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은 다녀오신 분들이 잘 알겠지만 주말을 이용한 산행에는 매우 제격인 산이다. 그리 높지도 않으며 코스도 무난하여 눈이오나 비가오나 부담없이 오를 수 있다. 컴앞에서 단조로운 업무에 지친 나는 정신노동을 대신해 줄 무언가를 찾다 청계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나이 불혹에 이르러 중년을 향해 빠르게 세월을 먹고 살고 있으니 내 몸도 이제는 세월에 맡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 동안은 거의 10여년 낚시에 빠져 서해안의 바닷가를 제집인양 돌아다녀 보았다. 산행이야 가끔 산악회를 통해 소위 명산이라는 곳을 10여개 올라보았으나 간헐적인 것이였다. 사람들이 왜 산을 그리 많이 오르는 지는 몸으로 느껴보지 못한 채 말이다.

이제 한 겨울에 접어들어 낚싯대를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이제는 나를 진정한 산꾼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이제 낚시 시즌이 와도 낚시대 대신 배낭을 챙겨들도록 말이다.

취미를 바꾼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계기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와이프와 얘들을 데리고 청계산을 자주 오르다 보니 산하고 칭구가 되었다. 그래 이제는 산하고 진정한 친구가 되자. 마음을 먹기가 힘들지 한 번 마음먹으면 추진하는 성격이라 행동에 옮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다음에 "청계산사랑"카페를 개설하였다. 이왕이면 산을 좋아하는 벗들과 같이 오르고 산행후에 시원한 막걸리를 나누어 마실 수 있고 산에 대한 내 마음을 주고자 말이다.

1월 31일 주말이 되어 회사일 정리하자 마자 배낭을 매었다. 동네어귀에서 친구와 조우하여 78-1 버스에 올랐다. 청계산은 매봉, 이수봉을 중심으로 산행이 이루어진다. 어느코스에서 오르든 두 봉우리 중의 한곳을 산행 기착지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 코스는 청계골에서 시작하여 매봉-망경대-이수봉-옛골코스로 잡았다. 대부분 산행을 원터골에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원터골에서 우회로를 택해 매봉으로 향하는 코스도 사람들이 많이 애용한다.

오후 1시 30분 청계골에 도착한 우리는 서둘러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옛골에서 출발한 다른 동료와 매봉에서 조인트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햇빛이 들지 않는 곳곳에 산재한 하얀 눈은 눈을 화려하게 만들어주었고 발을 타고 포근한 느낌을 밀어 올려 주었다. 청계골에서 산행을 시작한 지 20여분이 지나자 약수터가 눈에 들어왔다. 산행 중간의 약수터는 꼭 물을 마시지 않아도 쉬어가라고 손짓한다. 시원한 물 한바가지, 청계산 산행에서 물을 가져올 필요가 없지...다만 약수터 몇군데는 알아두어야 하지만...청계골은 능선에 싸여 있어 바람이 타지 않아 춥고 바람부는 날에 제격이다. 원터골에서 출발하여 능선을 타고 오르는 코스는 설날연휴같은 매서운 바람과 기온에서는 바람을 맞고 갈 수 밖에 없지만 이 코스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10분 더 오르니 주 능선과 만나는 정자가 있는 쉼터, 청계산에도 주 능선에는 사람들이 많다. 주 능선을 따라 올라가기 보다는 사잇길을 따라 옛골에서 오르는 능선까지 가는 것이 좋다. 사람도 많지 않으며 바람도 많이 타지 않는다. 10여분 산행하면 옛골 능선과 만나게 되고 위로 오르면 매봉가는 코스이다. 능선을 타고 오르다보면 넓은 쉼터가 나온다. 군데군데 땀을 식히는 산객들이 벤취에서 쉬고 있었다. 이곳에서 부터 매봉까지는 일렬종대...일요일에는 뒤통수 보며간다는 표현이 맞을 게다. 토요일에는 그보다 덜 하지만...매봉에 도착하니 먼저온 동료들은 이미 식사를 마친후였다. 우리는 매봉 바로 밑의 바위에 터를 잡고 가져온 배낭을 풀었다. 겨울산행에서 사발면은 그 맛도 일품이지만 추위에도 그만이다. 사발면과 과일, 쵸콜릿으로 식사를 하고 이제는 4명이서 만경대로 향했다. 혈읍재로 가는 중턱에서는 막걸리와 먹거리를 팔고 있는 간이 매점이 있다. 군데군데 술잔을 기울이는 산객들의 얼굴에 발그스레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청계산 산행에서 제일 험한(?) 코스는 혈읍재에서 망경대를 지나 헬기장에 이르는 코스이다. 설날연휴 눈이 많이 내렸을 때는 오가는 사람이 적어 길이 잘 드러나지 않아 고생을 했던 코스이기도 하다. 카파른 능선을 올라 좁은 암벽사이 밧줄을 잡고 내려가기도 해야 하는 아기자기한 코스이며 청계산 산행을 하는 산객들에게 권하고 싶기도 하다.

"타타타타" 헬기장을 지나 이수봉으로 가는 코스에 119구조 헬기 소리가 요란하다. 헬기에서 레펠로 대원들이 하강하는 것이 나뭇가지 사이로 시야에 들어왔다. 누가 구조 신고를 한 모양이다. 대원들과 헬기는 구조신호를 보낸 사람을 찾고 있었다. 청계산에서 조난이라도 한것인가?...웬 헬기람. 사실 부상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가까운 친구도 산행도중 낙상으로 인해 2개월 병원신세를 진적이 있었다. 특히 겨울산행에서의 안전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산행내내 긴장을 풀어서는 안된다.

이수봉에 도착하여 잠깐 한숨을 돌리고 가시 철조망을 따라 옛골로 하산하는 코스로 향했다. 이곳에서 옛골로 하산하는 코스는 대략 3개로 나뉜다.이수봉에서 철망을 따라 돌다보면 첫번째 하산코스가 나오고 주 능선까지 돌면 주 능선을 따라 하산 하는 코스와 주 능선을 따라 잠깐 내려가다 빠지는 사잇길 코스이다. 우리는 첫번째 코스를 택하였다. 계곡을 따라 아기자기한 하산길이 펼쳐저 있는 코스라 오르고 내릴 때 좋은 코스이기도 하다.

갑자가 웬 아주머니가 급히 산을 달려 내려왔다. 우리 일행을 막고 선 아주머니는 급히 전화를 부탁하였다. 아들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이수봉까지 먼저가던 아들을 놓친 것이다. 이수봉에서 갈래길이 많기때문에 어디로 간 지를 모르고 여기저기 찾아 헤메는 것이었다. 산에서 배터리는 그야 말로 봄볓에 눈녹는 것처럼 빨리 소모되기 때문에 가급적 휴대폰을 끄고 다닐 것을 권장한다. 이처럼 꼭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없느니 말이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가 지났다. 어린애를 잃어버린 아주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할까...우리는 하산하는 코스에 혹 애가 있으면 연락해 주어야 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옛골까지 그 아이는 발견할 수 없었다. 얼마되지 않아 찾았으리라고 믿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코스의 하산길에 있는 약수터의 물맛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이곳의 약수터는 청계골의 물맛보다 더 시원하게 혈관을 타고 돈다. 아니면 산행후의 기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옛골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일행중 차를 가져온 사람이 있어 막걸리 파티는 나중에 하기로하고 각자 집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내딪었다. 선녀의 옷을 훔친 나뭇꾼처럼 말이다.


▣ 김현호 - 낚시에서 등산으로의 전환하심을 축하해야하는거 맞죠? 산 많이 다니셔서 좋은 산행기 많이 부탁할께요..
▣ 정중채 - 저도 산을 힘들게 왜가는야고 했던 한사람입니다. 그런내가 등산시작 한지 약2년 정도 되었습니다. 지금은 산이 제생활에 한부분이 되었답니다. 축하드리고 건강하세요...
▣ 정용채 - 격려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멋진 산행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