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5. 5. 5(목) 흐린 후 비

- 산행자 : san001 등 다수

- 산행요약

■ 코스 : 바드재~옥녀봉~용각봉~세봉~관음봉~재백이고개~직소폭포~자연보호헌장비~내변산매표소

■ 구간별 시간

바드재~(24분)~옥녀봉~(19분)~사거리안부~(13분)~용각봉~(19분)~사거리안부~(7분)~돌무덤봉우리~(16분)~진주강씨묘~(9분)~전망바위~(19분)~지능선갈림길~(4분)~세봉삼거리~(8분)~청련암갈림길~(3분)~세봉~(23분)~관음봉~(5분)~전망바위(묘)~(10분)~관음봉삼거리~(3분)~작은마당바위~(2분)~큰마당바위~(14분)~재백이고개~(5분)~계곡,대소마을갈림길~(13분)~직소폭포(안내판)~(5분)~직소폭포전망대~(27분)~자연보호헌장비~(11분)~실상사지~(9분)~내변산매표소   : 약12km, 산행시간 4시간28분, 총시간 6시간19분

 

 

- 산행기

 

아쉽지만 만족스러운 산행 

변산 산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시간관리. 긴 산행시간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빠른 출발이 기본이다. 늦지 말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였지만  결국 몇분이 늦어 10분 늦게 출발을 한다.

이제 남은 건 계획한 시간대로 산행을 하는 일. 제대로 산행 들머리에 10시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변산 산행은 원래 소규모 인원으로 긴 종주산행을 계획했다. 그런데 동행산행을 원하는 분들을 계속 참여시키다보니 의외로 인원수가 많아졌다. 하지만 산행이 진행되면서 이 착상이 얼마나 무모한 발상인가를 깨닫는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급경사와 잠깐의 알바 그리고 연이어지는 오르내림에 일행들은 급격히 쳐지기 시작하고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에 결국 종주산행을 포기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오히려 행복해하는 일행들과 그 즐거움을 같이 나누며 여유 있게 변산을 즐기는 마음으로 바뀌어, 포기하려했던 뒷풀이까지 할 수 있어 행복한 하루가 아닐 수 없다.

 

대중적이지 않은 변산 산행

변산. 「변산이라는 산이 있던가?」 모든 사람들이 궁금증을 갖는 질문이다. 변산은 산이 아니다. 지명이다. 그러면 변산 산행은 무얼 말하는가. 우리가 흔히 산행이라 하면 정상을 향해 올라가 정상이라는 장소에서 「아! 여기가 정상이구나. 정말 멋있구나, 보람이 있구나」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산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런데 변산은 조금 특이하다. 도대체 어디가 정상인지 알 수 없고, 모든 봉우리가 과정처럼 보이는 산이다. 물론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다면 변산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변산은 변산반도내에 위치한 변산국립공원을 말한다. 외변산과 내변산으로 나뉘어, 변산하면 흔히 외변산의 채석강을, 내변산하면 핵심인 직소폭포와 내소사, 월명암 정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코스를 연결한 산행이 가장 일반적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면 변산은 400m대의 고만고만한 높이의 봉우리들이 줄지어 있고, 그 봉우리들이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등산로 개발이 잘 되지 않아 연결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명소위주로 개발되어 능선을 연결한 산행이 발달하지 못했고, 지도상의 등산로를 따라가다보면 오르내림을 반복해야 하는 특이한 산행 방법을 택하지 않을 수 없어서이다. 그렇지만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군부대가 있는 정상인 의상봉에서 우슬재를 거쳐 우금산, 상여봉, 바드재, 옥녀봉, 용각봉, 세봉, 관음봉, 재백이고개, 신선봉, 낙조대, 쌍선봉으로 부안호를 중심에 두고 크게 원을 그리며 능선이 연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코스를 모두 산행이 가능한지 확인을 하진 못했지만 이 구간중 바드재에서 쌍선봉까지를 이번 종주코스를 선택을 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국은 바드재에서 재백이고개까지로 만족을 해야 했지만...

 

바드재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거의 4시간만에 산행들머리인 바드재에 도착한다. 바드재는 줄포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내소사로 가다가 유형원선행 유적지에서 우회전하여 약5분 정도 올라온 고개. 10시 정도 출발하려던 당초 시간보다 많이 늦어져 서둘러 산으로 진입한다(10:34). 입구에는 산행안내도가 있다.

 

옥녀봉

처음부터 급경사 오르막. 몸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숨이 턱에 차 오른다. 20분 정도 오르면 바위지대. 화강암과 다른 변산 특유의 잔주름이 많은 바위들이다. 바로 위가 너른 공터의 옥녀봉(10:58)이다. 수풀에 가려 전망은 전혀 없다. 

 

사거리안부... 회양골, 굴바위, 용각봉 갈림길

내리락이 시작된다. 올라온 보람을 반쯤 되돌려 놓으려는 듯 한참이나 내려간다. 눈높이를 같이 하던 맞은편 용각봉도 어느새 한참이나 높다. 짙은 숲길을 따라 13분 정도 내려오면 답답하던 시야가 뚫리는 바위지대(11:11). 바드재 고개와 우동재가 그림 같이 내려다보이고, 용각봉으로 가야할 푸른 능선이 확실하게 보인다.  

다소 완만한 길을 내려오면 사거리안부(11:17). 좌측은 굴바위길. 우측은 변산의 비경이라고 할 수 있는 회양골로 내려가는 내려가는 길이다. 회양골은 가마소, 와룡소가 있는 계곡으로 인적이 드문 심산유곡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특이한 계곡이다. 

 

용각봉

용각봉으로 가는 길은 이정표 표시가 없는 직진하는 길. 두개의 길 흔적이 있는데 얼핏보면 약간 좌측의 길만이 보인다. 무심코 그 길을 따른다. 예상과 달리 능선으로 붙지 않고 산허리를 계속 따라간다. 느낌상으로 반계선생 유적지가 있는 매봉 방향으로 향하는 길인듯하다. 직감적으로 실수한 것을 깨닫고, 후미와 연락을 취해니 역시 안부에서 길을 잘못 들어온 것이다. 10분만에 돌아섰다. 한참이나 쳐지던 후미는 이제 선두가 되어 용각봉으로 먼저 오른다.

사거리안부(11:36)에 오면 능선으로 붙는 길이 확실하게 보인다. 초행길의 갈림길에서는 확실히 길을 확인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침을 순간 잊어버리고 타성에 의한 발걸음으로 뜻하지 않게 알바를 했다. 

안부에서 13분 오르면 용각봉(11:49)이다. 전망은 좋지만 구경할 생각도 못하고 서둘러 내려간다.

 

사거리안부

가야할 능선 전면에 봉우리가 우뚝하다. 저 봉우리를 다시 올라야 하는가 약간의 걱정이 된다. 옥녀봉에서 세봉까지는 평이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굴곡이 많아 걱정스럽다. 전반적으로 내리막길. 다행히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좌측으로 비껴 지나간다. 이후에는 급경사 내리막.

내리막의 끝은 길이 너무나 확실한 사거리안부(12:08). 이정표는 없지만 좌측은 석포저수지 방향, 우측은 회양골의 지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인 듯하다.

 

무명봉... 돌무덤 봉우리

숲속 오르막 능선길. 7분만에 봉우리(12:15)에 오른다. 돌탑을 쌓으려고 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전망이 좋아 이제 세봉삼거리 봉우리와 세봉삼거리에서 내소사일주문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서 알바이후 선두에 섰던 둥굴게님과 임무를 다시 교환한다.

 

진주강씨묘

봉우리를 지나면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지만 비교적 편한 길이다. 중간에 작은 봉우리를 오르는 갈림길(12:22)과 죄측으로 비껴가는 길이 있지만 나중에 합류하는 길이다. 봉우리길을 따르면 길은 끊어질 듯 절묘하게 이어진다. 나뭇가지가 걸리적거리고 가끔씩 거미줄이 성가시다.

두 길이 합류 후 잠시 오르면 진주강씨묘(12:31). 이 산중에 어떻게 묘를 썼는지 그저 놀랍다.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길인데. 잔뜩 흐리던 하늘에서 이제 빗방울이 흩날린다. 점심을 어디서 먹을 수 있을지...

 

깎아지른 절벽위의 전망지대

이제 편안한 숲길. 걷는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나타난 전망바위(12:40). 천길 낭떠러지 위에 있는 폭이 좁은 전망대이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멋진 풍광. 전면으로는 강 같이 잔잔한 곰소만과 곰소읍이 한가롭게 보인다. 너도나도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바로 옆은 너른 바위지대. 모처럼 배낭을 풀고 후미를 기다린다. 들려오는 소리에 몇분이 쫓아오느라 고생한다고 한다. 빗방울은 조금씩 흩날리지만 이제 더 이상 여기 이상의 점심장소를 찾기 힘들 듯하다.

여기서 점심식사를 한 후 종주팀과 탈출팀을 분류하기로 결정한다. 달리 삼삼오오 자리를 잡는다. 역시나 푸짐한 식단. 마음도 여유가 생겨 힘든 가운데에서도 화기애애하다. 이제 남은건 비만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

 

지능선 갈림길... 내소사 일주문 갈림길

점심식사후 사진촬영을 하고 팀을 분리한다(13:22). 세봉삼거리로 가는 본격적인 오르막. 오늘 산행중 옥녀봉 가는 길과 더불어 가장 힘든 구간이다. 15분 정도 어려운 발걸음을 옮기면 지능선 갈림길(13:41)에 도착한다.

이 지능선은 세봉삼거리에서 남쪽으로 뻗은 지능선. 내소사매표소가 있는 일주문 앞으로 떨어지는 전망 좋은 능선길이다. 우측이 세봉삼거리 방향. 

 

세봉삼거리 봉우리

갈림길에서 4분 정도 오르면 세봉삼거리(13:45). 세봉삼거리(내소사2.3km, 가마소2.2km, 관음봉삼거리 1.7km)는 관음봉 가는 능선과 가마소로 하산하는 갈림길이다. 

사방이 숲으로 가로막혀 전망은 전혀 없다. 전망만 좋다면 지나온 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마지막 봉우리이건만... 이후로는 사실상 세봉삼거리 봉우리에 가려 용각봉, 옥녀봉은 시야에서 보이질 않는다.

올라오는 사이 선두팀 또한 인원이 줄어든다. 힘겨운 오르막에 몇분이 벌써 포기한 상태. 나중에 하산후 확인한 바로는 여기서 몇분이 중간 탈출 방법으로 가마소 방향으로 하산하였다고 한다. 

 

세봉

세봉 방향으로 향한다. 잠시 내려가면 세봉과 관음봉이 처음으로 그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관음봉은 내소사를 품에 안은 뒷산으로 깎아지른 절벽이 인상적인 봉우리. 오늘 산행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 세봉삼거리에서 세봉, 관음봉을 거쳐 관음봉삼거리까지의 구간이다.

청련암 안부(이정표 없음)(13:53)를 지나 잠시 오르면 세봉(13:56).

세봉은 너럭바위가 있는 변산에서 가장 멋진 전망 봉우리. 남쪽으로는 내소사, 일주문, 그 너머 곰소만의 광활한 갯벌이, 북쪽으로는 내변산의 기암병풍 바위에 둘러쌓인 봉래구곡과 호수, 그 너머로 부안호와 변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의상봉 그리고 내변산을 외곽으로 크게 둘러가는 신선봉, 낙조대, 쌍선봉능선 등... 변산을 두루두루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봉우리이다.

세봉에서는 길 찾기에 주의를 하여야 한다. 관음봉으로 가는 능선은 세봉에서 좌측 방향. 무심코 직진하면 봉래구곡으로 빠지는 능선길이다. 이 능선길 또한 내변산을 굽어보는 전망대능선. 이 길로 하산하지 않더라도 조금 내려가 내변산을 두루 감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음봉

잠시 내려가면 울타리가 있는 안부(14:03). 내소사에서 청련암 방향으로 올라가는 도중 위치한 관음전 위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이다.

짧은 오르막을 지나 바위지대에 오르면 맞은편 세봉 방향이 잘 건너다보인다. 철계단(14:15)을 지나면 나무계단길. 가장 높은 지점에 이정표(가마소 갈림길 3.0km, 내소사 2.5km)가 있다. 울타리 방향으로 「등산로 아님」 표시가 있는 곳이 관음봉(14:19)이다.

관음봉이 사방이 절벽인 봉우리. 그 늠름한 기상은 최고의 봉우리임에 틀림없으나 세봉과 달리 전망은 없다.

 

묘가 있는 전망지대

관음봉을 지나면 우측으로 내려간다. 관음봉 대절벽을 바로 넘어갈 수 없어 오른쪽으로 내려간후 다시 왼쪽으로 대절벽 중단을 횡단한다.

잠시 내려오면 무덤이 있는 공터(직소폭포 2.7km, 관음봉 삼거리 0.4km, 세봉 0.9km)(14:24). 무덤이 있는 곳에서 앞으로 조금 나가면 앞이 50여명은 족히 쉬어갈 수 있는 공터가 있다. 이곳 역시 전망대이다.

처음 예상대로 산행이 잘 진행되었을 경우 이 지점에서 점심먹는 것을 생각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슬슬 종주를 포기해야 되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여기서 쳐다보는 신선봉, 낙조대로 가는 능선은 아득하기만 하다. 아직 반도 오질 않았는데... 지금 시간상으로는 종주시 하산 예정 시간은 오후 8시경. 그냥 종주를 포기하고 재백이고개에서 내변산매표소로 하산하자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며, 결정을 하진 않았지만 그동안의 숨가뿐 걸음과 달리 여유 있는 표정들이다.  

 

관음봉삼거리

묘가 있는 장소에서 등산로는 다시 좌측으로 완전 방향을 틀어 대절벽 중간으로 향한다(14:33). 바위 절벽은 거의 100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 경사는 급하지만 매끄럽지 않고 잡을 곳이 많아 간혹 여기를 오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비는 점점 거세져 바위가 상당히 미끄럽다. 위험한 구간에 설치된 철난간도 역시 미끄럽다. 절벽을 횡단하면 다시 짙은 숲속길.

관음봉 다음 봉우리의 우측 사면을 따라 완만하게 오르면 관음봉삼거리(14:43)에 도착한다.

관음봉삼거리(세봉 1.2km, 내소사 1.3km, 직소폭포 2.3km)에서 좌측길은 내소사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마당바위

관음봉삼거리에서 짧은 내리막을 지나면 철계단을 오르면 작은 마당바위(14:46). 지나온 관음봉의 대절벽이 의외로 높다. 중단을 횡단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상단에 가깝다. 모자가 날릴 듯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다. 옷은 완전히 젖고 기록지마저 점점 축축해진다. 시계와 산행기록지를 비닐에 넣었지만 물기는 여전히 많다. 악천후에 산행에 대한 의지는 점점 약해지고 편하게 하산하고픈 마음이 점점 힘을 얻는다. 그래 오늘 종주산행은 포기하자.

작은 마당바위 위는 큰 마당바위(재백이고개 0.6km, 내소사 1.5km)(14:48). 등산로는 직진하는 능선 방향이 아닌 좌측으로 조금 내려간 후 산사면을 따른다.

 

재백이고개

이후 숲 그늘이 있는 긴 내리막. 문득 쳐다본 좌측의 거대한 바위병풍는 대단한 규모이다. 큰마당바위에서 14분 가량 내려가면 해발 180m의 재백이고개(15:02). 원암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이다.

여기서 종주산행 코스 포기를 말씀드리자 모두 당연하다는 반응이면서도 굉장히 즐거워하는 모습들. 포기를 하는 순간부터 탈출조가 걱정이 된다. 이 빗속을 잘 오고 있는지... 연락을 취해 직소폭포에서 만나기로 한다.

산행의 여유는 역시 간식시간. 배낭을 풀고 후미를 기다린다는 핑계로 간단히 파티를 벌인다. 뜻밖에 제각기 배낭에서 소주며 안주가 계속 나온다. 달콤하다. 폭우처럼 솟아지는 비도 이젠 정겹고 비를 맞으며 마시는 한잔술은 달콤하다. 

재백이고개에서 원래 계획한 코스를 살펴본다. 재백이고개가 해발 고도가 낮아 사실상 다시 시작되는 산행이다. 앞에 있는 봉우리가 의외로 높다. 그 너머 신선봉으로 가는 능선 또한 포기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만큼 더 높다.

20여분이 흐른 후 편안한 탁족을 그리며 배낭을 집어든다(15:24). 빗줄기도 어느덧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대소마을갈림길... 처음 만나는 계곡

고개를 내려가며 앞의 능선으로 붙는 길이 있는가 살펴본다. 능선은 신선봉, 망포대를 지나 낙조대로 가는 능선. 확실한 길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몇 개의 흐린 갈림길이 보인다.

고개에서 잠시 내려가면 제법 큰 규모의 계곡(15:29)을 만난다. 예전에 이 계곡을 처음 만났을 때 상당히 고개를 갸우뚱거린 적이 있다. 물이 많다는 것은 골이 깊어야 하고 산이 높아야 하는데 어떻게 해발 180m에 불과한 재백이고개 아래 이렇듯 물이 많을까. 완전 착각. 이 계곡은 신선봉(486m)에서 발원하여 대소지역을 지나 직소폭포로 길게 이어지는 봉래구곡의 상류 지역이다.

여기서 계곡을 건너지 직전과 계곡을 건너 바로 왼쪽으로 대소마을로 가는 길이 있다. 대소마을은 지금 두가구밖에 살지 않지만 규모가 큰 분지. 예전에 大내소사가 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지금의 내소사는 小내소사였다고 한다. 

대소마을은 또한 신선봉으로 가는 등산로의 들머리이다. 재백이고개에서 능선을 따라 가는 길보다는 봉우리 하나가 생략되어 훨씬 편하고 확실한 길을 찾을 수 있다.

 

탁족

등산로는 계곡과 나란히 하는 넓고 평탄한 길이다. 계곡 또한 굴곡이 없어 너무나 잔잔하고 조용하다. 이런 계곡에서 직소폭포를 상상하기란 어렵다.

편안한 자리를 찾아 탁족(15:38/15:57)을 한다. 맑고 깨끗한 물. 의외로 차갑지 않다. 시원하게 세수를 하고 피곤한 발을 담구어 피로를 씻는다.

놀며 놀며 걸어가는 데에도 아직 후미는 여전히 보이질 않는다.

 

직소폭포

너른길이 끝나면서 조금씩 좌측 산비탈로 오른다. 직소폭포가 가까워진 것이다. 갑자기 터지며 나타나는 직소폭포안내판(16:01). 절벽에는 철난간이 설치되어 있고 그 오른쪽 절벽아래 거대한 직소폭포가 나타난다. 평탄한 지형에서 땅이 꺼지듯 나타나는 갑자기 나타나는 30m 높이의 전형적인 직폭이다. 해발110m 높이에 이런 거대한 폭포가 있는 것이 놀랍다.

직소폭포를 제대로 보려면 조금 더 내려가 직소폭포전망대에 가야 한다. 나무데크로 만든 전망대(16:06)에서는 직소폭포와 그 아래 3단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폭포와 깊은 소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는 사이 후미의 선두가 비로소 모습을 보인다. 마침 헤어졌다 만나는 사람처럼 대화하기에 분주하다.

 

호수

한참이나 시간을 보내고 많은 분들과 합류하여 출발(16:19)한다. 선녀탕갈림길을 지나면 계곡 물소리는 완전 멀어진다. 등산로는 좌측으로 휘어지며 눈앞에 그림 같은 호수(16:25)가 갑자기 나타난다. 짙푸른 호수는 인공호수. 무슨 목적으로 만든 호수인지 모르지만 예전 봉래구곡의 아름다운 비경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호수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철난간이 있는 바위지대에 오르면 호수 위로 관음봉이 정면으로 보인다. 잔잔한 호수는 바위가 어우러진 주위의 산세와 더불어 한폭의 진경산수화를 그려낸다.

 

자연보호헌장비

등산로는 호수를 막아놓은 둑 밑으로 이어진다. 이제 거의 바닥까지 온 상태. 잠시 후 주변에 쉼터가 있는 자연보호헌장비(16:33)에 도착한다.

자연보호헌장비는 월명암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내변산매표소로 가는 길

자연보호헌장비 이후 길은 차량 통행이 가능한 비포장길이다. 도로 옆 주위도 넓어 마음도 푸근하다.

봉래곡 갈림길(16:38)을 지나면 실상사가 좌측으로 보인다. 그 왼쪽에는 직벽의 바위가 아름다운 선인봉이 우측으로는 능선 위에 우뚝 솟은 우금암과 닯은 바위가 인상적이다.

뜻하지 않게 내변산매표소로 하산을 하게 되어 남여치고개에서 기다리고 있던 버스 1대를 내변산매표소로 오도록 한다.

실상사지(16:44)를 지나 600m 내려오면 내변산매표소(16:53).

 

뒷풀이

격포로 자리를 옮겨 횟집으로 향한다. 싱싱한 회맛은 일품이다. 몇차례의 위하여를 끝으로 일어선 시각은 7시40분. 비는 점점 거세지고 서울로 가는 버스안은 여전히 산행의 연장처럼 분위기는 뜨겁다.


 

- 일정

   06:30   광화문 출발

   10:25   바드재 도착 (약3시간55분 소요, 휴식시간 45분 포함)

  

   10:34   바드재 산행시작

   10:58   옥녀봉 : 바드재 0.8km, 가마소 4.8km, 내변산매표소 : 6.6km

   11:17   사거리안부, 07-13 : ←1.0km, 굴바위, →가마소삼거리 3.4km, ↓옥녀봉 1.1km,  ↑용각봉, 세봉 방향은 표시가 없음

   11:36   사거리안부 : 잠깐 길을 잘못들어 다시 돌아옴

   11:49   용각봉 : 이후 내리막

   12:08   사거리안부 : 이후 오르막

   12:15   봉우리, 돌무덤 : 완만한 내리막 후 평탄

   12:31   진주강씨묘

   12:40   전망바위

   13:22   점심식사 후 출발

   13:41   내소사 지능선 갈림길(이정표 없음) : ←내소사 일주문, →세봉삼거리

   13:45   봉우리, 세봉삼거리, 04-05 : 내소사2.3km, 가마소2.2km, 관음봉삼거리 1.7km

   13:53   청련암 갈림길

   13:56   세봉 : 가마소 삼거리 2.3km

   14:03   안부 : 울타리

   14:19   관음봉(표시 없음) : 가마소 갈림길 3.0km, 내소사 2.5km

   14:24   이정표, 무덤, 전망바위 : 직소폭포 2.7km, 관음봉 삼거리 0.4km, 세봉 0.9km 

   14:33   출발

   14:43   관음봉 삼거리 : 세봉 1.2km, 내소사 1.3km, 직소폭포 2.3km

   14:46   철계단, 마당바위

   14:48   마당바위, 02-02 : 직소폭포 2.1km, 재백이고개 0.6km, 내소사 1.5km

   15:02   재백이고개(180m) : 원암 1.2km, 직소폭포 1.5km, 관음봉 삼거리 0.8km

   15:24   출발

   15:29   계곡, 대소마을갈림길, 01-10 : 직소폭포 1.2km, 내소사 2.4km

   15:38   휴식

   15:57   출발

   16:01   직소폭포 안내판(110m), 01-08 : 월명암 3.1km, 내변산매표소 2.4km

   16:06   직소폭포 전망대

   16:25   호수

   16:33   자연보호헌장비 : 내소사 4.5km, 월명암 2.0km, 직소폭포 0.9km, 내변산매표소 1.3km  ⇒ 이후 매표소 방향은 평탄

   16:38   봉래곡 갈림길 : 자연보호헌장비 0.3km, 내변산매표소 1.0km

   16:44   실상사지 : 내변산매표소 0.6km, 직소폭포 1.6km

   16:53   내변산매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