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충북 땅을 넘어가다 왜 ? 산하식구들을 만나러

 

 

 


이번 주에는 못쓰는 산행기를 참아 보려고 했지만 그리운 얼굴들이 다시 생각나기에 안 쓰고는 몸이 근질거려서 못 배길 것 같다. 정말 한분 한분이 산과 같이 소중한 인연이다.

 

 

2005년 5월 22일(일)
오프라인 모임인 한국의 산하 가족 봄 정기 산행이 있는 날이며, 단순히 인터넷상에서 정보공유를 넘어서 그 바탕으로 인간애를 다지고 또 의형제 가깝게 고리를 만들고 한해 두해 지나면서 이런 자리는 더욱 단단해져 1년에 한두 번쯤은 안보고는 못살아가게 생겼으니 이런 것이 사람 사는 참 맛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몇 일전부터 민주지산 물한리계곡쪽의 대중교통이용 방법을 연구했지만 충북쪽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해답이 없다(음주운전은 금물이고...)
그래도 사람이 하고자하는 일에는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민주지산이 3道에 걸쳐 있어서 다행이며, 무주 설천면 내북동쪽의 코스가 생각나며 全北에서 忠北땅을 넘어 산하가족 식구들을 만나러 가며 근 1년여만에 석기봉과 삼도봉를 다시 찾는다.

 

 

부랴부랴 일어나 세면하고 아침먹고 배낭을 둘러메고 전주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07시 27분, 07시 30분 무주 구천동행 직행버스에 몸을 싣는다.
정신없이 나온 터라 마음을 정리하고 오늘 펼쳐질 만남을 그려본다.
불암산 선배님한테 전화가 걸려오며 오늘 도착시간, 산행코스, 행사일정 등 論議하고 통화를 끊는다.
반가운 만남에 날씨도 일조를 하는 것 같다. 경기북부지역, 강원도, 제주도지방 비가 오며 그밖에 지방 맑음이라는 멘트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버스는 진안을 경유하여 장계에서 잠시 정차할 때 버스기사님과 백두대간 이야기도 나누고 계북면을 지날 즈음 남덕유산이 구름과 맞닿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내는데 꼭 水墨畵를 보는 것 같으며, 또 안성면을 지날 때는 동업령일대에서 향적봉에 이르는 능선길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버스는 무주에서 잠깐 정차한 후 구천동으로 달려가며 나는 설천면 내북동쪽으로 오르기 위해 설천면에서 버스기사님의 잘 다녀오세요 라는 말씀과 함께 하차하니 10시 정각이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오랜만에 보는 시골(설천면) 5일 장날이다. 구경이라도 하고 싶지만 갈 길이 바쁜 터에 먼발치서 처다 보기만 하고 필요한 물품을 슈퍼에서 구입하고 또 시골장에서나 볼 수 있는 거리빵집에 들러 빵 몇 개를 사고 개인택시를 이용해 설천면 미천리 내북동 마을로 향한다.(설천면 개인택시 011-326-8119 필요하신 분 이용하세요)
무주지역이 오지마을이 많지만 내북동마을도 풍요로운 시골마을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두메 산골마을이다.
택시는 신불사 입구에서 내북동마을을 향해 오르며 차가 마주 올 경우 비껴 설자리도 없이 좁은 도로와 그 옆으로는 단락논, 아이들이 3~4명 나와 놀고 있다.
내북동마을에 석기봉 4.6㎞라고 적혀 있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주리려고 아랫중고개까지 택시로 오르며 요금 8,000원을 지불한다.

- 아랫중고개에서 만난 장승

 

 

아랫중고개에는 3∼4채의 집이 있지만 사람을 볼 수가 없고 고도계를 찍어보니 대략 420이 표기되며 10시 30분부터 산하가족 식구들을 만나기 위해 충북 영동땅으로 넘어간다.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소로를 따라 올라 서며 듬성듬성 표지기도 달려 있다.
10분쯤 오르니 함석으로 지어진 창고 같은 곳이 있는데 석기봉 1.5㎞라고 적혀 있고 등로는 숲속으로 이어진다.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 산행은 대게 충북 영동쪽의 물한리계곡에서 산행을 주로 시작하며 이쪽 설천면 내북동쪽으로 오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으며, 고요한 탓에 석기봉으로 오르는 길이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 아랫중고개의 산행들머리

 

 

10시 50분 등로는 계곡을 건너 임도와 만나고 갈림길 없이 계속 직진하는 길이며 한동안은 계곡을 끼고 오르며 물한계곡보다는 못하지만 육산답게 이쪽 내북동쪽의 계곡도 아주 깨끗하고 맑으며 이 물은 반딧불 서식지인 무주의 남대천으로 흘러간다.
울창한 숲으로 인해 조망도 힘들고 가족들을 빨리 만날 생각을 하니 마음만 급해진다.
오르면서 목도 축이고 야생화 노루삼 등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에는 휴식을 취한다.
등로는 계속해서 고도를 높이면서 약간은 가파른 길이며 처음으로 석기봉의 암봉이 시야에 들어오며, 연분홍 철쭉이 만개를 해 행복감을 더해주고 가시는 길 사뿐히 밟고 가라고 등로에는 연분홍으로 수가 놓아졌다.

 

- 아랫중고개에서 석기봉 오름길에 있는 계곡

 

 

- 석기봉에서 만난 노루삼

 

 

- 석기봉에서 만난 ?????????

 

 

서서히 사람소리도 들리고 석기봉이 조금씩 가까워지며 갈림길에서 좌측은 민주지산, 우측은 석기봉을 향해 오르며 석기봉 삼두마애불상과 물이 마를 때는 3道가 돌아가면서 喪을 당했다는 삼두마애불상 약수터를 거쳐서 12시 정도에 석기봉에 오른다.
☞ 석기봉은 삼도봉에서 북서쪽으로 약 40분 거리에 우뚝 솟아 있는 석기봉은 민주지산의 주릉 중에서 가장 빼어난 산이다. 쌀겨처럼 생겼다 하여 쌀개봉이라 부른데서 석기봉이란 이름이 유래되어 있는 기묘한 모습의 이 바위산은 주위 전망도 일품이다. 황악산이 북동으로 바로 보이고 동남으로는 가야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서서남으로는 마이산의 뾰족한 두 귀가 선명하다.

- 석기봉의 모습

 

 

 

- 석기봉 삼두마애불상

 

 

- 석기봉 삼두마애불상 약수터

 

 

- 석기봉 삼두마애불상과 암봉

 

 

마음도, 조망도 모든 것들이 시원하다. 민주지산, 각호산에 이르는 능선길이 대간길의 우람함을 과시하고 덕유산, 남덕유산, 적상산, 대덕산, 황악산, 수도, 가야산 등이 막힌 것을 뚫어주기라도 하듯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으며, 가족들이 모여 있는 삼도봉은 벌써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 석기봉에서 조망해본 대덕산(우측 뒤쪽으로 보이는 산)

 

 

 - 석기봉에서 바라본 민주지산과 각호산

 

 

 

- 석기봉에서 내려다 본 물한계곡

 

 

올해는 전국적으로 철쭉 만개시기가 늦은 탓에 만남을 축복이라도 해주듯 삼도봉가는 양쪽으로 화려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많은 산님들이 오고가며 석기봉에서 삼도봉가는 길이 왜 이리도 멀게 느껴지는지 마음 따로 발걸음 따로 이다.
12시 40분경 산하가족분들이 모여서 식사중이며 나 또한 배가 고프지만 반가운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풋풋한 정을 곁들여서 점심을 먹는다.
삼도봉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석기봉으로 향하며 은주암골을 통해 물한계곡으로 내려서며 15시가 다 돼서야 산하가족 삼도봉, 석기봉 산행을 마무리하며, 더욱 편안한 자리에서 自然을 벗삼아 식구들이 정성스레 준비해온 飮食으로 정을 나누며 談笑의 시간이 짧기만 하며 식구들의 얼굴에는 천금을 주어도 못살 웃음꽃이 떠나질 않는다.

- 석기봉에서 바라본 삼도봉

 

 

- 삼도봉에서 만난 마타리과의 쥐오줌풀(4~7월에 연한 홍색 꽃이 피고 7월부터 열매가 익는다)

 

 

- 산하가족의 만남(tdcyoun님, 정중채님, 불암산 형수님(노란 자켓))

 

 

- 산하가족의 만남(조대흠님, 미시령님, 이수영님, 신경수님도 보이고)

 

 

참석하고 싶지만 사정에 의해서 못 오신 식구들에게 성원해 주셔서 감사 드리고
이런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 주신 김성중 운영자님, 이남주 관리자님 감사드리며, 늘 포근한 마음으로 감싸주시는 선배님 청파 윤도균님, 최윤영님, 조대흠님 내외분, 식구들을 이끌고 내려오시고 안전 산행길에 수고하신 불암산 형님, 권경선 형님, 김현호님, 또 이번 모임에서 똘배님 닉네임의 의미를 확실하게 알게된 똘배 선배님, 구병산에서 우연히 스쳤다 확실하게 뵙게되는 정중채님 내외분,
박력 빼놓으면 아무것도 없을 것 같고 처음 뵙는 동두천의 tdcyoun 선배님, 우리 산줄기 알리기에 여념이 없으신 신경수님 내외분, 지난번 시산제 준비관계로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갖지는 못했지만 이번에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던 온양의 이상일 선배님 내외분, 대구에서 맛 좋은 성주참외를 가지고 오신 산사랑방님, 언제나 거북이처럼 온화함을 주는 산거북이님 내외분, 팔공산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정상철 선배님, 또 한국의 산하에서 등단하신 고전소설가 합천의 진맹익 선비님, 그리고 시댁이 진안이라 더더욱 반가운 카나리아님, 또 자주는 뵈었지만 인사를 늦게 드리게된 민들레님, 뵈면 뵐수록 친근감이 가는 초이스님 내외분, 늘 구경꾼 대표이신 김정목님 내외분과 자제분(실은 너무도 포근하게 생기셨음), 의상봉 모임이후 오랜만에 뵙는 김찬영님 만나 뵈어서 더욱 기분 좋았습니다.
산행기로 닉넥임만 보았지만 처음 뵙는 천지현황님 내외분, 또 이번 모임에서 확실하게 알게된 한국인님, 소탈하게 생기신 미시령님, 늘 여러 분야에서 수고하시는 산초스 선배님 내외분, 처음 뵙게 되고 동안의 얼굴이신 극공명님, 인사를 못 드려서 죄송한 우면산님, 그리고 제가 인사를 드려서 알게된 알펜글로우님과 그 일행분 우연일지 필연일지는 모르겠지만 늘 고마운 통영의 이수영 선배님과 형수님 그 외 명단에 빠지신 분 계시면 댓글이라도 주시면 소중하게 기억하겠습니다.
늘 감사드리고 계절은 바뀌지만 식구들의 정 만큼은 늘 푸르고 고귀할 것입니다.

- 산하가족의 만남

 

 

 

 

 

 

작별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제는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며 나는 이수영 선배님의 차를 타고 도마령을 넘어 무주로 향한다.
무주에서 이수영 선배님 내외분이 가시는 걸보고 차 시간표를 보니 전주행 버스가 막차만 남아 있다. 막차 타는 행복함이 얼마나 좋은지 버스 타고 옛 여행으로 떠나보세요. 잠에서 깨어보니 벌써 전주이며 밤 10시를 조금 넘는다. 입에서는 그리운 사람들의 단 냄새가 풍겨 나온다.

 

 

- 산하가족의 만남(이수영님, 한국인님도 보이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