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꽃 산행 그리고 지리산 쌍계사 불일폭포

산행일 : 2005. 5. 1(일). 대체로 맑음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매표소 (14:41)

 ☞ 쌍계사 (14:54~15:21)

 ☞ 국사암과 불일폭포로 갈리는 갈림길 (15:29)

 ☞ 첫 번째 다리 (15:33)

 ☞ 두꺼비바위? (15:34)

 ☞ 물건너는 곳 (15:38)

 ☞ 두 번째 다리 (15:46)

 ☞ 환학대 (15:51)

 ☞ 세 번째 다리 (15:59)

 ☞ 마족대 (16:03)

 ☞ 불일야영장(휴게소) (16:11)

 ☞ 삼신봉과 불일폭포 갈림길 (16:16)

 ☞ 불일폭포 (16:25~17:37. 날이 저물기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내려오느라 한 시간 이상       지체)

 ☞ 불일암 (17:42~17:44)

 ☞ 불일휴게소 (17:50~17:54)

 ☞ 쌍계사 (18:24~18:43)

 산행시간 : 3 시간 22분 (사진 1MB기준으로 동영상 20분 포함 434장 촬영하느라 거북이 산행하였으니 총 산행시간은 의미가 없습니다.)

순수 산행시간 : 1 시간 52분

구간별 거리 :

매표소→(0.3km)→쌍계사→(0.4km)→국사암 갈림길→(0.8km)→환학대→(0.9km)→삼신봉 갈림길→(0.3km)→불일폭포→(2.3km)→쌍계사→(0.3km)→매표소

총 산행거리 : 약 5.3km

 

산행기

  일요일에 비가 온다해서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비는 그치고 날이 개고 있었다. 갑자기 고민에 빠진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영화감상을 하기로 하였는데....

비온 다음날에는 폭포구경이 최고인지라, 가족 모두 불일폭포 보러 가자고 설득을 해보지만 모두가 시큰둥한 반응이다. 경사가 완만해 초보자가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을 일부러 선택했는데도 아내는 산에 안가기로 맹세했는가보다.

일요일마다 설득하는데도 지쳤다.

일찍 다녀와서 영화보러가자는 말을 남기고 나의 충직한 영원한 산친구와 함께 집을 나선다.

 

  광양 백운산 남동쪽의 토끼재 느랭이골휴양림(휴업상태)에 올라가 자전거를 나무에 붙들어 매어놓고 고사리로 향한다.

고사리에서 매봉에 올랐다가 천황재, 갈미봉, 쫓비산, 토끼재로 내려와 자전거를 타고 다시 고사리로 차를 회수하러가려는 계획이다.

토끼재에서 고사리까지는 근 20km거리이다. 하산이 늦어지면 그 먼 거리를 밤에 자전거로 달려야한다는 계산이다.

 

  고사리 마을로 들어서니 자운영이 만개를 하여 장관이다. 마을 주민에게 매봉 산행들머리를 물으니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데 까지 올라가란다. 매실과수원사이를 계속 올라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접어드니 드디어 막다른 길이다.

차에서 내려 아무리 들머리를 찾아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도대체 어디로 가란 말인가.

들머리 찾는걸 포기하고 매실 과수원의 흐드러진 야생화 군락지에서 야생화에 푹 빠지다가 마을로 내려와 들판의 자운영 밭에서 한가롭게 사진이나 찍는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야생화

 

둥굴레

 

 

큰꽃으아리

 

벌깨덩굴

 

 

귀여운 청개구리

 

자운영밭

 

자운영. 사랑에 빠져버린 무당벌레

 

꿀벌과 사랑에 흠뻑젖은 자운영

  

 다시 항동마을쪽으로 올라가본다. 여기서도 들머리를 찾지 못하다가, 계곡 건너편에 한 암자가 보이기에 계곡을 건너 암자에 들어가 본다.

문마다 기웃거려보는데 한쪽 방문이 열려 있고 천성산 도룡뇽 지율스님을 닮은 한 여승이 나를 보자마자 황급히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객을 맞는다.

친절한 그 스님도 확실한 길은 모르고 있었다. 길이 있어도 사람들이 다니질 않아서 굉장히 험하다는 말을 듣고 시간도 촉박한지라 매봉산행을 다음기회로 미루고 불일폭포로 향한다.

  

금창초

 

솜방망이


 

누운주름잎

 

 

붓꽃

 

엉겅퀴

 

벋음씀바귀

 

딸기꽃

 

피나물

  

  평화로운 섬진강은 왜가리와 멱 감는 아이들로 조용한 가운데 작은 파문이 일고 있다.

쌍계사 진입로는 언제보아도 멋진 길이다.

쌍계사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료 징수인이 “사천원입니다.”라고 신나게 말하는걸 보고 차를 되돌려 길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조금은 걸어서 올라간다. 선암사는 2천원인데...

  

섬진강과 성제봉(형제봉). 자세히 보면 강 한 가운데에 멱감는 아이들이 보인다.


 

멱 감는 아이들 (줌 촬영)

 

섬진강과 남도대교 그리고 지리산

 

섬진강의 왜가리 (줌 촬영)

  

  쌍계사 바로 전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가 보니 작은 폭포와 철쭉이 너무나 아름답다.

쌍계사엔 아직도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마애불을 보고 절에서 나와 오른쪽 계곡을

조금 올라가니 쌍폭이 제법 그럴듯하게 자리하고 있다.

다시 쌍계사를 지나 불일폭포 쪽으로 접어든다.

잠시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오고 몇 개의 다리를 건너니 불일야영장이 나온다.

도중에 숲 속 계곡에선 몇 몇 산님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알몸을 씻고 있었다. 망측해라, 저걸 사진을 찍어서 고발해? 말아, 하면서도 그냥 스쳐 지나간다.

‘쌍계사까지 내려가면 또 땀이 날 텐데, 참았다가 집에 가서 씻을 것이지…’

강에선 아이들이 멱감고, 산에선 어른들이 멱을 감는다. 

  완전히 한 여름이다. 땀으로 목욕을 하면서 올라간다. 5월초에 이렇게 더운 날씨는 처음 겪어본다. 더위에 약해서 인지 경사가 급하지 않은 길인데도 되게 힘이 든다.

  

쌍계사 바로 전 계곡의 폭포와 산철쭉. 환상의 드림팀이다.

 

드림팀

 

쌍계사


 

쌍계사 마애불

 

쌍폭

 

붉은병꽃

 

왼쪽길은 국사암, 오른쪽길이 불일폭포, 삼신봉.

 

첫 번째 다리

 

두꺼비 바위?

 

신라말 학자 최치원선생이 타고 날아 다녔다는 환학대

 

고추나무

  

  불일야영장은 폐쇄가 된듯하고 한 가운데에 휴게소라는 울타리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휴게소에 들어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잠시 후 삼신봉과 불일폭포갈림길이 나온다.

잠시 올랐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니 불일폭포다.

 이십 여 년 전 총각때 세석에서 삼신봉을 거쳐 청학동에서 쌍계사로 넘어오다가 밤을 맞았고, 캄캄한 밤에 폭포아래에서 저녁을 먹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때의 나 홀로 야간산행. 약간 겁이 나긴 했지만 그땐 너무나도 겁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청학동에서 불일폭포 야영장까지 아무도 만나질 못했었다. 지금 그 길을 나 홀로 야간 산행하라면 죽어도 못할 것이다.

  

옛 불일야영장, 현 불일휴게소

 

 

삼신봉 갈림길. 오른쪽으로 가면 불일폭포

  

  높이가 60m라니 굉장한 높이다. 수량이 부족한 게 옥의 티이다. 폭포아래까지 내려가지 못하게 아예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날이 좀 어두워지면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아서 해 넘어 가기만 기다리지만 1시간을 넘으니 인내심에 한계가 온다. 폭포를 너무 좋아한다지만 사방이 꽉 막힌 곳에서 폭포만 보고 있노라니 지루하기 짝이없다. 가끔 다람쥐가 왔다 갔다 하면서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그녀석도 오래 있어주진 않는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이상 오는 사람도 없다.

 중간에 부부로 보이는 세 쌍의 경상도분들이 전망대에 내려왔었다.

내려오면서 대뜸 하는 말,

“와! 너무 좋다. 그런데 카메라가 없어서 우야노?”

모두가 카메라폰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한참 시간이 흘렀다. 조심스럽게 한 남자 분에게 말을 건넨다.

“사진 찍어드릴까요?”

그 남자 퉁명스럽게 말한다.

“안 찍을 랍니다. 사진을 어떻게 보내줄라꼬요.”

“이 메일로 보내드리면 되죠. 돈 안받으니까 걱정 말고 찍으세요.”

남자들에게 모두 외면당하고 대신에 여자분들이 포즈를 취한다.

아직도 관광지에서 사진 찍어주고 돈 받는 직업 사진사도 있나? 아, 몇 년 전 지리산 바래봉에서 보긴 했었다.

  

장엄한 불일폭포

 

불일폭포 중간부분 (줌 촬영)


불일폭포의 다람쥐

  

  불일암에 들어가 보니 흰 고무신만 한 켤레 보일뿐 인기척이 전혀 없다.

불일휴게소에 들러 기화요초에 반해 신이 나서 사진을 찍어댄다.

하산길 중간에 불일암에 가는 스님 한 분을 만난다.

 “안녕하세요. 불일암 가시는가보죠?”

 “네. 그런데 얼마나 가야 되죠? 한 30분 가면 됩니까?”

 “초행이세요?”

 “네.”

 “천천히 가셔도 30분이면 됩니다.”

  

불일휴게소


 

불일휴게소의 연산홍 고목.

 

하산길의 두꺼비

  

 쌍계사에 거의 다 이를 무렵 갑자기 북소리가 들린다. 스님들이 저녁공양으로 북을 치시는가보다. 처음 보는 광경에 지나는 이들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쳐다본다.

교대로 북을 치시는 스님들을 자세히 관찰을 해보니, 언뜻 보아선 모두가 비슷하게 치는 것 같아도 다들 개성에 따라 화려하게 치는 이, 조용하게 치는 이, 요란하게 치는 이, 북치는 손놀림이 제 각각이다.

 북공양이 끝날 즈음 뒤이어 목어를 두드리고, 끝으로 은은한 종소리로 끝마무리를 짓는다.

 공양 중인 스님들

  

  쌍계사를 빠져나와 차에 오르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남도대교를 건너 토끼재를 향하여 올라간다. 완전히 어둠이 내린 느랭이골휴양림 비포장 급경사길을 올라가는데(자전거 회수하러) 도로 오른쪽에 뭔가가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귀가 쫑끗거리는게 자세히 보니 토끼다.

사진을 몇 장 찍어보아도 도망가질 않는다.

자동차 전조등 불빛 때문에 도망을 못가나?

차앞을 가로질러 왼쪽 길옆에서 나를 쳐다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살며시 차 문을 열어보아도 꿈쩍을 않는다. 이번엔 차에서 내려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가 1m 까지 접근해서 사진을 찍어도 도망을 가질 않는다. 하도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집토끼가 아닌가. 농가에서 탈출을 한 모양이다.

  저 상태에서는 들짐승에게 잡아먹힐 것이 분명해서 일단은 사로잡아 차에 실을 요량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녀석도 저를 잡을 것을 아는지, 아니면 촬영에 협조를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 아래로 아래로 한 없이 도망간다.

‘안녕! 이 험한 세상, 건강하게 오래 살아라.’

  

느랭이골의 토끼

 


 

  집에 돌아와서 토끼 이야기를 하였더니 아이들이 ‘어디 어디’하면서 컴퓨터 앞으로 몰려든다.

 

고기리 마을의 자운영밭, 불일폭포, 쌍계사 스님들의 저녁공양 모습 동영상을 보시려면 여기 http://blog.joins.com/pil6994를 클릭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