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시 : 2005. 5. 15.(일) 부처님 오신 날
2. 장소 : 천성산(922m), 제2봉(811m)
3. 날씨 : 맑음, 15~25도
4. 산행 : 혼자
5. 일정 :
    07 : 25 대석마을 입구 출발
    07 : 35 대석저수지
    08 : 15 홍룡사(虹龍寺) 도착, 참배
    09 : 17 원효암(元曉庵) 도착, 참배
    09 : 50 천성산 정상 화엄습지 입구 도착
    10 : 35 천성산 제2봉 도착
    11 : 40 안적암(安寂庵) 도착, 참배, 점심 공양
    12 : 10 조계암(曺溪庵) 도착
    12 : 50 노적암(盧積庵) 도착
    13 : 30 내원사 주차장 도착
    13 : 55 내원사(內院寺) 도착, 참배, 1년연등 보시
    14 : 45 내원사 입구 삼거리 도착
    15 : 00 용연리 버스정류장 도착 (총 7시간 35분 소요)
 
    양산시는 그동안 원효산(또는 원적산)으로 불리던 주봉을 '천성산(922m)'으로, 천성산으로 불리던 2봉을 '천성산 제2봉(811m)'으로 개칭하여 별개의 산으로 분류하던 것을 하나의 산과 부속봉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
천성산은 '한국의 100대 명산' 중에서 65위를 기록할 정도로 경남지역 산꾼들에게 인기있는 산으로, 전체적으로 후덕한 육산으로 걷기에 더없이 좋다.
 
일요일 새벽 5:40에 기상. 아침을 먹고 06:50에 집을 나선다.
오늘의 일정은 천성산 종주 코스로 가장 긴 대석리 출발, 천성 주능선을 완전종주하고 내원사 계곡을 따라 용연리로 내려 서는 것으로 잡는다.
승용차를 타고 대석리에 두고는 일주를 하고 나서 용연리에서 버스로 대석리로 돌아와서 승용차로 귀가하는 것으로 잡는다.
이른 일요일 아침이라 집에서 약 40km 떨어진 대석리까지 불과 30여분만에 도착.
근처 가게에서 막걸리 한병을 챙겨넣고 얼추 10kg는 될듯한 배낭을 지고 07:25에 바람처럼 천성의 품으로 숨어든다.
 
10여분을 가면 오른쪽으로 대석저수지가 나타나고, 오르막 포장도로를 따라 10여분을 더 가면 이제 제법 천성의 계곡이 깊어진다. 정면에는 천성산의 정상부, 공군 허큘리스 미사일방공부대가 보인다.
출발 50분만에 홍룡사에 닿는다.
이른 아침부터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스님의 낭랑한 독경소리가 온 산을 뒤덮는다.
'홍룡'은 '무지개가 핀 계곡(홍룡폭포)에서 용이 승천한다'는 의미일게다.
 
< 홍룡사 대웅전 / 오색연등이 연화처럼 피어있다. >
 
이른 아침부터 불자들이 밀려든다.
나도 얼른 참배하고, 반야교 밖의 팔각정 뒷편 산길로 접어든다. 이제부터는 거의 경사도 5~60도 정도의 가파른 길을 원효암까지 계속해 오른다.
 
이른 아침 잠이 깬 산의 지기(地氣), 오전 10시를 전후하여 가장 많이 발산된다는 휘톤치트, 이 모든 것들을 무한히 흡인하니 알부민이나 인터페론, 산삼 백사의 효능이 이에 비길까...
 
약 40분여를 오르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좌측은 석계리, 화엄벌, 내원사 방향이고, 우측은 원효암을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임을 '풍산산악회'에서 안내판을 잘 부쳐 두었다. 감사...
10여분을 더 가자 다시금 산허리를 돌아드는 독경소리... 음 다 왔구나.
원효암에 들러 참배, 백설기 한쪽을 얻어 허기를 채운다.
나는 산길을 돌아돌아 1시간 50분만에 왔건만 다른 불자들은 천성산 군부대 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와서 땀 한방울 안흘리네... 어느 보살님, 걸어서 참배하는게 더 많은 복을 받는다나... 위안...
 
< 원효암 대웅전 / 천성산은 산 전체가 신라 원효대사의 전설이 깃들어 있다. >
 
원효암에서 도로 쪽으로 나서면 원효암 주차장에 못미쳐 왼쪽 소나무가 한그루 있고 그 소나무에 역시 '풍산산악회'에서 안내판을 부쳐두었다. 소나무 왼쪽으로 정상 방향 들머리가 보인다.
 
들머리를 들어서 약 10분 정도 걸으면 아스팔트 군사도로가 나온다. 그 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면 왼쪽 군부대 입구에서 곧바로 산길로 접어든다. 여기서부터 정상을 빙 둘러 우회하여 지나간다.
한참을 가다 부시럭 소리에 돌아보니 노루 한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혼비백산 달려간다. 놀라게 해서 미안...
15분여를 부지런히 가면 정상부를 돌라 억새와 철쭉으로 유명한, 원효대사가 중국에서 온 천명의 스님들을 모두 성인으로 교화(千聖)하였다는 약 38,000평의 억새평원 '화엄벌' 습지가 펼쳐진다.
 
지율 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천성산 터널이 습지를 통과할 경우 습지 물이 스며들어 마르게 되고 그러면 도룡농과 그의 형제자매들이 고사하게 된다는 것인데 '보존'과 '발전'이라는 '제이너스'적 두 얼굴을 어여쁜 한 얼굴로 만들어낼 묘법이 안 나온다.
어쩌면 원효대사께서 계시다면 그 도력으로 ...
터널이 지나간다하여 두터운 산 지층의 swamp basin이 구멍뚫린 세숫대야 마냥 물이샐까...
100년에 걸쳐 수 많은 인부들을 희생시키고 개통된 스위스의 융프라우 등반열차나 케스케이드에서부터 2~3시간을 로키산맥 터널속으로 달려야 하는 미국의 amtrak, 그리고 자연친화적이긴 하지만 수 km, 수십 km 나 되는 유럽의 터널들이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했을까...
아무래도 지율 스님의 주장은 환경보존의 대의 명분은 좋으나 우리나라의 발전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국민 혈세를 낭비케 하는 결과는 너무나 이기적이라 보여진다.
 
< 화엄습지 안내판 / 멀리 뒤로 공군부대 레이다가 보인다. >
 
< 천성산 정상부 / 억새와 철쭉이 어우러지고 멀리 뒤로 공군부대가 보인다. >
 
< 천성산 정상의 철쭉 군락 / 지리산 바래봉, 소백의 철쭉이 이보다 더할까... >
 
< 나 스스로 철쭉의 품에 안겨 찍혀보았다. ^^; >
 
< 건너다 보이는 천성산 제2봉 >
 
제2봉을 향하여 안부로 내려서면 약 10분만에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쪽으로 가든 마찬가지로 나중에 임도와 합류하게 된다.
임도를 따라가다 2봉 아래에서 좌측으로 산길 들러미로 접어들면 10여분 후에 제2봉에 올라 선다.
좌로는 천성산, 우로는 정족산과 양산, 언양시가 조망된다.
 
< 천성산(제2봉) 표지선 왼쪽 중앙지점에 보이는 것이 비구니 사찰로 유명한 내원사 >
 
< 천성산(제2봉) 표지석과 앞으로 정족산(700m)이 보인다. >
 
< 천성산 정상부 / 나무가 없는 부분이 화엄벌 억새평원의 습지이다. >
 
30여분 정도를 달려서 하산하면 임도변에 막걸리 파는 곳이 보인다. 막걸리집 옆 산길로 접어들면 임도와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 임도를 따라가면 편하긴 하지만 재미가 없고...
30분 정도를 부지런히 걸으면 주남리방향, 안적암 방향, 제2봉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대성암 방향으로 접어들면 정족산으로 가게 되는데 정족산을 경유하려면 8~9시간은 걸어야 할 것이다.
왼쪽 안적암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15분여를 걸어 안적암에 도착, 참배 후 꿀맛 같은 산채비빔밥 공양을 하고, 식수도 채운 후 바로 옆 조계암에 들러 경내 구경을 한 후, 내원사 계곡으로 접어든다.
 
< 안적암 대웅전 / 이 깊은 골에도 불자들로 붐빈다. >
 
< 조계암 / 어느 골에나 연등행렬, 부처님의 묘법이 넘쳐난다. >
 
내원사 계곡으로 접어드니 역시나 산 좋고 물 맑은 옥류동이 여기로구나...
물길에 잠시 발을 쉬어두고 막걸리 한잔에 김치 한 쪽... 무릉도원이 예로구나...
 
40분 정도를 달려 내려가면 노적암에 이른다.
여기서 내원사 주차장까지는 달려서 20분.
주차장에서 내원사까지는 언덕길을 다시 달려서 25분만에 이른다.
역시나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색창연한 비구니 사찰답게 불자들로 넘쳐나고 연등도 후하다.
<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비구니 사찰 내원사 >

참배 후, 가족 이름을 쓴 1년연등을 대웅전내에 밝혀두고 생수 한잔 마시고 다시 달려서 하산.
내원사에서부터 내쳐 달려 내원사 계곡의 청류동, 옥류동 같은 계류와 함께 달린다.
군대시절이던가 20수년전에 왔었던 기억에는 물이 맑은 것도 맑은 것이지만 수량이 풍부해 내 키의 열배는 됨직한 소택이 많았었는데... 그 바닥의 조약돌이 다 보일 정도로 맑았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물이 너무 말라 예늬 하천처럼 변해버렸다.
 
용연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3시.
대석리를 출발한지 7시간 35분만이다.
부처님 오신 날 3寺 참배도 하고 산악마라톤 훈련도 하고, 맑은 공기 5월의 푸르른 산하에 흠뻑 빠졌던 하루의 기억,,, 길이 간직될 것이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얼음과자 하나 물고... 더위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