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자 : 2005년 5월 14일(토요일)

2.산행경로 및 구간별 도착시간 : 정령치 휴게소(04:50→고리봉(05:24)→세걸산(06:57)→1122.8m봉(08:25)→바래봉(10:20)→임도(10:35)→용산마을(11:50)

3. 산행거리 및 고도표: 약 14.7 km

4. 산행시간 : 약 7시간

5. 산행동참 : 국회산악회 여러분
6. 날씨 : 구름이 거의 없는 맑은 날씨로 기온은 10 ℃ ~ 25 ℃정도.
7. 遊山記

 

작년 봄에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면서 성삼재에서 정령치를 지나 고기리로 하산하는 구간을 지나가면서 도중에 꺾어지던 서북능선을 한 가닥 그리움으로 떠올려보던 때를 생각해보니, 그때로부터 1년여만에 서묵능선의 하이라이트인 바래봉 철쭉 구경을 가게된 것이 얼마나 바래왔던 일이었던가? 이번 산행은 아내와의 첫 번째 장시간 산행인지라 그동안 3시간 이내의 산행에만 익숙해 있는 아내가 얼마나 잘 버텨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상식과 대간 길 경험으로 미루어 감언이설로 나만 믿고 산행하면 된다고 꼬드겼다.

 

다음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상식의 요지로서  첫째, 바래봉 철쭉의 특징은 허리나 사람정도의 키에 군락을 이루어 빽빽하고 둥그스름하게 잘 가꾸어 놓은 것 같고, 진홍빛으로 붉게 물들어 있다. 산 중간부 구릉지대, 8부능선의 왼쪽, 바래봉 정상아래 1100미터 부근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팔랑치로 이어지는 능선에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곳은 정상부근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약 1.5km 구간으로 팔랑치 부근이 가장 많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팔랑치에서 능선을 계속 따라 1,123봉으로 오르는 능선에도 철쭉이 군락을 이룬다.

 

둘째, 바래봉 철쭉의 개화시기는 기온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4월 하순 산 아래부터 피기 시작하여 약 3주부터 한달 간에 걸쳐 정상 부근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능선까지 피어 올라간다. 올 봄에는 갑자기 봄에서 여름 날씨로 이행한 때문에 운봉쪽에서 4월 중순에 개화가 시작되어 정상 부근에서는 5월 초순까지 만개하게 된다고 산악회에서 그리 일정을 잡게 되었단다.

 

셋째, 바래봉 등산코스는 대표적인 경로로서 정령치 산행기점코스(정령치- 고리봉- 세걸산 -세동치- 부운치- 팔랑치 - 바래봉- 용산리주차장)는 6시간정도 걸린다. 단체산행의 경우 7시간으로 가장 장시간이 필요하며 이 경우 보통 무박 산행으로 진행된다.
당일 산행코스로 유명한 것은 운봉 용산마을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코스로서  산행기점은 축산고등학교쪽의 용산마을에 주차장에서 조금 가면 산밑에 이르고 여기서 왼쪽의 철쭉길로 들어선다. 5부 능선의 중간 구릉지대의 철쭉이 만개할 때 이를 즐기며 올라갈 수도  있고, 산 밑에서 오른쪽 운지사를 거쳐 올라가 만나는 길이 있는데 이 길은 햇볕을 받지 않고 숲속으로 산행을 할 수 있지만 다소 가팔라 힘이 든다. 이 경우 바래봉 아래 주능선에 올라서 바래봉을 올랐다가 내려와 능선을 타고 팔랑치 철쭉군락지로 향한다. 팔랑치에서 부운치 가는길로 능선을 타고 철쭉이 있는 곳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온다. 주차장에서 팔랑치까지는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총 산행시간은 왕복 4-5시간 정도가 필요하다.

 

이같은 상식을 가지고 금요일 밤 11시 30분에 직장을 출발, 아내는 생애 첫 무박산행인지라 잠을 못 이루는 것 같아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지만 비몽사몽간에 새벽 4시30분에 정령치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정령치에서 바래봉까지는 9.4km의 거리이지만 거의 내리막길이어서 산행이 비교적 쉽다.


정령치에 도착을 했을 때는 랜턴없이 산행하기에 어렵지 않은 4시 55분. 벌써 여명이 희부옇게 비쳐와 스틱만 챙겨들고 첫 고비인 고리봉으로 올라갔다. 산행을 시작한 지 20분 남짓, 고리봉 정상에 도착해보니(5:14) 고리봉 능선에도 철쭉이 활짝 피어있고 쾌청한 날씨에 찬란한 아침 햇살이 비쳐 천왕봉과 중봉, 하봉, 반야봉이 어스름 산그리메를 드리우고 있었다.(5:24)

 

고리봉(1248m)에서 세걸산(1207m)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는 가벼운 암릉이 나타나고 1275m봉을 지나고 나서는 조릿대도 散見된다. 이 능선 상에서 잠깐 사진촬영을 하는 사이 그동안 같이 오던 아내가 지나쳐가는 바람에 아내와 헤어져 앞서가는 줄 알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가니 아무리 찾아도 아내의 자취는 없고.........

 

세걸산(07시)까지 지나서야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 관계로 부지런히 내리막을 내려가니 헬기장 바로 앞에 세동치 갈림길이 나타나고 조금 가서 오른 쪽에 산행대장이 설명한 비박에 딱 걸맞는 풀밭이 나타났다. 식사자리에서 아내를 대하고 미안한 마음에 어떻게 된 거냐고 캐묻는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슬슬 걸음이 느린 팀이 출발하니 7시 30분!
 
부운치는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야 했고, 부운치를 지나자 삼각점이 있는 1122.8m봉의 정상이 나타났다. 정상은 약 5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평평한 공터이고 조망이 아주 좋다.

여기서 다시 지난번 금강산 길에 사온 장뇌삼단묵(젤리 제품)을 나눠먹고 힘을 내어 눈앞에 펼쳐진 팔랑치부터 바래봉 철쭉길을 걸어간다.

아침 일찍인지라 비교적 정체는 일어나지 않았고 아직 붐비지 않아서인지 분홍색 철쭉, 자홍색 산철쭉, 연분홍 진달래가 무리지어 만발한 곳곳마다 사진작가들이 늘어 서 있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불문하고 일찍부터 사진 장비를 둘러메고 이곳까지 오느라고 힘이 들었을 텐 데도, 그들 나름대로의 기쁨과 만족을 위해 애쓰는 보습이 보기 좋았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바래봉 철쭉군은 牧草地에서 군락을 형성한 산철쭉으로서 운봉 지역은 해발 500m 의 고지대이며 지리산 북서쪽 일대의 생태적 교두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생태학적 가치를 지닌 철쭉 군락이 한꺼번에 몰리게 되는 수많은 탐방객의 무의식적인 훼손 및 교란에 의하여 망가져 가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 아름다운 경관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시급한 대책과 실천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팔랑치에서 능선을 타고 가니 바래봉 아래 갈림길, 왼쪽은 운봉 축산기술연구소 쪽으로 하산하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산불감시초소와 식수가 있다. 아내는 장거리 산행에 지쳐가고, 하는 수 없이 갈림길에서 동행한 일행들을 따라 임도로 하산할 것을 당부한다. 이 갈림길에서 바래봉을 올랐다 내려오는데 30여분 정도 소요된다. 바래봉 갈림길이 가까워질수록 용산제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갓 서너 살이 되었을까 하는 어린이를 부여안고 올라오는 가족도 보이니, 이곳까지 올라오느라고 힘깨나 빼었을 것 같지만 희희낙락하는 가장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엿보이지 않는다.

 

바래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도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다. 마지막으로 나무는 없고 풀만 무성한 바래봉 가는 길을 올랐더니 좁은 정상에는 먼지만 일고 멀리 덕두, 인월로 하산하는 경로가 눈에 들어온다.

바래봉(1165m)은 천왕봉,반야봉,노고단,덕두산 축을 잇는 태극종주 능선의 줄기로서 동식물의 생태 이동통로 노릇도 하고 있다고 한다.

바래봉에서 덕두봉까지 1시간 ,다시 인월까지 1시간 30분이면 되는데 버스가 용산마을에 주차해 있어 오늘은 서북능선을 맛보지 못하고 운봉쪽으로 하산하게 되었다. 길은 두갈래로서 임도를 따라 가거나 또는 임도 중간지점에서 좌측으로 운지사 쪽으로 내려오는 하산코스를 GPS에 담아갔지만 아내를 임도 따라 내려가라고 한 참이어서 부지런히 좇아갔다. 하산할수록 등산객은 더욱 많아져서 내려가는 사람은 극소수고 바위로 포장된 임도가 올라오는 사람으로 만원이어서 운지사로 내려가는 것이 편할 뻔했다. 고도표를 보면 뚜렷한 것처럼 용산마을에서는 6km 이상의 지속적인 오름 길이라서 2시간 이상 소요(무려 700M의 고도차가 있슴)되고 하산하는데 만도 1시간 20분이상이 걸린다. 다행히 하산 길에 아내를 만나 천천히 쉬며 내림길의 철쭉도 만끽하며 쉬엄쉬엄 내려간다.

 

하산길 오른쪽으로 국립종축원 운봉 목장과 고남산이 뵈자 산행길이 끝났음을 아쉬워하며 아내 눈치를 보니 몹시 괴로운 것 같다.

출발 전에 안면 마스크를 사서 햇빛을 가리라고 했지만 덥다고 계속하지 않아서인지 돌아오는 길부터 귀가해서까지 열 두드러기가 일어 괴로워한다. 다리에 알통이 배겨 힘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차, 이제는 아내와 장거리 산행은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모처럼 좋은 구경거리를 나 혼자만 보지 않고 같이 즐겼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으며 산악회 감사님이 소개한 식사장소인 번암의 매운탕집으로 발길을 옮긴다.

 

모처럼 아내 함께 찾아온 철쭉 길에
아침햇살 눈부시게 서북릉을 비추이나
힘겨워 숨 몰아쉬니 바래봉은 어디인고

 

팔랑치 고개 마루 무리 지어 핀 꽃마다
紫紅으로 眞紅으로 美色을 자랑하나
연분홍 진달래꽃이 고울 손 으뜸이라.

 

나이 들어 철들었나 마나님 눈치보며
혼자 보던 春山佳景 같이 봄을 자위하니
영원한 산행 동무는 어디 있나 헤매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