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26일(목요일)

07:50 김포공항 출발
09:00 제주공항 도착
09:20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 도착(아침식사)
10:30 시외버스터미날 출발
11:30 영실(1,280m)매표소 도착/출발(등산로 입구까지는 지나가는 차편 이용함)

11:40 산행시작
12:50 윗세오름(1,714m) 도착 (*영실-윗세오름/3.7km-1시간 10분)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컵라면으로 점심 30분)

13:20 윗세오름 출발
13:47 만세동산 통과
14:00 사제비약수 통과 (사제비 동산능선에 올라가서 10분)
14:40 어리목(970m) 도착 (*윗세오름-어리목/4.7km-1시간 20분*)
(*** 영실-어리목/8.4km-3시간***)

산행기
제주공항에서 시내버스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조금전에 영실(어리목)행 버스가 떠났고 10:30분에 있단다.
1시간 10분정도후에 있다고하니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택시를 탈까 망서리다가 아침식사도 해야겠고, 오늘 산행시간도 짧으니 그냥 버스로 가기로 작정하고 주변식당에서 아침식사와 차를 마셨는데도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서 그냥 우두커니 있기는 뭐하고 해서 다음날 가야할 성판악과 관음사코스의 교통편을 알아보고, 제주도 일주에 관한 정보를 알아 보면서 시간을 이용했다.
버스는 출발후 약 1시간쯤 지나서 영실 매표소 앞에 데려다 주었다.
1,600원을 지불하고 입산증을 받고 아스팔트길을 조금 가는데 자동차 소리가 난다. 염치불구하고 손을 들어 봤다.
아주 잘생긴 젊은 미남자가 혼자 타고 있었다.
부탁도 하기전에 친절히 타라고 한다.
미남자도 혼자서 등산을 한단다.
우리는 좋은 동무가 되어서 윗세오름까지 천천히 얘기를 나누면서 올랐는데도 산행시간이 1시간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미남자는 대구에서 제주에 온지 4년으로 향후 4년을 더 머물다가 대구로 간다고 했다.
오르는 도중에 백록담 벽면 기암절벽의 비경들이 자연을 느끼게 해 주어서 다행스럽기는 했지만 산행거리로는 너무 짧다 싶다.
여름에 비가 올 때면 기암절벽의 벽면으로 크고 작은 폭포들이 생겨 장관이라고 했다.
비가 올때쯤 다시 와서 그 광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 오르니 구상나무와 주목나무들과 어우러진 진달래와 철쭉나무들이 무더기로 있다.
철쭉이 필 때쯤에 또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노루샘에는 물이 아주 많았고, 눈도 아주 많아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은 눈썰매를 타고들 있었다.
윗세오름에는 대피소가 있었고 대피소 내에는 매점이 있어서 간단한 간식거리가 있었다.
윗세오름에는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버스 터미널에서 아침을 먹은지라 시장기가 없었지만 미남자가 어느새 컵라면 두 개를 들고 왔다.
또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만 했다.
주위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천천히 점심을 먹었는데도 겨우 15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윗세오름에는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너무 심해서 오래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어리목으로 하산을 계획한지라 자동차 때문에 다시 영실로 하산할 수 밖에 없는 미남자와 작별을 하려는데 어리목으로 마중을 오겠단다.
미남자에게 세 번째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만 했다.
어리목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어리목으로 향하니 바람을 안고 가는지라 얼굴을 들 수가 없을 정도로 바람이 세다.
멀리 바다까지 보일 만큼 날씨가 좋아서 내려가는 길이 지루하지는 않지만 모자를 쓸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조금 내려가니 만세동산 또 조금 내려가니 사제비 약수다. 그런데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약수는 없고 바가지만 두 개 놓여 있을 뿐이다.
사제비 동산을 올려다보니 그냥 갈수가 없어서 등산로를 이탈하여 산죽이 깔린 능선을 올라가 보고 왔다.
여기서부터는 나무가 조금씩 나타나고 눈이 다져져서 미끄러워 몸의 균형을 잡을 수가 없었지만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귀찮아 그냥 조심하면서 하산하기를 40분 정도 하니 어리목 주차장이다.
미남자에게 감사의 보답으로 저녁을 대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저기서 손을 흔든다.
낯선 여행지에서 저녁을 함께 할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미남자를 향해 손을 들어 답해본다.



2004년 2월 29일(일요일)

06:30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 출발
07:20 성판악매표소 출발(해발 750m라고 돌에 새겨졌으나 700m라고도 표시됨)
08:30 사라악대피소 통과
09:05 진달래대피소 도착(해발 1,500m)
(영실매표소-진달래능선/7.1km-1시간 45분)
(간단한 아침식사 15분)
09:20 진달래 대피소 출발
10:05 정상 도착 (진달래 대피소에서 정상까지 2.5km-45분)
(*영실매표소-정상/9.6km-2시간 45분*)
(백록담 감상과 간식 10분-바람으로 인해 오래머물수 없슴)

10:15 정상 출발
(정상 조금아래에 바위밑 동굴같은 아늑한곳에서 10분 휴식)
11:10 용진각 대피소 통과
11:20 삼각봉 도착 (정상-삼각봉/2.4km-55분)
(어제 올랐든 다랑쉬오름을 찾아보고 아름다운경치에 반해 10분)
11:30 삼각봉 출발
11:45 개미목 통과
11:55 원적비 통과 (원적비옆에는 "짧은 내인생 영원한 조국에 2001.10.25. 제 25번개 게릴라 대원일동"이라고 돌에 새겨져 있음)
(검은베레의 혼이 머무는곳 150m의 화살표시가 있었으나 입산금지)
12:10 탐라계곡대피소 도착 (삼각봉-탐라계곡 대피소/3.1km-40분)(대피소 건 물이 철거대상으로 붕괴위험이 있으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표시가 있었음)
12:25 숯가마터 통과
12:40 구린굴 통과
13:00 관음사 매표소 도착 (탐라계곡대피소-관음사매표소/3.2km-50분)
(*정상-관음사 매표소 8.7km/2시간 45분*)
*** 성판악 매표소-관음사 매표소/18.3km-5시간 40분

산행기
어제 오후부터 밤까지 비가 그치질 않아서 밤새 몇 번이나 창문을 열어보고 또 열어보고 했지만 새벽까지 비는 그치질 않는다.
새벽 5시경 30분경쯤에는 비가 그친 것 같으나 날씨는 잔뜩 흐려 있었고 오전중에는 비가 더 온다는 일기 예보다.
그러나 출발할 때 많은 비가 오지 않으면 산행을 하기로 작정하고 성판악행 첫차를 타려고 숙소를 나선다.
성판악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산행준비를 하느라고 분주하다.
준비가 미비한 사람들이 휴게소 매점에서 우비와 아이젠과 스패츠를 구입하고 착용하느라 휴게소 안은 매우 붐빈다.
우선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고 7시 20분에 매표소를 출발한다.
20대 어느 때 왔을 때와는 너무나 다르게 변해 있었다.
길은 산책로 정도로 정비되어 있고 많이 넓어져 있다.
일단 비는 오지 않고 흐리기만 하다.
단체로 온 듯한 사람들이 줄을 이어 즐거운 듯 떠들면서 천천히 오르는 사이로 그들을 앞지르면서 한참을 오르니 눈이 제법 쌓여있다.
그래도 아이젠 없이 갈만하다.
40여분을 오르니 날씨가 맑아지면서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음이 가벼워지니 발걸음도 가벼워 진 듯 하다.
사라악 대피소는 휴식하기에는 지저분하다.
긴급상황에나 쓸모가 있을 것 같다.
성판악 매표소에서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컵라면등으로 아침식사들을 하고 있다.
모두들 한라산을 너무나 사랑해서 잠도 안자고 온 듯하다.
대피소 안에는 특히 2층에는 많은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쓰레기를 버리고 간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산에 왔다갔을까 의문스럽다는 생각과 불쾌감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이 날씨는 완전히 맑아져 멀리까지 볼 수가 있다.
따뜻한 차 한잔 외에는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으니 간식거리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대신하면서 15분 정도를 쉬고 백록담이 궁금하여 더는 지체할 수가 없어서 정상을 향한다.
백록담아래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멀리 제주일대를 둘러보고 크고 작은 오름들을 바라보면서 후일 저 오름들을 하나씩 올라 보고 싶은 욕망이 가슴으로 스며든다.
정상에서 백록담을 내려다 보면서 아주 옛날에 기억들을 더듬어 본다.
조용히 백록담을 감상하기에는 바람이 너무 불고 바람을 피할 자리가 있질 않다.
그래도 옷깃 여미면서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는 백록담을 가슴에 차곡차곡 챙긴다.
바람 탓인지 백록담 주변에는 사람들이 서너명만 보일 뿐이다.
바람은 불어도 날씨가 맑아서 아주 멀리까지 보이는 행운이 함께 했다.
관음사로 내려가는 길로 접어들었더니 눈이 빙판으로 변해있었다.
조심스럽게 조금 내려가니 바람도 막아주고 경치도 일품인 바위와 아주 작은 동굴같이 아늑한 휴식처가 있어 물도 마시고 아이젠도 착용하고 멀리 제주시도 바라보면서 10분 정도 휴식하고 또 출발한다.
숨을 몰아쉬면서 오르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단체로 온 듯하다.
오르는 사람들을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서 옆으로 비켜서 하산을 하니 그들이 혼자냐고 묻는다.
그냥 웃음으로 답을 대신해 본다.
내려가면서 뒤를 수없이 돌아보면서 간다.
북면의 경관들이 그냥 앞만 보고 가도록 하지 않는다.
용진각 대피소까지는 가파른 곳이 여러 곳 있다.
용진각을 둘러보고 쉬임 없이 내려간다.
잠시후 삼각봉에 도착하니 일행인 듯 한 많은 사람들이 경관을 즐기고 있기에 자리를 잡고 전날 올랐던 거문오름(물찬오름)과 다랑쉬오름(월랑봉)을 찾아본다.
누군가가 다랑쉬오름이 저기라고 봉우리 하나를 지적해 준다.
전날 다랑쉬오름 정상에서 이곳 한라산을 쳐다봤으나 비가 와서 보이질 않았건만 한라산에서는 날씨가 좋아서 멀리까지도 볼 수 있어 오름들을 한눈에 볼수가 있다.
바람도 별로 없어서 휴식하기에는 아주 좋았으므로 10분을 다 채우고 일어난다.
개미목을 지나고 원적비를 지나서 조금 내려가니 탐라계곡대피소가 나온다.
접근금지의 경고표시가 있었으나 내부를 돌아보면서 불쾌감이 또 마음을 무겁게 한다.
경고표시만 붙일 것이 아니라 조속한 대처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탐라계곡을 건너가면서 비가 많이 오면 물살이 제법 거셀 것 같은걸 느낄 수 있다.
계곡의 골이 제법 깊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유롭게 손을 씻어본다.
시간적으로도 오르는 사람들이 없는지라 너무나 조용하다.
그야말로 나 홀로 산행을 마음껏 만끽할 수가 있는 듯 하다.
뒤를 올려다보니 한라산의 능선이 병풍을 친 듯 계곡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다.
아기자기한 경관은 이제 보이지 않지만 부드러운 능선이 마음에 여유을 준다.
언제 또 올수 있을지 모르니 되도록 한라산을 천천히 벗어나고 싶어 걸음을 늦춘다.
숯가마터를 지나니 구린굴이 나온다.
구린굴에 돌을 한번 던져보니 떨어지는 소리가 그리 깊지는 않은 듯 하다.
성판악 매표소를 출발하여 5시간 40분만에 관음사 매표소에 도착한다.
대체적으로 산행코스가 완만하고 나 홀로 산행이었어도 힘든 줄 모르고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었든거 같다.
관음사가 보이질 않아 다시 관음사로 발길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