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 산행기


2005. 5월 15일 밤11시.
성남 모란역에서 골드 산악회 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5.월16일 월요일 새벽 3시10분. 설악동 소공원 도착.
캄캄한 밤길. 아무도 없다.

 

선선한 밤공기를 우리일행의 저벅 저벽하는
등산화 소리가 밤공기를 깨운다.

 

비선대에 4시에 도착.
밤길이라 시간이낯시간보다 더 걸린다.

 

해드 라이트를 켜고 마등령을 향하여 
바위 산길을 오른다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바람 한점없고 처음부터 땀이 비오듯한다.
껴입엇던 옷을 벗기 시작이다.

 

아침 해가 뜨기 약30분전.
울음소리도 멋진 산새가 지져긴다.


아침에우는 새는 배가고파서 울고,
저녁에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고
일행중 유행가 가사를 외운다.

 

해가 들무렵 나무들에 물이 올라가면서
몸을 부르르 떨며 기지게를 치면,
새들이 놀라 일어 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5시가 지나자 해가 속초 바다에서 올라와도
구름이 가려서 한15분이 지난후에 구름위에 보인다.

 

안개 구름이 가득 몰려와서 사진 찍기도 어렵고
희미한 사진 겨우 몇장 찍는다.

 

프로 사진 작가들도 겨울 잠바로 무장하고
새벽 2시에 올라 왔다고 하는데
오늘은 안개 때문에 틀렷다고...

 

비선대에서  세존봉을 지나 마등령 정상에 도착.
아침 7시 30분. 3시간 30분 소요.

 

한숨 돌리고 보니 속초바다와 울산바위가 안개속에 보인다.

 

마등령 갈림길에서 공룡능선으로 접어드니...
간혹 비치는 햇빛속에 공룡의 삐죽 삐쭉한 바위가
위세가 당당하게 나타난다.

 

나한봉을 지나니 본격적으로 공룡능선이다.
칼날같은 바위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겁을 준다.

 

1275봉은 공룡능선 중에서
공룡의 등처럼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제각기 제자랑을 하는 걸작중에 걸작이다.

 

솔직이 나는 그동안 설악산을 여러번
넘어 보았다고 자랑했지만
공룡능선은 이번이 처음이라


첫사랑의 애인을 만나는 것같은 떨리는 감정이다.

공룡을 보지 않고는 설악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은 좀 억지라는 생각을 한다.

 

지리산은 웅장하고, 금강산은 화려하고,
설악은 웅장하고도 화려하다.

 

금강산은 화장한 객주집 여인이라면,
설악은 절세미인이 산속에 숨어 사는데


그모습이 하도 아름다워,
물속의 고기가 놀라서 뛰어 올라온다고...
최남선선생이 이미 갈파 하셧듯이...

 

그러나, 오늘 내가 보기에는
금강산이 비키니 차림의 화려한 바닷가의 여성이라면,


설악산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품위있는
한국전통의 여인상이다.

 

그런 아름다운 여인을 지키려고
공룡과 같이 무서은 괴물을
문지기로 조물주는 세워 놓았구나..


속세에 때묻은 나같은 사람에게도,
대자연은 안개와 구름을 살짝 밀어두고


설악의 진면목을 보여 주시려나...
안개 걷히고 해가 밝게 비추인다.


마등령 갈림길에서 공룡능선 마지막인
무너미 고개에 도착 하니.
시간이 11시. 4시간 30분 소요.

 

소공원 까지는 4시간 걸린다.
빨라야, 오후 2시반에 도착가능 하겠다.


천불동 계곡의 시원하고 깨끗한 물과 계곡의 기암괴석은
내 눈을 황홀하게 붙잡고 놓아 주지를 않는다.


푸른 나무들은 젊음을 자랑하고 싶어서
미풍에도 일렁이며 춤을 춘다.


등반 시작하여 10시간이 지나니,
앗뿔사, 무룹에 이상 신호가 온다.
다리가 내다리가 아니다..


아직도 내가 청춘인줄 알고,
무박 산행을 겁도없이 따라 왔나...


공룡능선을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아마도 12번은....
밧줄을 잡고 유격훈련을 해야하고..

 

인내하고 참고 견디고 기디린 사람에게만
대자연은 웃으며 문을 열어 주는 법이라는데...

 

내가 산을 사백개 넘게 다녔다고
자만했고, 교만했나보다.

큰일 났다, 다리를 절룩거리고 가야 할 판이다.

 

대자연 앞에서는 말이 필요 없다.
오직 겸손만이 있을 뿐이다.

 

산을 다닐 때마다 느끼는 것은, 산은 말이 없다,
산은 입이없고, 귀만 있다.

 

산은 옛날 시골 집에서 나를 기다리시던 어머님같이
항상 웃으며 못난아들을 개선장군같이 맞아준다.

 

나는 슬플때나 힘들때도 산에 오지만,
신나고 기뿐일이 있어도
어머님께 애기하고 싶어서 산으로 오곤한다.
산은 나에게는 어머님이다.

 

산에서 배울것은 겸손과 침묵이다.

 

내가 가장 경멸하는 것은 산에와서
큰소리로 떠드는사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척하고 자랑하는 사람들.
비싸고 좋은 등산복을 입었서도 천박해 보인다.

 

산속에서는 공해가 된다. 산은 조용해야 산이다.


유명한 산이 명산이 아니라, 조용한 산이 명산이다.


영롱한 구슬 처럼 반짝거리지 말고,
돌맹이 처럼 덤덤하게 살라는
노자 선생의 말이 생각난다.

 

서울로 오는 버스속에서 나의 결론은
힘이 들어도 나는
공룡의 번쩍이는 눈빛을 다시 보고 싶다.

 

2005. 5.16.
황소걸음(牛步)/김좌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