분만에 도착했다.

더운 날씨탓에 대부분의 산님들이 그늘을 찾아들어 식사중이라 대피소앞이 상대적으로 한산해 보인다.

 

 

일단 꿀맛같은 연하천의 물맛을 먼저 보고...

 

먼저 물맛을 보신 반대장님(우측분)의 표정에 여유가 넘친다.

 

 

취사장앞 나무그늘밑에 옹기종기 모여 식사중인 산님들

 

 

우리는 땡볕을 피해 취사장안으로 들어가 각자 준비해 온 밥(햇반)과 찬으로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참외를 깍아 먹었다.

 

 

대피소를 떠나기 전 아쉬움에 다시 한번 담아본다.

 

 

벽소령으로 향하는 들입주변에 습지에서 잘 자라는 동의나물꽃이 노랗게 피어 있으나 시간관계상 Skip...;;;

 

 

성삼재에서 세석대피소까지가 약 23km인데 노고단에서 이곳 연하천대피소까지 10.5km에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2.6km를

더하면 13.1km가 되니 절반하고 쪼끔 더 지난 셈이다.

 

 

 

 

(13:20분)

 

음정마을 갈림길

앞으로 가야할 벽소령대피소까지 2.9km나 남았댄다.

 

 

(13:25분)

 

작년 종주때만에도 45도 각도로 기운채 잘 버티던 로켓모양의 고사목이  쓰러져 있다.

많은 이들이 비스듬히 기운 저 나무에 올라서 자랑인 양 사진을 찍어대드니 결국은...;;;

그냥 좀 놔두고 아끼면서 보면 어디가 어때서...

 

그나저나 오늘 오후 5시경 제2차 나로호 발사가 있다는데, 덥지만 화창한 날씨라 예정대로 쏘아 올리겠지...

블로그를 올리고 있는 현재 하루 연기되어 발사했으나 칠십몇초만에 고중에서 폭발해 버렸다는...;;;

 

위 사진의 쓰러진 로켓모양 고사목을 보니 나로호의 신세처럼 처량해 보인다.

 

 

형제봉(?)

 

 

 

 

형제봉 조망터에서 본 형제바위와 벽소령대피소를 비롯한 앞으로 가야할 종주능선이 천왕봉까지 주~욱 펼쳐져 보인다.

 

 

줌으로 쪼매 땡겨봤더니 벽소령대피소는 물론 제석봉 아래 장터목대피소까지 보일락말락한다.

 

 

삼도봉 이후 천왕봉에게 길잡이 등대역할을 넘겨준 반야봉도 지나온 봉우리 뒤쪽에 거의 가려 까칫발로 마지막 인사를 한다.

 

 

형제바위 앞뒤로 펼쳐진 초록빛 바다에 풍덩 뛰어 들고픈 충동이...

행여 헬기를 부를까여겨 바로 포기했다는...

 

 

형제바위

 

 

작년 종주때는 동생바위위까지 꾸역꾸역 올라가 주변 경관을 둘러보았는데 이번엔 여기도 시간관계상 Skip...;;;

 

 

(13:50분)

 

형제바위 하단 석문을 통과한다.

 

 

(14:30분)

 

산속별장같은 벽소령대피소

 

연하천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쉼없이 계속 진행해서 1시간 20분만에 3.6km나 떨어진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했다.

 

지난해 지리종주때는 종주첫날 이곳 벽소령에서 1박을 했었다.

당시에는 연하천에서 이곳까지의 3.6km가 어찌나 멀어보이든지 거기다 체력마저 떨어져 겨우 힘을 다해 도착했는데

당시 예약대기상태였으나 국립과학영재고 학생들이 단체로 대피소 투숙을 하는 바람에 대피소내 공용공간인 로비마저 자리가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공단직원의 말에 넋이 나가 그만 맨바닥에 떨석 주저 앉고 말았었지...^^

 

그때에 비하면 오늘은 최상의 컨디션에 다리상태도 괜찮고 이대로라면 세석을 지나 천왕봉까지라도 단숨에 가버릴 기세다...^^

 

 

해발 1,340m에 위치한 벽소령대피소는 지리 10경중 벽소명월로 유명하다는데

지금까지 2번정도 묵었지만 눈시린 달빛을 본 적은 아직 없다.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앞으로 가야할 세석대피소까지 6.3km면 연하천~벽소령구간의 근 2배 정도인데, 앞으로 약 세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까지만 해도 과연 첫날 성삼재에서부터 세석까지의 23km를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실제 닥쳐보니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모든게 사람 마음먹기에 달렸다.

 

 

대피소 매점입구쪽의 네이비블루 칼라의 저 포××스웨트 자판기를 볼 때마다 벽소령에 도착하면 바로 시원하게 한캔 뽑아 마셔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작년에는 산행에 지친데다 대피소 잠자리 마저 해결이 안되 그냥 지나쳤고 오늘은 준비해온 스포츠음료가

아직까지 꽁꽁 얼어서 훨씬 더 시원한 상태여서 이번에도 Skip...^^

그대신 지난 황매산에서 먹었던 시원한 아이스께끼 하나 먹었으면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날씨가 너무 더우니 머리속에 온통 시원한 얼음동동 띤 것만 떠오를 뿐 아무런 생각이 없다.

 

 

후미에 오시는 일행분들을 기다리며 목책기둥에 카메라를 올려 자동타이머로 인증샷을 남겨본다.

 

 

대피소 건물옆 그늘진 자리에 기대어 일행분들과 캔맥주를 마시며 잠시동안의 망중한을 가져본다.

 

에구구~ 벽소령대피소 지나 선비샘이있는 덕평봉까지의 오름길도 만만찮든데...

저 산줄기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들을 떠올려본다.

 

 

벽소령대피소를 떠나기 전 지나왔던 연하천대피소 방향을 뒤돌아 담아 본다.

 

 

이쪽은 이제 가야할 선비샘방향 오름길이 시작되는 대피소앞 출입문

 

 

오후 2:50분 한낮의 뙤약볕이 가장 강할 때 그늘 한점없는 탐방로를 따라 다음 목적지를 향해 또다시 길을 나선다.

 

 

벽소령대피소를 살짝 지나쳐 뒤돌아보면 전반적으로 요렇게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등로주변에 쓰러져 방치되어 있는 고사목을 이용해 등로를 이렇게 친환경적으로 꾸며놓았다.

 

 

(15:35분)

 

선비샘 직전의 이정표인 것 같은데, 벽소령에서 45분여만에 무려 2.4km를 왔댄다.

저 이정표 믿을만 한건가? 

 

 

선비샘

 

 

변함없이 서있는 선비샘의 유래를 소개한 안내판

 

 

지난해 왔을 때 보다 샘의 수량이 좀 줄어든 듯 하다.

여기서 잠시동안 쉬며 시원한 샘물로 목도 축이고 찌든 더위와 땀으로 절은 몸을 대충 씻는다. 

 

 

선비샘의 전설을 소개한 안내판앞에서 셀카로 인증샷을 남겨본다.

 

 

샘터주변에 피어 있는 병꽃의 붉은 빛이 싱그럽다.

 

 

선비샘을 지나 25분여 정도 지나자 짧은 계단구간이 나타난다.

 

 

(16:20분)

 

중봉에서부터 세석대피소가 있는 촛대봉까지 동부지리산의 종주능선을 훤하게 조망할 수 있는 망바위에 도착한다.

선비샘에서부터 30분 정도 걸렸다.

 

 

사진 가장 우측에 있는 촛대봉직전까지만 가면 오늘의 코스가 끝나는 세석대피소가 기다리고 있다.

 

 

대성골과 남부지리산 산군들을 바라보며...

 

 

세석까지 이어지는 오름길을 그려도 보고... 

 

 

지리산 제일봉인 "천왕봉"을 겨냥해 줌을 땡겨봤더니 제석봉 아래쪽에 자리잡은 장터목대피소가 손에 닿을 듯 가깝다.

내친김에 장터목까지 가버릴까?...^^

 

 

(16:40분)

 

칠선봉(?)

 

 

벽소령대피소에서 1시간 50분만에 4.2km를 걸었다.

오늘의 종착지 세석대피소까지는 앞으로 2.1km 정도 남았다고 하니 앞으로 한시간 정도만 더 가면 될 것 같다. 

 

 

나무들의 무덤(?)

 

 

바로 앞의 저 봉우리가 영신봉인지...?

 

 

(17:00분)

 

진절머리(^^)나는 영신봉 오름길 계단코스 

 

 

계단코스 도중 쉬어가는 조망터에서 담아본 천왕봉과 장터목대피소

 

 

바닥을 응시한 채 열심히 올라오시는 일행분들

 

 

 

 

 

 

왠 스틱들이...

 

전망바위위에서 천왕봉과 한신계곡 쪽을 담아보려는데 일행분들이 스틱으로 여기가 어디고 저기는 어떻고 하시는 바람에...

 

 

빨간색 새순(?) 아니면 꽃을 달고 있는 구상나무...

 

 

(17:30분)

 

칠선봉에서부터 50여분만에 해발 1,651m에 위치한 영신봉에 도착한다.

바로 앞에 철쭉으로 화려하게 물든 세석평전이 펼쳐져있고 촛대봉이 넉넉한 품으로 세석을 품고 있다.

이제 세석대피소까지는 600여미터정도 남았다.

대피소로 내려가는 길에 여유롭게 철쭉도 구경하며 느릿느릿 걸어도 약 십여분이면 도착할 것 같다.

 

 

벽소령대피소에서부터 꼬박 두시간 사십여분정도 걸린 것 같다.

 

 

영신봉 이정표를 지나 오늘의 종착지 세석대피소를 향해 철쭉꽃길을 지나고 있는 회원님들

 

 

작년에는 5월 26일 지리종주에 나섰는데 그때 세석 철쭉은 거의 끝물로 아쉬움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때보다 훨씬 더 늦었지만 이상저온현상 덕분에 6월임에도 싱싱한 세석의 철쭉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지리 10경중 세석철쭉이란 말이 무색치 않을 만큼 세석고원 주변이 온통 활짝 핀 연달래들로 가득하다.

 

 

철쭉핀 꽃길을 따라 몇굽이를 돌아 내려서자 드디어 세석대피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잔돌이 많아서 세석(細石)이라고 불리는 세석평전 또는 세석고원은 이 영신봉과 촛대봉 사이의 너른 산상 고원과 습지로 이루어진 곳으로

구상나무와 철쭉, 수많은 고산습지식물로 이루어져 살아있는 자연 그대로의 고산식물원이랄 수 있는 아주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이다.

 

 

세석평전 좌측으로 연하봉과 제석봉, 천왕봉 등 동부지리산의 령봉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보인다.

 

 

온통 연달래만 보아오다 처음으로 수달래를 보게 된다.

 

 

이 표목을 보니 거의 다 온 듯...

 

 

 촛대봉에서 세석대피소로 떨어지는 사면 비탈 곳곳에 피어난 철쭉으로 점점이 분홍빛 수를 놓은 것 처럼 보인다.

 

 

세석대피소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다...^^

 

 

(17:40분)

 

드디어 지리종주 첫날의 종착지이자 하룻밤을 머물러갈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

오전 8시 성삼재탐방지원센터앞에서 시작된 종주는 노고단과 삼도봉, 연하천, 벽소령 등을 지나 9시간 40여분만에

도상거리 22.9km나 떨어진 이곳 세석대피소에서 일단락을 짓게 된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와 바람한점없는 무더위에 콩죽같은 비지땀을 흘려가며

내가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한 성과(?)를 일궈냈다.

물론 당일 지리종주에 나서는 이들도 많고 어떤 이들은 당일에 성삼재~천왕봉 구간을 왕복까지 한다지만 일부러 그렇게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기록산행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애당초 종주에 나서기 전 첫날 성삼재에서부터 세석까지의 장장 23km나 되는 기나긴 종주길에 지치거나 낙오를 해서 함께한

일행분들께 괜한 폐를 끼치지 않을까 혹은 몇해전 지리종주때 첫날 무리한 일정으로 무릎에 탈이 생겨 그후 몇년간

고생을 한 경험이 있기에 반신반의했는데 무탈하게 더구나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일찍 세석에 도착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세석대피소

 

 

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고기를 굽고 식사준비를 한다.

함께 하신 분들의 많은 배려로 저녁을 포식하고 평소 못하는 술이지만 소주도 몇잔하고 알딸딸한게 기분이 좋~~~다.

 

 

해가 지기전 물을 받기 위해 식수대로 가는 길에 세석대피소를 담아본다.

 

 

산중이라 자켓을 입지않으면 쌀쌀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대학생들로 보이는 이들이 식수대 아래쪽 개울에서 등목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저거 걸리면 공원관리법 위반으로 50만원짜리 끊기는 행위가 아닌지...

 

 

 식수대에서 물을 길어 올라오면서 잠시 구대피소 건물옆에 서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대피소를 멍하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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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마치고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 둔 잠자리를 배정받고 모포도 인당 2장씩 대여해 깔아두고

내일을 위해 배낭정리를 대충 해둔다.

일행분들은 소화도 시키고 다리도 풀겸해서 짙은 어둠이 깔린 촛대봉으로 밤산보(?)를 나가고

홀로 대피소 침상에 앉아 오늘 하루 고생한 다리를 풀기 위해 멘소×담 로션을 듬뿍 바르고 다리를 관물대(?)에 올린채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다 나도 몰래 잠에 빠져 버린다.

 

몇시간을 잤을까 어디선가 계속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같기도 하고 애기 울음 같기도 한 소리에 잠이 깬다.

자세히 들어보니 바로 윗층에서 누군가 코를 고는 소린데 

그놈의 코골이 소리가 참으로 요상한게 엄청 귀에 거슬리고 사람을 짜증나게 한다.

나뿐만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소리에 잠이 깨어 짜증을 내지만 코골이 소리는 끊기지 않고 한참동안이나 이어진다.

 

한참 후 좀 조용해진 틈을 타 다시 잠이 들었지만 이번엔 어느 몰지각한 인사가 술이 취해 잠꼬대인지 술주정을 부리는건지 온갖

육두문자를 섞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댄다.

만취해서 술주정을 부리는거라면 정말 이해가 가질 않는다.

뭣하러 이 더운 날에 이 불편함과 고단함을 감수하고 이곳까지 올라와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고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산을 찾는지...

 

지리산 대피소를 여러번 이용했지만 항상 이런 인사들로 인해 짜증스럽고 얼굴을 붉혀야 하고....

그날 대피소에서 타인들에게 불쾌감과 불편을 끼친 인사들은 왠만하면 다시는 지리산에 오지마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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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둘쨋날 이야기

 

 

# 간밤 귀에 거슬리는 코고는 소리와 몰지각한 인사의 주정으로 인해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04:00시에 일행들과 함께 일어나 촛대봉에서의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두른다.

자리에서 깬 이들이 다들 한마디씩 해댄다.

"와~ 어젯밤에 도대체 누고? 고마 팍 쥑이뿌고 싶더라"

 

잠자리를 정리하고 야간산행 준비를 한 다음 배낭을 다시 정리하고 모든 뒷마무리를 깔끔하게 마친 다음

04:35분에 새벽한기로 떨리는 몸을 추스리며 세석대피소를 떠난다. 

 

 

(04:40분)

 

세석갈림길 이정표를 통과한다.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 장터목대피소까지는 3.4km나 떨어져 있다.

 

 

(04:55분)

 

세석대피소를 떠나 한동안 계속되는 오르막 돌길을 따라 15분여만에 촛대봉에 도착한다.

천왕봉의 실루엣 뒤로 여명의 기운이 뻗치고 있다.

 

이제껏 지리산에 와서 한번도 일출을 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가슴이 설레인다.

 

 

(05:00분)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면서 멀리 운무에 쌓인 덕유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장수덕유(서봉)에서 향적봉까지의 산그리매가 짙은 운무와 여명 사이에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05:05분)

 

일행으로 보이는 세분이 촛대봉 바위위에 나란히 앉아 천왕봉쪽을 응시하며 곧 떠오를 6월 10일의 태양을 기다리고 있다. 

 

 

사위가 완전히 밝았으나 아직 태양은 보이지 않고 뒤돌아보니

어제 지나왔던 노고단에서부터 세석대피소까지의 종주능선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보인다.

 

 

(05:10분)

 

촛대봉에서 15분이나 일출을 기다렸지만 사위가 훤하게 밝도록 태양이 떠오르지 않아 운무에 가려 오늘도 역시 못보는구나

단념을 하고 먼저 떠난 반대장님과 서진우님을 따라 붙기 위해 철인님과 함께 촛대봉을 떠난다.

 

 

촛대봉 이정표앞에서 바라 본 천왕봉의 위용

 

이제 천왕봉까지 4.4km, 앞으로 약 1시간 사오십분 정도면 지리종주의 종착지인 천왕봉에 닿을 것이다.

 

 

(05:12분)

 

촛대봉을 떠나 내리막길로 내려서려는 순간 천왕봉~법계사 능선쪽으로 붉은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05:13분)

 

내 가슴속에서도 무언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가슴속에서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영원히 간직하고픈 지리산에서의 일출이다. 

 

 

 

 

(05:15분)

 

 

 

 

 

 

(05:16분)

 

 

 

 

 

 

 

 

연하봉으로 향하는 길의 등로 풍경

 

 

어느 조망바위에서 뒤돌아 담아 본 지나온 길 풍경

 

 

(05:55분)

 

전망바위에 올라 연하선경을 둘러본다.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연하선경(煙霞仙景)이라 하여 지리 10경 중 가장 으뜸으로 칭하는 가히 신선이 노니는 선경처럼 신묘하고 아름다운 곳이나

오늘은 날씨가 너무 화창한게 오히려 흠이다.

 

한자음을 풀어보면 연기(煙 : 구름, 안개)가 봉우리와 능선을 넘실대며(霞 : 놀하) 신선이 노니는 선경을 연출하는 곳인데...

 

 

연하선경에 취해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 사이 철인님이 한참이나 멀어져 버렸다.

 

 

(06:00분)

 

촛대봉에서 감격스런 지리에서의 첫일출을 보고 벅찬 가슴으로 이어지는 연하선경에 또한번 감격을 하며

쉬엄쉬엄 걸어 40여분만에 해발 1,730m의 연하봉에 도착한다.

 

 

이제 장터목대피소까지는 겨우(^^) 800여 미터밖에 남질 않았다.  

 

 

연하봉 주변 바위위에 오가는 산님들이 쌓아 둔 조그만 돌탑들이 즐비하다.

 

 

 

 

연하봉에서 후미에 계시는 반대장님을 기다리며 이정표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언제나 봐도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장터목~세석 구간의 풍경

지리종주구간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간이다.

 

 

 

 

제석봉의 고사목이 몇그루가 서있고 얼마나 쓰러져있는지 셀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반가운 녀석...

 

넌 쓰러지지 말고 오랫동안 남아서 내가 기력이 다해 지리산을 마지막으로 찾을 때까지 남아 주렴...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반가운 나홀로 고사목을 담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반대장님도 한참 앞서 가버리신다.

 

 

그래도 헤어짐이 아쉬워 다시 한번 녀석을 뒤돌아 본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이곳의 풍경이 너무나도 그립다.

 

 

이 아름다운 풍광의 매력에 이끌려 해마다 5월이 되면 가슴 한끝이 아련해지며 지리병(^^)에 걸리는가 보다.

 

 

지난해 이곳에서 저 천왕봉을 바라보며 "어이구 저 날카로운 날등을 어이 올라 갈꼬" 싶었는데,

오늘은 "천왕아 그동안 잘있었냐? 일년동안 네가 너무너무 그리웠단다. 우리 잠시후에 만나자"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장터목대피소로 가는 길의 등로

 

 

키 큰 철쭉 나무들이 "어서 오이소~"하고 반가이 맞이해준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연하봉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등로변에서 얼레지와 마주한다.

 

 

(06:25분)

 

세석대피소로부터 한시간 사십분여만에 연달래가 반가이 맞이해주는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한다.

 

 

제석봉 아래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은 장터목대피소

 

 

대피소 앞뜰에서 바라본 중산리 방향 풍경

 

 

저 골짜기 아래가 중산리인데 최근 몇년간 백무동쪽으로만 다녀 중산리쪽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백무동 방향 풍경

 

 

대피소 테라스에서 라면을 끓여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여유를 부린 다음 배낭에서 카메라와 귀중품을 꺼내

사이드백에 옮겨 담고 스틱만을 챙긴 채 배낭은 대피소 매점입구에 둔 채로 이른바 "비무장상태"로 천왕봉으로 향한다.

 

반대장님은 천왕봉을 여러번 다녀와서인지 제석봉만 둘러보고 내려오시기로 하고

철인님과 서진우님 이렇게 셋이 천왕이를 알현하러 나선다.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을 한 탓에 대피소 이후의 제석봉으로 오르는 된비알 오름길이 힘겹다.

힘든 오름길이 끝나고 잠시후 나무들의 공동묘지(?) 제석봉 고사목지대가 펼쳐진다.

 

세월이 흐를수록 제석봉의 고사목 또한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 둘 쓰러지거나

모진 풍파에 시달려 부러지고 훼손되어 안타깝다.

 

 

역광을 받아 을씨년스런 풍경의 제석봉 고사목지대

 

 

이쪽은 그나마 상태가 좀 양호하지만 그래도 예전만은 못하다.

 

 

(07:25분)

 

장터목대피소에서 15분만에 해발 1,808m의 제석봉에 도착한다.

 

 

 

 

제석봉을 지나 통천문으로 향하는 등로 풍경

 

 

다시금 얼레지를 만난다.

 

 

(07:40분)

 

장터목대피소를 떠난지 30분만에 해발 1,814m의 통천문에 도착한다.

천왕봉까지는 앞으로 500미터 정도 남았지만, 통천문 이후 정상까지는 엄청 빡씬 된비알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통천문

 

 

 

통천문을 지나 나홀로 꿋꿋이 서있는 구상나무와 함께 백무동으로 뻣어내려간 골짜기를 잠시 내려다 본 후 이내 천왕봉으로 향한다.

 

 

(07:50분)

 

드디어 지리종주산행의 종착지이자 한국인의 기상이 발원된다는 해발 1,915m의 지리최고봉인 천왕봉에 오르며 종주가 끝난다.

"비무장" 상태인지라 장터목대피소에서 40분만에 천왕봉 정상을 밟는다.

 

매번 천왕봉에 오를 때마다 느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까지 오는 과정에는 정상에 도달하면 벅찬 감흥이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실제 지리산을 처음으로 찾았던 2005년을 제외하곤 그런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여기서 끝난다는 생각에 진한 아쉬움과 함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진 듯한 느낌...

 

그도 그럴것이 천왕봉에서의 가장 큰 감흥이라면 역시나 천왕일출을 보는 것일텐데

내(我) 대(代)에서 덕이 부족했는지 한번도 천왕일출을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대가 애매해선지 오늘따라 천왕봉에 산님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이렇게 온전히 정상석만 담아본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역사의 현장에 서서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본다.

 

 

작년에 이어 생애 두번째의 지리종주를 무사히 끝마치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며

이제 일상으로 되돌아 가야한다는 생각에 진한 아쉬움이 가득해진다.

 

 

저 산님은 무슨 상념에 잠긴 것일까?

 

 

이제 그만 내려가야 하기에 잠시나마 천왕봉 주위를 둘러 본다.

 

 

저멀리 수많은 산그리매 너머로 덕유능선도 바라보고...

 

 

함께 한 철인님(左)과 서진우님(右)의 정상인증샷도 담아드리고...

 

 

 

 

현재시간 07:55분, 교통편만 해결된다면 저기 옆 중봉과 써리봉을 넘어 대원사로 향했을텐데...

 

2011년 오월이나 유월쯤엔 아마 이번에 계획했다 무산된 화대종주를 나서지 않을까 싶다.

 

 

생(生)과 사(死)

 

 

 

 

(08:15분)

 

장터목대피소로의 하산길에 제석봉 전망데크에서 담아본 천왕봉

 

 

ㅎㅎ 여기서 왔던 길을 되짚어 다시 노고단까지 가보는 것도 재밌을텐데...

 

 

일상을 향해...

 

 

 

 

내년에도 건장하게 잘버텨주길...

 

 

 

 

 

 

(08:25분)

 

천왕봉에서 30분만에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와 대피소내에서 쉬고 계시는 반대장님과 합류, 배낭을 챙겨 백무동으로 하산을 한다.

 

 

(08:35분)

 

백무동을 향해 장터목대피소 뒤쪽으로 난 등로를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이제 정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구나...

 

 

(09:25분)

 

소지봉을 통과...

 

 

(09:35분)

 

참샘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09:55분)

 

지루하게 계속되는 너덜투성이와 돌계단을 지나 하동바위앞 출렁다리를 건넌다.

 

 

하동바위

 

 

이제 백무동까지는 1.8km로 앞으로 4~5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다. 

 

 

하동바위를 지나서도 지루하고 울퉁불퉁한 돌길은 계속되어 하산길을 힘들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종주전 무릎보호대를 구입해두어 소지봉을 지나서부터 왼쪽무릎에 착용해보았는데 확실히 쓸만헀다.

 

 

(10:25분)

 

08:35분에 장터목대피소를 출발, 무려 한시간 오십분만에 날머리인 백무동 야영장에 도착하면서 공식적(^^)인 산행이 끝난다.

 

 

백무동탐방지원센터

 

 

(10:35분)

 

백무동 시외버스터미널내 주차장에 세워둔 반대장님의 렉스톤차량으로 무사귀환을 하면서 2010 지리종주의 마침표를 찍는다!

 

 

# 주차장에 도착후 바로 화장실로 가서 그간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대충 씻어내고 여벌옷으로 갈아 입고 바로 경주를 향해 출발한다.

산행이 예상보다 일찍 끝났기에 오후 1시 40분쯤 경주에 도착해서 함께 하신 분들과 조촐한 뒤풀이를 끝내고 헤어졌다.

1박 2일간 지리에서의 행복했던 시간을 함께 하신 반대장님, 철인님, 서진우님 다들 수고하셨고 또한 감사합니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지리자락을 함께 했었기에 진정 나는 행복하였네라.

 

다시 돌아 온 일상...

휴~

지리산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