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의 봄날은 가고  (삼각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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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 : 2005.04.30 (토)

나홀로 산행

산행코스 : 산성매표소(09:10)-중성문-산성계곡-중흥사터-행궁지-대성문-문              수봉-사모바위-비봉-진관사계곡-진관사-진관사매표소(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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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집을 나선다. 발걸음 닿는 대로 갈 요량으로 올림픽공원역에서 전철을 탄다. 아차산역에서 내리면 아차산으로 갈수 있으나 무심코 지난다. 군자역에서 환승하면 수락산, 도봉산을 갈 수 있으나 또 지나친다. 나도 모르게 종로3가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하고 구파발역에서 삼각산 산성계곡으로 접어들었다.


 

 산성가는 버스 차창 가에 우뚝 솟은 의상봉과 용출봉은 한 달 전 보다 키가 훨씬 더 자란 듯 그 위용을 나투고 서 있다. 의상봉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그러나 오늘은 왠지 발걸음이 산성매표소를 지나 왼편으로 방향을 튼다. 오늘 따라 산성계곡의 물소리가 ‘졸졸졸’이 아니라 ‘콸콸콸' 소리쳐 온다.

 


 

 오늘은 넉넉한 마음으로 가장 느린 산행을 하고 싶다. 계곡의 물소리에 귀를 열어 놓으니 mp 3에서 나오는 음악보다 자연의 소리가 더 정겹다. 계곡의 물줄기는 요즘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수량이 풍부하여 열린 귓전을 자극한다.


 

  산새소리와 계곡의 물소리 합창을 들으며 중흥사지에 이른다. 중흥사는 고려 초에 창건했으나 퇴락하여 조선 숙종 39년에 중건한 대사찰이었던 이곳은 조선 선조 25년 (1592년) 임진왜란 때  왕은 의주로 파천하고 서산대사와 사명당이 전국 승군의 총 본부를 설치한다. 그러나 1904년 원인 모를 화재로 소실되고 1915년 대홍수로 폐허의 길로 접어들어 오늘날엔 그 사적지비만 쓸쓸하게 서 있다.

 

 

 중흥사지를 지나고 행궁지를 지난다. 행궁지는 조선 숙종 37년 (1711년) 5월에 착공하여 이듬해 5월에 완공한 122칸이나 되는 건물터이나 행궁은 전란에 대비하여 구한말까지 관리되어 오다가 1915년 8월 집중 호우 시에 무너져 소멸되고 빈 터만 덩그렇게 남아있다.

 

 

 

 

▼ 대성문에서 본 보현봉


 

 어영청 유영지를 지나 대성문에 닿는다. 산성매표소에서 5km 지점 이정목까지 산성계곡의 물소리와 동행하니 자연의 소리 중 새소리와 함께 청량감을 느끼기엔 으뜸인 듯싶다. 


 

 대성문 성벽길을 타고 문수봉에 오른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완전 초여름 날씨다. 문수봉에 오르니 시야가 확 트인다. 우측엔 의상능선이, 좌측엔 보현봉이 그리고 앞쪽엔 사모바위와 비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 문수봉 부근의 기암들


 

 문수봉 암벽길을 타고 사모바위 길로 내려온다.  2년 밖에 안 된 K2 등산화가 바닥이 다 닳고 옆구리가 터져 구두 수선점에서 옆구리 수선은 했으나 또 다른 부위가 터져 하는 수 없이 새 등산화를 사서 오늘 개시하는 산행이다. 사모바위엔 산객들로 만원이다. 사모바위 뒤 암벽 길에서 새로 산 등산화의 릿지 테스트를 해 본다. 그러나 릿지화가 아니라 암벽 길에 자꾸 미끄러진다. K2 등산화는 릿지화도 아닌데 접착력이 뛰어나 아주 편리했는데 릿지가 조금은 걱정이 된다.

 

▼ 사모바위의 여러모습 1,2,3

▼ 사모바위 아래 암벽 릿지연습하는 산님

 


 

 비봉을 지나니 산객이 많아졌다. 어깨를 스치고 지나갈 정도이니 향로봉 길을 버리고 호젓한 진관사 계곡 길로 들어선다. 뒤 돌아본 비봉은 우뚝 서서 조심해서 잘 내려가라고 당부한다. 내려 쬐는 햇살이 따갑다. 진관사계곡을 내려오며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잠시 담그며 차디 찬 냉기를 체험한다. 계곡 곳곳에 삼삼오오 산객들이 초여름 피서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삼각산의 봄날은 벌써 이렇게 가고 초여름이 냉큼 벌써 오는가. (2005.04.30)

 

▼ 사모바위에서 뒤 돌아본 문수봉

 

▼ 비봉에서 본 삼각산과 의상능선

▼ 비봉-진흥왕순수비

 

▼ 비봉 아래 기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