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내게는 집에서 문 밖으로 나가면 삼각산, 수락산, 불암산과 함께 멀리서 늘 볼 수 있는 산이지만 정상에 오를 수 없기에 신비감을 안겨 주는 산이었다. 열 번 정도 가 본 산이지만 단 한 번만 신선대에 올랐을 뿐, 정상에 오르지 못 하고 마당바위나 우이암 근처까지 올랐다가 싱거운 마음으로 하산하던 산이었을 뿐이다.

4월 26일(화요일), 작년부터 마음먹었던 종주를 하기로 한다. 9시 20분에 집을 나와서 도봉구민회관 앞에서 106번 버스를 타고 30분 만에 의정부역 앞에서 하차한다. 내린 버스정류장에서는 울대고개로 가는 23번 버스가 서지 않아서 버스가 오던 길로 조금 되돌아가니 의정부역 건너편에 23번 버스가 서는 정류장이 있다. 5분 남짓 기다려서 23번 버스를 타고 15분 만에 경기도 양주군의 울대고개에 하차한다. 버스의 안내방송에서는 사패산 건너편에 공동묘지가 있기 때문에 이 정류장을 울대고개라고 부르지 않고 문경공원 앞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버스정류장에는 울대고개라고 표기돼 있다.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서 버스가 오던 길로 조금 되돌아가면 굵은 파이프가 보이고 그 좌측에 사패산 들머리가 있다. 확실한 종주를 하기 위해 이 울대고개에서 오르기로 한 것이다.

울대고개에서 오르는 길은 무성한 숲으로 가리워져 능선길이지만 조망은 기대할 수 없다. 가끔 조망이 트이는 곳이 나오기도 한다. 지정된 등산로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녀서 길이 잘 닦여 있고 표지기만 따라가면 무난히 사패산까지 오를 수 있다.

50분 쯤 올랐을까. 안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를 지난다. 이 곳부터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삼거리에서 15분 후에 출입이 통제된 송이바위를 지나치게 되고 10분 후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있는 사패산 정상에 닿는다.

사패산 정상에서 가장 높은 부분에 오르니 수락산과 불암산이 잘 보인다. 그리고 북동쪽으로 뻗은 범골능선도 잘 보이고 남쪽으로는 오늘 종주해야 할 사패능선과 포대능선, 도봉주능선이 잘 보이고 이어서 보문능선과 오봉능선이 잘 보여지고 오봉 뒤로는 삼각산이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나쳐 온 송이바위도 줌으로 당겨 찍어 본다. 도봉산의 쟁쟁한 연봉 앞으로는 송추북능선이 서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울대고개의 사패산 들머리.

등로의 정경.


사패산 정상의 가장 높은 부분과 수락산.


 

사패산 정상에서 바라본 범골능선.



사패산 정상에서 바라본 사패능선과 포대능선, 도봉주능선.


사패산 정상에서 바라본 송추북능선과 도봉주능선, 보문능선, 오봉능선, 삼각산.

 

사패산 정상에서 바라본 송이바위.

 

사패산 정상에서 30분 정도 쉬다가 사패능선으로 내려선다. 정상의 넓은 바위에는 이따금 싸늘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 사람들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4월 하순이지만 아직도 추위가 남아 있음이 느껴진다.

정상에서 내려선 지 3분 만에 우측의 원각사계곡으로 꺾여져 내려가는 삼거리를 만나고 다시 5분 만에 좌측의 범골능선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난다. 그리고 정상에서 내려선 지 20분 만에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이 나뉘어지는 안부사거리를 지나게 된다. 사패산과 도봉산을 종주할 때에 사패산의 날머리이자 도봉산의 들머리가 되는 곳이다. 이 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회룡계곡으로 내려가게 되고 우측으로 내려가면 송추계곡으로 내려가게 된다. 직진해서 포대능선으로 들어선다.

등로 옆의 거대한 바위가 인상적이라서 카메라에 담아 본다. 나무계단의 오르막길이 한참 이어진다. 멋진 암봉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는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가 가까워진다. 소나무가 있는 멋진 암릉길을 지난다. 암릉길에서 석굴암과 회룡사, 회룡계곡을 내려다본다.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이 나뉘어지는 안부사거리의 방향표지판 - 종주시 사패산의 날머리이자 도봉산의 들머리가 되는 곳.


등로 옆의 거대한 바위.


 

암봉의 모습.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


포대능선에서 내려다 본 석굴암과 회룡사, 회룡계곡.

 

마침내 안부사거리에서 40 여분 만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닿는다. 이 곳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포대능선길이 무척 아름답다. 그리고 포대능선 밑의 바위들도 참 멋지다. 수락산과 불암산도 가깝고 선명하게 보이고 망월사도 내려다 보인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서 20분 이상 머무르다가 내려선다. 앞에 보이는 포대능선의 암봉들이 멋지다.



포대능선.


 

포대능선에서 내려다 본 바위들.


 
산불감시초소.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서 바라본 수락산.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서 내려다 본 망월사.


포대능선의 암봉들.

 

포대가 눈 앞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포대 좌측으로는 선인봉과 만장봉, 자운봉이 우뚝 서 있다. 동쪽으로는 다락능선이 뻗어 있다. 뒤를 돌아보니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부터 보여지는 포대능선의 암릉길도 멋지다. 도봉산에는 기암괴석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매우 기묘하게 생긴 바위를 카메라에 담아 본다.

헬리포트를 지나친다. 그리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원도봉매표소로 가는 삼거리를 지나니 곧 현위치가 민초샘이라는 소방서의 안내판과 함께 Y계곡으로 직진하는 길과 우측으로 우회하는 길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한다.

직진로는 일단 포대로 오르게 된다. 포대로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사패산과 송이바위가 아무런 조망의 방해없이 잘 보인다. 군 벙커가 있고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포대 정상의 확 트인 조망도 대단하다. 눈 앞에 가야 할 Y계곡과 신선대가 잘 보이고 신선대의 좌측으로는 도봉산의 최고봉인 해발 740 미터의 자운봉이 우뚝 서 있다. 포대 정상에서 사방을 조망하며 5분 정도 쉬다가 Y계곡으로 걸음을 옮긴다.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과 포대.


다락능선.


지나온 포대능선을 뒤돌아보며...


기기묘묘한 바위.


Y계곡 직진로와 우측의 우회로.


포대 정상으로 오르면서 뒤돌아 본 사패산과 송이바위.


포대 정상.


포대 정상에서 바라본 자운봉과 신선대, Y계곡, 삼각산.

 

포대 정상에서 수 분 후에 도착한 Y계곡은 그 험한 오르내림의 높이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러나 와이어로프가 잘 설치돼 있어서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와이어로프를 잡고 내려가면서 쳐다본 만장봉과 자운봉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포대에서 내려가는 길보다는 신선대 쪽으로 오르는 길이 더 힘들고 어렵다. 좁은 바위 틈으로 올라야 하는 곳도 있다. 힘들고 어렵게 Y계곡을 오르니 암릉지대에도 와이어로프가 설치돼 있다.

암릉을 내려서서 힘들게 통과한 Y계곡을 돌아본다. 그리고 눈 앞의 선인봉과 만장봉, 자운봉을 쳐다본다. 각각 해발 708, 718, 740 미터의 봉우리다. 자운봉에는 록 클라이머들이 암벽을 오르고 있다.

자운봉 옆의 신선대도 꽤 수려한 암봉이다.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의 안부에서 신선대로 오른다.


Y계곡에서 신선대 쪽으로 오르는 길.


Y계곡에서 쳐다본 선인봉과 자운봉.


포대에서 Y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Y계곡.


선인봉과 만장봉, 자운봉.


자운봉.


신선대.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의 안부.

 

신선대로 오르는 길은 처음에는 와이어로프가 설치돼 있고 중간부터 릿지로 올라야 하는데 바위가 미끄럽지 않고 군데군데 손으로 잡을 곳이 많아서 그리 위험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신선대로 오르니 삼각점이 설치돼 있고 바로 앞에 자운봉과 뜀바위가 각각 다른 방향에서 보인다. 그리고 신선대에서 뜀바위 옆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답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암봉과 암릉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다. 삼각산이 가깝게 보이고 선인봉 뒤로 불암산도 잘 보인다.

신선대에서 5분 정도 머무르다가 도봉주능선을 타기 위해 신선대를 내려선다. 내려서는 쪽으로는 긴 밧줄이 설치돼 있는데 밧줄이 길다 보니까 휘청거려서 밧줄에 몸무게를 많이 실으면 위험할 수도 있게 보인다. 밧줄은 그저 릿지로 내려서면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잡아야 할 듯하다. 이 길도 웬 만 하면 안전하게 와이어로프를 설치하는 게 좋겠다. 두 번째 밧줄은 차라리 잡지 않고 내려가는 게 더 나을 듯해서 릿지로 내려선다.

신선대를 내려서니 뜀바위가 위험등산로이니 우회하라는 경고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신선대 오름길 1.


신선대 오름길 2.


신선대 정상.


신선대에서 바라본 자운봉 정상부분.


신선대에서 이어지는 암릉.


 

뜀바위.


만장봉과 불암산.


신선대 내림길.

 

신선대를 내려서서 10분 쯤 진행하니 나뭇가지에 가리워진 주봉(柱峯)이 보여서 카메라에 담는다. 글자 그대로 기둥 같이 생긴 봉우리다. 주봉이 보이는 곳에는 마당바위와 우이암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있다. 우이암 쪽으로 진행한다.

뒤를 돌아보니 뜀바위와 그 뒤로 신선대가 보이고 신선대 뒤로는 자운봉이 살짝 머리를 내밀고 있다. 그리고 신선대에서 이어지는 암릉의 줄기가 뜀바위를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다. 바로 앞에는 칼바위가 늠름하게 우뚝 서 있다.

폐고무를 잘게 잘라서 발받침을 한 긴 나무계단을 내려서니 다시 긴 나무계단을 오르게 된다. Y계곡과 신선대를 오르내리다 보니 기운이 빠져서 이 곳에 걸터 앉아서 간식과 음료수를 먹으면서 15분 정도 쉰다.

이 나무계단과 나무계단 사이의 안부가 포대능선과 도봉주능선을 가르는 지점인 듯하다. 다시 나무계단을 오르고 나니 지나쳐 온 쪽이 관음암 주변의 위험등산로이니 우회하라는 경고판이 설치돼 있다. 그리고 앞쪽으로는 칼바위는 위험등산로이니 우회하라는 경고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칼바위의 우측으로 우회한다. 다시 긴 나무계단을 내려선다.

와이어로프지대를 올라서서 우회하여 지나친 칼바위를 돌아본다. 그리고 도봉주능선에서 서쪽으로 뻗은 오봉(五峯)과 오봉능선, 우봉을 바라본다. 눈 앞에 다가오는 삼각산을 쳐다보며 소나무가 멋지게 서 있는 암릉길을 걷는다. 그리고 줌으로 당겨서 오봉을 찍어 본다. 다섯 개의 암봉의 모습이 희화적으로 다가온다. 그림 같은 암릉길을 걸으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우이암능선과 삼각산을 바라본다. 한 번도 가 보지 못 했지만 보문능선의 아름다운 암봉들도 한 폭의 동양화처럼 시야에 펼쳐진다.


주봉(柱峯).


도봉주능선의 자운봉과 신선대, 뜀바위.


칼바위 1.


칼바위 2.


오봉(五峯).


우이암능선과 삼각산(三角山).


보문능선의 아름다운 암봉들.

 

오봉과 우이암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우이암 쪽으로 걷는다. 헬리포트를 지나니 도봉매표소와 우이암으로 갈라지는 안부삼거리가 나온다. 이 곳이 도봉주능선과 우이암능선이 나뉘어지는 지점이다. 역시 우이암 쪽으로 걷는다. 안부삼거리에서 4분을 걸으니 도봉매표소와 우이암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우이암 쪽으로 가려면 긴 나무계단을 올라야 한다. 긴 나무계단을 올라서 바라보는 오봉과 오봉능선, 우봉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지나쳐 온 칼바위와 주봉, 뜀바위,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의 모습도 찍는다.

다시 등로를 진행하여 암벽 사이의 나무계단을 오르니 우이암의 모습이 눈 앞에 가까이 다가온다. 소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우이암(牛耳岩)이라고 부르는 바위다. 우이암을 좌측으로 끼고 등로를 내려선다.

우이암을 우회하여 내려서면 넓은 빈 터가 나오는데 여기서 좌측을 내려다보면 확실한 등로가 보인다. 이 곳으로 가지 않고 우측으로 내려가면 보문산장과 원통사를 거치지 않고 샛길을 통해 원통사와 나무벤취가 있는 쉼터 사이의 등로로 내려서게 된다.

보문산장을 좌측으로 끼고 좀 더 진행하면 원통사가 나온다. 원통사를 지나치면 바로 우이동과 무수골매표소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서 우이동 쪽으로 나아가면 이어서 우이암능선으로 바로 오르는 위험등산로인 암릉길과 원통사를 지나치는 암릉 우회로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에는 나무벤취 네 개가 설치된 쉼터가 있다. 이 곳에 앉아 십 분 정도 쉰다.

다시 일어나서 십 분 정도 나아가니 방학동과 우이암매표소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에서 우이암매표소 쪽으로 직진해서 15분 정도 내려가니 우이암매표소가 나온다. 그런데 339장의 사진을 찍다 보니 디지털카메라의 배터리가 다 소모되어 날머리 사진은 찍지 못 하게 된다.

날머리에서 10분 정도 걸어 내려와서 버스정류장에 마침 대기중인 1121번 버스로 귀가한다.

도봉산의 수려한 아름다움은 여태까지 내가 가 봤었던 바위산들 중에는 단연코 으뜸이었다. 역시 도봉산을 제대로 보려면 도봉주능선과 포대능선에 올라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여덟 시간의 종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옆의 삼각산에 비해서는 여성적인 산이라고 할 수 있는 도봉산의, 그 섬세하고 자연이 빚은 찬연한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는 암봉과 암릉의 아름다움을 보면 세월의 모진 풍우가 오히려 이산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조각해 놓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도봉산의 진면목을 확인하고 온 값진 하루였다.


도봉주능선과 우이암능선으로 나뉘어지는 안부삼거리의 방향표지판.


오봉과 오봉능선, 우봉.


칼바위와 주봉, 뜀바위,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암벽 사이의 나무계단.


 .

우이암(牛耳岩)


원통사.


 
우이암능선으로 오르는 위험한 암릉길과 원통사를 지나는 암릉 우회로로 갈라지는 삼거리의 쉼터.



오늘의 산행로 1.



오늘의 산행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