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봉 961.8m
위 치 : 경북 문경시 문경읍 당포리, 용연리
산행코스 : 당포리 - 성주사 - 종지봉 - 성주봉 - 임도 - 당포리

산행일자 : 2004년 3월 20일/나 (자연과 친구되어)

풍기출발07:55 - 당포리 마을 09:15
당포리마을09:20 - 성주사09:28 - 종지봉10:10/10:20 - 성주봉11:34/12:00 - 운달산 갈림길12:11 - 임도12:47 - 당포리마을13:10
당포리마을13:20 - 풍기도착14:40

◈ 능선과 암벽 타는 재미가 쏠쏠한 문경 성주봉
오랬만에 혼자 산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항상 조수석을 지키던 아내는 집안의 볼일로 함께하지 못하니 홀로 떠나는 차안이 왠지 썰렁해 보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많은 친구들이 등산로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렇게 쓸쓸하지 만은 않습니다.

익숙한 길로 차를 몰아 문경읍내에 이르니 병풍처럼 문경읍을 감싸고 있는 범상치 않은 모습의 주훌산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전통 찻사발과 백두대간 명산의 좋은 만남!"이란 슬로건을 주제로 열리는 문경새재대축제(5.1 ~ 5.9)때 다시 한번 다녀가리라 마음을 먹어보고 문경온천 앞으로 난 도로를 따라 당포리로 들어섭니다.

처음 본 당포리의 느낌은 해맑은 봄 햇살이 동네 가득 내리쬐는 전형적인 아늑한 시골 마을입니다.
이것 저것 준비하는 사이 농사일로 분주한 농부들을 보니 한가로이 배낭을 메고 지나가기가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미안한 마음에 빠른 걸음을 옮겨 잠깐만에 마을을 벗어나니 소로 기름진 밭을 가는 농부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이랴! 이랴!"
힘들어 하는 소를 재촉하며 쟁기질에 여념이 없는 정말 오랬만에 보는 정겨운 모습입니다.
그 모습 카메라에 담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지만 일하시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 아쉬움을 간직 한 체 등로를 오릅니다.
깍아지른 듯 우뚝 선 암봉이 맘을 설레게 하니 지체할 이유가 없어서 이기도 합니다.

마치 일반 가정집으로 보이는 성주사까지의 콘크리트 포장로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등산로 초반부터 범상치 않은 가파른 오름에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올라봅니다.
몸이 풀리기 전에 시작된 난코스에 한발한발 떼어놓기가 힘든 데 거대한 슬랩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외투를 벗어 흐르는 땀도 잠시 식혀보고 한모금의 물로 가쁜 숨도 잠깐 삭인 후에 슬랩을 조심스레 올라봅니다.
비록 가파른 슬랩이라 힘은 들지만 등산객의 안전을 고려한 로프도 있고 바위에 발 디딜 곳도 많이 있으니 생각보다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거대한 슬랩을 처음 경험해보는 나는 잔잔한 흥분이 온몸으로 번져나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20여분의 힘든 슬랩을 잔잔한 흥분과 함께 통과하고 10여분 능선을 돌아 직벽을 로프에 의지해서 오른 후에야 겨우 종지봉에 올라섭니다.

지나온 슬랩을 내려다보니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까마득하게 솟아오른 절벽의 끝, 봉우리에 덩그러니 홀로 앉아 명상에 잠긴 듯 고요한 마을을 바라봅니다.
한가롭고 아늑한 분위기에 내마음도 편안해짐을 느낍니다.

비록 희뿌연 안개탓에 맑고 상큼한 조망은 아니지만 온 산과들, 마을까지도 따뜻한 봄햇살에 모든걸 내맡긴체 납작업드려 꾸벅 꾸벅 졸고있는것같은 그런 한가로운 아침입니다.

좋은기분을 유지한체, 유난히 소나무가 많아 더욱 아름다운 능선길을 감상하며, 간간히 그모습 오래 간직하기위해 디카에 그려넣으며, 마른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따라 한결 가벼운 걸음을 걷습니다.

언제까지나 이어질것 같은 편한길의 환상은 직벽을 만나면서 금새 깨져 버립니다.
깍아지른듯 불쑥불쑥 솟아오른 암봉이 수없이 반복되니 거의 직각에 가까운 암벽을 로프에 의지한체 오르고 내려야 하는길이 반복됩니다.
우회 할 길이 없는 외길이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긴곳은 20여미터를 넘어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아주 위험하지는 않지만 스릴을 느낄수있는 그런 능선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어쩌다 로프가 없는 곳은 낭떠러지 옆으로 가까스로 난 길을 조심조심 올라서야 합니다.
양쪽이 절벽인 암릉 위를 걸을 땐 마치 하늘 위를 붕붕 떠가는 느낌 마져 듭니다.

한 봉우리 넘으면 또 한 봉우리....
수없는 반복이 있은 후에야 마천루처럼 유난히 우뚝 선 성주봉 바로 아래 도착합니다.
다른 봉우리를 오르며 "성주봉 정상 오름길은 더욱 힘드리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다른 봉우리 보다 쉬운 길이 열려있으니 힘을 내어 한걸음에 올라 봅니다.

정상임에도 바람이 거의 없는, 봄 햇살이 유난히 밝게 더 많이 쏟아져 내리는 따사로운 성주봉입니다.
거대한 산성에 갇힌 듯 360도 빙 둘러 가며 높고 굵은 산맥들에 에워 싸여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정성들여 싼, 아내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 김밥으로 간단한 점심을 대신하며 지나온 능선을 바라봅니다.
제일끝의 종지봉에서부터 불쑥불쑥 키를 높여가며 솟아있는 암봉들의 모습이 성주봉으로 길게 이어져 운달산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따사로운 봄햇살에 취하고, 아름다운 절경에 취해 30여분의 시간이 나도 모르게 훌쩍 지난 후에야 정신을 차려 내림길로 들어섭니다.
산행기나 안내싸이트를 통해 운달산쪽에서 성주봉 오르는 길이 엄청 험하다고 들어온 터라 내심 긴장하며 내려 서지만 의외로 험하지 않은 길에 약간의 실망감 마저 듭니다.
험한길을 먼저 경험해서인지....

10여분을 내려서니 운달산 갈림길 표지가 서있는 곳에 도착 합니다.
잠시 운달산을 다녀 올까 갈등을 하다가 다녀온지 얼마되지 않은 운달산이기에 그냥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고요리로 내려서는 등산로는 지루하게 이어지는 너덜길의 연속입니다.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아도 급경사에 이어지는 너덜길을 조심스레 내려섭니다.
30여분간의 너덜길을 지나 오솔길처럼 난 편한 등산로를 걸으며 성주봉을 몇번이고 올려다 봅니다.
성주봉에서 급한 경사를 이루며 떨어져 내린 계곡엔 이름모를 폭포처럼 생긴 거대한 바위들이 또다른 절경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자연스레 발걸음은 더뎌지고 카메라는 바빠집니다.

잘 닦인 임도에 도착하니 동산에서 잠시 헤어졌던 맑은 계곡물이 더 커진 목소리로 반가운 인사를 합니다.
언제 어디서 들어도 정겨운 목소리이기에 나도 반가움의 인사를 하고 또다시 길동무 되어 당포리로 함께 내려섭니다.

좋은 친구와 길동무되어 내려서는 길에 올려다본 성주봉의 모습이 잘록이 처럼 봉우리 봉우리 잘록 잘록함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보는 각도에 따라 또다른 모습의 웅장함이 드러나니 지체되는 길도 아니건만 한없이 느려진 걸음으로 당포리에 도착합니다.

당포리 분들은 일명 장군봉이라고도 부른다는 성주봉은 조금 멀리서 보면 정말 장군같이 듬직한 모습으로 당포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찾는이가 적은 성주봉은 능선타는 재미가 정말 쏠쏠한 멋진 산 이어서 흡족한 마음으로 하루의 산행을 마칩니다.




웅장한 슬랩의 모습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슬랩과 당포리


거의 직벽수준의 암벽1


거의 직벽수준의 암벽2


거대한 암산 종지봉(경사진 면으로 오름)


종지봉에서 성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성주봉 능선1(잘록이의 모습)


성주봉 능선2


종지봉에서 성주봉까지


멀리서 본 성주봉 모습


▣ 김정길 - 좋은 산 성주봉을 다녀오셨군요, 2003년 7월13일자로 성주봉 다녀온 산행기를 올린바 있지만, 오르기 전에 지나다니면서 보았을 때나, 다녀오신 분들의 산행기를 보면서 혼자는 가기가 싫었던 위험한 산이었지요. 무사히 다녀오심을 감축드립니다. 참, 저는 하루 전 금요일에 오랜 숙원이었던 코스를 답사하고자, 김용사 밑에 차를 두고 감시망을 피하느라 새벽에 운길산으로 침투하여 ~단산 ~배나무산 ~오정산을 다녀왔습니다. 운길산을 오르며 얼마 전에 지나가신 길문주님을 여러번 생각했답니다. 저는 등산로가 있다가 없다가 하는 산은 권장을 하지 않음으로, 배나무산에서 오정산까지의 능선에 등산로가 있다 없다 하기에 권장하면 안되겠다 싶어 산행기는 올리지 않았습니다.
▣ 제 실수 - 오타=운길산이 아닌 운달산입니다.
【선배님! 가까이 사는 저희들은 산이름도 모르는 산을 등산로를 개척해가며 다니시는 그 열정에 정말 감탄할 따름입니다! 전국방방곡곡 다니시는 걸음마다 행운이 함께하시길 빌어봅니다.. 】
▣ manuel - 문경 땅 암봉들은 정말 경험 미천한 저로서도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아내와 서북능으로 지났던 대슬랩 길은 스릴보다는 山花 속 큰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 담아낼 좋은 기회입니다. 안전한 산행길 되십시요.
【manuel님! 저도 아직 등산경험이 미천하여 여러 선배님들 산행기를 보며 많이 배우는중입니다. 욕심을 가지기 보다는 그냥 좋은자연과 벗하여 다니는 즐거움을 느낄수 있는 열린마음을 가질려구 하는데 잘될지 모르겠네요. 님도 안전한 산행 되시길!!】
▣ 구자숙 - 전 2001년 4월에 갔다가 산불입산 통제로 10월에 오른 성주봉이었는데 역시 복이 많으십니다. 그코스는 암릉이 정말 머진곳이었는데..다시한번 님의 글로 함게 걸어보았습니다.항상 즐거운 산행 에 안전 산행 하시길....^*^
【이번 성주봉 등반에 님의 산행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먼저 감사드립니다.
님에게 전에 물어보았던 팔공산 등산은 게으른 탓에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했는데 혹시 요사인 입산금지가 아닌지 궁금합니다. 즐산하세요^^*】
▣ 산초스 - 저는 문경의 산은 주흘산을 20몇년전에 오른것 말고는 거의 모르는데 성주봉 정말 대단한 바위산이군요. 아직도 가봐야 할 산은 너무 많은데 길문주님 덕분에 중부내륙의 산을 많이 배우게 됩니다. 수고하셨는데 항상 안전산행 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문경쪽 산은 이제 시작이라 한참 다녀야 합니다. 산의 숫자도 워낙많고 험한곳도 많으니 계획을 잘세워서 차근차근 다녀 볼랍니다. 산초스님도 안전산행하시길^^*】
▣ 애독자 - 구자숙님 갈켜 주시지
▣ ``````` -
▣ 주왕 - 선생님 산행기 보고 또 지도를 펼쳐 문경일대를 훑어 보고 있습니다. 당포,운달산,시루봉은 나와있으나 성주봉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한번 감탄하지만 문경에 정말 산이 많네요. 외갓집갈때 배낭 짊어 매고 가야 겠습니다. 고생하신 덕분에 문경일대의 좋은 산들을 편하게 감상합니다.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산행 이어지시길... 저는 오늘 날 밝으면 멀리 구미 금오산 다녀올 계획입니다.
【성주봉은 운달산 지산으로 웬만한 지도에는 나오질 않습니다. 문경읍내에서 5분정도의 거리에 있으니 찾기도 힘들지 않을겁니다. 차편이 된다면 성주봉으로 해서 운달산으로 하산하거나 반대로 코스를 잡는것도 괞찮을것같네요. 금오산 잘다녀오세요】
▣ 이수영 - 안녕하세요? 길문주님..이제서야 님의 산행기를 읽는 결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좀 무심했던 것 같습니다. 경북의 산은 저에게는 강원도 경기도 산처럼 가기 어려운 산이라 생소하지만 문경새제는 익히 알고 있는바 험준하리라 예상을 합니다. 님 덕택에 산행기를 읽으며 스릴감과 행복감을 공유하게 된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하늘 위로 붕붕떠가는 느낌은 필링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통영/이수영 올림.
【 이름만 들어도 한려수도가 한눈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곳, 통영에 사시는 이수영님! 안녕하세요? 사시는 고장만큼이나 아름다운 산행기 잘 읽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이 주위에는 님이 사시는 통영의 아름다운 바다 만큼이나 좋은산들이 많아서 자연스레 산을 자주 찾게 됩니다. 누추한곳 방문하심에 감사 드리고 항상 안전산행 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