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4일 (수요일)

◈ 산행일정

상봉터미널
화천터미널(05:40-07:59)
해산령(08:40)
주능선(09:10)
1050봉(09:38)
재안산(10:03)
능선갈림길(11:18)
헬기장(11:32)
헬기장(11:57)
1194.2봉(12:27)
일산(13:05)
해산주봉(13:19)
능선갈림봉(14:18)
931.5봉(14:27)
능선갈림봉(14:51)
계곡갈림길(15:19)
계곡(15:31)
두미동폐가(16:00)
동촌리(16:41)
두류봉(17:18)
동촌리(17:42)
화천터미널(18:28-18:57)
상봉터미널(19:20-22:17)

◈ 산행시간
약 9시간 02분

◈ 산행기

- 해산령
화천터미널에서 먹을 것을 챙겨넣고 택시기사에게 해산터널까지 요금을 물어보니 옆에 있던 다른 기사분이 엊그제 전화했었던 사람이 아니냐고 금방 알아보며 대중교통편은 없다고 한다.
꾸불꾸불 험준한 460번 지방도로를 타고 평화의댐을 향해 양구쪽으로 가다 2km정도의 긴 해산터널을 통과하면 바로 해산령쉼터가 보이고 해산령 표시석이 서있다.(24,000원)
차량통행도 뜸한 터널입구에는 봄꽃들이 만개해있어 공원처럼 고즈넉하고, 평화의댐 안내판이 서있으며, 비경의 비수구미계곡으로 이어지는 임도는 자연휴식년제로 굳게 닫혀있다.
쉼터 왼쪽 원골계곡옆으로 들어가니 표지기들이 몇개 붙어있지만 원형철조망이 이중으로 쳐져있고 민통선 표시목이 분단의 상징인양 완고하게 꽂혀있다.



▲ 해산령



▲ 해산령쉼터



▲ 등로입구



- 주능선
흙먼지 풀풀 일어나는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면 군인들의 훈련시설이 보이고, 거미줄을 걷어내며 참호따라 오른 바위지대에는 커다란 고사목들이 쓰러져 길을 막고있다.
진달래꽃들이 붉게 피어있는 한적한 능선을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니 발밑으로 꾸불꾸불한 도로와 허연 절개지가 내려다보이고, 1000m가 넘는 주능선은 병풍처럼 높게 터널을 둘러싸고있다.
간간이 걸려있는 표지기들을 보며 잡목들이 우거진 인적드문 산길을 지나 해산터널위의 주능선에 오르니 한여름처럼 숲이 울창하고 왼쪽의 일산과 오른쪽의 재안산 방향으로 등로가 뚜렷하게 갈라진다.


- 재안산
온갖 초본류들이 푸릇푸릇 돋아있는 펑퍼짐한 북릉으로 들어가면 피나물꽃들이 군락을 이루고있고 크고 작은 야생화들이 지천에 깔려있어 숲은 생명으로 가득차있다.
헬기장들을 지나고 철조망과 군수품들이 저장되어있는 시설물을 통과하니 둔탁하게 울려오는 포소리와 날카로운 기관총소리가 이곳이 최전방임을 실감케해준다.
능선을 약간씩 우회하는 사잇길을 따라 헬기장이 있는 1050봉에 오르면 출입금지 경고판이 세워져있고 동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끝으로 재안산이 잘 보인다.
참호를 따라 내려와 넓직한 황토길을 지나서 가느다란 밧줄을 잡고 무너져내리는 돌길을 올라가니 참호봉이 나오지만 정상은 아직 아니다.
진달래꽃들이 곱게 피어있는 암봉들을 지나고 커다란 벙커와 헬기장이 있는 재안산(1070m)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한점 막힘이 없어 북서쪽으로 적근산과 대성산을 잇는 한북정맥의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고, 흰바위산의 거대한 산줄기는 전면으로 하늘금을 그리고있으며, 대암산은 너무나도 웅장하게 솟아있고, 가야할 일산너머로 사명산이 듬직한 모습을 보인다.
너무나 좋은 조망에 사방을 휘휘 둘러보니 발밑으로 그 말많았던 평화의댐이 내려다보이는데 그 근처 어디쯤 6.25의 참상을 노래한 가곡 "비목"을 기리는 비목공원이 있을 것이다.
사창리전투와 파라호전투등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포연에 휩싸여 사라진 그 비목의 중심지인 재안산에 올라와있으니 바라보이는 산하 골골마다 호국의 넋들이 떠있는듯해 한동안 감상에 젖게된다.



▲ 1050봉에서 바라본 재안산



▲ 재안산 정상



▲ 재안산에서 바라본 왼쪽의 대성산과 오른쪽의 적근산



▲ 재안산에서 바라본 흰바위산



▲ 재안산에서 바라본 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그너머의 대암산



▲ 재안산에서 내려다본 평화의댐



- 1194.2봉
한국호랑이가 살고있다는 재안산을 뒤로하고 갈림길로 되돌아가다 1050봉을 오르기전 두릅군락지를 발견하고는 산행은 잠시 팽개치고 두릅을 따느라 정신이 없어진다.
20여분간이나 두릅을 따고 배낭을 메어보지만 사방에 깔려있는 두릅들이 자꾸 범부의 눈에 들어와 주위로 눈길을 돌리지않고 열심히 발길을 옮긴다.
능선갈림길을 지나고 꾸준하게 이어지는 숲길을 힘겹게 올라가니 한여름처럼 날도 덥고 햇살은 따가우며 땀이 줄줄 흘러 자주 얼음물을 찾게된다.
재안산이 훤히 보이는 헬기장을 오르고 또 다른 헬기장을 지나서, 잡목들을 헤치며 가파른 초지를 올라가면 규모가 크고 역시 조망이 좋은 헬기장이 나온다.
노오란 야생화옆에서 도시락을 까먹고 암릉들을 우회해서 낙타등처럼 보이던 1194.2봉에 올라서니 1등삼각점(양구11/1985재설)이 있고 잡목이 많아 조망은 별로이지만 바위위에서는 오늘 처음으로 파라호가 내려다보인다.



▲ 1194.2봉의 전위봉인 헬기장



▲ 1194.2봉 정상



▲ 1194.2봉에서 바라본 파라호



- 일산
암릉들을 지나고 관목들이 꽉찬 능선을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온통 타버린 산불지대가 나타나고 암봉도 검게 그을렸지만 그래도 예쁜 진달래꽃들이 치부를 가리고있다.
줄곳 듬직하게 서있는 사명산을 바라보며 파라호가 짓푸르게 펼쳐지는 능선을 따라가면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오고 발밑으로는 완전히 말라버린 계곡이 수림사이로 황량한 곡선을 그린다.
봉우리들을 이리저리 우회하며 흐릿한 족적따라 일산(해산) 정상에 오르니 아무런 표식도 없고 잡목들이 많아 조망도 막혀있으며, 자주 보았었던 "호산 신명호"님의 표지기에는 처음으로 1000산이란 글귀가 들어가있어 눈길을 끈다.
암봉을 돌아 내려가면 등로가 뚜렸해지고 처음으로 해산6봉이란 이정표가 보이며 조망이 트이는 봉우리마다 차례로 해산 2봉까지 이정판들이 서있다.
벌목되어 파라호가 잘 보이는 봉우리로 내려가니 높이는 낮지만 "해산주봉/1100m"라 쓰인 정상판이 서있으며, 일반등로는 남쪽으로 꺽어져 내려가고 능선은 남동쪽으로 계속 이어지다 그끝에 931.5봉이 솟아있다.



▲ 산불지대



▲ 산불지대에서 바라본 일산과 그너머의 사명산



▲ 일산 정상



▲ 해산 6봉



▲ 해산 6봉에서 바라본 파라호



▲ 해산 주봉



▲ 해산 주봉에서 바라본 931.5봉



- 931.5봉
해산주봉을 내려가면 잡목들사이로 족적만 흐릿하게 나타나고 쓰레기 한점 보이지않는 청정한 산길이 이어진다.
검은 바위지대를 이리저리 돌아서 가파르게 떨어져 내려가다 수북하게 쌓여있는 낙엽에 미끄러지며 암봉들을 길게 우회한다.
바짝 긴장해서 험준한 암봉을 통과하면 잡목들이 빽빽한 숲이 이어지고, 나뭇가지에 찔리고 긁히며 인적없는 봉우리들을 넘는다.
진땀을 뻘뻘 흘리며 가파르게 무명봉에 오르니 그제서야 앞에 931.5봉이 우뚝 서있고 비교적 뚜렸한 족적이 낙엽사이로 나타난다.
완만해진 산길을 잠시 따라가면 하산로로 생각하고 있었던 서쪽등로가 갈라지는 봉우리가 나오지만 동쪽으로 약간 떨어져있는 931.5봉으로 향한다.
잡목만 들어찬 음침한 낙엽길을 내려가니 험한 암릉이 나타나고 왼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숨가쁘게 올라가면 931.5봉이 나오는데 서너평 둥그런 정상에는 돌멩이 몇개와 깨진 소주병 하나뿐 삼각점은 보이지 않고 조망도 답답하다.



▲ 931.5봉 정상


- 계곡
혹시나하는 마음에 바위지대를 내려가 엇비숫한 앞봉에 올라가지만 역시 더 높은 봉우리는 보이지않아 찜찜하기는해도 그냥 내려가기로 한다.
갈림봉으로 돌아와 서쪽으로 꺽어지는 지능선으로 들어가면 간혹 길이 사라지다가 점차 뚜렸한 등로가 이어져 마음이 놓이고 올가미들도 간간이 보인다.
신경을 바짝 세우고 급하게 떨어지는 잡목길을 내려가니 노송들이 들어찬 멋진 바위지대가 나타나고 등로도 뚜렸하지만 계속 내려가다 길도 없는 파라호 물가로 떨어지면 곤란한 지경에 빠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계곡쪽으로 희미하게 족적이 보이던 곳까지 올라와 지능선을 타고 서쪽으로 꺽어져 내려가면 점차 길은 사라지고 급한 너덜지대를 만난다.
돌들이 마구 굴러내리는 너덜을 지나고 무릎까지 낙엽에 빠져가며 급사면을 내려가니 계곡의 상류부가 나타나며 오래된 돌무덤 한기가 쓸쓸하게 누워있다.


- 동촌리
덤불을 뚫으며 길도 없는 계곡가를 이리저리 내려가면 점차 족적이 보이기 시작하고, 차가운 물에 먼지로 더럽혀진 얼굴과 손을 딱으니 개운해진다.
마른 계곡의 바위지대를 한동안 따라가니 야생화들이 널려있는 산길이 나타나고 조팝나무들은 흐드러지게 꽃을 피어 오지의 불청객을 맞이해준다.
커다란 돌무덤으로 생각되는 양지쪽 바위지대들을 지나고 지형도상의 두미동으로 표기된 곳으로 내려가면 폐가 한채가 무너져 내리고있고 가축들이 놀았을 축사는 텅 비어있다.
개를 사육하는 외딴 농가를 지나고 넓은 비포장 길을 한동안 내려가니 파라호가 나타나고 짓푸른 호수에는 낚시 방갈로들만 떠있어 나른한 한낮의 풍경을 보인다.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한두대 차가 지나갈 때마다 먼지가 뽀얗게 올라오는 도로를 터벅터벅 걸어가면 버스가 들어오는 동촌리마을이 나오고 포장도로와 만나지만 민가도 몇채없고 그 흔한 가겟집도 보이지않는다.



▲ 두미동 폐가



▲ 파라호



- 두류봉
화천에서 하루 세번 왕복하는 군내버스는 1시간이상 기다려야하고 그래도 지형도에 이름을 올린 두류봉이 앞에 서있어 막간에 다녀오기로 한다.
무작정 넓게 파헤친 밭으로 가서 사면을 한동안 치고 오르니 능선에 닿는데 족적은 희미하지만 작은 산답지않게 아름드리 노송들이 많이 서있다.
낙엽 수북한 능선따라 가파르게 두류봉(430m)에 오르니 무덤 두기가 누워있고 소나무 군락지사이로 파라호의 푸른 수면이 보이며 청량한 바람이 불어온다.
서둘러 내려와 농산물간이집하장에서 햇빛을 피하며 몸단장을 하고 소주 한잔을 마시며 지끈거리는 뭄뚱이를 추스린다.
6시 30분 마지막 버스가 올때쯤 등산로가 시작되는 도로에 앉아있으니 푸른 파라호너머로 병풍산과 설안재봉이 손짓하듯 가깝게 서있고 사명산은 여전히 우뚝한 모습을 보여준다.
비스듬한 햇살을 뚫고 호안을 돌고 돌아 소형 군내버스가 마을로 들어온다.



▲ 동촌리에서 바라본 두류봉



▲ 두류봉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