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화원인 황매평전에서.

 

 -일시: 2005-05-12.

 -산행코스: 장박마을- 너백이쉼터- 황매산 정상- 모산재- 영암사.

 -함께한 사람: 일출님.B씨.S씨.L씨 그리고 나.

 

(장승재단에서 본 황매산 정상과 삼봉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하늘금)

지리산으로 갈까.

황매산으로 갈까.

망설임이 시작되다가 합천 호반에 솟은 황매산으로 마음이 기울어지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후부터였다. 일출님의 의견도 의견이려니와 오늘 처녀 산행을 하는 B씨에게도 여유로운 산행과 함께 철쭉평원에서 펼쳐지는 산상의 꽃 축제에 그를 초대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싶은 배려인줄 모른다.

 

 

 

 

(너백이쉼터를 오르면서)

올 봄은 유난히도 꽃 산행이 이어지고 있다.

광양 백운산의 매화산행부터 시작된 산행이 산수유와 진달래 그리고 황매의 철쭉산행으로

이어지면서 자신의 산행 스타일이 바뀌고 있는지 모른다.

 

 

 

 

매주 목요일에 산행하는 Y산악회 버스에 올랐을 때 벌써 버스 안은 만원이 되어 가운데 보조의자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원이 초과하면 여분의 배차가 있어 왔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는데 웬걸 순천에서 몇 명을 태우고도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 저녁부터 시작되는 심야근무가 마음의 부담도 부담이려니와 처녀 산행하는 배씨에게도 여간 신경이 쓰인 게 아닌가. 중간에 내려서 우리끼리 산행 지를 변경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마음먹은 산행이니 불편함을 감수 하기로 하였다.

 

(장박마을과 올라야 할 황매산)

이렇게 3시간을 소비하고 황매산의 들 머리인 한적한 장박마을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10분이었다. 고도 400M을 넘는 이곳 장박마을은 최근 들어 잦은 등산객들의 내왕으로 평일인데도 어수선한 기분이 든다. 사납게 짖어대는 개소리에 마을 촌노께서 일성 대갈을 하신다. 마치 우리 산 객 출입의 못마땅함을 화풀이라도 하듯이……

 

 

 

(오늘 처녀 산행인 배씨와 함께 합니다)

-산행 시작.

마을 입구에 세워진 나의 살던 고향의 표시석이 어린 시절 나의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이곳 장박마을도 옛날 그 시절과는 다른 현대식 건물로 장식되어 있고 계속 이어진 콘크리트 임도는 떡갈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10여분을 오르면 갈지자의 임도는 끝나고 오른쪽 우측 길의 숲 속 길로 이어진다. 습기를 잔뜩 먹은 촉촉한 숲 속 길은 잣나무 군락지와 연결되며 군데군데 피어있는 철쭉꽃 사이로 비켜서면 좌측의 합천호가 희미한 개스속에 얼굴을 내밀고 우리가 스쳐 지나온 장박리의 평온함이 더욱더 포근함으로 전해져 온다.

 

 

 

(함께한 손씨와 조망을 감상 합니다)

오늘 처녀 산행인 배씨를 앞세우고 몇 번의 된비알로 숨을 몰아 쉬며 당도 한곳이 떡갈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치는 너백이 쉼터인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앞으로 펼쳐지는 삼봉 국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림과 좌측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합천호는 지금까지 수줍은 자신의 모습을 이내 감추고 만다.

 

 

 

-너백이 쉼터에서.

언제 왔는지 같은 직원인 손씨와 이씨가 철쭉의 아름다움을 배경 삼아 서로의 모습을 디카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그들 역시도 심야근무를 마치고 이곳으로 달려온 이유를 지금에서야 알 것 같았다. 물론 예부터 그만큼 산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억세와 철쭉이 늘어진 잔잔한 능선 길은 우리의 발걸음을 더디게 하며 자신의 자태를 뽐내는 그에게로 다가가 진한 감동의 입맞춤이 시작 되었다. 잔잔한 능선 길을 뒤로하고 또 다시 고도를 치고 오른다. 헉헉 거리며 깊은 숨을 몰아 내쉬다가도 뒤 돌아보면 붉은 선혈을 토하는 철쭉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흘러 나오는 감탄사 오매 불 붙었네’…….

(황매산 정상)

(정상에서 바라 본 황매평전과 감암산의 모습) 

 

(내려오면서 바라 본 황매평전)

-황매산에서.

고도를 치고 올라 왔는데도 주위로 펼쳐진 꽃들 속에서 함께한 우리 일행들의 모습은 다행 이도 힘든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윽고 삼봉과 국사봉으로 가는 길이 더욱 뚜렷한 삼거리에 닿았다. 이곳이 황매산 정상인줄 알았던 우리는 정상석도 없고 뭐 이렇게 시시한가 하는 아쉬움 속에 암 봉을 올라보니 비로서야 이곳이 정상이 란걸 알 수 있었다.지리산 자락에 들어서면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측으로 펼쳐지는 지리의 주능을 찾았지만 남서쪽의 희미한 웅석봉까지만 허용되고 있었으며 발 아래 펼쳐지는 황매평전의 철쭉과 우측으로 영화 주제공원과 좌측으로는 목장단지의 초원의 평원이 한가롭게 느껴진다.

 

 

 

(산상화원인 황매평전)

 

급경사의 릿지구간과 나무계단을 내려 서면서 줄곧 시야에 펼쳐지는 황매평전이 무척이나 인상 깊다. 선홍색의 아름다움과 초록이 매치된 이곳 산상화원에서 어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뒹굴며 마음껏 외치고 싶다.평일인데도 수 많은 인파 속에는 산 객과 향락 객들의 어수선함이 범벅이 되었지만 그래도 꽃 속에 파묻혀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꽃과 어우러진 황매평전의 모습들)

모산재를 향하여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우측으로 펼쳐진 배틀봉 사면을 배경으로 우리 일행 모두가 뒤엉켜 시간을 소비하며 또 다시 꽃 속에 파묻힌다. 순간 아름다운 자연 앞에 우리의 일상에서 생각된 모든 이기심과 근심 걱정들이 동화되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의 모습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아름다움을 말하는데 성별이 필요한가 아니면 나이가 필요하겠는가. 여기서 계속 직진하면 감암산으로 연결되는 코스이고 왼편 능선길을 따라 모산재로 이어지는 능선은 또 다른 화원과 만나게 된다. 저 멀리 황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초원지대에 목장의 여유로움과 새빨갛게 타오르는 이곳 화원에서 느낌은 異國(이국)적인 모습이다. 풍류객들이 유난히도 많은 이곳은 몇 개의 천막으로 치어진 상술이 우리의 먹거리 문화를 대변하는 것 같다.

 

 

(모산재에서 바라 본 황매산)

-모산재에서.

장승 3기를 걸쳐 철쭉재단을 찍고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뒤로하고 모산재로 향하였다. 모산재를 걸치지 않고 쉽게 하산 하려면 목장 옆 주차장 길로 빠지면 수고스러움을 덜 수 있는 코스이다. 이윽고 옛 고분처럼 펑퍼짐한 너럭바위에 위치한 모산재에 닿는다. 산행 후에도 모산재의 의미를 몰라 몇몇 사람들에 물었으나 신통한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황매산이 母山(모산)이며 이곳에 고개(재)가있어 모산재가 아니었나 하는 나름대로 해석하여본다.

 

 

(황매산의 또 다른 변신)

이곳에서 조망는 북서쪽의 초원지대 위에 펼쳐지는 황매산 정상의 하늘 금이 뚜렷하며 남으로는 조금 전의 철쭉평원의 세상과는 판이한 온통 바위로 어우러진 소나무들의 색채가 더욱더 푸르기만 하다.

 

 

 

(순결바위 황포돗대바위 그리고 암릉)

석 축 성터를 지나 숲 속의 길을 통과하고 잠시 후 무지게 터에 닿는다.

삼면이 확 트인 시야는 또 다른 비경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왼쪽 협곡 건너로 펼쳐지는 천하절경의 암릉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며 앞으로는 대 슬랩 아래 우뚝 솟은 황포돗대 바위와 뒤로 펼쳐지는 대기저수지와 영암사의 지붕이 내려다 보인다. 일출님이 너무 좋아라 하며 돗대바위 근처에서 어지러움을 호소할 때 우리는 어린이 마냥 신기한 듯 수직절벽의 아래를 내려다 보며 그곳을 떠날 줄 모른다.

 

 

 

철계단을 지나 급경사의 암릉지대를 통과 하면서도 시선은 좌측으로 펼쳐진 만물상처럼 어우러진 바위와 함께 할 때 어느덧 오늘의 종착지인 영암사에 닿는다.

(황매산 남쪽 철쭉 군락에서 정상을 배경으로 저도 한컷)

<에필로그>

산행 기를 쓸 때 마다 산에서 느낀 감정 그대로를 표출하고 싶으나 자신의 미흡한 표현력이 더욱더 위선으로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어느 누구의 말처럼 익기도 전에 넘친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때로는 감정 표출이 안되어 억지웃음이 될 때 서글퍼지는 답답한 현실을 접어두고라도 왜 진실을 말하지 않았는가 후회를 해 본다. 거쳐야 하는 과정을 아직도 견디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생각해볼 때 언제나 말없는 산처럼 시간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며 하는 나의 작은 바램이다.

-일정정리.

11:15 산행 시작(장박마을)

11:25 임도 끝(들머리)

12:05 너백이쉼터(능선 삼거리)

12:35 황매산 정상

14:15 철쭉재단

14:30 모산재.

15:10 산행종료(영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