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5. 9. 8(목) 맑음

- 산행자 : 고요, 신기루, san001

 

- 산행요약

■ 코스 : 용화Ⅰ매표소~족두리봉~비봉능선~대남문~대성문~형제봉능선~정릉매표소

■ 시간 : 산행시간 4시간3분, 총시간 8시간46분

■ 구간별

용화Ⅰ매표소~(38분)~족두리봉~(17분)~사거리안부~(33분)~비봉능선~(19분)~사모바위~(9분)~승가봉~(14분)~문수봉암릉갈림길~(25분)~문수봉~(5분)~대남문~(7분)~대성문~(19분)~일선사갈림길~(9분)~만생정갈림길~(15분)~영추사갈림길~(24분)~보국문갈림길~(7분)~정릉매표소


 

- 산행기

 

일반적으로 야등이라 하면 초저녁에 올라갔다가 밤에 내려오는 산행이다. 하지만 이런 산행도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신기루님에게는 여의치 않는 일. 100산 산행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한밤을 지새우는 심야 산행으로 대신한다.

 

태풍 나비의 영향을 피해 목요일 날짜를 잡는다. 모처럼의 심야 산행이지만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밤이 긴 것 같아도 걷고 술한잔 하다보면 날을 금방 밝아온다. 심야 산행의 낭만은 청춘의 추억같다. 다만 그 다음날 피곤함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다.

 

불광역에서 맥주와 과일을 준비하고 고요님을 만난다. 장거리 산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상당히 배낭이 크다. 큰 배낭 속에 담겨진 고요님의 마음을 읽으며 고마움을 느낀다.

독박골 대교정 식당앞에서 신기루님을 만난다. 신기루님과 함께 하는 두 달만의 산행이다.

 

어둠 속에 용화Ⅰ매표소에 접어든다. 그믐이 지난 지 오래되지 않아 상당히 어둡다. 밤이라고 달은 항상 하늘에 있지는 않다. 요즘 같은 초생달은 오전3시가 되어야 볼 수가 있다.

바람마저 잠든 밤공기는 의외로 무덥다. 긴 팔옷을 바로 반팔로 접는다.

 

능선에 올라 너럭바위에서 첫 휴식을 갖는다. 불야성을 이루는 서울의 야경. 하늘은 붉은 기운이 가득 차다. 하얀 너럭바위도 빛을 반사하여 랜턴을 꺼도 어둡지가 않다. 맥주 한잔으로 입가심을 하는 사이 더위를 참지 못하고 고요님이 반바지로 갈아 입는다.

 

족두리봉 슬랩은 우회하여 오른다. 족두리봉에 오르자 비로소 바람이 불어온다. 분명 달은 없는데도 불빛이 없는 북한산마저 그렇게 어둡지 않다. 인간이 만든 불빛이 이렇게 밤이 되면 어둡다는 자연의 이치조차 바꾸고 있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혹시 하며 하늘을 쳐다보지만 별은 보일 리가 없다.

또다시 가볍게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족두리봉은 우회하여 향로봉으로 향한다. 사거리안부를 지나 향로봉 위험구간으로 가는 가파른 길을 오르며 비오듯 땀이 흘러내린다. 덕분에 산행 초반 약간 졸리던 눈이 말똥말똥해지며 콘디션이 좋아진다.

향로봉 위험구간에는 출입금지를 위해 새로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보기 흉한 밧줄보다 훨씬 깔끔하다. 그러고 보니 독박골 방향 이정표가 전부 새단장을 하고 있다. 친절하게 십m 단위까지 기록된 것으로 보아 실측을 하지 않았는가 추측된다.

 

비봉으로 가는 도중 너럭바위에서 휴식을 갖는다. 술한잔하며 쉬엄쉬엄 가려고 하였으나 고요님이 다소 피곤해 하는 모습. 이왕 쉬려면 자리를 잡고 편히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서둘러 비봉으로 향한다. 

 

비봉을 지나 사모바위에 공터 위에 자리를 편다. 생각보다 바람이 차지가 않다. 계속 먹으면서 올라와 배는 고프지 않지만 심야산행에서 빠질 수 없는 컵라면을 먹는다. 

라면을 안주삼아 본격적으로 술잔을 기울인다. 준비해간 다양한 종류의 술... 맥주, 막걸리, 백세주와 소주... 이 입맛을 당긴다. 게다가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과 검은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북한산의 봉우리들이 눈을 즐겁게 하니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특히 비봉은 완전히 새로운 비봉이다. 갑옷을 입은 장군의 머리 같은 모습. 복잡한 속살을 어둠속에 모두 감추어 버리고 비봉의 검은 외곽선만이 붉은 기운이 감도는 하늘아래 우뚝하다. 서울의 불야성은 새벽 2시, 3시가 넘어도 사그러둘줄 모른다.

 

가득 찬 술잔에는 산과 인생 이야기가 녹아내리고 한병 한병 비워지는 빈 술병속에 어둠은 점점 깊어만 간다. 술을 한잔도 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하는 고요님이 더욱 피곤한 모습을 보인다. 얼마나 고역일까. 고요님이 잠시 한켠에서 쉬는 사이 붉은 하늘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서울의 밤 중 가장 어두운 시간은 새벽임을 확인한다.

세시간여의 술자리를 끝내고 잠시 눈을 붙이려 바닥에 등을 붙인다. 앉아있을 때는 홑옷이 약간 춥다고 느꼈지만 바닥은 그렇게 포근하다. 눕긴 누웠지만 잘 시간은 없다. 순간적으로 깜빡 한 사이 신기루님이 가자고 깨운다.

 

오전 5시20분 출발. 여전히 해가 뜰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다. 10여분 더 걸어 문수봉 암릉 갈림길에 접어들며 날이 밝아온다. 순식간에 희미해지는 랜턴의 불빛. 밝아지는 만큼 조급해지는 일출에 대한 기대. 밤새 맑던 하늘도 새벽녘부터 구름이 많아져 걱정이다.

 

문수봉 암릉길을 오르자 설상가상 빗방울이 흩날린다. 일출을 볼 수는 없겠지만 한두방울 얼굴에 스치며 지나가는 빗방울이 신선하다.

문수봉에 올랐으나 동쪽은 구름이 가득하다. 2분 뒤 갑자기 붉어지는 하늘. 아! 일출. 하지만 20초 가량 둥근 갓만 살짝 고개를 내밀더니 이내 구름속에 자취를 감춘다. 어쨌든 일출을 보고나자 뭔가 이루어내었다는 보람을 느낀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 마음이 조금씩 바빠진다. 하산은 형제봉능선에서 정릉매표소 방향으로 가기로 하고 신기루님의 아지트인 석수천을 거치기로 한다. 석수천은 북한산의 수많은 샘터 중 유일하게 그 존재를 몰랐던 곳으로 100산 산행에 대한 계기가 마련된 곳이다.

 

대성문에 지나면서 빗방울이 상당히 굵어진다. 때 아닌 우중산행. 빗줄기속에서도 의외로 시야는 좋다.

일선사 갈림길을 지나 정릉계곡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은 모두 세가지가 있다. 두 번째 갈림길을 내려가야 영천을 거쳐 석수천으로 갈 수 있는데, 순간 착각을 하고 첫 번째 갈림길에 접어든다.

만생정 약수터를 지나 영추사 갈림길을 지나면 길을 잘못 든 것을 확인한다. 고요님에게 소개 시켜주지 못해 너무 아쉬워하는 신기루님. 내가 도리어 미안하다.

 

정릉매표소에 도착한 시간은 8시가 다 되어 간다. 할 일을 많고 시간은 없지만 하산주를 생략할 수는 없다. 수제비집에서 막걸리와 소주로 또다시 대화를 즐긴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는 고요님을 보며 9시30분이 되어서야 간신히 일어난다.

 

산...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이다.


 

- 산행일정

   23:09   용화Ⅰ매표소 : 족두리봉 1.02km, 독박골 0.26km

   23:26   갈림길 : 용화Ⅱ매표소 0.18km, 용화Ⅰ매표소 0.31km, 족두리봉 0.45km

   23:32   바위지대

   23:46   출발

   00:01   족두리봉

   00:45   출발

   01:02   사거리안부

   01:14   향로봉 위험구간 앞

   01:19   갈림길 : 사모바위 1.57km, 비봉매표소 1.23km, 족두리봉 0.91km

   01:26   너럭바위

   01:37   출발

   01:46   비봉능선

   01:52   비봉매표소 갈림길

   02:05   사모바위

   05:20   출발 : 향로봉 1.25km, 대남문 1.6km

   05:31   승가봉

   05:34   석문

   05:45   문수봉 암릉 갈림길 : 비봉 1.4km, 대남문 0.82km

   05:53   문수봉 암릉 아래

   06:04   문수봉 암릉 위

   06:10   문수봉

   06:29   출발

   06:34   대남문

   06:41   대성문

   07:00   일선사갈림길

   07:03   평창매표소 갈림길

   07:09   정릉매표소 갈림길

   07:11   만생정

   07:24   영추사 갈림길 : ←대성문 1.66km, ↓형제봉능선 0.56km, ↑정릉매표소 1.34km

   07:27   삼봉사 갈림길 : 삼봉사 0.2km, 영취사 0.4km, 정릉매표소 1.3km

   07:35   선덕교 : 형제봉 0.9km, 성인천 0.2km, 정릉매표소 0.9km, 대성문 2.1km

   07:46   대성능선 갈림길

   07:48   보국문 갈림길 : 대성문 2.8km, 보국문 2.2km

   07:51   신성천 갈림길 : 대성문 2.9km, 보국문 2.4km, 신성천 0.7km

                          형제봉삼거리 1.74km

   07:55   정릉매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