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의 언저리 둘러보기[2]

- 陰石과 男根石, 그 崇拜의 교착점 -


 

☞ 조까리봉-미인봉-신선봉-용바위봉-동산-중/성봉-(남근석) ◀


 


 

♣ 산행개요 ♣


 

■ 산행지 : 조까리봉-미인봉-신선봉-용바위봉-동산-중봉-성봉-[남근석]

■ 일시 : 2005. 5. 5.(목)[어린이날 당일산행]

■ 날씨 : 맑음/오후 늦게 비


 

■ 산행경로 : ☞ 학현관광농원→조까리봉(562m)→미인봉(저승봉)(596m)→학봉(774m)→신선봉(845.3m)→900m(제천시계분기점)→용바위봉(750m)→갑오고개→동산(896.2m)→중봉(885.6m)→성봉(825m)→남근석→무암골 ◀


 

■ 산행코스/시간 :


 

☞  학현관광농원(09:30) → 궁뎅이바위(10:02) → 조까리봉(10:23) → 정방사3거리(10:35) → 미인봉(11:00) → 3거리(11:13) → 갈림길(11:40) → 학봉(11:50) → [119위치표시 금수산-08]지점(12:07) → 직벽(12:18) → 봉우리 묘(12:27) → 신선봉(13:03) → 금수산 갈림길(13:23) → 4거리안부(14:12) → 용바위봉(14:25) → 갑오고개(14:52) → 산성터(15:25) → 전망대(15:40) → [119위치표시 금수산-03]지점(15:51) → 동산(16:25)  → 새목재갈림길(16:29) → [119위치표시 금수산-02]지점 3거리(16:33) → 중봉(885.6m)(16:35) → 돌탑전망대(16:50) → 성봉(825m)(16:55) → 남근석갈림길(17:03) → 무암사가 보이는 바위(17:15) → 남근석(17:25) → 무암사 도로(17:43) → SBS세트장(17:55) → 무암골(18:10) ◀


 

■ 산행거리 : 약 15km(추정)

■ 산행시간 : 8시간 40분(휴식 포함)

■ 형태 : OK Sadary 특별산행[준치 회장, 산3+1, 장정, 대간거사, 술꾼, 영혼, 다훤, 은호, 베리아, 주유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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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과 詩 ♥


 

살아갈수록 버릴 것이 많아진다

예전에 잘 간직했던 것들을 버리게 된다

하나씩 둘씩 또는 한꺼번에

버려가는 일이 개운하다

내 마음의 쓰레기도 그때 그때

산에 들어가면 모두 사라진다

버리고 사라지는 것들이 있던 자리에

살며시 들어와 앉은 이 기쁨!


 

- 이성부, “기쁨” 전문

[시집『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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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악의 언저리 둘러보기[2]


 

2005. 5. 5. 어린이날 휴일, 집에는 어린이로 볼만한 아이도 없고, 지난 5월 1일의 수리봉-까치봉-북바위산 산행에 이어 “월악의 언저리 둘러보기” 2탄으로 금수산 자락의 조까리봉-저승봉-학봉-신선봉-용바위봉-동산을 잇는 산줄기를 한바퀴 빙 둘러보기로 한다.


 

나의 산행계획표에 의하면 어린이날을 불/수/사/도/북 일정으로 잡아두고 있었는데 전에 북한산과 도봉산 주능선 종주와 불암산-수락산 야간산행도 해봤던 터이고, 날씨가 무더워지고 있어 땡볕에 불수도북을 하는 것은 웰빙과 거리가 먼 ‘노가다’ 산행이 될 우려가 높아 금수산 자락에서 충주호(청풍호)를 아우르며 즐즐널널 산행을 하는 것으로 산행일정을 변경하였다.


 

이 산줄기는 월악산 국립공원 북단에 있는 금수산과 이어진 산줄기이다. 월악산 국립공원은 생각보다 상당히 넓은 지역을 포용하고 있다. 월악산국립공원은 남쪽으로 백두대간의 마폐봉(마역봉)에서 탄항산(월항삼봉)-포암산-대미산-황장산-벌재에까지 이르고, 북쪽으로 제천의 금수산과 동쪽으로 단양 도락산에 이르기까지 뻗쳐있다.


 

금수산은 이름만을 봐서는 비단에 수를 놓은 것이라는 뜻인데 원래 백암산이라 하던 것을 조선 중기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있을 때 산이 아름다운 것에 연유하여 금수산(錦繡山)이라 개칭하였다고 한다. 월악산뿐만 아니라 금수산과 도락산도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속한다.


 


 

2. 들머리 이동 : 충주호와 陰石


 

2005. 5. 5. 새벽 5시 잠에서 깨어나 산행준비를 하는데 은호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지금 동서울에 있는데 좀 일찍 나와 막걸리 한 잔 하고 가자는 것이다. 아니 새벽부터 술귀신에 홀렸나, 새벽부터 무슨 막걸리야!


 

시간에 맞추어 약속장소로 가다가 동서울터미널 인근의 김밥집에 들렀는데 술꾼님이 오신다. 술꾼님은 이 24시 김밥집이 싸고 좋다면서 이 집을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버스로 가보니 뒷좌석에는 어떤 남자가 널브러져 있고, 은호님이 야등을 마치고 밤새 마신 술로 準 昏絶狀態이다. 有口無言은 이런 때 쓰는 말.


 

오지팀의 거사님과 영혼님이 웰빙팀에 우정출연을 하였고, 산3님이 +1님과 함께 나와 준치 회장 외 10명이 금수산 자락으로 떠난다. 정확하게 아침 6시 30분 버스는 출발한다. 준치회장님의 애마는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를 이어 타면서 남제천 IC로 접어든 다음 82번 국가지원지방도로를 따라 금성, 청풍 방면으로 향한다. 산하는 연록의 물결, 봄의 생동감을 유감없이 표출하고 있다.


 

충주호로 진입하기 직전에 도로변의 청풍골 식당에서 샤워중인 주인아줌마를 불러내어 순두부와 콩비지로 아침식사를 한다. 화장실로 들어서는 문가에 “쪽바리 놈들의 독도망언을 규탄하며” ‘독사모’에서 기증한 “독도”라는 시가 걸려있다. 독도문제의 열풍이 이 시골까지 불고 있다.


 

몇 년 전에 울릉도에 출장을 갔다가 울릉도에서 92km 떨어진 독도로 가서 독도에 상륙하지는 못하고 배로 섬을 빙 둘러본 적이 있다. 지금 기억으로는 돌섬에 시설물이 잔뜩 들어서 있었다는 점과 갈매기들이 엄청 많았다는 것 그리고 잉크빛 같은 남청색 바닷물 등이 생각난다.


 

일본놈들이 독도를 竹島(다케시마)라고 부르는데 이 섬에는 대나무라곤 없다. 애시 당초 대나무가 자랄만한 풍토가 되지 못한다. 우리나라 일부 지방에서는 ‘돌’을 ‘독’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고(지리산 동부능선에는 ‘독바위’라는 거대한 바위가 있는데 이는 ‘돌바위’라는 뜻이다) 원래 돌섬인 독도를 독섬으로 불렀던 것을 한자로 음역하면서 독도(獨島)가 된 것이라는 설명을 보더라도 독도는 우리 땅임에 틀림없다. 독도는 바로 돌섬이다. 독도가 竹島(다케시마)라면 이 섬에 대나무 한 그루라도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식사를 마치고 충주호반을 끼고 청풍 쪽으로 가면서 아담한 돌무더기들이 인공 수석 같은 석림지대를 본다. 거대한 돌숲으로 오로지 기기묘묘한 돌의 향연이 벌어지는 중국 곤명의 ‘石林’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잠시 눈요기 거리는 된다.


 

이곳 사람들은 청풍호로도 부르는 충주호는 나라의 길 역할을 하던 남한강 물줄기를 막으면서 생긴 호수이다. 육로보다 수로가 발달했던 조선시대에 영남과 한양을 잇는 길은 영남대로를 따라 육로로 문경새재까지 이른 다음 충주에서 남한강 수로를 이용하여 한양까지 가는 뱃길이 있었다. 충주댐이 만들어지면서 이 지역 일대는 일대변화를 가져왔다.


 

버스는 충주호반의 KBS 사극(태조 왕건)촬영장과 수상비행장, 수경분수, 번지점프장, 리조트 등 위락시설을 뒤로 하고 청풍대교 직전의 학현리 마을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좌회전하여 학현리로 들어간다. 학현관광농원이 있는 곳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하려고 하다가 학현교 다리를 건넌 지점에 있는 음석(陰石)을 보고 오기로 한다.

 

     

      보지바우를 박고 있는 영혼님의 표정이 압권이다.

 

나는 음석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으로 상상했는데 별로 크지 않은 맷돌에 여성의 성기 모양으로 구멍이 패이고 물이 고인 것이다. 누가 구멍 옆에 ‘보지바우’라는 글을 음각하여 놓는 바람에 여자 분들도 있고 괜히 민망하다. 어쨌든 여성의 성기는 세상을 뽑아내는 생산의 기원이 아닌가. 이 구멍으로부터 인류는 종족을 보존해왔다. 한편으로는 이 구멍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것이기도 하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성기에 대한 숭배는 이어져왔다.


 

여성의 성기 모양의 석물로는 도봉산의 여성봉이나 설악 주전골의 여심바위를 따를 것이 없다. 여성의 성기는 만인의 고향이라 이를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 어쨌든 아침부터 보지바우의 음기를 받았으니 헐떡거리지 말고 정신을 차리고 산행을 하여야 할 듯하다. 그리고 반드시 동산의 남근석에서 양기를 받아 이를 상쇄해야 할 듯 하다.


 


 

3. 산악마라톤코스 : 조까리봉 → 미인봉 → 학봉 → 신선봉


 

♠ [09:30] 학현관광농원 출발


 

은호님과 베리아님은 정통 산악마라톤코스를 따라 산행을 하기로 했고, 산3님과 +1님은 둘만의 오붓한 코스를 따르기로 하였다. 나머지 사람들은 바로 영아치의 학현관광농원 건너편 농로를 따라 오르다가 비닐묘판을 가로질러 사면으로 진입한다. 널널산행으로 우습게 알았다가 초장부터 경사가 급해 숨을 할딱거리고 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바람도 불지 않고 날씨가 꽤 무덥다. 그러나 높이 올라설수록 짙은 녹색의 소나무 사이로 연록색의 물결이 일렁거리며 봄의 수채화를 그려 넣고 있다. 사면을 치고 오른 능선상에 포진하고 있는 바위덩어리들이 앞으로 전개될 산의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 [10:02] 궁뎅이바위

               

                 

                  궁뎅이바위에서 바라보는 월악의 연릉


산행을 시작한지 30여 분만에 궁뎅이바위라는 바위 전망대에 도착한다. 궁둥이와 궁뎅이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곳에서 앞으로 나아갈 미인봉-학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와 고개건너 동산-작은동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도 모두 조망되고, 멀리 월악의 연릉들도 보인다. 충주호변에 삿갓같이 가운데가 볼록한 봉우리의 산이 무슨 산인지 몰라 술꾼님에게 물어보니 비봉산이라고 한다.


 

궁뎅이바위에서의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이 바위에서 내려서니 바로 산악마라톤코스이다. 금수산전국산악마라톤대회 표지기가 걸려있고, [←조까리봉코스]안내판도 걸려있다. 마라톤을 하는 코스라 그런지 길도 반질반질하게 잘 나 있다. 그런데 마라톤을 할 데도 많은데 왜 하필 산에서 빨치산처럼 마라톤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마라토너들이 무더기로 산길을 뛰어다니면 금새 산이 망가지고 속살을 드러내지 않겠는가? 오히려 충주호반을 따라 마라톤코스를 만드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도량이 좁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산은 달리는 곳이 아니다. 산은 인간이 여유있게 산과 더불어 호흡하고 즐기는 곳이다. 지자체에서 각종 이벤트행사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좀 더 생각하는 지혜가 아쉽다.


 

♠ [10:23] 조까리봉(562m)


 

궁뎅이바위에서 20여 분간 반질반질한 마라톤코스를 이어 올라가면 조까리봉이 나온다. 오늘 코스 중에는 지도상에는 봉우리 이름이 보이지 않지만 이런저런 이름을 붙여놓았다. 그런데 충청도 양반마을에 음탕하게도 ‘보지바우’는 무엇이고, ‘조까리봉’은 무엇인가? 조가리봉 또는 족가리봉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당당하게 ‘조까리봉’ 표찰을 붙여놓고 있다. 왜 이봉우리가 조까리봉인지를 헤아릴만한 단서는 찾을 수 없다.


 

조까리봉에서 암릉을 따라 내려선 후 10여분 진행하면 정방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10:35). 이곳에서 우측으로 300m만 내려가면 정방사로 갈 수 있는데 정방사를 갔다 올까를 망설이다 일행들과의 보조를 맞추기 위하여 그냥 좌측길로 미인봉 방향을 향하여 나아간다. 뒤돌아보니 조까리봉에서 산악마라톤코스를 따라 달려온 은호님이 소리를 지르며 부르고 있다.


 

정방사(淨芳寺)는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곳에서 충주호와 장쾌한 백두대간 줄기를 조망할 수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물줄기를 막아 생긴 팔당호는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좋고, 금강이 머물다 가는 대청호는 현암사에서 봐야 맛이 나듯이 충주호의 수묵화는 정방사에서 봐야 일품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 [11:00] 미인봉(596m)


 

술꾼님, 다훤님과 함께 곳곳에 표지기가 걸려있는 산악마라톤코스를 따라 진행을 하는데 사면으로 지나가는 지름길이 있으나 봉우리전망대 올라 조망이나 즐기려고 올라보니 이 봉우리가 바로 미인봉이다. 그냥 지나쳤다면 미인봉을 보지 못하고 갈 뻔 했다.


 

이 봉우리의 원래의 이름은 저승봉인데 ‘저승’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다고 해서 미인봉으로 이름을 바꾼 봉우리다. 그런데 저승봉의 ‘저’자는 멧돼지 저(猪)자로 멧돼지가 뛰어노는 봉우리라는 뜻으로 이승의 반대말인 저승과는 관계없는 봉우리다. 멧돼지는 원래 저돌적(猪突的)이다. 백두대간 미시령-황철봉 구간에서 야밤에 멧돼지 일가족과 조우한 적이 있다.


 

미인봉 바위 위에서 동산과 작은동산 산줄기를 조망하고 뒤이어 쫓아온 은호님 등과 함께 냉막걸리 한 잔씩을 돌린다. 이틀 동안 얼려두었던 막걸리가 풀리지 아니하여 아침식사를 하고 사온 막걸리를 섞어가면서 풀어 마신다. 미인봉에서 내려서서 조금 진행하니 큰 너럭바위가 나온다. 이곳에서 보는 산하는 온통 녹색의 향연이다.


 

미인봉에서 500m쯤 진행하면 3거리가 나온다(11:13). 좌측길로는 학바위가 있는 쪽으로 가는 길 같고, 우측으로는 신선봉으로 가는 길이다. 이곳에서우측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다시 갈림길 3거리가 나온다(11:40). 미인봉에서 1.2km지점인 이곳에서 신선봉까지는 2.2km로 되어 있다.


 

♠ [11:50] 학봉(774m)


 

어떤 암릉지대를 밧줄을 타고 내려온 다음 다시 오르막으로 올라서는데 바위덩어리가 가로막고 있다. 바위위로 기어서 올라가니 이 봉우리가 774m인 학봉이다. 사방으로 조망이 뛰어난 곳으로 충주호와 비봉산, 불뚝불뚝 솟은 산봉우리들의 모습이 진경산수화의 모습이다. 손바닥바위, 킹콩바위가 어느 것인지 확신하지는 못하면서도 이상야릇한 바위들을 많이 본다.

 

   

    학봉에서 바라보는 충주호와 주변산세

   (충주호 좌측에 삿갓처럼 솟은 봉우리가 비봉산이다)

 

학봉에서 신선봉으로 가기 전의 직벽까지는 그야말로 소용아릉을 방불할 정도의 아기자기한 암릉구간이다. 암릉구간에는 곳곳에 흰 밧줄이 여러 갈래로 묶여 있어 안전로프 역할을 하고 있다. [119위치표시 금수산-08]지점을 지나(12:07) 거대한 바위 위에 베리아님이 시체처럼 누워있다. 밤새 마신 술이 덜 깨었는지 힘이 드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렇게 중간중간에 잠을 자다가도 우리가 쫓아가면 어느새 깨어 다시 멀리 진행한 다음 우리 앞에 가서 잠을 자고 있다.

 

   

    바위 위의 시체(?)

 

직벽 앞에 이르니 바로 건너편 봉우리 위에 산3님이 직벽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산3님은 사태골로 신선봉에 오른 후 직벽까지 온 것이다. 바위를 타고 밑으로 푹 내려선 다음 직벽을 올라야 한다. 그런데 직벽에는 밧줄이 설치되어 있고, 바위도 매끈한 바위가 아니라 층이 져있어 발을 딛기도 좋아 이 직벽을 오르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10여 분간 바위와 실랑이를 하면 직벽 위에 묘가 있는 공터에 이른다(12:27). 


 

신선봉이 1.2km 남았다는 표지판을 뒤로 하고 진행을 하려고 하는데 소나무 숲 밑에서 막걸리를 하고 가자는 술꾼님의 제의에 따라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과 냉막걸리  한잔씩을 한다. 막걸리 두병을 덜어냈으니 배낭의 무게가 한결 가볍다.


 

회장님이 금수산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여 같이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15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길을 떠난다(12:45). 이곳에서 신선봉까지는 편한 길이다. 신선봉을 향하여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는데 영혼님이 목하 두릅 채취에 정신이 없다. 


 

♠ [13:03] 신선봉(845.3m)

 

        

     신선봉 정상에서 - 영혼님이 채취한 두릅을 자랑스레 내보이고 있다.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신선봉에는 태극기도 꽂혀있고 정상표석도 세워져 있다. 그러나 숲으로 가려있어 조망은 별로다. 영혼님이 늦게 올라와 꽤 많이 채취한 두릅을 몇 사람에게 나누어준다. 처음에는 신선봉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으나 준치 회장님이 금수산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어 함께 식사하기 위하여 쉬지 않고 서둘러 길을 떠난다.


 


 

4. 제천시계 : 금수산갈림길 → 용바위봉 → 동산


 

♠ [13:23] 금수산갈림길(900m)


 

신선봉을 떠나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금수산갈림길에 이른다. 우측으로는 바로 금수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금수산 정상의 모습도 가까이 보인다. 이 지점부터는 앞으로 진행할 방향이 바로 제천과 단양의 경계가 되는 이른바 제천시계이다.


 

나는 몇 년 전에 한국의 100대명산 답파의 일환으로 안내산악회를 따라 상천→백운동→용담폭포→망덕봉→얼음골재→살바위고개→금수산정상→철계단→서팽이고개→쇳고개→오래골→상천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산행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이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본 것 중에 특이한 것은 시가 쓰여진 나무판이 여러 개 산행길에 나무에 밧줄로 걸려 있었다는 점이다. 나의 산행파일을 뒤져보니 그 시 중에 ‘다짐’이라는 시가 있다.


 

큰 산의 마음이 되어야 하네

따가운 햇살

소슬바람에도 흔들리는

가슴이사 작은 마음이사

늘 미움에 젖어

날을 세우고 있지만

저 도도한 江의 흐름을

읽어 보게나

쉴 새 없이 풀어 내리는

山鳴을 들어 보게나

씻고 또 씻으며

닦고 또 닦으며 흘러도

한없이 풀리는 이야기

저 높고 푸르른 뜻을 간직한

큰 산의 마음이 되어야 하네


 

큰 산의 마음이라는 것은 사소한 것에 그리 연연하지 말고 세상을 크고 넓게 보라는 뜻일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나이는 백년을 다 못 살면서 늘 천세를 걱정하고(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 古文眞寶) 사소한 것에도 목숨을 건다.


 

그러나 죽는 것을 제외하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사소한 것이 아닌가? 죽는 것을 제외하고 아등바등 목숨을 걸 일은 아무 것도 없는데도 사람들은 사생결단의 자세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삶의 헛됨과 욕망의 부질없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금수산갈림길에서 조금 내려선 지점의 안부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베리아님만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전원이 함께 모여 각자 준비한 밥을 먹는다. 식사를 하는 도중 시원한 바람이 불어 좋은 줄 알았는데 이는 비구름을 몰고 오는 바람 같다. 혹시 산에서 다 내려가기 전에 비를 맞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면서 식사를 끝내자마자 바로 용바위봉을 향하여 출발한다(13:55).


 

그런데 진행방향이 일부는 능선상의 길을 따라 곧장 내려가고, 준치회장님은 사면을 치고 내려간다. 제천시계 마루금이 아닐 것 같은데 푸석푸석한 낙엽을 밟으며 내려가 보니 위에서는 느끼지 못했으나 마루금 형세가 분명하다. 연록의 참나무 숲 속을 어느 정도 진행하다보니 길도 나 있으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는 듯 오지의 풍모를 물씬 풍기고 있다. 4거리 안부를 지나(14:12) 오르막을 오르는데 바위 꼭대기로 올라있고 밑은 절벽이다. 용바위봉은 건너편이다.


 

♠ [14:25] 용바위봉(750m)


 

바위에서 내려와 우회로를 따라 올라서니 용바위봉이다. 어느새 거사님과 술꾼님이 이곳에 올라와 있다. 용바위봉은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소나무 줄기에 [용바위봉 750m]이라는 아크릴 표찰을 달아두었다. 금수산과 900m 갈림길을 지나 이곳까지 이어진 산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5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갑오고개를 향하여 출발, 비가 내릴까봐 초조해진다. 용바위봉에서 갑오고개까지는 숲 속의 내리막길을 가는 것이라 힘이 들지 않고 소요시간은 20분 정도 걸린다.


 

♠ [14:52] 갑오고개


 

2차선 포장도로가 가로지르는 갑오고개, 앞에 우뚝 버티고 서 있는 동산 산줄기가 꽤 위압적이다. 포장도로로 내려와 동산으로 오르는 곳 들머리에 우리들의 버스가 세워져 있다. 금요무박으로 노추산으로 갈 거사님과 영혼님이 이곳에서 산행을 접고 나는 장정님과 술꾼님과 함께 비를 맞더라도 동산에서 남근석을 보고 내려오기로 의기투합한다. 아침에 陰石(보지바우)에서 받은 陰氣를 상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동산의 男根石에서 陽氣를 보충해야 할 터이다.


 

이미 산행시간이 5시간 30분이 되었고, 앞으로 3시간 정도 더 소요될 것이라는 말에 나도 같이 중포한 웰빙을 즐길까 하는 유혹이 있었으나 노가다 하루 일당을 벌기 위하여 회장님으로부터 식수를 얻어 보충하고 동산을 향하여 급사면을 치고 오른다(15:00). 빗줄기를 뿌려댈 구름과 바람이 오히려 시원하고 산행에 도움을 준다. 땡볕에 이 오르막을 오르려고 했으면 힘이 더 들었을 것이다.


 

산성터로 보이는 오르막 능선에 올라(15:25) 캔맥주 하나를 꺼내어 한 모금씩 감질나게 나누어 마신다. 술꾼님은 밑에서 맥주를 꺼내는 경우 입이 많아 돌아올 것이 없으므로 우리들만 이곳에 올라와 마시는 것이라고 하면서 너스레를 떤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얼려있는 부분을 물로 녹여가면서까지 털어 마시는 지극정성이다.


 

산길에는 보라색 각시붓꽃이 군락을 이루어 피어있고, 숲은 온통 연록색의 향연이다. 경사가 급한 암릉에는 밧줄이 메어져있다. 소나무가 있는 암봉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조망해본다(15:40). 무슨 채광을 하는지 속살을 드러내놓고 있는 갑산의 모습이 보인다. 비가 올 듯한 흐릿한 날씨라 조망이 명쾌하지는 않다.


 

이곳에서 내려와 다시 오른 봉우리에는 [119 위치표시 금수산-03]지점이다(15:51). 이곳에서 좌측능선을 따라 내려서다 보니 꼭대기가 뾰족하게 생긴 큰 바위가 있어 지도를 보니 촛대바위다. 촛대바위 하단의 석굴 같은 곳에는 치성을 드린 흔적이 있다.


 

숲 사이 동산이 보이는 능선상의 숲길에 앉아 셋이서 간식을 나누어먹는다. 쉬다보니 바람에 땀이 식어가면서 오히려 추운기운을 느낀다. 10여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동산을 향하여 오름길을 시작한다(16:10). 오르막을 오른 봉우리의 우측능선을 따르면 바로 동산이다.


 

♠ [16:25] 동산(東山, 896m)


 

동산 정상의 공터에는 제천시에서 세운 오석 정상표석과 어느 직장산악회에서 세운 백색 표지말뚝이 있다. 삼각점도 있다(309 복구). 동산은 제천시 금성면과 단양군 매포읍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동산 정상

 

동산 정상은 숲으로 가려져 있어 조망은 좋지 않다. 정상표지석 뒤로 난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새목재갈림길이 나온다(16:29). 직진하면 새목재로 내려섰다가 작성산(까치성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이곳에 오기 전만 해도 동산에서 새목재를 거쳐 작성산에서 무암사로 하산하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었는데 시간이 꽤 지체되었고, 비가 내릴 조짐이 보여 이 3거리에서 좌측으로 길을 틀어 하산길에 남근석을 보고 내려가기로 한다.


 

새목재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4분 정도 내려가면 [119 위치표시 금수산-02]지점인 3거리가 나온다(16:33). 이곳에서 직진하여 2-3분만 가면 돌무더기(케언)가 쌓여있는 동산 중봉(中峰, 885.6m)이다(16:35). 돌탑 위 소나무 가지에 중봉 표지판이 걸려있다.


 

중봉에서 내려서면 온통 소나무밭이 나온다. 완만한 노송 숲 오르막을 오르면 암봉 전망대가 나온다(16:45). 충주호의 모습이 아물거리고 사방은 잔뜩 찌푸려 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비가 몰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한 방울씩 비가 떨어지면서 바위에 달라붙는다.


 

이곳에서 조금 더 진행하니 돌탑이 쌓여있는 전망대가 나오고(16:50) 이어서 동산 성봉(城峰, 825.7m)이 나온다. 중봉에서와 같이 소나무 가지에 성봉 표지판이 걸려있다. 부근에 세워져 있는 학현리 아름마을 종합안내도에는 현위치가 성봉에 가기 전의 0.8km지점으로 되어 있는데 이 표시는 잘못된 것 같다.


 


 

5. 男根石의 偉容


 

♠ [17:03] 남근석 갈림길


 

성봉에서 남근석으로 내려가는 3거리까지는 암릉과 바위가 섞여 있는 급경사의 내리막길이다. [119 위치표지판 금수산-07]지점으로 이티산악회에서 남근석으로 가는 방향표지판을 걸어두었다. 방향표지에 따라 우측 내리막으로 내려서는데 급경사길이다.


 

암릉에는 곳곳에 밧줄이 메어져 있어 밧줄을 타고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중간 중간에 나타나는 전망대에서 사방을 조망하는 맛이 일품이고, 무암사가 내려다보이는 바위에서 다시 내리막을 내려선다. 아직까지는 축축하기는 하나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지는 아니하여 안도하면서 비를 맞지 않기 위하여 발걸음의 속도를 더한다.


 

좌측 능선상에는 낙타바위와 장군바위의 모습이 보이고, 계속 밧줄에 의지하여 내려가다 보니 어떤 침니 사이로 간신히 빠져나오게 된다. 다시 내리막  밧줄이 이어지고 평평한 바위 위를 걸어가다 보면 고대하던 남근석이 홀연 제모습을 나타난다. 


 

♠ [17:25] 남근석


 

처음에는 남근석이 무암사 인근의 평지에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산중턱에 의연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 남근석은 높이가 약 4m, 상단부(좃대가리) 직경이 1.5m, 하단부 2m 가량 되는 걸물로 거무튀튀한 색깔도 그렇고 남자의 그것과 너무나도 똑 같이 생겼다. 이 남근석이 주변 산세를 압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남근석의 위용-바라만 보라고 되어 있는데 손을 대고 말았다.

 

남근석 주위로 보호밧줄이 쳐져 있고, “바라만 보세요”라는 안내판이 하단부에 끼워져 있다. 이 물건을 바라만 보지 않고 만지는 사람(주로 여자일 듯?)이 많은 모양이다. 아들을 낳기 위해 치성을 드렸던 것으로 보이는 평평한 상석도 있다.


 

내가 지금까지 이 나라를 주유하면서 본 남근석 중에는 동산의 남근석이 최고의 명품이다. 조각가가 조각한 것처럼 물건의 모습이 참으로 사실적이고 절묘하고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사실 남자들은 저 물건 때문에 인생을 조진 사람이 많다. 저 당당한 기운을 세상을 향하여 제대로 쓰지 못하고 그저 구멍만을 찾다가 패가망신한 사람이 많다.


 

남근석의 양기를 맘껏 받음으로써 아침에 陰石에서 받은 음기는 상쇄되어 이제는 몸의 균형을 유지하게 되었다. 아침에 음석만 보고 이곳 남근석의 양기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빨리 몸의 균형을 회복할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고, 비가 세차게 내리기 전에 남근석에서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마침 큰비가 내리지 아니하여 바위를 타고 내려가는데 다행히도 별 어려움이 없다. 급경사의 바윗길을 요리조리 내려가는데 내려가는 것도 그리 만만치 않은 길이다. 산중턱의 남근석 하나만을 보기 위하여 올라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듯 하다. 아무나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남근석이 있다면 그 남근석의 가치는 별로 없을 것이다.


 

♠ [17:43] 무암사 도로


 

남근석에서 10여분 간 내리막을 내려오다 보면 수량이 많지 않은 계곡에 이르고 이 계곡을 가로질러 빠져나오면 무암사로 가는 포장도로가 나온다. 시간만 있으면 무암사에 들려 한적한 사찰의 정취도 맛보고 소부도도 볼만 한데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어 아쉬움을 뒤로 하고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 중간에 그럴듯한 SBS의 ‘대망’ 촬영세트장이 나온다(17:55). 그러고 보니 제천지역에는 사극이나 영화 촬영 세트장들이 많은 것 같다. 계속 비를 맞을 수 없어 할 수 없이 우의를 쓰고 내려가다 보니 무암계곡을 지나 음식점들이 나타나고 무암골에 도착함으로써 오늘의 산행을 종료한다(18:10).


 


 

6. 鳳鳴岩 정자의 뒷풀이


 

오늘도 휴식 포함 8시간 40분 산행을 했으니 당일산행으로서는 본전을 뽑은 셈이고 노가다 하루일당은 벌었다. 우리를 태우러 오는 버스에 탑승하고 적당한 식사장소를 찾아다니다 개설한지 얼마 되지 않는 다리 밑에서 비도 피할 겸 식사를 하기로 하고 버스를 세운다. 사람들은 왜들 다리 밑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버스에서 비와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다리 밑으로 가보니 사람들은 봉명암 위쪽의 정자 같은 원두막으로 옮겨 흥겨운 뒷풀이 자리를 가졌다. 신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장시간 산행을 하고 막걸리 한잔 마시면 누구나 신선이 된다. 김치를 쪼개어 섞은 삼겹살을 안주삼아 솔잎 막걸리 몇 잔을 마시니 금새 불콰해진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날은 어둡고 회장님의 독려로 아쉬운 뒷풀이를 마치고 짐을 정리하여 버스에 오르니 시간은 저녁 7시 40분. 버스는 빗속을 달리는데 버스 안에서는 즉석 열린음악회가 열린다. 영혼님이 술이 좀 되었는지 무아의 경지로 절규하듯 노래를 불러대고, 거사님도 이에 뒤질세라 한가락을 뽑는다. 여기에 낭낭한 다흰님이 ‘아싸아싸’ 백뮤직을 넣고, 지금까지 웰빙팀에서 이런 사태는 없었다.


 

버스는 휴일 정체를 피하기 위하여 중앙고속도로에의 제천IC에서 38번 국도를 들어서니 고속도로 저리가라 할 정도로 씽씽 달린다. 중간에 소피를 보느라 들른 휴게소에서 다시 캔맥주가 반입되고 빗속이지만 이런 吟風弄月이 없다. 버스는 일죽에서 중부고속도로로 접어들어 내리 달리니 밤 10시 30분 동서울터미널이다. 비는 더욱더 세차게 퍼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