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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반의 반란, 홧김에 치악산

치악산 1288m,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횡성군 강림면.

때=2004. 3. 28.(일) 11:20~17:00
날씨=흐린 것은 아닌데 멀리는 안보임(이럴 때는 뭐라 하는지).
누구랑=용 두 마리와, 이 호랑이, 도합 세 마리.

일요일이면 이집 저집으로 돌아가며 친구들과 모여 고스톱으로 세월 보내는 남편들,
우리는 용돈이나 뜯어 쓰는 것 같지만
곰곰이 계산을 해 보니 결국은 내 돈이니 약이 오릅니다.

좋아했던 등산도 16년째 일년에 몇 번밖에 못하는 신세로 전락할 줄이야,
처녀 때는 매주 등산을 했고
치악산을 구룡사매표소에서 3시간30분에 왕복하던 산처녀였건만,

남자들 판 벌리는 것 보고나서
세 남자의 시종들은 역적모의를 하다가
나의 의견대로 오늘은 밥도 간식도 술시중도 하지 말기로 의결,

저 꾼들 주려고 준비한 음식을 모조리 걷어 세 개의 가방에 나누어 담고
치악산으로 튀자는데 의기투합 대 반란을 시도합니다.

일년에 몇 번 신어보던 등산화들을 신고서 골목으로 집합한 세 여인이
오늘만은 마티즈에 몸을 맡깁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집안 일 때문에 너무 바쁘네요,
다음에 이어서 꼭 써 올리겠습니다.

산에 자주 가도록, 그리고 산행기를 올릴수 있도록,
부족한 산행기 초보에게
특히 여성 산 선배님들께서 격려로 용기를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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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 여사님들의 대단한 반란~기대됩니다~꼬옥 올랴주세요~
▣ 빵과 버터 - 참 잘하셨수....목요 산행을 다녀온 마누라의 산행담을 안주 삼아 쐐주 일병하고 나서 불콰한 얼굴로 신선한 아줌씨의 산행기를 보니, 에쿠! 진흙속에 진주가 있었구려....다음 편 기달릴께요. 마티즈님.....
▣ 구자숙 - 다음편을 기다리겠습니다. 화이팅!!!!
▣ 노고지리 - 반란이라니요? 그것은 가정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지향해야 할 일. 너무 거창(?)했나요? ^^
▣ 불암산 - 대한민국 산하 여사님들의 계속되는 반란기(?)그 후속편이 기대 됩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항상 산과 홤께 하십시요. 홧팅!!!!!!!!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여기 들어오니 눈물이 납니다. 격려 주신 분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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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모두 잠든 시간에 계속 합니다.

출발이 늦은 탓인지 내가 운전 베테랑이어서인지 잘 나가는 마티즈 덕분인지
월곳IC~80분~새말IC~10분~구룡사입구 제2주차장 11시10분에 도착했고
신발을 묶고 이것저것 챙기고 다녀올 곳 다녀와 11시20분에 출발을 했습니다.

11:42분 매표소 통과
주차비가 4.000원이나 하는데, 입장료도 3.200원씩이니 가난뱅이는 등산도 못할 세상이고
번데기도 한 컵에 2.000원씩이나 받으니 먹어도 기분도 맛탱이도 별로.

11:52분 구룡사를 지나는데 무슨 행사를 하는지 스피커를 통하여 강연을 하고,
대웅전 마당에는 사람들이 많아보였습니다.
(구룡사 앞 이정표 : ←매표소 0.9km, 비로봉 4.8km→)

12:17분 사다리병창 입구 철다리를 지나자마자
철 계단 밑 3거리
여기서 나는 인파가 많은 사다리병창 등산로를 버리고
우측의 한산한 계곡 길로 친구들과 함께 접어들었습니다.
야, 겁난다, 왜 사람들 안 가는곳으로 가냐?
이 곰탱들아, 저기로 가면 사람들 등살에 해 전에는 못 돌아와,

12시36분 비로봉 2.1km, 지점의 철다리를 지나는데
잘 터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휴대폰이 여기저기서 울리기 시작을 합니다.
꾼들이 하는 말, 점심은 어디에 있는가, 냉장고에 과일도 없다,
돈 따서 사먹으세요...

13시26분 비로봉 0.8km, 지점을 통과하였고
여기서부터는 녹지 않은 눈과 계곡의 물이 얼어서 군대 군대 상당히 미끄러워 조심스러웠고 신경 쓰이는데
또 전화가 옵니다.
다방 아가시에게 쌍화차 가지고 오라고 전화했다, 세명 불렀는데 괜찮지?
흥, 우리는 벌써부터 남자들 세명 현지조달 해서 즐거운데? 뚝!

13시47분 정상 밑 고개 안부에 도착하여(이정표 : 비로봉 0.2km↑) 8~9분을 쉰 다음
가파른 계단 등산로를 거처
14시00분 비로봉 정상에 도착을 합니다.

정상에는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고 따라서 음식상을 펼 곳도 없었습니다.
양쪽 돌탑 사이의 남쪽 밑으로 한 팀이 자리를 비우려 하자 접근을 하니
아저씨들 하는 말인즉 좋은 자리이니 권리금을 달라합니다.
지갑을 꺼내면서 얼마냐고 물으니, 아줌마들이 예쁘니까 그냥 두라고 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우리는 먼저 세 가방을 털어놓고 잔치판을 벌립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밥도 8~9명은 먹을 만큼, 몇 가지 반찬에 보온병의 국, 백설기 떡 한 덩어리,
거기다 오렌지 9개, 방울토마토 한 봉지, 식혜 1.8리터 1병, 보온물병과 커피,
식수 500미리 6병,

홧김에 고스톱꾼들 못 먹게 하려고 모조리 담아온 짓이
등짐만 무거웠으니 자동으로 기압을 받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미련한 것은 먹을 만큼만 가방에 넣고
남을 음식은 차에다 내려놓고 올라왔어야 하는데 엉겁결에 모조리 짊어지고...

남편들 얼핏 하면 하는 말이 멍탱 곰탱 하더니
치악산 비로봉에서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먹어도 반절도 못 먹고 창피해서 누구더러 먹어달라고 말도 못하고
다시 가방에 넣어야했습니다.

비로봉 정상에서의 전망은 날씨가 쾌청하다면
소백준령 월악준령 속리준령까지도 가늠이 되련만,
흐린 날씨는 아닌데도 북쪽으로는 매화산과 천지봉만 보이고,
남쪽으로는 건너편의 향로봉과 남대봉 시명봉까지 확인이 되며
그 너머로는 아쉽게도 확인이 되지를 않았습니다.

15시08분 사다리병창으로 하산 시작
이쪽 길도 눈과 얼음이 녹지를 않아 무척 위험하였습니다.
몇 번씩 미끄러지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엉덩이나 팔꿈치에 넘어진 자욱이 없는 사람은 정상에 가지를 않은 사람일 겁니다.

우리 세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수 없이 미끄러져 흙투성이가 되었지만
다행이도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16시10분 철다리 삼거리를 지나고
16시32분 구룡사를 거처
16시45분 매표소를 통과한 후
17시00분 제2주차장에 돌아왔습니다.

옷은 모두가 흙투성이이고,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차 안이 온통 땀 냄새 진동하고 있으련만
치악산 정상을 돌아본 성취감과
남편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인식시켰다는 자부심으로
귀가 길의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돌아오면서 우리는 토론을 했습니다.
우리가 너무했나? 아니야 가끔씩은 뭔가를 보여줘야해,
자식들이 이성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는 마당에 시종 노릇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 가끔씩 우리 이렇게 산에 가자,
가끔이 아니라 매주 가자,
매주는 안되, 한달에 두번씩 가자,

5월2일에 사당역으로 새벽탈출 시도할까?
못 할 것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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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원 - 세벽탈출 하십시요. 그리하여 마음의 응어리가 생활의 활력소가 되도록 하십시요. 인자는 산을 찾는다 했거늘 자주 산을 찾다보면 마음도 넓어지고 성격도 좋아지는건 다 알잖아요. 그죠????5월 2일 별유산에서 뵙기를.......
▣ 이영권 - 너무 멋진 화이팅.다음편을 기대합니다.
▣ 권경선 - 역사적인 반란(?)과 함께 쾌거를 이루셨습니다. 몇번 시도하시다 보면 남편분들도 시기심이 발동하여 동참 하실것으로 생각합니다. 여세를 몰아 강행 하시길... 고스톱보다야 좋다는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고 건전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로 더욱 행복한 가정이 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부산녀 - 짝짝~ 정말 잘하셨네요 저도 식구들이 동참을 잘 안해주니 저 혼자라도 가방 메고 떠납니다
▣ 주왕 - 유쾌,통쾌,상쾌한 반란이셨습니다. 그래도 가시는 길에 남은음식 보다 더 크고 무겁고 소중한 가족사랑이란 짐 하나 더 넣고 가셨을것 같아요. 너무 재미있는글 잘 보았습니다.
▣ 산초스 - ㅎㅎㅎ 아까 1편만 있어서 댓글 보류했더니 그새 완성하셨네요. 근데 무지하게 빨리 사다리병창을 오르신것을 보니 산행경험이 많은것 같습니다. 별유산 의상봉에서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왕이면 부부들 같이 오시면 좋겠구요^^**
▣ 운해 - 마티즈가 에쿠스보다 위대 해 보입니다.그런데 싹슬이라니요? 미워도 다시 한 번인데.쇠주 안주라도 남겨 두고 오시지 않고서요? 모처럼 즐거웠습니다. 건강하세요 ~^^~
▣ 곰탱녀 - 참으로 부럽군요 산으로 탈출을 하고 싶어도 몰라서도 못가고 용기가 없어서도 못가는 신세입니다.^^* 어디 용기를 내볼까나 ㅎㅎㅎ
▣ 산사랑방 - 어제저녁 멀리서 오신 산 선배님과 한잔하고 있는데 삐리릭!! "한국의 산하" 에 드디어 아줌씨들의 반란이 일어나 전쟁 터졌답니다...???? 정말 전쟁이 시작되었네요 꼭 승자가 되어서 앞으로 톱꾼(?)들 모시고 함께 이 한국의 산하를 빛내주시길 기원합니다. 마티즈 만세~~~!!
▣ 타래 - 아 2 9 고돌이가 삐지고...오광이 놀라고...^^* 봄이오듯...주부 반란도 함께오다....^^*..반란은 이럴때 해야하는것 ....박수를 보냅니다.
▣ 티코 - 오래된 차종인(한국의산하회원연력) 티코 입니다. 경량급 승용차들 중 마티즈가 여러모로 성능이 좋습니다. 산행 능력이 저보다 한수 위 라는 뜻입니다. 어쩜 저의 남편도 고스톱 광 이었고, 산에 가면 바람 피운다고 절대 못가게 했었답니다. 그런데도 저역시 그 시기에 끈질기게 그런 반란을 이르켰었는데 지금은 남편이 등산을 더 좋아합니다. 축하합니다. 마티즈님 성공을 빌면서 화이팅!!!
▣ 비로봉 - 치악산 비로봉 등산을 마치고 매표소 못미처 철다리를 지나오면서 마티즈님 일행을 본 기억이 납니다. 그 날 11시43분경 세분이 일회용 종이컵 하나를 들고 뻔데기를 잡수시며 올라가신 모습을 본 사람입니다. 40세 전으로 보였고 세 분 다 진짜 미인이시더군요, 그런 사연이 있으신 분들 이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보니 너무 반갑습니다. 저도 축하합니다.

******* 읽어 주신것도 감사하온데 격려 해 주시는 위의 산 선배님 여러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마티즈 올림*******

▣ 꾼 - 멋진 반란이군요...즐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