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8일

 

봄철에는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데 올해도 예외 없이 여러 건의 산불이 발생하였고

특히 강원도 양양에서 발생한 산불은 천년고찰 낙산사와

그 부속건물 및 많은 문화재를 소실키키고

많은 이들의 가슴에 씻기지 않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럭저럭 4월이 다 가도록 잠시 멈추었던 대간길을 오랜만에 나섰다.

가은읍에 전화를 하여 확인하니 원래는 5월중순까지 통제기간이지만

실제로는 4월말 이후는 입산을 허용한다고 했다.

 

 

백두대간 전구간을 동영상으로 기록 중에 계시는

정원채님을 모시고 아침 일찍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시원스레 달렸다.

이 도로는 제한 속도가 110km/H이다.

아침 7시에 연풍나들목을 빠져나와 연풍면에 도착하였는데

초행길이라 길을 잘 몰라 지름길을 두고 조금 돌아서 은티로 접어들었다.

덕분에 연풍면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돌표지석도 한 장 찰칵....

이 표지석은 한쪽은 한글로,

다른 한쪽은 한자로 쓰여진 키가 매우 큰 표지석이다.

 

 

타고간 차는 은티마을에 세워두고

택시를 불러타고 버리미기재로 갔는데

차창을 스치는 그 평화로운 농촌의 아침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은티마을 입구에는 마을 분들이 넓다랗게 무료주차장을 만들어 놓았다.

조금 더 마을 쪽에는 마을 내력을 기록한 커다란 유래비가 세워져 있고

장승부부가 오가는 사람들의 무사안일을 빌어주고 있었다.

 

 

산행코스 및 고도


 

버리미기재(450m)-장성봉(915.3m)-821m봉(악휘봉삼거리)-

은치재(540m)-주치봉(683m)-구왕봉(877m)-지름티재(640m)-희양산(998m)

성터갈림길에서 하산


 

 

코스별 소요시간


 

버리미기재-(1시간 6분)-장성봉-(2시간20분)-악휘봉삼거리-

(1시간 30분)-주치봉-(1시간 37분)-구왕봉-(1시간 20분)-희양산삼거리


 


 

언제 누군가가 붙여놓은, 일명 비박굴을 지나  바위 틈새로 기어오르듯 올라서서

능선을 따라가면 커다란 바위에 이르는데 평소 같으면 조망이 참 좋을 것이지만

어제까지 내린비로 인해 아침 안개가 짙게끼어서

건너편 대야산이 사내답지 못하게 수줍음을 타고 있다.

저 대야산을 넘을 때 추운 날씨로 인해 북릉 직벽에서 고생하던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진행하니 장성봉 정상 오름길 직전에 애기암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누군가가 우측길을 나무로 막아두었음.)

 

정상에는 "문경산들모임"에서 세운 "백두대간 長城峰 915.3m"이란 정상석이 세워져있다.

이곳 장성봉 정상에서 대간길은 주의를 해야한다고 들었길래 나침반을 지도에 올려보았다.

잘못하면 정상석뒤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가게 되는데 이 길은 애기암봉으로 가는 길이다.

대간길은 장성봉 정상 3-4m직전 좌측 비탈길로 이어져 있었다.(시그널의 도움을 받음.)

 

내리막길은 급한 바탈길이었다.

조금 내려가니 나무로 된 이정표와 긴급구조"속리11-10" 표지판이 서 있고

이어서 쌍곡 갈림길이 나왔다.

평탄한 길을 지나니 지도상의 827봉 오름길이 나오는데 돌계단 형태의 급한 오름길이다.

곧이어 소나무 한 그루가 멋있게 서 있는 전망대같은 바위가 나오는데 안개가 더 짙어졌다.

여기서부터는 별 특징 없는 능선길이 이어지다가 지도상에 나오는 809봉에 다다랐다.

 

동네 안길처럼 뚜렷한 길을 따라 한참 내려가니 헬기장이 나왔다.

여기는 악휘봉 삼거리를 조금 못미친 공터로서 사거리 갈림길인데

살구나무골로 해서 쌍곡리로 내려서는 갈림길은

사람들이 하도 많이 다녀서 길이 반들반들하다.

 

가쁜 숨을 헐떡이며 악휘봉 삼거리에 이르러 악휘봉을 건너다 보니

언제 개었는지 안개는 말끔히 가시고 몇몇 산객들의 즐거워 하는 모습이 보인다.

곧이어 좌우 갈림길이 나타나는 봉우리에 도착하였는데  

좌측보다는 우측으로 많은 시그널이 붙은 것으로 보아 이쪽이 대간길임을 짐작했다.

 

좌측 길은 은티재를 거치지 않고 은티마을로 갈 수 있는 길로 지도에 나타나 있다.

또 급경사 내림길이다.

820봉을 올랐다가 가느다란 밧줄이 걸린 바위구간 내림길을 지나니

장성봉에서 애기암봉으로 이어지는 멋진 능선이 펼쳐져 있다.

암봉인 이 바위전망대 역시 조망이 무척 좋다.


 

완만한 경사로 된 슬랩지대를 지나서 한참을 내려가니 은티재가 나왔다.

 

여기는

 

봉암사 희양산은 스님들이 수행정진하는

조계종 특별 수도원으로서 일반인은 출입을 제한합니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산림법에 의하여 규제받음. 

문경군수/봉암사 주지

 

위와 같은 문구의 좀 흉칙스러운 표지판을 세워 두었는데

백두대간에 길바쁜 사람들은 오라고 해도 안갈텐데 좀 우스꽝스럽다.

온 산을 자기들이 다 전세 낸 것도 아닐텐데...

별로 기분 좋지 못한, 협박성 간판이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커다란 고목에 묶인 실타래와 시그널들이 밤길에는 좀 무섭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부터는 가파른 흙비탈 길인데  683m고지인 주치봉에 올라서기까지는 무척 힘든 길이다.

주치봉에서 점심을 먹는데 다른 일행에 낀 여성산객이

얼마나 큰소리로 떠드는지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어 안부에 내려서니

이곳에도 봉암사에서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을 세워 두었다.

또다시 이어지는 오름길을 지나 무덤 하나와 마당바위를 지나니

완만한 흙봉우리인 구왕봉 정상인데 표지석도 없고 그냥 조용한 곳이었다.

건너다 보이는 희양산이 그토록 대간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무었일까?

조금 내려가니 말 그대로 희양산이 잘 건너다 보이는 바위전망대가 나왔다.

비탈길로 조금 더 내려가니 일명 제2 전망대가 나왔다.

 

가파른 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서니 지름티재다.

이곳 지름티재는 그야말로 가관이다.

나무바리케이트와 초소(?)가 흉물스럽게 널부러져있다.

생각만 하면 욕나온다.

중생을 어쩌고 저쩌고 하는 도닦는다는 사람들이 그 무슨 해괴한 망발이람....?

뭐 수행정진?

그러면 다른절에 있는 중들은 다 뭐란 말인가?

나참...

 

또  오름길이다.  숨이 가쁘도록 좀 올라가니

이곳에도 속리산 문장대-밤티재구간의 개구멍바위와 비슷한 바위가 있다.

너덜지대를 지나면서 오름길은 점점 가팔라지고 마침내 희양산 절벽구간에 도착했다.

어느 분의 산행기에서 읽은 등산로 오른쪽 산 사면으로 커다란 바위비탈이 등장하고

두 개의 홈으로 패인 홈통구간을 조금 지나니 우측 흙 비탈로 가느다란 로프가 드리워져 있다.

이 구간이 그 악명 높은 희양산 절벽구간임을 알아차렸다.

 

나무뿌리를 이용하여 조금 더 올라가니

가는 밧줄이지만 여러 개가 쳐져있어서 모아쥐니 손에 잡기가 불편하지는 않았다.

버리미기로 갈 때 택시기사로부터 들은 말에 의하면

봉암사 중들이 택시를 타고와서 밧줄을 모두 끊어 버리고 또 택시를 타고 돌아간단다.

옛날 중들은 고행정진이라하여 그 큰 태산준령을 걸어서 다녔다는데

요즘 절에는 돈이 넘쳐나니 중 얼굴엔 게기름이 반지르르하고

4륜구동 좋은 차로 온 산을 다 혜집고 돌아다니는 것과 비교하면 좀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얼마전 이렇게 무단철거된 생명줄로 말미암아

이곳에서 한 사람이 추락하여 다시는 걸어서는 산에 다닐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중생을 구제한다고 떠드는 그들이 아까운 생명하나를 지워 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이 구간을 따지고 보면 별다른 암릉구간도 아니다.

 

어쩌다가 오지마라. 가야겠다. 뭐 이런 다분히 감정적인 이유로 인해서

더 관심을 끌게된 곳이라고 생각되며

왜 이구간이 대간꾼들 사이에 그같은 악명을 떨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지나고 보니 실제로는 별거 아닌데 사람들이 공연히 자기를 좀 과시할 목적으로

좀 과장되게 산행기에 기술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봉암사에서 막무가내로 이 희양산을 막지는 않을 것이고

분명 그렇게 되기까지는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인데

그러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가 뚜렷하다면 제아무리 대간이라하여도

우리(대간꾼) 스스로가 그 뜻을 존중해주어야 할 것이며

산과 관련된 여러 직능단체가 있을 것인즉,

공식채널을 통하여 쓸데없는 감정적인 논란을 종식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 역시 합법적으로 금지된 구간을 막무가내로 들어갈 무뢰배가 아닌 이상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이 대간길은 앞으로도 수 많은 사람들이 지나 갈 것이다.

갈때마다 얼굴 붉혀서야 어디 될 말인가.

 

이에 봉암사에서도 입산을 막는 이유를 논리정현하게 밝혀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온 산을 지저분하게 만든 그 너절한 쓰레기들을 신속히 제거하여야 한다.

그리고 대간길에지친 시커먼 중생들을 위하여 물공양이라도 좀.....

 

이 희양산이 봉암사의 소유라고 한다하더라도

요즈음 대개의 절에서 시줏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데

결국은 종단에서 모금한 시줏돈으로 운영되는 봉암사일진대

고객인 일반 중생들이 공부방 코앞도 아닌 그 산 좀 지나간다고

뭐가 덧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지나친 권위의식의 발로라고 보여지며

그 시간에 어려운 한자로 된 불경이나 한글로 번역이나 좀 해서

중생들이 쉽사리 불교를 이해하도록 돕는게 훨씬 나을 것이다.

 

기독교를 한 번 보라!

그 난해한 히브리어로 된 경전을 쉬운 한글로 번역하여

아무나 쉽게 읽을 수 있게 하지 않았는가.

자기들만의 경전이라면 그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요즈음은 절집에 사는 사람들도 인터넷에 접속하여 있으므로

옛날처럼 속세를 등지고 오로지 득도에만 전념한다고 볼 수 없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봉암사 또는 대한불교조계종 관계자가 있다면

반론을 제기하시기 바란다.

 

 

희양산삼거리에 오르니 우측으로는 희양산 오름길이 좌측으로는 성터로 가는길이다.

원래는 시루봉갈림길에서 은티로 내리려고 했으나 다음 산행이 비교적 여유롭고

마침 실비가 시작하여 좀 침침해지는 늦은 오후인지라

성터갈림길에서 은티로 하산길을 잡았다.

 

이 계곡 골짜기에도 온데다가 수행정진 뭐 어쩌고 저쩌고 -봉암사주지- 라고 쓴

검인도 받지 않는 무인가 현수막들이 여기 저기 걸려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은티마을에는 이쪽으로 난 등산안내도가 커다랗게 서있다.

누구는 오지 말라고 하고 누구는 경치좋으니 많이들 가보라라고 하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깨춤을 추리요?

 

산행경비 내역 :

대구에서 은티까지 왕복거리 295km (차량계기상)

연료비 대략 30,000원(코란도밴)

고속도로 통행료 6,200원 곱하기 2하니 12,400원 (북대구-연풍)

은티에서 버리미기까지  30,000원 (약 37km 택시기사가 재 봤다고 함.)

신행인원 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