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산행기(전북 무주/경남 거창)

 

 

◆  언 제 : 2005년 5월 22일(일)

 

◆  함께 : 안내산악회를 따라서(25명)

 

◆  걸어간길 : 신풍령(08:57) → 대봉→ 지봉 → 백암봉 (13:40~14:20 중식)

                → 동엽령(15: 00)→무룡산 (16:40~17;10) → 삿갓재대피소 (17:50)→황점 (19:20)

 

◆  산행 거리 : 신풍령    → 백암봉 →  동엽령 →  무룡산   →  삿갓재→  황점   

                          (11km)    ( 2.2km)     ( 4.2km)  (2.1km)     (3.4km) ▶ 약 23km(이정표 기준)

        

오랫만의 산행이다.

지난 일요일 산행이라기보다 가산쪽으로 나홀로 산행을 하려다  때마침  초파일이라

발디딜 틈 없는 해원정사 주차장엘 들렀다가 시간만 낭비한채

겨우 빠져나와 한티재에서 파계봉 아래까지 올랐다가 그야말로 워밍업만 하고 내려왔는데  

등산도 아닌것이 성에 찰리가 없다.

바쁜 핑계로 한달간이나 몸을 풀지 못했으니 한풀이라도 할 마냥 이리갈까 저리갈까

많이 고민도 했다. 때마침 올라온 맹익님의 허리까지 쓰다 만 덕유종주예찬론이 

도화선 마냥 유혹의 손길을 더해간다.

때마침 한산가족 산행이 있는 날이라 보고싶은 님도 많은데 5월이면 본의 아니게

짝지를 떼어 놓아야 하는지라 언젠가 같이 갈 기회를  찾기로 하고

모처럼 찾아온 혼자만의 기회를 어떻게든 십분 활용키로 다짐해 본다.

 

안내산악회에 합류하여 한판 승부를 겨루어 보기로 한것 까지는 좋았는데.... 

(알고 보니 오늘 산행은 대간 종주팀들이라 뱁새가 우째 황새 따라 갈꼬)

혹시 함께한 종주팀에 괜시리 피해나 안주려나 막상 두렵고 걱정이 앞선다.

신풍령에 도착한 산악회는 정각 9시를 몇분 남겨두고 간단한 몸풀기 체조를 마치고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녹음 짙은 오솔길의 호젓한 산길은 얼마간 약간의 오르막을 이루며 꾸준히 이어진다.

한시간쯤 오르니 약간의 땀내음과  함께  첫번째 이정표를 만나고 잠시 숨을 가다듬는다.

이정표상으로는 신풍령에서 백암봉까지가 꼭 11km나 된다.(신풍령 2.6km/백암봉 8.4km)

 

 

   

고도가 서서히 높아지면서 야생화와 초본식물들의 군락지가 수도 없이 나타난다.

그야말로 야생화의 천국에 온 느낌이다.

현란한 자연의 모습에  파묻혀 하나라도 놓칠세라 사진 찍으랴 구경하랴 정신없이

우왕좌왕하다보니 우리회원님 다 어데로 갔소.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구나.

떨어진 발걸음 또 보충하랴 쉬도 때도 없이 시소타듯 오르락 내리락 끝없는 길이

얼마나 오래 계속되는지.

 

 

  ★ 드디어 모습을 보이는 덕유정상과 가야할 능선 

 

흐릴듯 하던 날씨는 백암봉으로 갈수록 깨어나듯 밝은 햇살을 너른 품에 쏟아 낸다.

대봉이니 지봉이니  쉴틈도 주지 않고 휙휙 지나치다 보니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 갈정도다.

 

  ★ 지봉 정상(못봉)

 

지봉(표지석에는 못봉이라고 되어 있슴)에 도착하니 회장님 그리고 동료분들이

휴식을 취하고 계신다.

나누어준 안내지도를 보니 이제 겨우 반정도 왔네.

가야할 길은 먼데 헬기장을 지나 내리막을 걷는데 근육경련이 일어날

기미가 몇번 나타난다. 

서서히 종주에 대한 부담이 압박해 온다.

중식시간전에 백암봉에 도착해야  오후 일정이 여유가 있을것 같아 조금 빠듯하게

산행시간을 조정하는것 같다.

가끔씩 마주치는 산악회 회장님과 동료분들이  이러한 상황 설명을 겯들이며

힘을 실어 준다.

   

 

  

    ★ 지봉 안부의 두 이정표

   

30여년전 거창읍내에서 고교시절 1학년 1박 2일의 봄소풍때 송계사에서 산을 올라  분명히

무주야영장으로 걸어   간 적이  있었는데  그 길이 어디였쓸까? 

산을 좋아하고  특히나 향골이라 남다른 애정과 추억이 서린곳이기도 하거니와 그때 멋 모르고

친구들과 넘었던 고개가  이쯤 될 것 같기도 한데.... 

   

    ★ 안부에서 화려한 수달래의 모습

    

고도가 높아지면서 자주 나타나는 연보라색 수달래의 자태가 유난히 곱다.

이름만 나오는 귀봉 상여듬을 지났는지 허기는 점점 더해지고 아직 백암봉은 나타나지도 않네.

쫒아가기 얼마나 힘들었길래 배낭에 넣어둔 간식거리조차 생각이 안 났을꼬.

피로감에 지친 나머지 이제는 점점 더 자신감이 없어진다.

오히려 탈출방법까지 궁리를 해본다,

동엽령으로? 아님 칠연 계곡으로?  대장님이나 회장님께는 무슨 핑계를 대지?

그런 와중에서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분이 한분 계신다.

산을 좋아하시면서 야생화에 무척이나 애착을 가지신분 같다.

그나마 사진 촬영으로 다소 늦어지는 발걸음 때문에 가끔 동행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송계삼거리에서  올려다 본 정상부근의 평화로운 모습

 

가쁜숨을 몰아쉬며 다소 시끄러운소리가 들리는가 했더니 백암봉이다.

얼마나 반가운지 금새 힘이 솟아 나는듯하다.

먼저 다른 길로 내려오신 대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일행모두 식사를 하기위해

한켠에  자리를 잡고 계신다.

잠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본다. 그리고 손에 잡힐 듯 가까운 향적봉 정상에서 중봉을 거쳐

백암봉까지.....

  ★ 송계삼거리에서 삿갓재 방향 걸어가야 할 길이 아득한데

 

 ★ 백암봉(송계삼거리) 이정표

 

가끔 안내산악회를 따라 낯선분들과 산행을 하면서 단지 산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이렇듯  서로의 정을 나눌수 있는 자리가 늘 고맙고 놀라울 따름이다.

아낌없이 주고 싶고 있는그대로의 모습으로  언제나 아름다운 자리가 산사람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평소에는 술이라면 멀리하기만 했는데 갈증끝에 얻어마시는  캔맥주의  짜릿한 맛이

금새 갈증을 날려버린다.

참은 만큼 배를 채우니 이제 생기가 다시 돈다. 힘이 솓는다.

땀을 흘리며 물은 또 얼마나 마셔 댔던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회원들의 갈증을 염려해서 배낭 가득 무거운 식수를 짊어지고 오신

산행대장님으로부터   그 귀한 물도 한통 보충했다. 이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니

오후 산행은 나름대로 자신감이 생긴다.

다시 동엽령을 향해서 출발이다. 여기서는 백암봉에 오를때와는 정 반대로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불과 몇달전에 겨울의 멋진 설경을 구경하면서 내려 왔던 길이라 친근감이 든다.

산허리를 돌아 내려가니 지천에서   수달래가 반긴다.

 

    
 
40여분을 지나 곧 동엽령에 도착한다.

동엽령이란 이름도 어쩐지 친근감을 더해준다.

한겨울에는 고개하나를 두고 바람의 차이가 얼마나 심하던지 북측에서는 칼바람이

매서워도 남측에서는 산줄기를 바람막이 역할을 톡톡히 하여 점심을 먹은 추억이 새삼스럽다

남쪽은 거창의 병곡리쪽으로  북쪽으로는 안성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동엽령 이정표

 

동엽령을 지나 무룡산 가는길은 곧장  오름길이다.

조금전에 내리막길은 체력소모가 적었는데 비해 이제부터 또 다른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만 

할 것 같다.

다행히 점심후 일행보다 조금 빨리 출발했던  관계로 선두에 서게 되었다.

곧 도착하신 산악 회장님, 여성회원 몇분과 호흡을 맞추며 걷는 길은 아직은

체력의 여유가 있다.

돌탑부근 조금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남아있던  과일을 꺼내 놓고 다시 체력 보충을 하고 무룡산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다.

이제는 어느정도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이 떨어진다.

모르기는 해도 종주시 이런 현상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지나 않을런지.

  

 

★ 돌탑에서 바라본 무룡산의 모습 (어렴풋이 삿갓봉에서 남덕유까지)

 

돌탑을 쉼없이 지나서 무룡산까지 가는길은 편안하기 그지 없다.

무룡산 정상부를 제외하고는 고도차가 거의 없어 완만한 오름길이다.

가끔은 키큰 등산로의 바쁜 걸음을  성가시게 방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장 편한 코스로  이어진다.

정상부 바로 아래 약간의 급한 경사로를 오르니 이내 무룡산 정상이다.

한점 가릴것 없는 조망이 천하 제일이다.

늦은 오후 운무에 젖어드는 향적봉에서부터  손 뻗으면 닿을 듯 삿갓 집어다 머리에 쓰고

한걸음에 훌쩍 뛰어 오를 듯 지척에 있는 위풍당당 남덕유까지.......



  

★ 무룡산에서 바라본 옅은 운무에 쌓인 향적봉



 
 ★ 삿갓봉에서 남덕유까지

 

재작년 겨울이던가?.

설경 구경하러 황점에서 삿갓재를 올라 무룡산까지만이라도 올라 볼 욕심으로

실망에 젖어 언덕배기에 올라 허리까지 잠긴 눈때문에 갈 수 없는 정상부가  그렇게 

크고 높아 보였는데  막상 정상에 서니 생각했던 것 보다는 면적이 좁다.

 

무룡산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멋진 남덕유를 조망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남덕유의 위용을 배경삼아 삿갓봉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눈앞의 풍경은 두고 두고 

기억속에 남을 듯 하다. 

예정했던 것보다 하산시간에 여유가 있다. 오후 6시정도에 삿갓재 대피소에 도착했으니

어둠은 피할 수 있을것 같아  모두 한시름 놓는다.

혹시나 산행시간이 늦어질것을 우려해 야간 산행준비까지 갖추도록 산행대장님의

주의사항이 있었지만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삿갓재 대피소를 뒤로 남겨두고 어렵사리 나무계단을 지친 다리를 끌다시피 내려오는

내리막길이 힘겨웁다.

황점까지 거리는 멀지 않지만 급경사 지역이라 조심하지 않으면 않되는 구간이다.

내려 올수록 계곡의 물소리가 제법  힘차다. 며칠전 비가 온 탓일까?

원시림의 숲길을 지나 황점에 도착하니 어느새 어둠도 슬그머니 우리 곁에 와있었다.

아까는 종주팀과는 두번 다시 함께 산행하지 않겠노라고 몇번이고 다짐 했었는데

무사히 돌아오니 마음이 달라지네.

다음 종주는 삿갓재에서 육십령까지라는데 .....

갑자기 차기 종주산행이 기다려지는건 왜일까.

이제는 어쩔수 없는 산꾼으로 빠져드는 모양이다.

오늘 산행은 비록 먼거리는 아니지만 내자신에게는 산행시작 이래 가장 먼거리 산행이었고

할 수 있다는 조그만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수확이 어디 있으랴?

  

함께하신 대간 산악회 회장님과 대장님 그리고 모든 회원님의 무사 종주를

기원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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