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산 산행기

ㅇ 일시 : 2005. 5. 1(일)
ㅇ 위치 : 전남 고흥군 (608m)
ㅇ 코스 : 능가사-1봉에서 8봉-능가사(4시간 30분)
ㅇ 찾아간 길 : 안내산악회


   연두색에 마음을 찔렸다는 나희덕 시인의 시를 읽은 다음날, 팔영산에서 나의 마음도 연두색에 찔리고 말았다. 갓 피어나는 사춘기 같은 색깔의 연두. 그 풋풋함과 싱그러움. 세월의 두께에 둔탁해진 빛깔이 그 연한 빛깔에 살짝 베이며 몇 송이 진달래꽃을 피워내고 말았다. 

  

    팔영산. 여덟 개의 멋진 암봉과 다도해가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조망. 싱그러운 초록의 물결. 어느 한 봉우리에 올라섰다고 나머지 봉우리를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일봉에 올라 서면 이봉, 이봉에 올라서면 삼봉, 봉우리를 올라 설 때마다 하나씩만 열어주는 그 마음씀에, 그 마음씀에 이끌려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산이 열어주는 마음속으로 퐁당 빠져버리고 마는 산.  

  

   줄지어 있는 암봉을 오르내리는 것과, 암봉길 내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것이 어쩌면 사량도 지리망산을 생각나게 만드는 산이지만, 암봉만을 따지자면 사량도 지리망산보다도 더 아름답고 멋진 산이 아닌가 싶다. 

  

   능가사를 출발한지 한 시간 십 여분만에 일봉에 오른다. 일봉에 올라서자 다도해에 무수히 흩어져 있는 섬들과 섬들을 바라보고 서 있는 앞산의 암봉이 마음을 쏙 빼앗아 간다. 눈을 조금 돌리면 이봉과 삼봉의 멋드러진 암벽. 다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갓 피어난 잎새들의  연두색 물결이 싱그럽다. 

  

   일봉에 올라 겨울산의 그 황량한 빛깔에 찌들었던 마음을 훌훌 날려버리고, 약간은 험하고 위험한 이봉을 지나 삼봉, 사봉, 오봉에 이른다. 오봉에 이르자 가야할 육봉이 참으로 멋지게 서 있다. 팔영산 여덟 개의 암봉 중 가장 아름다운 암봉이 아닌가 싶다.

  

   거의 절벽과 같은 암봉을 철봉을 잡고 육봉에 오른다. 육봉에 오르자 지나온 암봉과 가야할 칠봉, 팔봉의 조망이 가능하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다. 조심스레 육봉을 내려와 칠봉을 지나고 드디어 팔봉. 암봉을 탄지 두 시간만에 팔봉에 이른다.

  

   팔봉에 오르자 지나온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암봉들도 참 아름답다. 암봉들 너머로는 은박지처럼 반짝이는 바다. 거기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쏟아지는 햇살. 저 눈부신 초록의 물결.

  

   이 맑고 깨끗한 풍경. 이 한 컷의 풍경 속에 빠져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가!

  

   풍경이 어루만져주고 가는 마음속에서 죽어 있던 봄들이 깨어난다. 참 순수한 시절이 있었는데----저 연두색처럼---- 저 깨어나는 잎새들처럼----

  

   팔봉에 칠봉 사이의 내림길로 하산을 한다. 한시간 삼십여분의 하산. 능가사의 동백꽃이 아직도 붉고 붉다. 


 
(안내도)

(능가사에서 본 팔영산 전경)

(일봉에서 본 앞산 암봉 )

(일봉)

(이봉)

(삼봉과 사봉)

(삼봉오름길에 본 풍경)

(사봉에서 본 풍경)

(사봉에서 본 오봉과 육봉)

(육봉)

(육봉 오름길에 본 풍경)

(육봉에서 본 지나온 암봉)

(칠봉)

(칠봉 가는 길에 본 풍경)

(지나온 육봉)

(칠봉에서 본 팔봉)

(팔봉)

(팔봉가는 길에 본 풍경)

(팔봉에서 본 지나온 암봉)

(팔봉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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