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양산


 

2005, 5,15  초파일

친구와 친구형부 , 나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한다.

얼마나 가고 싶었던가. 일년에 한번 초파일만 개방하는 봉암사가 있는 산.

그런데 등산객은  안 된다고 어제 신문에 났단다.

오르고 싶은 마음에 혹시나하고,

옷부터 평상복으로 입고 배낭도 딸 책가방으로 준비한다.

참외와 물, 커피... 그래도 기본은 해야겠지...

4시 45분에 집을 나서 김밥집에 들린다.

희뿌옇게 동이 트려한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일행과 만나기로 한 선산 톨게이트로 달린다.

5시 20분. 시간은 정말 칼이다.

한차로 문경새재를 향하여 출발이다.

오른쪽 산등성이에서 해가 빨갛게 오른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해가 뜨는줄도 몰랐다.

상큼함!!! 길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


 

문경휴게소에 들러 육개장두그릇에 김밥을 곁들여 아침을 먹고 커피까지...

북적이는 것을 보며 한번 더 놀란다. 부지런...

문경에서 나와 가은 방향으로 들어서니 봉암사 팻말이 잘 되있다.

6시 40분

봉암사 길로 들어서니 차들이 이미 길가에 주차하고 있었다.

와~~~ 이 많은 사람들이 언제 이렇게????

중간쯤에 차를 세우고 걷는다.

절 입구에 도달하니 정신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하얀 바위산이 우측으로 보인다. 희양산.

깍아지른 듯이 높이 솟아있다.

절은 대충 한바퀴 돌고, 산으로 가는 길을 찾는다.

마애석불쪽으로 계곡을 따라 걸으니 찹찹한 아침 공기가 싱그럽다.

앞에서 오는 사람이 스님이 계곡입구를 지키고 있어 못 올라간다고 전한다.

섭섭하다. 마애 석불에 이르니 사람들이 모두 뭉쳐 서성이고 있다.

계곡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너무도 짧아 더 오르고 싶다.

길을 아주 끈으로 막아 놓았다.

반대편으로 내려 오다보니, 이곳도 스님이 지키고 있다. 음~~~

조금 더 내려오니 백련암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그곳에라도 가자고 오르는데  나무가 너무도 크고 , 조용하여 심호흡을 한다.

빛도 들지 않는다. 한참을 오르니 자그마한 암자가 보인다.

소리를 죽이며 다가가니 두런 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그 뒤로 혹시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나 살펴봐도 없다.

포기하고 내려온다. 길 도중에 앉아 참외를 먹고 늘어져본다.

이렇게 희양산 등반이 무산되고 말다니...

주변의 다른 산을 생각해본다. 어쩔까나... 조금은 화도 난다.

하루라도 등산을 하게 해줄것이지....

8시 10분

일어나려고하는데  아래쪽에서 웬 도인이???

긴머리 질끈메고 옷차림도 심상찬다.

우측으로 쓱 들어선다.

우리도 따라가 보자고 하곤 급히 들어섰다.

자그마한 길이다. 아까 올라 올때는 못 봤는데...

조용히 하라고 쉿!

조용 조용 황급히 옆으로 오른다.

초입부터 가파르다. 마음까지 바쁘니 색색대며 오른다.

도사는 벌써 사라지고 없다.

드디어 산에 오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땀 흘리며 조금 오르다보니 주변의 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등산 지도에도 없는길이고 , 산 봉우리로 직접오르는 것같다.

시원한 바람과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위용은 정말 장관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희양산을 포기 못하나보다.

바위산을 바로 오르다보니 암벽등반이다.

기어가기도 하고, 밧줄이 매어 있는 곳도 장난이 아니다.

지난주의 묘봉도 대단 했지만 이곳이 더 험하다.

지난주 연습을 잘 했다며 함께 웃는다.

아무런 생각도 없다. 그냥 꼭대기를 향해간다.

중간 중간의 바위에선, 저 멀리 산들의 펼쳐짐에 내 마음도 보낸다.

자꾸만 오를 수록 마음은 가벼워지고, 오를 수 있는 오늘의 행운에 감사한다.

이렇게 , 우연히, 너무도 바라는 일이 이루어 지다니...ㅎㅎㅎㅎ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바위를 아슬 아슬하게 기어 오른다.


 

주변에서 사람들 소리가 난다. 내려오는 사람들이다.

정상에서 스님이 길을 막아 계곡으로 못간단다.

일단 점심을 먹기로한다. 김밥. 커피.

만일을 대비해서 준비한 김밥이 천만다행이다.

산을 하산해서 절에서 먹을 예정이었다.

물까지 모두 먹었다. 다른 때는 이것 저것 준비하는데...


 

11시 40분

드디어 정상이다. 등산복차림의 사람들이 많다.

은티로 올라왔단다. 절 반대편 입구이다.

정상석도 없애버려 돌만 조금 쌓아 놓았다.

사진한장을 찍고 하산하기로...

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올라온 길은 너무 험해서 내려 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스님과 얘기...여러 사람이 절과는 관계 없는데 왜 못가게 하는냐고...

아무튼 못간단다. 급기야 언쟁으로 번지고...

우리는 내려가는 척하다가 계곡길로 들어서기로 하고...

스님들이 아시고도 모르는 척 하신듯하다.

계곡길도 험하고 길었다.

시원하고, 계곡물도 즐기며 , 힘든것도 즐긴다.

발바닥도 화끈거리고, 오르며 힘을 써서 무릅도 풀린다.

그래도 열심히 발을 내디딘다.

발도 계곡에 담그고... 너무 시원.

1시 50분

민가다. 드디어 내려왔다.

뒤 돌아보니 바위산이 내려다보고 있다.

이제 다시는 오기 힘들게다.

올랐으니 미련도 없고...

모두들 손을 잡으며 수고 했다고...

2시10분

차에 도착했다. 아침의 차들은 모두 가고 우리차만 있다.

입구에서부터 통제 한단다. 너무 차가 복잡하므로..

아무튼 7시간이다.

해냈다. 차를 타고 오다가 가은에서 시원한 맥주...

너무 너무 힘들었지만 잊지 못할 산행이었다.

집에 오니 온 몸이 쑤신다.

큰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