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바래봉 때늦은 철쭉산행, 하지만 썩어도 준치 (?)

산행일 : 2005. 5. 22(일). 대체로 맑음.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인월 흥부골 자연휴양림(08:13)

  ☞ 갈림길(09:05)

  ☞ 능선(09:14)

  ☞ 인월, 덕두산 가는 삼거리(09:36)

  ☞ 덕두산(09:43. 1,150m)

  ☞ 헬기장 (09:50)

  ☞ 바래봉(10:17~10:23)

  ☞ 바래봉 삼거리 (10:34)

  ☞ 팔랑치 (10:55. 1,010m)

  ☞ 헬기장밑 언덕 (11:13~11:37. 점심)

  ☞ 1123봉 (12:00~12:07)

  ☞ 산덕리 내려가는 갈림길 (12:15)

  ☞ 임도(산덕리와 공안리 갈림길) (12:23)

  청소년 야영장 내려가는 갈림길 (12:52)

  ☞ 임도(다시 돌아온 산덕리와 공안리 갈림길)  (13:17. 54분 허비)

  ☞ 산덕리 (13:52)

산행시간 : 약 5 시간 40분 (사진 249장 촬영하느라 거북이 산행)

구간별 거리 :

 이정표가 거의 없어 산정 불가능.

산행거리 :  ? km

산행지도

빨간선은 산행한 코스. 보라색선은 자전거 이동 선

  

산행기

  썩어도 준치라…….

며칠 전 아내와 재래시장엘 갔었는데, 마침 준치가 나와 있었다. 썩어도 준치란 말이 과연 맞는지 궁금해서 몇 마리를 샀다. 조림을 좋아하는지라 아내가 정성들여 조림요리를 하여 식탁에 올려놓은 것이 제법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생선살을 뜯어 입에 넣으니 맛은 좋은데 웬 놈의 가시가 그리 많은지 도통 먹을 수가 없어서 두 젓가락만 대고 만 기억이 난다. 생김새와 맛이 전어와 비슷한데 크기만 다를 뿐이다.

전어는 잔가시가 많아도 그렇게 억세지 않으니까 먹을 만한데, 준치는 아예 먹을 수가 없을 정도로 강한 가시로 온통 무장을 하고 있었다. 왜 썩어도 준치란 말이 나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오늘은 한산 가족들이 민주지산 삼도봉에서 만나는 날이다. 많은 가족들이 참석 가능한지를 전화로 물어왔지만, 보고 싶은 님들을 만나러 가지 않고 철 지난 바래봉 철쭉을 보러간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장거리 운전만 하면 습관적인 졸음운전으로 항상 생명이 위태위태(?)한 것이 가장 큰 이유요,

둘째는 민주지산이 남도에서는 접근하기가 가장 까다롭다는 것이다. 왕복 7시간이 소요되는데다가 오래된 지프형차라서 소음과 진동이 심해 장거리만 뛰고 나면 파김치가 되고 만다.

같이 갈 사람만 있으면 둘이 교대로 운전하고 가면되니까 얼마든지 참석하였을 것이다. 방학 중이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지난주에 가족 나들이(백운산 어치계곡) 때문에 산에 안 갔었는데, 이번 주에도 안 간다면 몸의 리듬이 깨질 것 같아 민주지산이 잘 보이는 바래봉에라도 올라 산하 가족들의 행복한 만남을 기원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싶었다. 

 

  운봉읍에서 물어물어 산덕리 마을을 찾아 날머리에 자전거를 붙들어 매어놓고, 차를 몰아 인월로 향한다. 인월읍에서 한 농부에게 덕두산 산행들머리를 여쭈어보니 흥부골 자연휴양림쪽을 가르쳐주어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흥부골 자연휴양림
 

  휴양림을 벗어나 널따란 임도를 따라 오르는데 곳곳에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며 미소를 짓고 있다.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초반부터 거북이 산행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천남성을 두 번이나 보는 감격을 맛보면서 능선에 올라선다. 능선에서도 조망이 트이질 않다가 인월내려가는 삼거리 지나 덕두산에 오르니 비로소 사방이 트이면서 지리주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 달 초에 저 길을 감동을 하며 종주를 했었는데…….  다음엔 언제나 종주를 할 거나.

  

은대난초


 

 벌깨덩굴 

  

졸방제비꽃

  

오미자 꽃  

 

천남성

  

처음으로 올라선 능선. 왼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인월(왼쪽)과 덕두산(오른쪽)가는 갈림길 

 

별볼일 없는 덕두산 정상. 하지만 천왕봉은 잘 보인다.

  

쥐오줌풀 군락

  

  애기나리

 

솜대  

 

  덕두산을 내려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중년의 부부가 올라오고 있다.

“팔랑치 철쭉꽃 다 졌죠?”

“예. 그래도 여기보단 많이 피었습니다.”

바래봉 올라가는 길은 제법 급경사다. 그래도 그리 길지 않아서 금방 오른다.

바래봉 정상엔 2년 전까지만 해도 정상표지가 없었는데, 나무로 정상표지를 세워놓았다.

그 표지목 하나를 가운데 두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느라 좀처럼 표지목만을 찍을 수가 없다.

  

  

바래봉 (정상은 저 너머에 있어서 보이질 않는다.)

  

바래봉 바로 전 능선상에서 바라본 천왕봉(왼쪽 가장 높은 봉)

  

바래봉 바로 전의 병꽃나무 (꽃모양이 마치 여인이 예쁜 드레스를 입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모습이다.)  

 

저기가 바래봉 정상

  

  조망 한 번 끝내준다. 민주지산쪽을 바라보며 보고 싶은 님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지리 주능선을 바라보며 아는 봉우리 하나하나를 짚어본다. 팔랑치쪽을 바라보니 기대했던 대로 철쭉꽃은 거의 전멸이다시피 사그러들어 있었다. 지난주가 절정이었었는가 보다.

굉음을 울리고 땅을 파헤치며 산악오토바이 동호인들이 올라오고 있다.

멋있게 보이기도 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도 대자연의 일부분으로 보일뿐만 아니라 나의 눈엔 멋진 사나이들이요, 모델들이다.

  

멀리 만복대와 정령치쪽이 보이고, 가깝게는 팔랑치가 보이지만 철쭉꽃은 오간데가 없다.

  

바래봉의 산악오토바이 동호인들. 왜 저리 멋있게 보이는지...부럽다. (줌 촬영)

  

바래봉  

 


바래봉 삼거리 

 

  팔랑치로 내려가면서 운봉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바라보니 산님들이 구름같이 몰려오고 있다. 북쪽사면에만 철쭉이 조금 피어 있을 뿐 바래봉에서 팔랑치까지는 철쭉꽃이 거의 시들어 없어지고 있었다.

  팔랑치를 지나 헬기장에 올라서 1123봉쪽을 바라보니 아니 이럴 수가!

헬기장에서 1123봉 사이구간은 철쭉이 만개를 하고 있었다. 같은 산, 거의 비슷한 고도에서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철쭉꽃이 가장 멋진 곳 가까운 언덕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일어서려는데, 아래쪽에서 전문 사진작가인지는 몰라도 한 사람이 커다란 카메라를 삼각대에 거치시키고, 멀리 있는 산님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사진을 찍어댄다. 말투도 공손함과는 거리가 먼 강압 조다.

“아저씨! 앉으세요. 머리, 머리! 비켜주세요. 아이참, 거기 앉으세요.”

지나가던 산님, 사진 찍던 산님 모두가 놀라서 황급히 비켜선다.

산 전체를 전세 냈나? 자기 사진찍는것만 중하고, 다른 사람 사진 찍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가보지? 작품 사진 찍으려면 아침 일찍 올라와서 한가할 때 찍으면 될 일을 왜 저리 호들갑을 떠는지 원…….

 

운봉에서 올라오는 임도


 

바래봉 삼거리 지나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 내려다본 운봉쪽 주차장

 

운봉쪽 주차장과 저수지. 멀리 차도에까지 주차되어 있다. (줌 촬영)

 

팔랑치, 북쪽 사면에만 조금 피어 있다.

 

철쭉이 가장 화려하고 볼만한 팔랑치이지만 때가 지나 버려 아쉽다. 

 

팔랑치에서 바라본 바래봉

 

팔랑치

 

헬기장에서 바라본 1123봉(왼쪽)과 정령치 가는길의 능선

 

헬기장에서 바라본 팔랑치와 바래봉

 

헬기장에서 바라본 1123봉 가는 길의 정원사(면양들)가 가꾸어놓은 듯한 화려한 철쭉.

저렇게 둥글 둥글 아름답게 무리지어 피어 있어서 전국적인 철쭉명산으로 유명해졌다.

 

점심을 먹으면서 바라본 철쭉군락

 

왼쪽 언덕에서 점심을 먹고난 후 철쭉터널을 지나며...

 

가장 색깔이 선명한 산철쭉

 

  빤히 보이는 1123봉은 상당한 체력을 요할 정도로 오름이 힘들어 좀처럼 정상을 보여주질 않는다.

1123봉은 항상 그렇듯이 점심식사하기에 최고로 적당한 곳이다. 마음 같아서는 정령치까지 가고 싶지만 저 산 아래 홀로 기다리고 있을 자전거를 생각하면 산덕리로 내려가야만 한다.

  

1123봉을 오르는 산님들

  

1123봉을 오르다가  

 

 

1123봉에 올라

 

1123봉의 산호랑나비

 

1123봉에서 바라본 바래봉. 아직도 오른쪽 능선에 오토바이 동호인들이 모여있다. (줌 촬영)

 

1123봉에서 내려오다가 참나무문을 통과하면서. 왼쪽 사람들

있는곳으로 내려가면 공안리와 산덕리로 내려갈 수가 있다.

 

  임도까지는 금방이다. 이쪽으로 올라오는 산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오는지라 몇 번이나 한쪽에 비켜서서 길을 양보하여야만 하였다.

자전거가 잘 있는지 한 산님에게 물어본다.

“오시는 길에 혹시 자전거 못 보셨어요?”

“아, 저 아래 자전거. 보았지요. 내가 들고 가려다가 기둥을 뽑을 수가 없어서 그냥 왔습니다. 하하!”

임도 왼쪽을 가리키며 하는 산님 말에 임도에 내려서자마자 물어볼 필요도 없이 임도 왼쪽 길로  내려간다. 조망도 거의 없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임도.

한 아주머니가 나물을 뜯으며 오고 있었다.

“혹시 올라오시다가 자전거 못 보셨어요?”

“못 보았는데 예.”

지도를 꺼내보고 나침반을 쳐다보니 북서쪽으로 가야하는데, 이상하게 남서쪽으로 계속가고 있었다.

아뿔싸, 이 길이 아닌가 벼.

아까 임도에 내려서자마자 오른쪽으로 가야했었는데…….

되돌아서서 오던 길을 다시 걸어간다. 가끔씩 이런 실수를 한다. 한 시간 가까이 아까운 시간만 낭비했다.

 

임도. 왼쪽으로 가면 공안리 청소년야영장, 오른쪽으로 가야

산덕리로 하산할 수가 있는데, 왼쪽으로 가는 실수를 한다.

  

 

함박꽃 (줌 촬영)

 

저 길(공안리 청소년 야영장 가는길)이 아닌가벼

 

  산덕리 내려가는 길도 무지하게 지루하고 길다. 저만치 쇠기둥에 붙들어 매놓은 자전거가 눈에 들어온다.

‘잘 있었어? 반갑다.’

사과 한 개를 꺼내 단숨에 위에 집어넣은 후 자전거 여행에 들어간다.

  한적한 시골길을 자전거가 한대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간다. 지나는 차들조차도 멀찍이 떨어져서 추월해간다.

인월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라 그다지 힘들지 않게 흥부골 자연휴양림에 도착한다. 오랜만에 해보는 자전거 하이킹이라서인지 너무 상쾌하다. 대학 때 친구들하고 유성에서 대청댐까지 자전거 하이킹을 갔다오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리에 쥐가 나서 혼쭐이 난적이 있었지만 그때 무지하게 재미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으름꽃

  

고추나무


산덕리 내려가다가

 

산덕리 작은 저수지의 멋진 소나무

 

신기리에서 바라본 바래봉 능선

 

노란꽃창포

 

가로수가 온통 이팝나무라서 무척 아름답다.

 

이팝나무꽃

 

흥부골 자연휴양림 입구

 

  자연휴양림 오르는 길은 급경사라 지친 몸으로 자전거 타고 오르기가 힘이 들어 내려서 끌고 올라가다가 나무에 자전거를 매어놓고 빈 몸으로 걸어 올라간다.


   귀가길에 고려 말 이성계장군이 왜구를 섬멸한 황산대첩기념비에 들른다. 황산대첩에 대해 상당히 자세하게 기록해 놓은 기념비석(기념비석이 세 개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국한문 혼용체라 그런대로 읽을 수가 있다.)을 앞뒤로 모두 흥미진진하게 읽어본다.

아이들과 같이 왔더라면 현장학습(문화유적탐사)으로 매우 훌륭한 가치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황산대첩비 기념 비각

  

황산대첩비

  

일제 강점기에 일인들이 파괴해놓은 황산대첩비

  

붓꽃. 황산대첩비 기념비각의 마당에서  

 


 가운데 점만 하나 찍으면 영낙없는 사람 얼굴형상이다. 구례 오산 정상 부위의 패러글라이딩 팀. 귀가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