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깊어지는 영남알프스, 그 두번째 들기(영취산-신불산-간월산-배내고개-능동산-가지산-운문령)


일자 : 2004. 3. 21(일)
날씨 : 구름 가득.   0 ~ 14 °C(추정)
주요경로 : 양산 통도사 입구 주차(06:10) – 지산마을 상단(06:50) – 영취산 정상(08:15/25) – 신불산 정상(09:20/25) – 간월재(10:07/12) – 간월산 정상(10:30/50) – 966봉(11:50) – 배내고개(12:15/20) – 능동산 정상(12:50/13:00) – 석남고개 갈림길 표지목(10:53, 14:00, 14:07) – 가지산 정상(15:35/40) – 쌀바위(14:16) – 운문령(17:30)
도상거리 : 약 23 Km
산행시간 : 11시간 20분
참가자 : 나



영남 알프스를 처음 찾은 날이 3월 7일이니 딱 2주 만에 다시 그 너른 품을 찾아간다. 영남알프스가 그 곳에 있고, 그 곳에 있다는 걸 내가 알아버렸으니 어찌 다시 안 갈 수가 있으랴.
지난 번에는 온 나라에 폭설이 내려 어수선하던 와중에, 귀경도 못해 휴일도 보낼 겸, 수인사도 나눌 겸 해서 찾은 영남알프스였는데, 오늘은 그리움을 안고 다시 찾는 것이다. 드디어 나도 알프스와 사랑에 빠져드나 보다.


05:00 용원 숙소 출발. 어제도 오전 근무후, 부산 시내 구경한다고 나가서 두어 시간 걸어다녔더니 발목과 발바닥이 시큰하다. 맨소래담을 바르고 살살 주물러 보곤 하였으나 잠을 깊이 자지 못하여 피로가 충분히 풀린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산행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차를 몰고 아파트를 나선다. 이 이른 시간에 혼자 산에 간다니, 정신나간 놈 아닌가?


06: 10 양산 통도사 매표소 앞. 하단을 거쳐 대구-대동간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대동 톨게이트를 지나 경부고속도로 통도사 IC로 빠져 나온다. 통도사 매표소 못미쳐 북측 영축사 방향의 골목길로 들어서 대명파크맨션 앞의 공터에 차를 댄다.  등산화 끈을 다시 맨다. 자, 시작이다.


06:20 영축산 등산 안내도 앞. 주차 후 길을 따라 북쪽으로 진행하니, 우측에 통도 환타지아 후문인 듯한 곳을 지나고 길이 T자로 갈라지는 지점에 영축산 등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안내도 뒤로는 영축산의 우람한 자태가 뿌옇게 드러난다. 날이 몹시 흐리다.  오늘은 통도사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영축사를 거쳐 영축산 정상으로 직등하려는 참이다. T자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진행하다 우측에 소로가 있어 산 쪽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 해서 들어가 본다. 영축사 가는 길이라면 표지판이 있을 듯 한데 아무 것도 없어 께름칙하다. 올라오는 승용차를 세워 여쭈어보니 이 길이 아니고 다시 나가서 서쪽으로 더 가다보면 진입로가 있다고 한다. 에고, 아침부터 알바네…



06:50 지산마을 상단. 지산마을을 통과하여 드디어 산 기슭에 올라 서니 좌 등산로, 직 축서암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걸려있다. 아마도 절에서 세워놓은 듯한데, 곧장 산으로 가야되지 않는가 해서 직진해 본다. 곧 큰 건물이 우측에 나타나고 개가 사납게 짖어댄다. 살펴보니 빨래줄처럼 하늘에 높이 걸린 긴 줄에 이동식으로 개 노끈이 매어져 있다. 개의 행동범위가 ‘빨래줄 + 개목끈’ 길이만큼이나 넓으니 잘못 접근했다가는 …  으~ 무서워라. 얼른 다시 표지판까지 내려와 등산로 방향으로 진행한다. 



07:00 송림 숲에서 첫 표지기를 발견하고 안도한다. 이 길이 맞나보다.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07:15 울창한 송림 사이의 길을 따라 올라 처음으로 임도와 조우. 안내판이 있다. 직 영축산 1.5Km, 우 방기리 삼남목장, 후 지산마을. 임도 건너편에 표지기가 널려있어 표지기를 따라 급경사 숲길로 바로 오른다.


07:40 전망 종은 바위. 임도에는 자갈이 깔려있는데, 지도상에도 좌우로 예닐곱번 휘어지는 모습이 나타나 있는데 완만하게 오르는 길이다. 표지기는 어김없이 임도를 횡단하며 급사면을 타도록 걸려있다. 아침이라 힘이 있으니 표지기를 따라 오른다.


전망이 좋은 바위마루에 올라 남쪽을 돌아보니 가히 환상적이다.  발아래 펼쳐진 들과 산자락이 아름다운 모습인데, 군데군데 땜방 자국들…. 골프장 공사중이다.  내려다 보는 대부분의 지역은 소나무 숲을 이뤄 이 겨울에도 푸르름이 가득한데, 골프장 공사하느라 빨가벗겨 놓은 모습이 흉측하다. 그 건너에도 땜빵자국이 또 있다. 그 곳은 운영 중인 곳일텐데 잔디의 누리끼리한 모습이 초록의 소나무 숲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H건설 임원을 지낸 어느 분이 헬기로 우리 산하를 날다가 골프장 공사현장을 보고 충격을 받아 아예 골프를 그만 두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08:15/25 영취산 정상 1,092m. 가파른 길을 올라 어느 덧 첫 봉우리에 오르다. 바람이 불어 춥다. 옷을 하나 더 걸친다. 서쪽으로 시살등(?), 함백등(?), 북쪽으로는 신불산에 이르는 능선이 펼쳐진다. 신불산을 바라보는 능선의 좌측은 완만하고 우측은 거의 절벽에 가까운 급경사를 보인다. 좌측의 너른 곳이 바로 신불산 억새평원이다. 좌측만 보면 부드러운 육산의 모습이다.


정상에는 영취산이라 새겨진 표석이 있다.  이 산 이름에 대해 말들이 많다. ‘한국의 산하’에 따르면 양산시에서는 수년 전부터 영축산으로 부르기로 했다는데, 지도에나, 세간에는 여전히 취서산, 영취산으로 통용된다. 멀쩡한 산 하나를 놓고 사람들이 이해타산을 헤아려 이리 저리 부르나 보다. 아무려면 어떤가, 산은 여전히 그대로인 것을.


정상 언저리 나뭇가지에 작은 아기스님 인형이 걸려있다. 우리 집에도 굴러다니는 것인데, 어딘가를 누르면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하며 반야심경이 낭랑하게 울려나오는 것이다. 누가, 어떤 심정에서 걸어 두었을까?



09:20/25 신불산 1,209m. 영취산으로부터의 능선길은 아주 평온스럽다. 완만하고 부드럽고 넓직하여 가족끼리 손잡고 산책이나 하면 딱 좋겠다. 물론 1,000m가 넘는 여기까지 오르는 것이 문제이긴 하겠지만. 땅은 서릿발이 일어 디딜때마다 사각거리며 푸욱 꺼진다. 내 무릎이 썩 좋은 편이 아닌데, 마치 부드러운 쿠션을 밟는 듯하여 걸음이 부드럽다. 참 다행이다.


신불산은 이 남쪽 영남알프스 산군들 중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다. 신불산을 지나 봉우리 하나를 더 넘어가니 드디어 간월재가 내려다 보인다. 아마도 서서히 기온이 오르는지 내리막은 진창길이다.


새벽부터 찍어 온 디카의 배터리가 다 되어가나 보다. 지난 가을, 회사에서 보내 준 금강산 여행길에 북한에서 사온 것으로 갈아끼워 보지만, 전혀 작동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당초 것이 더 나은 듯하여  다시 끼워놓는다. 장갑을 벗으면 손이 시려울 정도로 추운 날씨라서 배터리도 기능이 떨어지나 보다.



10:00/12 간월재. 여기는 제법 넓고 큰 고개마루이다.  좌우에서 오르는 임도가 이어지고 고개마루 넓은 터에는 매점도 있고 자동차도 보인다. 동쪽 임도는 쇠사슬로 차량통행을 막아놓았다. 지도상 해발 880여 m정도이다. 표지판에 직 간월산 0.8km, 우 홍류폭포 2.8km, 후 신불산 1.5km 으로 표기되어 있다. 울산 12경(신불산 억새평원)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북쪽으로 간월산이 우뚝하다. 잔디인지 억새인지 누런 풀밭 사이로 군데 군데 암릉들이 덩어리를 우뚝 드러내고 있다. 아름답다. 카메라 대신 두 눈에 경치를 담아본다. 세월이 가면 희미해 지는 게 기억이련마는…



10:30/50 간월산 정상 1,083m. 한 20여분 치고 올라오니 정상이다. 지도를 펼쳐 주위를 가늠해 본다. 서쪽 멀리, 사자평으로 널리 알려진 재약산과 능동산에 이르는 능선이 펼쳐진다. 서쪽 발 아래에는 계곡이 깊다. 계곡 양측 산 허리에 임도가 구불구불 진한 금으로 이어간다.  허리띠 두른 듯하다. 임도 때문에 산이 더 상하는 건 아니겠지?  북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저 능선 너머 오늘의 1차 목적지인 배내고개가 있을텐데…  북쪽 멀리 가지산이 희미하다. 날씨가 흐려 희미하고 뿌옇다. 


목이 마르다. 출출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꽤 흘렀으므로 가져간 떡으로 점심을 때운다. 북쪽인 배내고개 방향에서 등산객들이 몇 올라온다. 서울과 경주에서 각각 왔다는 친구 사이인 두 사람과 몇 마디를 나눈다. 배내고개에서 두 시간 걸렸단다.



11:15 간월산에서 급경사를 내려와 다시 오른 첫 봉우리. 오른 쪽은 절벽이다. 절벽 아래 건너편에 뭔가? 석산인지 광산인지?



11:50 지도상 966봉. 수십 명의 아저씨 아주머니 군단이 식사 중이다. 걸쳐놓은 플래카드에  한국불교산악회라고 적혀있다. 고동색 페트병 맥주도 보인다. 으~ 맛있겠다.  동행이라도 있으면 미친 척 작업 들어갈 텐데, 혼자라 용기가 없어 입만 다시며 그냥 지나친다. 간월산에서 한 시간을 줄곧 걸었는데, 그 사람들 덕분에 쉬지도 못하고… 쩝.



11:56 갈림길. 지도 상에는 북서쪽 배내고개로 내려가는 등산로만 표시되어 있는데, 안내표지목에는 직 송곳산 3.5km 오두산 0.6km, 후 간월산 2.5km, 장군매기 2.0km라고 되어있다. 정작 내려갈 배내고개 표시는 없다. 올라오는 이에게 확인하고 좌측으로 내려선다.



12:15/20 배내고개. 해발 630여 m정도이다. 간이식당이 몇 군데 있어 혹시 배터리를 파는 지 물어보지만 대답은 꽝이다. 시간이 이르니 일단 능동산으로 붙어 오른다.  원래 계획은 배내고개까지만 가려 했었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능동산을 올라 북쪽으로 석남고개를 거쳐 석남사로 하산하는 생각도 했었다. 도중에 슬그머니 욕심이 일어난다. 온 김에 석남고개에서 가지산으로 내쳐 올라가 버릴까? 그래서 운문령으로 내려가면 어떻게라도 차를 얻어타고 언양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능동산으로 오른 후 남서쪽 재약산으로 내려가서 표충사까지 가버릴까? 하는 망상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까짓거, 일단 능동산에 오르며 생각해 보자.



12:50/13:00 능동산 정상 981m. 배내고개에서 지도상 표기된 시간만큼 정확히 30분 오르니 능동산 정상이다. 산행 시작한 지 6시간이 지났으니 힘이 꽤 든다. 기온도 오르니 땀도 줄줄 흐른다. 정상에 부부인 듯한 사람들 두 팀이 따로 앉아 담소하고 있다. 부럽다. 에고 우리 집사람은 언제나 같이 다니려나… 카메라를 꺼내어 보니 일단 작동이 된다. 능동산 표석 앞에서 내 얼굴도 나오게끔 팔을 길게 뻗어 셀프로 찍는다. 증명을 해야 하니까.


남서쪽 재약산 방향은 능선의 굴곡이 심하고 시간도 더 소요될 뿐더러 통도사까지 돌아오기 힘들 것 같아 포기한다. 어차피 영남알프스에 최소한 세 번은 와야 할 테니까 다음 기회로 미루고, 가지산으로 마음을 굳힌다.
능동산 정상에서 목을 추기고 다시 오던 길로 조금 내려가서 가지산 가는 갈림길에서 좌측 북쪽방향의 길로 접어든다. 가지산이 눈 앞에 우뚝하다. 동서로 펼쳐진 능선이 날개 같다. 석남고개 쪽 능선을 머리로 치면 일종의 학익진같은 형상이다. 뭐, 대충 그렇다는 말이다.
석남고개에서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이 아주 부드럽고 매끄럽고 풍만하다. 만져보고 싶다. 육산 덩어리처럼 보인다. 아, 배터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13:55  안내표지목. 직 가지산정상 2.7km, 좌 석남터널(울산쪽) 0.4km, 후 능동산 3.3km. 10m 정도 간격으로 연이어 있다. 하늘에 패러글라이더가 하나 선회한다. 뭐라고 소리도 지른다.



14:00 안내표지목. 좌 석남터널(밀양) 0.8km. 직 가지산 정상 2.5km, 우 살티마을 2.2km, 후 석남터널(울산) 1.0km 능동산 3.5km.



14:07 안내표지목. 아마도 2주 전 가지산 산행시 만난 첫 표지목인 듯 하다.  직 가지산 정상, 우 석남사 입구, 후 석남터널.  그 때는 온 산에 눈이 10~20 여 cm이상 덮혀있었고 영하 8도에 바람까지 거세어 여기 오를 즈음에 빰이 얼어 그리도 고통스러워 했었는데, 불과 2주 지난 오늘은 땀으로 범벅이다. 진달래인지 산철쭉인지 가지 끝에 초록빛 새눈이 몽오리를 짓고 있다. 산새소리가 귀에 다가온다. 봄이 오긴 오는구나. 가지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뻗은 능선 중간에 병풍같은 바위가 펼쳐져 있다. 쌀바위라고 한다는데 병풍바위라고 하는 게 더 그럴 듯 하지 않나?



14:20 초록색 간이 매점 통과.



15:08 가지산 정상 바로 아래 봉우리. 가지산 (10) 지점 안내판. 에고, 힘들다. 힘들어 자주 쉰다. 아침부터 마주치는 등산객들과 왠만하면 인사를 나누며 지나쳤는데, 이 가지산 오름길에서는 인사할 여유가 없다. 전에는 바로 이 쪽으로 산행을 시작해서 힘이 남아돌았었나 본데, 오늘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일일히 인사를 할 겨를이 없다. 또 우선은 내가 힘이 드니 말할 계제가 아니다.  서서, 앉아서 여러 번 쉬고 초콜릿을 먹어가며 간신히 여기에 올랐다. 에고, 다리야…  하늘에 까마귀가 날며 깍깍 거린다. 바로 머리 위에서 울리는 소리는 꿰엑 꿰엑 이다. 기분  나쁜 소리다. 저게 나 힘빠져 죽기를 기다리는 건가…  아무려나, 나도 저 새처럼 자유롭고 싶다. 뭐 그렇다고 하늘을 날고 싶지는 않다. 땅에서 발 떼는 것은 싫다.



15:35/40 가지산 정상 1,240m. 또 다시 이 곳에 섰다. 불과 2주전, 온 산을  덮었던 흰 눈은 어디로 간 것인가? 그렇게도 당연스럽게, 자신있게 만물을 얼려 떨게 만든 겨울은 다 어디로 숨은 것인가?  오직 바람만이 그 때와 같이 불어댄다. 바람, 이 놈 너는 여전하구나. 서둘러 겉옷을 꺼내어 걸친다. 다시 디카를 꺼내어 정상 표석 앞에서 증명사진을 찍는다. 잘 작동되려나….  운문령 쪽으로 내려간다.



16:16 쌀바위 아래. 표지목이 있다. 직 운문령 3.5km, 후 가지산 1.3km. 매점, 경운기, 트럭, 순한 흰 개 한마리… 거대한 쌀바위 절벽아래 안내판에 쌀바위의 유래가 적혀있다. 뭐 어느 스님이 도를 닦는데, 겨울이면 산 아래까지 시주하러 가기 곤란하여… 어쩌고…  바위틈에 매일 한 그릇만큼의 쌀이 놓이고… 욕심많은 이들이 어쩌구 하여 그 뒤로는 쌀이 나오지 않았다는 황당하고도 씁쓸한 전설이다.  자세히 아시려거든 오셔서 자세히 읽어보시는 게 어떨지…. 


여기서부터는 임도가 너무 잘 만들어져 있다. 너무도 잘… 급경사에 너무 넓게 잘 만들었으니 도로 아래로는 산사태가 나는 건 뻔하다.



쌀바위를 300여 m 지나니 우측에 표지기가 다수 펄럭인다. 석남사로 바로 내려가는 코스인데, 절에서 세운 등산로 폐쇄 안내판도 같이 서있다. 내가 가진 가지산 등산 지도 중에도 이 코스가 그려진 것도 있는데, 굳이 막는 사람도, 막힌 길을 굳이 가는 사람도 다 마음이 편치 않을 게다.  운문령으로 향하는 임도 이외에도 산 능선에는 표지기가 무수히 펄럭인다. 으~ 힘들어!. 걸을 힘도 없는데 어찌 오르막 산길을… 앞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는 편한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16:33 안내표지목. 좌 귀바위 1.0km, 직 운문령 2.5km, 후 쌀바위 1.0km. 임도는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오른 쪽으로 우회하여 돌아간다. 나는 당연히 임도를 따른다.



16:40 안내표지목. 직 운문령, 우 석남사. 우측은 석남사로 내려가는 등산로이다. 경사 정도가 아니라 급강하 수준이다. 임도 따라 계속 진행하다 보니 왼쪽 능선 위로 바위덩어리가 보인다. 아마도 귀바위인가 보다. 왜 귀바위인지? 임도는 구불구불 끝도 없이 이어진다. 마치 아침에 영취산 오르는 임도처럼 꾸불꾸불 크게 돌며 가도 가도 정말 끝이 없다. 뒷꿈치 발바닥에 감각이 없다. 허리도 어째 뻐근하니 불편하다. 하기야 내 체력에 10시간이 넘었으니, 미련한 놈.



17:30  드디어 운문령. 휴~~. 오늘 산행을 마친다. 왕복 2차선 길이다. 간이 식당도 몇 개 보인다.


히치하이커의 최소한의 양심으로 바짓가랑이를 깨끗이 털고 신발도 좀 탁탁 털어본다. 지나가는 차에 손을 살며시 들어보는데 십여 대가 그냥 지나친다. 좀 멋적다. 그래도 계속 손을 들고 서 있으니 승용차 한대가 속도를 줄이며 저 앞에 선다. 최대한 얌전하게 “언양 쪽으로 가십니까? 태워 주실 수 있습니까?” 아, 고마우신 분들. 타고 가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부산에 사신다는 부부는 고향인 경산에 들렀다 돌아가는 길이라며 국도로 갈 것이니 통도사 앞에 내려 주시겠단다. 차를 타고 운문령에서 내려오는 길 옆의 산 기슭에 일찍 핀 진달래를 보는 기쁨도 얻고… 차분하고 다정하고 잘 생긴 두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8:15 통도사 IC앞 하차
18:30 영축사 방향 공터 주차한 차를 찾아 출발.
20:00 용원 도착.


 


지난 1월에 부산에 파견나온 지 어느 덧 3개월이 지나 간다. 귀가하지 않는 1, 3 주에는 가급적 부산 인근의 산들을 답사하고 다닌다. 진해의 시루봉, 부산 금정산, 그리고 영남 알프스 등등


그 중에서도 영남 알프스는 영남지역에 별 감정이 없었던 나에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인근의 평범한 산이 결코 아닌, 깊고 그윽하고 기품 있고 신비스러운, 그리고 너른 품을 지닌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나를 품는다. 단 두 번 보고 어찌 그를 다 알 수 있고, 안다고 한들 이 짧은 필설로 어찌 표현하랴마는 첫 느낌도 두번째 느낌도 여전히 “환상적이다”. 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북한산, 지리산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아마도 내가 분명 바람 끼가  있기는 있는가 보다. 가는 산마다 다 마음에 담아 그리움을 쌓는 것을 보니…     


 


남쪽에서 바라본 영취산



영축산 안내도



동쪽에서 바라본 영취산 동쪽 봉우리




영취산 정상 스님인형




영취산 정상에서 조망 서쪽능선(시살등)




영취산 정상에서 조망 북쪽 신불산능선




영취산 정상에서 조망 내림길




억새



 


신불산 오름길 능선




영취산 아래 서릿발




신불산에서 조망 남쪽 영취산




간월재와 간월산




간월재




가지산 오름길




가지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쪽능선



 


쌀바위




운문령




운문령 안내판



 





▣ 산초스 - 정완일님 멀리 부산에서 주말에 귀경하지 못하시고 대신 영남알프스를 산행하시는 바람에 못가는 남녘의 산을 잘 구경하였는데 홀로 산행이라 항상 안전산행에 유의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수도권의 한북정맥이나 서울의 북한,도봉등에 비할만큼 영남에서는 최고의 산군이군요.   네, 안전산행, 명심하겠습니다. 산초스님은 그날 용문산-중원산 다녀오셨네요? 정말 산초스님께서 올리신 사진 구경 잘 했습니다. 제가 가는 듯한 착각속에서요.
▣ mjlhalla - 정선배님, 타향 산사랑에 흠뿍 빠지신 모습 좋아 보입니다. 제가 창원에 있을 때 몇 번을 망설였던 영남 알프스인데 부럽기가 그지 없읍니다. 보리숭어 훌치기에 쐬주 한 잔 하실제 저 또한 잊지 마십시오. 남녁 산하 가족님들의 거시기(봉기)가 멀지 않아 보입니다. 그 때나 뵐올 수 있을런지...
▣ mjlhalla - 정선배님, 타향 산사랑에 흠뿍 빠지신 모습 좋아 보입니다. 제가 창원에 있을 때 몇 번을 망설였던 영남 알프스인데 부럽기가 그지 없읍니다. 보리숭어 훌치기에 쐬주 한 잔 하실제 저 또한 잊지 마십시오. 남녁 산하 가족님들의 거시기(봉기)가 멀지 않아 보입니다. 그 때나 뵐올 수 있을런지...  4월 대간 초대에 응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요, manuel님과의 깊은 우정으로 뜻깊은 산행을 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아~ 부럽다.
▣ 비비추 - 영남알프스중 운문산, 제약산 도 한번 가보세요, 멋집니다.   네, 비비추님. 그렇지않아도 다음에는(4/11경) 제약산을 가려고 합니다. 눈덮힌 운문산은 바로 전에 갔었구요. 물론 2004년에는 꼭 몇 번 더 가보고 싶네요. 비비추님의 글도 기대할께요.
▣ 빵과버터 - 허꺽! 부산 갈매기가 드디어 본때를 보여 주는구랴! 제가 부산에 십수년을 살다 왔어도 그때는 산행이 이렇게 좋은줄 모르고 금정산에서 도토리묵에 산성막걸리나 먹을데 없을까 하고 껄떡거렸는데.....축하합니다.    빵과버터 선배님은 달마산 미황사에 다녀오셨데요? 그렇게 좋은지 미쳐 몰랐었네요. 사진만 봐도 마구 가슴이 뛸 정도네요. 안전산행 계속 하실꺼죠?
▣ 김정목 - 완일님! 반갑습니다 경상도 지방의 산행은 아직 한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그저 부럽습니다. 참 부지런도 하십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알프스로 ㅡ. 관악산에서 짧은 만남이었지만 완일님을 잊을수 없습니다. 수려한 외모와 늘씬한 키에 산초스님처럼 완일님도 한국법 없이도 사실것 같은 멋진 산하가족 이십니다. 부산계시는 동안 두루두루 산행열심히 하시고 완일님 덕에 구경꾼도 열심히 그쪽산 구경하겠습니다. 객지에 계시니 건강관리 더욱 잘 하십시오.전 못생기도 키도 하나도 안큰데, 왜이러십니까? 흐흐흐... 관악산을 잘 지키고계시지요? 듬직하신 김정목님을 믿어요. 약속은 못드리지만 다음 모임때는 꼭 다시 뵈야지...
▣ 주왕 - 군 복무시절 부산 형한테 놀러가서 형이 언양 자수정 동굴이랑 영남 알프스라며 운문령까지 드라이브 시켜준 적이 있었어요. 운문령에서 사진도 찍었었는데, 그땐 그저 높은 산인가 보다 단순히 그런생각만 했었는데... 이젠 와 멋지다. 꼭 한번 올라가 봐야지 하며 감탄하고 있습니다. 수고 많으셨구요 주왕이 기억하시죠? 건강하시고 좋은 산행 이어지시길...   난 주왕님 산행기 팬입니다. 너무 재밌어요. 총각이라고 하신게 기억나는데 산에만 너무 다니면 어쩌나... 하기야 장가가서 신부에 푸욱 빠져 산행기 안올리면 그것도 섭한 일이지만...  또 반드시 봅시다래요. 
▣ 불암산 - 안녕하세요. 불암산입니다. 건강하시죠? 이제 날씨가 완연한 봄으로 접어 들었습니다. 서서히 남쪽으로 산행지를 옮길때가 된것 같습니다. 남쪽에서 뵐때까지 건강하시고 안산,즐산 그리고 늘 행복하십시요.   우리 터프하신 불암산님, 강원도 어디더라... 홍천 가리산인가를 휑하니 다녀오셧지요? 부럽네요... 제가 배울게 많아요. 지도 바랍니다.
▣ 김정길 - 정완일님은 보기보다 무서운 등산체력이군요, 배내고개에서 접는가? 했더니 석남고개에서 접는가 했더니, 그도 아니고 가지산까지 상운산까지, 그 머나먼 산길과 오르내림을 운문령까지... 상상이 안됩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적당하게 하실것을 바라면서도 정작 나도 산엘 가면 그렇게 안되니 우리는 알 수가 없는 이상 야릇한 산꾼들이외다.  그날 11시간은 제가 정말 죽지못해 간 길입니다. 운문령까지는 살아가야 히치하이크라도 할테니까요.흐흐흐... 김정길형님(감히...) 댓글보고 어! 상운산이 모야? 하고 다른 지도들을 뒤져보니 제가 스쳐지나친 귀바위가 상운산이었네요... 쩝... 하기야 그때는 완전히 지쳐 밑으로 임도따라 걸었는데, 아마 상운산이라고 알았어도 능선으로 오르지 못했었을 겁니다. 김정길형님 부디 식사 더 드시고 비상식도 잘 챙기시길 감히 아우가 권합니다. 뵙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