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동부능선의 탐구산행.

 

-일시: 2005. 5. 23.

-산행코스: 벽송사-상내봉-함양독바위-새봉-국골사거리-어름터-벽송사.

-함께한 사람: 지상훈님.

 

 

(진주 독바위와 두류봉에서)

 

두려움이 앞선다.

산행에 앞서 두려움이 엄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21일 도장골 계곡 상류 부에서 변사체를 확인하고 신고한 하늘문님의 소식을 듣고 홀로 산행하는 나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자 두려움이었다. 더군다나 17일은 내가 다녀온 그곳이 아니던가. 그렇지만 나의 산행이 중단 될 수 없지 않은가. 다만, 세심한 주의와 안전을 동반한 산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기로 한다.

 

오늘 산행코스는 언젠가 한번 찾고 싶은 곳 함양 독바위를 찾아 떠나는 길이다. 지리산에는 독바위라 이름 불리는 바위가 3개가 있다. 며칠 전에 다녀왔고 또 오늘 그곳을 걸쳐야 하는 곳인 독바위(진주 독바위)와 남부능선상의 삼신봉 근처에 위치한 독바위다.

 

 

(지나 온 새봉을 바라보며)

 

(써래봉의 조망)

 

 

함양독바위는 경남 함양군 휴천면에 위치한 지리산의 동부능선상의 새봉에서 1210고지로 향하는 사립재를 지나 북쪽 마루금에 위치한다.이 바위가 호기심을 끄는 것은 500년 전 점필재 김종직이 올랐다는 유두류록의 독녀암과 동일하다는 내용이고 보면 관심을 가질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새벽3시30분에 억지로 밀어 넣는 밥이 무슨 맛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날이 나에게는 한 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혹시 몰라 상훈씨에게 핸폰을 날려보는데 그러면 그렇지 계속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언제부터 한번쯤 함께 하자는 산행이 오늘에 이르고 있었다. 아직은 미혼이며 산행경험은 서울에 있을 때 북한산에 자주 다녔다는 일이고 보면 산행의 기본상식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배낭도 없이 나온 모습이 너무도 황당하여 산에 가려고 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니 그때서야 후다닥 뛰어 들어가는 모습이 웃기지도 않는다. 아침밥도 먹지 않았을 님에게 깁밥 집에 들러 아침을 먹게 한 후 4시에 떠난다.

 

(의탄교에서 임천을)

 

밤하늘에는 이따금씩 반짝이는 별들이 있었지만 왠지 날씨가 좋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다. 지리산을 향해 달려 갈수록 안개가 드리우더니 천은사 매표소를 지날 때부터는 한치의 앞을 볼 수가 없었다.시암재와 성삼재에서 아침운해를 볼 생각으로 부지런히 달려 왔는데 운해를 보기는커녕 날씨마저 추워 서 있지 못하고 차 안으로 들어가고 만다.다행 이도 성삼재 고개를 넘으니 달 궁으로부터는 휩쓸린 운해가 반야에 걸쳐 있었다. 한참을 달려 온 뒤 임천강의 의탄교를 지나 추성리 삼거리에서 광점동 방향을 따라 벽송사 주차장에 닿는다.

 

 

(벽송사 경내에서)

 

(서암정사의 일부)

 

-산행 시작

벽송사의 아침은 너무도 조용하다. 스님들의 조용한 담화 속을 비집고 들어갈 여유가 없어 우회하여 경내의 아침풍경을 담아본다.함양 독바위까지 빨치산 루트 탐방코스인 이 길은 밀납 인형으로 만들어 놓은 빨치산 마네킹에 놀라지 않도록 주의를 하여야 한다.서암정사를 들러 보고 갈까 하다가 산행 후 들르기로 하고 곧바로 산행으로 이어 진다. 벽송사 입구 목장승을 지나 경내 오른쪽 삼층석탑 가는 넓은 길에 청색 물탱크 앞 우측으로 희미한 사면 길을 따른다. 이내 숲 속으로 접어드니 뚜렷한 등로는 이따금씩 선녀굴의 이정표가 우리의 가야 할 방향을 제시 해주고 또한 부산일보의 표식 기가 길 찾는 방법을 알리고 있었다.

 

(빨치산 비트에서)

 

(상내봉에서)

 

낙엽비트와 송대 갈림길을 지나 교묘하게 위장 해 놓은 빨치산의 바위비트에서 상훈님이 놀랜다 이곳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길 왼쪽에 우뚝한 암봉을 만난다. 위치가 잘못 알려진 탓에 그간 산꾼들의 논란이 많았던 상내봉이다.북쪽의 송대마을이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비쳐주고 있다. 이윽고 본의 아니게 상내봉의 자리를 차지했던 1210봉을 10여분의 숨을 몰아 쉰 뒤에 닿는다.새봉으로 향하는 사립재가 보이고 오른쪽은 1315봉의 버티고 서 있다.

 

 

 

(1210봉 암봉에서)

 

-독바위를 찾아서.

독바위를 순조롭게 찾아 나선 우리에게 순간의 혼란이 있었다. 내가 준비한 부산일보의 산행 기대로 따라 나섰는데 이곳의 이정표가 잘못 표기 됐다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선녀굴3.0km 의 이정표를 보고(산행 기는 3.4km) 길을 지나친 줄 알았다. 주위를 서성거리다가 우리의 생각이 맞는다고 판단 되기에 주저하지 않고 가는데 이번에는 선녀굴 2.7km 가 나오더니 조금 지나 이제 다시 3.4km 의 이정표가 나오지 않는가. 함양군에서 설치한 잘못된 이정표가 한동안 알바하게 하는 구간이다. 이 이정표에서 조금만 내려서면 오른쪽 희미한 능선길이 독바위 들머리다. 직진방향의 뚜렷한 길은 선녀굴로 내려가는 길이다. 희미한 능선길을 따라가면 급하게 쏟아졌다가 곧 바로 석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지리산의 석문중에 가장 긴 안락문 또는 통락문)

 

이 문이 현재까지 알려진 지리산의 석문중에 길이가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에서 보니 安樂門(안락문)이라고 쓰여 있는데 석문을 통과하여 보니 이번에는 通樂門(통락문)이라고 쓰여 있다. 석문을 통과하여 왼쪽으로 돌아가니 거대한 바위군을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함양 독바위다.

 

 

 

(함양 독바위에서)

 

500년 전 우리의 선조가 독녀암이라는 함양 독바위에 와 있다. 바위 사이 돌로 쌓아 거처를 만들어 놓은 흔적이 보이며 누군가가 설치 해 놓은 알루미늄 사다리는 부실해 보이지만 조심스럽게 올라 조망을 살핀다. 이 바위가 5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바위 위로 올라 가는 길이 등과 배가 맞닿아야 오를 수 있다는 그들의 주장이 옳고 그름이 아니더라도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커다란 성취감에 젖어본다. 다만 아쉬운 것은 주위의 협소함으로 인하여 독바위 모습 전체를 담을 수 없다는 게 못내 아쉬웠다.

 

 

(독바위 주변의 신열암터의 모습)

 

-신열암터에서.

독바위 주변에 절터가 있다는 선인들의 기록을 찾아 절터를 찾기로 하였다.

주위의 길을 더듬어 독바위에서 선녀굴로 가는 길을 되 돌아 나와 만나는 중간지점의 삼거리에 길은 열려 있었다. 경사가 있는 이 길을 따라 오르면 길 왼쪽으로 이끼가 가득한 석축을 만나게 된다. 석축 안쪽이 신열암터이다.‘지리산 아흔아홉골’에 서도 신열암터로 추정하는 이곳을 찾아 탐구산행을 했다는 기억을 되 새겨본다.

 

 

 

(1210봉에서 사립재를 바라보며)

 

-왔던 길 다시 나와서

여기서 선녀굴을 다시 찾아 나설까 하고 생각도 하였지만 나 혼자가 아니란 걸 인식해야 되지 않을까. 다행 이 오늘 처음 산행하는 상훈님의 산행이 그렇게 버겁지는 않는 것 같고 아무 말없이 따라준 그에게 고마울 뿐이다.갔던 길 다시 되 돌아 나와 1210봉에서 간식으로 준비한 떡과 과일을 펼치니 무척이나 반가웠던지 내놓기가 무섭게 없어진다.

 

(새봉에서 본 상내봉(왼쪽봉)과 1210봉의 모습)

 

(써래봉의 조망)

 

새봉을 찾아 떠나는 마음은 한결 가볍다.

그렇게 운무로 가득 찼던 날씨도 이제 어느덧 하늘 금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따금씩 들려오는 ‘홀딱벗고’새는 누굴 찾아 그렇게 울어대는지 모른다.사립재를 지나 새봉을 앞에 두고 잠시 빡센 산행이 시작된다. 고도 1165에서1310까지 올라 가야 하니 그럴 법도 하다. 새봉에 도착하니 그래도 몇 번 와본 곳이라고 벌써 낯설지는 않는다.

 

 

 

(독바위에서 상훈님의 모습)

 

이윽고 또 다른 독바위(진주독바위)를 만난다.

왠 일이냐고 상훈님이 반가이 맞으면서 벌써 뛰어올라 정상을 포효한다. 세차게 몰아붙이는 바람 앞에 몸을 주체 할 수 없던지 그만 쉽게 내려오고 만다. 항상 이곳에서면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일망무제 그 자체인 것이다.마냥 즐거워 내려올 줄 모르는 그를 재촉하여 쑥밭재와 샘터 삼거리를 지나 11시30분에 국골사거리에 닿는다.

 

(상훈님의 반야를 배경으로)

 

 

(지나 온 새봉을)

 

-향운대

국골 사거리에서 두류능선을 타고 전망바위에서 앞으로 펼쳐지는 초암능과 저 멀리 하봉과 중봉의 모습과 반야의 봉이 아스라히 펼쳐진다. 우리가 조금 전에 거쳐온 독바위의 위용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곳에 와서 다시 한번 새삼 느껴본다. 두 번의 로프를 타고 잘록한 안부에 도착하였을 때 향운대로 향하는 들머리에 와 있다. 정확히 짚고 넘어가고 싶어 여기서 밥을 먹기로 하고 다람님께 핸폰을 날린다. 왼쪽사면을 따라 이어진 향운대의 길은 양호한 편이다. 10여분을 내려가니 넓은 공터와 만나는 향운대에 닿는다.

 

 

 

(향운대에서 조망을)

 

(향운대에서 풍광과 제단의 모습)

 

항상 수도 처인 지리산 10臺(대)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주위의 풍광이 나무랄 때 없는 어떤 氣(기)와 신령스런 모습에서 위축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이곳 향운대 역시도 뒤에는 수직절벽의 암봉이 이곳을 에워 싸고 있으며 앞으로 펼쳐지는 조망은 가히 환상 그 자체이다. 누군가가 조금 전에 다녀간듯한 제단에는 타다만 촛불이 향로 위에 놓여져 있으며 바위 사이에 고여있는 석간수는 산 객들의 오아시스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좌측의 암봉 사이의 창고 같은 시설물 속에는 어느 누구의 소행인지 몰라도 스티로폼과 생활쓰레기의 오염 물로 인하여 나의 미간을 흐리게 한다. 아쉬움을 접고 얼음터를 향하여 내려간다. 좌측의 지 계곡을 사이를 두고 이어지는 너덜길은 간혹 길옆에 자신의 자태를 뽐내며 시선 끌기를 바라는 야생화가 우리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향운대에서 한 시간 조금 못되어 얼음터의 민가 한 채를 앞에 두고 우리의 산행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한적한 시골길 같은 길은 광점동으로 이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곧 아스팔트와 접촉하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얼음터에서)

 

 

(서암정사에서)

 

-벽송사와 서암정사

벽송사와 서암정사기 있는 함양군 마천면은 지리산 북쪽을 대표하는 칠선계곡 하류에 자리잡고 있는 사찰이다. 벽송사는 언제 누가 창건 했는지 관해서 알려진 바는 없고 스님들의 수행처로 옛날부터 많이 이용 됐으며 한국전쟁때 모두 소실되어 현재의 건물은 이후에 지어졌으며 빨치산의 근거지로 한때는 야전병원으로 이용 되었다고 한다. 벽송사의 목장승과 삼층석탑이 유명하다. 벽송사와 인접거리에 위치한 서암정사는 현대판 석굴암이라 불릴만큼 자연암반에 정성스럽게 조각한 무수한 불상들이 우리의 눈길을 끌만 하였다. 한때는 벽송사의 부속 암자였는데 이제는 절로 승격하여 벽송사보다 볼거리는 무궁무진하며 조망 역시도 끝내준다.

 

 

 

(돌아 오면서 천은사의 모습과 밀밭에서)

 

-일정정리.

06:05 산행 시작(벽송사 주차장)

06:30 선녀굴 9.0km 이정표(670)

06:48 낙엽비트(700)

07:00 송대 갈림길(755)

07:35 바위비트(1080)

07:56 1210봉(상내봉 삼거리)

08:20 함양독바위

09:12~09:25 1210봉 (휴식)

10:00 새봉(1310)

10:25 독바위(진주 독바위)

10:48 쑥밭재 삼거리

10:53 샘터 삼거리(1225)

11:30 국골사거리(1500)

11:47~12:08 향운대 들머리(점심)

12:30~12:40 향운대 & 말봉.

13:21 775고지(쑥밭재로 향하는 길)

13:34 얼음터 계곡(민가 한곳)

13:50 민가 2곳(다리건넘)

14:15 산행종료(벽송사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