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8일 (목요일)

◈ 산행일정

상봉터미널
춘천터미널(05:40-07:03)
양구터미널(07:03-08:21)
광치령(08:45)
임도
800.2봉(10:31)
1057.6봉(11:47)
임도안부(12:11)
고갯마루(13:01)
무명봉(13:42)
1057.6봉(14:30)
능선갈림봉(15:58)
1122.4봉(16:05)
생태식물원갈림길(16:14)
광치휴양림갈림길(16:49)
738.6봉(16:57)
후곡약수(17:22)
양구터미널
동서울터미널(18:20-21:02)

◈ 도상거리
약 19km

◈ 산행시간
약 8시간 37분

◈ 산행기

- 광치령
상봉터미널에서 5시 40분 첫버스를 타면 춘천에는 대개 7시를 약간 넘겨 도착하기 때문에 양구가는 7시 첫 버스를 타기는 실상 힘들고 다음 8시 20분까지 기다려야한다.
기사에게 음료수라도 내밀며 부탁을 하면 가능하다고도 하지만 주변머리가 별로인지라 그냥 전전긍긍하며 앉아있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7시에서 3분이나 넘어 터미널앞에 도착해 낙심천만하다가 마침 터미널을 빠져나와 맞은 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양구버스를 발견하고 부리나케 내려 간신히 집어탄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이고, 소양호를 따라도는 꾸불꾸불한 46번 국도에서 1시간 이상이나 식은 땀을 흘리며 차멀미한 끝에 옛 군대생활을 했던 양구에 내리니 생각지도 않게 가는 빗줄기가 시작되고 하늘은 온통 컴컴하다.
20년이 넘어 찾아온 양구에서 잠시 주위를 돌아보면 터미널과 가까운 우체국앞의 청대문 하숙집은 벌써 없어졌고, 고층아파트들이 솟아있는 도시풍경은 낯설지만, 부대회식을 하며 소주한병을 완샷하기로 약속하고도 지키지않은 부대장을 면전에서 욕하다가 헌병대로 끌려갔던 그 삼계탕집은 다른 상호로 문을 열고있고 젋은 여주인이 나오며 추억에 잠긴 등산객을 빤히 쳐다본다.
택시를 타고 양구에서 원통으로 넘어가는 31번 국도상의 광치령에서 내리니 트럭과 탱크들이 자주 굴러서 한밤중에 비상출동하곤 했던 그 비포장 험한 고개에는 터널이 뚫려있고 비안개만이 자욱하게 깔려있다.


- 800.2봉
휴게소뒤로 들어가 기웃거리니 삐삐선이 깔려있는 급사면 길이 보이고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한동안 올라가면 광치계곡과 이어지는 임도가 나오며 짙은 운무속에 고개를 오르는 차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온다.
소나무들을 벌목한 곳에서 대강 올라가 능선으로 붙어도 족적은 보이지않고, 수북한 낙엽을 밟으며 미끄러운 바위지대를 이리저리 돌아 너덜지대를 올라가면 진달래꽃이 만개한 암봉이 나오는데 비안개가 잔뜩 깔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침반으로 계속 방향을 맞추고 관목들을 헤치며 구름위에 뜬 것처럼 몽롱한 숲을 지나 800.2봉으로 추정되는 벌목봉에 오르니 참호들만 파여있고 삼각점은 찾을 수 없으며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등로가 뚜렸하다.
군인들의 행군로인지 주황색 비닐헝겊과 흰 비닐끈이 간간이 걸려있는 능선을 따라가면 슬랩지대가 나오고 노송들이 서있는 암봉에 올라서니 광치령쪽으로 조망이 좋을듯 하지만 아쉽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 800.2봉 정상


- 1057.6봉
굵어진 빗줄기를 맞으며 구덩이가 파여있는 봉을 지나고 벙커가 있는 봉에서 동쪽으로 꺽어져 올라가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다시 벙커가 있는 봉에 오르면 무성한 까시덤불속에서 웬 짐승 한마리가 비를 피하다 도망가고,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흐릿한 능선을 올라가니 전투식량 껍데기와 건전지들이 간간이 버려져있으며 참나무 고목들은 안개속에서 골리앗처럼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른채 봉우리들을 계속 지나고 철조망을 넘어 큰 벙커가 있는 봉우리에 오르니 삼각점(인제303/2004재설)이 있고 벌목되어있으며 쓰레기들이 많이 널려있다.
나중에 생각하면 삼각점이 있으니 지형도상의 1057.6봉이 틀림없는데 무슨 연유인지 대뜸 남서쪽의 후곡약수와 북쪽의 대암산으로 능선이 갈라지는 분기점으로 착각하고 의외로 빨리 진행한 것에 안도를 한다.
다행히 빗줄기는 뜸해지고 주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서 군부대가 있는 대암산은 올라갈 수 없지만 고층습지인 용늪도 볼겸 가는데까지 가 보자고 욕심을 낸다.



▲ 1057.6봉 정상


- 무명봉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확인한 후 참호를 넘어 북쪽으로 들어가면 제법 뚜렸한 길과 만나고 작은 암봉을 넘어서며 차도 다닐 수있는 비포장도로와 만난다.
억새들이 우거진 헬기장을 지나서 소나무들이 서있는 푹신한 길이 이어지고, 곧 임도들이 교차하는 헬기장안부로 내려서니 대암산쪽으로는 출입금지 안내판이 붙어있다.
비안개 자욱한 임도를 따라가면 사방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저 큰길만 따라가도 대암산이 나오리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지도도 안 보고 돌아 갈것만 걱정하며 발걸음을 빨리한다.
꾸불꾸불한 임도를 한동안 걸어가니 고갯마루가 나오고 조금 더 가 보아도 역시 내려가는 길이라 덜컥 대암산이 꺽어지는 갈림길이라 생각하고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간다.
희미한 족적따라 험한 암봉을 우회하고,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얼레지와 박대가 가득한 봉우리들을 넘어가면 더 갈데 없는 정상인데 바위 몇개와 나무 몇그루뿐 아무것도 없어서 의아심이 생긴다.
주위를 관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근처에서 제일 높은 봉이라 대암산이 어디에 있나 기웃거리다 바람에 떠 밀리고 시간에 쫒겨 그냥 되돌아간다.



▲ 임도가 교차하는 헬기장안부



▲ 대암산 안내문



▲ 대암산 가는 길



▲ 무명봉 정상



- 능선갈림봉
임도를 따라 되돌아가면 날이 개이기 시작하며 올라갔다 내려온 봉우리가 제법 웅장하게 보이고 광치령에서 올라왔던 산줄기도 흐릿하게나마 구분할 수있다.
능선갈림길로 생각한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후곡약수 방향으로 착각한 남서능으로 내려가니 족적도 없고, 험준한 암릉들을 넘어가다 능선이 끊어져 돌아온다.
넓은 임도가 시작하는 봉우리에서 다시 남서쪽으로 들어가다가 앞에 보이는 능선을 발견하고는 지형도를 자세히 살펴보니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는 능선갈림길에서 3km나 못미친 1057.6봉이고, 올라갔었던 봉우리는 인제로 뻗어있는 지능선상의 무명봉임을 뒤늦게 깨닫게된다.
즉 능선갈림길을 잘못 생각한데다 대암산으로 이어지는 넓은 길이 줄곳 이어져 헷갈린 것이며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바라보니 그제서야 모든 지형변화가 명확하게 눈에 들어온다.
임도가 교차하는 안부를 세번째로 지나고, 삐삐선이 깔려있는 능선따라 벙커들이 있는 능선갈림봉에 오르면 앞이 시원하게 트여서 올라갔었던 봉우리 너머로 넓은 초원지대가 펼쳐지고 오른쪽 끝에 커다란 암괴로 치솟은 대암산이 멍청한 산객을 비웃듯 그렇게 당당하게 서있다.



▲ 임도에서 바라본, 올라갔었던 무명봉



▲ 능선갈림봉에서 바라본 뒷쪽의 대암산



- 1122.4봉
헬기장을 지나고 삼각점이 있는 1122.4봉에 오르면 넓은 공터에는 불을 피운 흔적이 있고 1057.6봉이 마주보이며 이후 뚜렸한 등로가 연결된다.
조금 내려가니 대암산정상 0.3km 이정표가 보이고 왼쪽으로 용늪이라 적혀있는데 지형도상 대암산 정상부에 있는 용늪과는 방향이나 위치가 많이 틀린다.
돌밭길을 뛰듯이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생태식물원으로 내려가는 지능선이 갈라지고 식물원까지 1.8km,후곡약수까지 4.8km라 적혀있다.
서울가는 마지막 버스를 놓치지나 않을까 고민하다 그래도 능선이 길게 이어지는 후곡약수쪽으로 꺽어져 내려가니 등로도 뚜렸하고 소나무들이 즐비해 길이 푹신하다.
왼쪽의 광치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아름드리 노송들이 서있는 호젓한 진달래길을 따라가면 오른쪽으로 멋진 암봉 하나가 눈길을 끌지만 능선에서는 벗어나있다.
헬기장을 지나고 삼각점이 있는 738.6봉에 오르니 따사한 햇살이 기분좋게 비춰오고 소나무들사이로 후곡리 일대의 비닐하우스가 평화스럽게 내려다 보인다.



▲ 1122.4봉 정상



▲ 노송들이 서있는 호젓한 등로



▲ 738.6봉 정상



- 후곡약수
굵은 밧줄들을 잡고 미끄러운 마사토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노송들이 계속 나타나며 안락한 산길에는 표지기들이 간간이 달려있어 길을 확인해준다.
계곡이 보이기 시작하고 울창한 송림사이로 약수터로 내려가니 산막들이 서있고 등산로 안내판이 보이며 생태공원으로 조성되어있어 깨끗하기 이를데 없다.
철분과 탄산이 들어있어 톡 쏘는 맛이 도는 차가운 약수를 한컵 들이키고 포장도로를 내려가면 팔랑폭포와 생태식물원에서 이어지는 도로가 나오고 산행은 끝이난다.
정류소에서 옷을 추스르며 버스를 기다리다 마침 양구방향을 물어보는 승합차를 얻어타고 터미널에 내리니 북적거리는 학생들너머로 양구의 진산 비봉산이 다시 찾은 산객을 지긋히 굽어보고있다.



▲ 후곡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