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수요일), 7시 55분에 집을 나와서 106번 버스를 타고 의정부역 앞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 내린 정류장 건너편의 도평리행 138-5번 버스정류장에 닿으니 8시 35분. 그런데 8시 40분 출발로 알고 있던 138-5번 버스는 9시가 넘어도 오지 않는다. 산행을 포기하고 돌아갈까 망설이다가 좀 더 기다려 보니 9시 10분이 넘어서 도착한다. 버스의 차창에 붙어 있는 운행시간표를 보니 내가 어제 운수회사에 확인한 시각과는 다르다. 8시 40분과 9시 20분 출발로 들었는데 최근에 배차시각이 변경됐는지 8시 25분과 9시 15분 출발이다. 10분 늦게 도착했으니 40분을 기다려서 다음 차를 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백운계곡 입구에서 흥룡봉과 도마치봉, 백운산 종주를 하려면 상봉버스터미널에서 사창리행 버스를 타면 되지만 의정부 쪽으로 가는 것에 비해 돌아가게 되고 교통비도 비싸서 이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한 것인데 처음부터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게 된다. 게다가 출근시각이라서 의정부역까지 오는 버스에서도 30분간 배낭을 멘 채 서서 왔으니...

버스카드로 1300원이 결제된다. 9시 15분에 출발한 버스는 11시 8분에 도평리의 버스종점에 닿는다. 버스종점에서 등산화끈을 조이고 스틱을 펴고 나서 11시 17분에 백운계곡 쪽으로 출발하여 11시 55분에 백운계곡 입구에 닿는다.

백운계곡관광지 매표소에서 천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흥룡사로 걸음을 옮긴다. 흥룡사의 여러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흥룡사의 약수터에서 충분히 물을 마셔 두고 수통에도 가득 담는다. 흥룡사를 나서자 등로의 좌측으로 조선 인조 26년에 흥룡사의 보문암을 창건한 청암대사의 사리를 안치했다는 청암당부도가 보인다.


의정부역 앞의 버스정류장.


버스 차창에 부착된 138-5번 버스 운행시각표.


백운계곡과 흥룡사 입구.


흥룡사의 대웅전과 석탑.


흥룡사의 불상.


흥룡사의 약수터.


흥룡사의 청암당부도.


   백운 1교를 건너고 곧 이어 나오는 백운 2교를 건너면 좌측으로 꺾어져 오르는 백운산 서릉 들머리가 나온다. 그리고 화강암을 보도블럭으로 쓴 길로 직진하면 백운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옥류천의 와폭을 지나면 방향표지판이 나오고 흥룡봉으로 오르기 위해 우측으로 꺾어져서 옥류천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바로 가파른 능선길을 만나게 된다.

옥류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가파른 능선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능선삼거리가 있는 570봉이다. 이 곳에 앉아 15분 정도 쉬며 땀을 식히다가 다시 등로를 진행한다.


백운 2교를 건넌 후 직진하여 백운계곡으로 가는 길.


옥류천 와폭 근처의 방향표지판.


옥류천의 징검다리.


옥류천.


능선삼거리가 있는 570봉.

 

등로의 정경.

 

570봉에서 십여 분 진행하면 730봉이 나온다. 그리고 내리막길을 타서 안부를 지나 오르면 730봉에서 5분 후에 현위치가 649봉이라는 소방서의 안내판이 설치된 봉우리가 나오는데 지도상으로는 760봉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이 곳에 설치된 방향표지판에는 도마치봉까지 3.2 킬로미터가 남았다고 적혀 있다. 이 봉우리에서 내려가다가 안부에서 오르면 25분 만에 헬리포트에 닿는데 이 곳에 설치된 방향표지판에는 흥룡봉까지 2.5 킬로미터가 남았다고 적혀 있는데 여기서 1분만 더 오르면 흥룡봉이 나온다.

우측의 나무에 흥룡봉이라는 표기를 붙여 놓은 해발 774 미터의 흥룡봉은 바로 밑의 헬리포트에 비해 좁은 봉우리다. 이 곳에서 쌍봉낙타의 잔등 같은 기이한 모습의 가리산을 조망하고 동쪽에 있는 도마치봉과 그 바로 앞의 암봉을 바라본다. 꽤 험해 보이는 암봉이라서 험한 암릉을 우회하더라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을지 짐짓 걱정이 된다.

까마귀 한 마리가 흥룡봉 주변을 선회한다. 20분 정도 쉬다가 암릉길을 내려선다.


730봉.


649봉의 소방서 안내판과 방향표지판 - 도마치봉까지 3.2 킬로미터.


헬리포트 - 이 곳의 방향표지판에는 흥룡봉까지 2.5 킬로미터가 남았다고 표기돼 있으나 1분만 더 오르면 흥룡봉이 나옴.


나무에 흥룡봉 표기를 붙여 놓은 흥룡봉 정상 - 해발 774 미터.


흥룡봉에서 바라본, 흥룡봉과 같은 높이의 가리산.


흥룡봉에서 바라본 암봉과 그 뒤의 도마치봉.

 

흥룡봉의 암릉길을 내려서서 우측을 바라보니 경기도와 강원도를 가르는 한북정맥의 주능선 뒤로 화악산의 응봉과 촛대봉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암봉에 오르기 전에 스틱을 접어서 배낭에 넣고 손에 면장갑을 낀다. 표지기를 따라 암봉을 우측으로 우회하여 나아간다. 암봉의 좌측으로는 접근할 틈도 없는 낭떠러지다. 그리고 우측의 우회로도 미끄러져서 떨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벼랑이 내려다 보인다. 잠시 우회로를 진행하다 보니 흙바닥이 붕괴될 듯한 내리막이 나오는데 그 곳으로 사람들의 발자국이 보이지만 발을 디디다가 흙바닥이 주저앉으면 미끄러져서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는 지형이다. 한참 생각해도 어디로 진행할지 막막하다. 이 암봉이 예상외의 복병이다. 벼랑에 접한 수십 미터의 샛길을 되돌아 나와서 산행을 중도에 포기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갈까 생각해 보니 여기까지 고생하면서 오랜 시간 버스와 가파른 등로에 시달리며 온 것이 허무하고 보람이 없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망설이던 장소로 되돌아가서 붕괴될 듯한 흙바닥을 디디며 내려가려고 하니 흙바닥이 주저앉으면서 약간 미끄러지게 된다. 밑은 위험한 급사면이다. 위를 올려다 보니 암릉 위로 표지기가 보인다. 두 손으로 암릉의 돌출부를 잡고 기어 오르니 암릉길이 이어진다.

이 번에는 암릉길의 한복판에 큰 바위가 버티고 있는데 바위 우측의 우회로는 벼랑 옆의 바위로 오르게 돼 있다. 미끄러지면 상당히 위험한 곳이다. 그리고 암릉길을 가로막고 있는 바위에는 틈이 있는데 그 비좁은 틈으로 내려간다는 것은 배낭을 벗는다고 해도 불가능해 보인다. 한참 생각하다가 배낭을 바위 위에 벗어 놓고 우회로에서 오른 발을 먼저 바위 위에 올려 놓고 오른 손으로 바위를 잡고 오른다.

어렵게 암봉을 통과하니 헬리포트인 향적봉이 나타난다. 아마 아까 흥룡봉에서 조망한 암봉과 도마치봉 사이의 봉우리가 아닐까 추정해 본다. 향적봉의 방향표지판에는 도마치봉까지 1.0 킬로미터가 남았다고 표기돼 있다.

향적봉에서 다시 안부로 내려가서 도마치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은 백운계곡에서 570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능선길 만큼 힘겨운 구간이다. 암봉을 통과하기 위해 시달린 후라 더 힘겹다. 등로를 진행하며 우측에 도봉산의 암봉 같은 멋진 봉우리를 본다. 저 암봉이 지도상에 표기된 신선대일까?

향적봉에서 40분 가량 진행했을까. 숨이 가빠 오고 땀이 뻘뻘 나며 심한 갈증을 느껴 등로에 주저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15분 정도 쉰다. 도마치봉은 언제나 나타날 것인가. 이 건 고행을 넘어서서 자학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이렇게 위험하고 힘들고 장시간에 걸친 종주를 하는 게 무엇을 증명하려는 것인지 스스로 회의를 느낀다.

다시 일어나서 등로를 진행하니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헬리포트인 해발 937 미터의 도마치봉에 닿는다. 향적봉에서 한 시간 만에 닿게 된 것이다. 이 곳의 방향표지판에는 백운산까지 2.0 킬로미터, 흥룡봉까지 1.5 킬로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백운산까지의 거리 표기는 맞는 듯하지만 흥룡봉까지의 표기는 맞지 않는 듯하다. 표지판만 믿고 산에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무성의라는 생각이 든다.

도마치봉에서 국망봉을 바라본다. 언젠가는 올라야 할 산이다.


흥룡봉의 암릉길을 내려서며...


경기도와 강원도를 가르는 한북정맥의 주능선 뒤로 살짝 고개를 내민 화악산과 촛대봉.


암봉의 암릉길.


소방서 안내판과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헬리포트인 향적봉 - 도마치봉까지 1.0 킬로미터.


도마치봉으로 가는 길의 우측에 솟아 있는 암봉.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헬리포트인 도마치봉 - 해발 937 미터.


도마치봉에서 바라본 국망봉.

 

도마치봉에서 백운산까지의 등로는 경기도와 강원도를 나누는 한북정맥의 주능선이다. 이 주능선상에는 군작전로라는 표지가 가끔 보이고 통신선로도 깔려 있다. 밧줄이 설치된, 비교적 가파른 길을 오르니 도마치봉에서 20분 만에 해발 910 미터의 삼각봉에 닿는다. 삼각봉의 방향표지판에는 백운산까지 1.0 킬로미터, 도마치봉까지 1.0 킬로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백운산과 도마치봉의 중간에 위치한 셈이다. 이 곳에서 10분 정도 쉬다가 백운산으로 향한다.

삼각봉에서 15분 만에 삼각점과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헬리포트인 백운산 정상에 닿는다. 이 곳의 높이 표기는 904.4 미터로 돼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상에는 해발 903.1 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이제 다 왔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광덕고개로 하산하든지 백운산 서릉으로 하산하든지 선택하는 일만 남았는데 두 길 다 1년 전에 가 본 곳이므로 문제 될 게 없다. 바닥에 주저앉아 쉬고 있는데 두 사람의 산행객이 서릉으로 내려가는 길을 묻는다. 대답을 해 주니 그 쪽으로 내려간다. 백운계곡이 아닌 능선길의 등로에서는 오늘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잠시 바닥에 누워 본다. 적당한 휴식은 산행에서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지나친 강행군은 심신을 고장나게 할 뿐이다. 반면에 지나친 휴식은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게 된다.

절개지가 뚜렷하게 보이는 북쪽의 광덕고개 오름길을 조망한다. 그 위로는 광덕산이 치솟아 있다. 20분 정도 쉬다가 서릉을 향해 내려선다. 7시간 가까이 혹사를 당한 다리는 힘이 빠져 후들거린다. 서릉으로 내려서서 몇 분 진행하니 기암이 보여서 카메라에 담아 본다.


소방서 안내판과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해발 910 미터의 삼각봉 - 백운산까지 1.0 킬로미터.


백운산 정상의 방향표지판.


삼각점과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헬리포트인 백운산 정상 -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상 해발 903.1 미터.


백운산 정상에서 바라본 광덕산과 광덕고개 오름길.


백운산 서릉의 기암.

 

17분 정도 진행하니 소방서의 갈림길 안내판이 나오는데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로 보이는 좌측길은 사람들이 별로 이용하지 않는 듯하다. 우측의 능선길로 나아간다. 삼거리에서 십 분 쯤 진행하니 바위가 모래 처럼 잘게 부서져 있는 바닥의 암릉에 로프가 설치돼 있다. 작년 봄에는 설치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곳에 앉아 십 분 쯤 쉬는데 뒤의 나무 위에 새 한 마리가 내려 앉아서 시끄럽게 운다. 아마 새끼가 있는 둥지가 그 나무 위에 있나 보다. 한참 울다가 잠잠해진다.

다시 일어나서 좀 더 진행하니 현위치가 암반지역이고 사고다발지역이라는 소방서의 위험경고표지판이 보인다. 이 곳에도 작년 봄에는 없던 로프가 설치돼 있다. 좌측이 급사면이어서 미끄러지면 상당히 위험한 곳이다. 작년 봄에는 로프를 설치하지 않았던 이 두 곳에서 매우 긴장을 했었는데 1년간 산을 자주 다니다 보니 이제는 로프가 없더라도 이 정도는 쉽다는 생각이 든다.

암반지역에서 흥룡봉으로 오르는 능선 뒤로 고개를 내민 가리산의 정상부분을 바라본다. 그리고 곧 현위치가 봉래골이라는 소방서의 안내판과 함께 암릉의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암릉길이 한참 이어진다.


로프지대.


흥룡봉으로 오르는 능선 뒤로 가리산이 고개를 내밀고...


봉래골의 방향표지판.


봉래골의 암릉 내리막길.


암릉길의 정경.

 

백운산 정상에서 내려선 지 1시간 35분 만에 아까 백운 2교를 건넌 직후, 좌측에 보였던 백운산 서릉 입구에 닿는다. 버스 시간이 임박해서 계곡에 발을 담그기는커녕 식사도 하지 못 하고 갈 길을 재촉한다. 그리고 아까 서릉의 로프지대에서 쉬면서 물을 다 마셔 버렸기 때문에 갈증도 난다. 계곡을 바라보며 흥룡사까지 내려와서 흥룡사의 약수터에서 약수를 마음껏 마시고 수통에 가득 담는다.

백운계곡의 매표소를 나서니 19시 40분이 다 된 시각이다. 도평리의 버스종점에서 20시 정각에 138-5번 버스를 타야 되는데 걸어가면 그 시각까지 닿지 못 한다. 차들이 빠르게 질주하여 얻어 탈 엄두도 내지 못 하고 바쁘게 걷고 있는데 마침 빈 택시가 와서 손을 드니 멈추려고 하다가 그냥 가 버린다.

황당해서 뛰다시피 해서 버스종점까지 도착했지만 5분이 늦어서 버스는 이미 떠났고 다음 버스는 21시 45분이라고 한다. 1시간 40분을 기다릴 수도 없어서 20시 30분에 출발하는 수유리행 직행버스에 타고 의정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버스요금 오천원을 내고 의정부역 앞에서 106번 버스를 타고 귀가한다.

버스를 기다리느라고 식사도 하지 못 하고 배낭에 준비한 약간의 간식으로 때우고 귀가해서 자정이 다 된 시각에 식사를 하게 된다.

이 번의 종주길은 도마치봉에서 백운산에 이르는 한북정맥 주능선길은 순탄했지만 백운계곡의 옥류천에서 570봉까지 오르는 가파른 능선길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몇 번씩이나 산행을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던, 흥룡봉과 도마치봉 사이의 험준한 암봉이 최대의 복병이었다.

그리고 오늘 종주한 지역의 산들이 바위가 많은 육산이라는 게 정설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은 바위산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정해 본다. 산의 표층이 바위가 미세하게 부스러진 형태로 바위산들에서 흔히 보이는 표층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백운산 서릉 날머리.


백운계곡의 모습 1.


백운계곡의 모습 2.


도평리의 버스종점으로 내려가는 길.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