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개요 

 

 산행일시 : '05년 5월4일 - 5월6일

 

 기상 : 흐리고 비

 산행장소 : 지리산 

 산행인원 : 고인돌(산행대장),눈먼산(후미대장),두타산,이계룡 호산자,산친구,

                 남쪽마루,주전자,튼튼이 (대전토요산악회원 약 800명 중에서 총9명) 

 산행코스 : 화엄사-노고단-임걸령-노루목 -삼도봉-화개재- 토끼봉- 연하천대피소- 

                벽소령대피소-선비샘- 칠선봉-영신봉-  세석대피소(1박)-

 

                촛대봉-연화봉-장터목산장- 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산장- 

 

                무제치기폭포-새재-대원사 

 

♠산행요약 및 시간 : 생략 (중간에 시간 점검을 할수 없었음) 

 

♠준비 및 서대전역 

지리산을 간다고 하니 마음이 설레고 마냥 좋기만 하다. 

아득가의 싯구절이 내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고, 

준비회의에 참석은 못하였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과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과일의 무게만 6.5㎏ 되는 것 같았는데 무거워서  배는 식구들에게 남겨주고, 

자, 출발이다. 까르푸 앞에서 준비물을 점검하니  바나나가 짓눌려 물도 나오고 

15년 전에 샀던 배낭의 끈은 떨어져 있었다. 

배낭을 살 것인지 망설이다가,  일회용 바늘과 실로 끈을 정비를 하고 

단물이 솟는 바나나는 전량 먹어 치우고  서대전에서 23시 40분쯤 열차에 올랐다. 

아무 생각없이 눈먼산님 옆에서 잠깐 눈을 붙였을까? 

구례구역 도착 안내방송이 나온다. 

 

♠구례구역-화엄사 

승합차로 화엄사까지 이동하고  기념 촬영을 한 후 산에 오를 준비를 하니 

아무래도 배낭의 무게가 부담스러웠다. 

김치 두개를 추가로 가방에 넣으니 가방의 끈이 걱정이 되고, 

할수없이 오이도 우리 회원님들 손에 하나씩 쥐어주고 

처음 산 해드랜턴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불을 켜보니 참 편리하다. 

 

♠화엄사-노고단 

2시50분 비록 준비에서 몇가지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나도 지리산을 오른다는 생각에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고  즐거워 비명이 나온다. 

노고단까지는 계속적으로 산죽이 있고  끊임없이 흐르는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가 

마음을 청량하게 한다. 

성삼재에서 오는 도로까지 오르니 날은 밝아오고,  한 5분쯤 더 가니 

노고단 대피소로 가는 오른쪽길이 보인다. ... 

노고단까지는  과일과 김치가 담긴 배낭의 무게를 제외하고는

나의 느린 산행속도로 오르는데 까지 문제가 없었다. 

 

♠노고단대피소-노고단 

7시 5분 늦게 도착하여 먼저 한 것이  과일팩 및 오랜지 봉지를 우리 회원님께 

나누어 주고  배낭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미리 준비해 주신 호산자님의 아침을 먹은 후에는 

조금 가벼워진 배낭의 무게를 느끼며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노고단에 오르지만 

구름에 쌓여 신비하게만 느껴진다. 

 

♠노고단-임걸령-토끼봉-노루목-삼도봉-명선봉

평탄하게 이어진 길은 또 한번 나를 즐겁게 했다, 

지리산 능선을 타고 있으니 얼마나 좋아. 

멧돼지가 놀고 간다는 돼지평전을 지나고,  피아골 갈림길을 지나고, 

임걸령을 지나고, 노루목에 온다. 

왼쪽으로 가면 반야봉이 있다는데 지나쳐야 한다. 

다음 산행에서는 필히 간다고 무언의 약속을 하고서  삼도봉으로 간다 

어느 산행기를 보니 토끼봉까지는 힘들다고 하였는데  그래도 나는 쉽게 오른 것 같다. 

토끼봉은 토끼가 많아서가 아니고,  봉우리 위치가  반야봉에서 보았을 때 

1시 방향(卯方)이라 해서 이름을 지었다 한다. 

불현듯 20년전의 6개월간 병원생활이 떠올랐다.

 

그때는 허리수술 이후 침대에 누워 꼼짝 못할때 창문 밖에 목발짓고 다니는 사람, 

 

휠체어 타고 다니는 사람도 부러웠는데 그러나 지금 나는 그것도 지리산 종주를 위해 

걷고 있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명선봉 갈 때 오른쪽에 총각샘이 있다는데  시간이 없으니 그냥 지나치고, 

연하천 산장까지는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흐뭇한 마음으로 잘 가고 있었다. 

 

♠명선봉-연하천 산장 

11시 30분 심상치 않은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연하천 산장에는 

약 1시간 전에 온 우리 선행팀들이 식사를 끝내고  우리를 위해서 또 호산자님이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점심을 먹고, 고마운 마음도 못느끼고 하였으니  얼마나 무심한 나인가?

 

♠연하천산장-형제봉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지만  일기예보에는 큰 비가 아니라고 하였으니 

두려움 없이 연하천 산장을 떠나  세석대피소를 향해 출발한다. 

비가 오는데도 비옷을 입기보다는  자켓만 걸치고, 스패쳐만 착용하고 

진행을 하는데  종아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고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벽소령을 가다보면  오른쪽에 전망바위가 있다는데 

지리산 전체가 비구름에 갇혀있고,  비가 뿌리고 있으니 

경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을 것이라는 상상만 하고  그냥 지나칠 수밖에... 

 

♠형제봉-벽소령산장 

오른쪽에 있는 벽소령산장은 규모가 작은 듯 하지만  깨끗하고 아담하게 느껴진다. 

눈먼산님이  벽소령 산장 앞에서 비를 피해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서 

시계를 한참 보고 있었다. 

우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한마디에  나는 긴장이 되었고, 

비 때문에 나도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한 10분쯤 걸었을까,  빠른 속도 때문인지 종아리의 통증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여기서 후미대장님의 응급조치,  스프레이도 뿌리고 포도당 소금으로  몸을 챙긴 후에는 

나의 산행속도로 가기 시작하는데 

우리 후미대장님 가다가 기다리고, 가다가 기다리고......... 

 

♠벽소령산장-덕평봉 

내 체력의 한계가 온걸까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추고........... 

후미대장님 응급조치 

또한번 스프레이 뿌리고 연양갱, 맛살로 속을 채워야 한다 해서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먹고 나니 힘이 솟아났다. 

정신이 드는걸까 

누군가의 산행기에서 벽소령에서 덕평봉까지의  달빛구경을 하다보면 

마음이 빼앗겨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는데 

비구름에 비록 갇혀 있지만  그 느낌은 전해져 오는듯하다. 

 

♠덕평봉-선비샘 

힘들게 지나오는데 넓은 개활지의 한쪽에  호스2-3개를 통하여 물이 나오고 있었다, 

아마 선비샘인가 보다,  나는 샘이라 하여 큰나무 밑에 이끼 낀 바위에서 

물이 솟아나오는가 라고 생각하였는데... 

 

♠선비샘-칠선봉 

칠선봉으로 가다보면 못생긴 바위들이 많다고 하였는데 

내눈에는 바위들의 모양이 그렇게 다르게 보이지는 않았다.  심성이 고와서 일까? 

아무튼 힘들게 오르고 쉬고, 오르고 쉬고를 반복한다. 

후미대장님 저만치 가다가 서서 돌아보고를 반복하며  걱정스럽게 관찰하는 듯하다. 

또 한번의 응급조치,  스프레이 뿌리고, 초콜릿과 맛살로 열량을 보충하고,  길을 재촉한다. 

단독 산행하는 사람이 많은 듯한데 

저기 바위 위에  20대 초반의 여성이 잠시 쉬고 있나보다. 

안녕하세요 인사가 오간다. 

내 배낭의 2배 크기 되는 것을 짊어지고 있는데  피로한 기색은 없는듯하고 

통통하고 보름달 같은 얼굴의 아가씨가 엄청 복스럽게 보인다.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신걸까? 

 

♠칠선봉-영신봉 

시간은 모른다. 내정신이 아니니,  그냥 해지기 전까지 세석산장에 가야한다. 

비바람을 피할수 있을거니까,  그 생각뿐이다. 

곳곳에 위험구간, 추락주의 등의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아 힘들구나, 오르고 쉬고, 오르고 쉬고, 

눈먼산님 저만치에서  측은하게 바라보고, 다가가면 나아간다. 

스패쳐를 착용했는데도 내 면바지의 빗물이  내 피부를 타고 

등산화 으로 고였는가 보다, 

등산화 속의 찰랑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니  마음은 더욱더 무거워지고, 몸은 가라앉는다. 

내 몸통은 땀으로 젖어있고,  내종아리는 빗물에 젖어 얼어붙기 시작하는가 보다, 

무감각 그 느낌이었을까?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는다. 

발이 떨어지지 않으니  할 수없이  바위를 오를 때는  내 손을 이용해야 했다. 

내 손으로 내 다리를 끌어 올려 바위 위에 올려 놓고 하다보니 

더 이상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눈먼산님 응급조치 

가까이에서 느린 속도로 동행을 해주신다. 

그래도 잘 가고 있는 거라고 해주신 듯한데  나는 그 말을 격려가 아닌, 

빨리 가야만 한다는  독려로 받아들이는 영리함을 잊지는 않았다. 

 

조금 더 가면 약 200개의 철 계단이 나오는데 그것만 지나면 세석산장이라고 하면서 

힘을 실어주신다. 

그러면서도  지금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칭찬의 위력일까, 

그래도 조금은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으니... 

 

♠위기 / 긴급 상황 / 그리고 기도 

눈먼산님, 세석산장 check in을 위해  산장에 먼저 도착해야 한다면서 

먼저 출발하신다.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계속 오면서 나보다는 눈먼산님이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나는 나 속도로 가야 하니 제발 눈먼산님 먼저 가세요라고 

간곡히 부탁을 드렸음에도  후미대장님 요지부동!  

지금까지 가다가 기다리면서  찬비 맞고 하는 것을 반복하여 체온이 뚝 떨어졌을텐데, 

그래도 나는 걷고 있으니  심장의 온도는 유지되고 있음을 느끼면서 

심적인 부담을 하나 더 갖고 왔는데 

먼저 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 그대로 해방된 듯한 느낌이다. 

인제는 마음 편하게  느긋하게 눈치 볼 필요없이  한걸음, 한걸음으로 나아가겠지 했는데, 

나의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손도 얼고  종아리의 무감각은  나를 질리도록 하고, 

신음 소리는 절로 나고,  비바람이 얼마나 센지 

나를 뒷걸음치게 하고, 못가게 붙잡는 듯하고,  내 귀에는  이 비바람 소리가 

나를 잡아 갈 듯한 소리로 들린다. 

아마 산에서 조난 당했던 분들이 

이 소리를 듣고 따라 갔을 거라는 생각이 스치기 시작한다. 

지난날의 욕심, 편견, 등등의  잘못이 머리를 스쳐지나가고, 

아직 아닌데, 부모님이 살아 있고, 

내 이쁜 고3 딸아이 대학 피아노 전공을 마쳐야 하는데, 

애착과 새로운 각오로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내 다리는 말을 듣지 않는다. 

얼어 붙고 있는 듯한 종아리의 통증에  머리까지 아파온다. 

늦게라도 세석산장까지 가면 했는데 

더 이상의 내 생각이 맞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이 속도라면  세석산장 들어가기 전에 

내 심장의 온도는 싸늘하게 식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조대에 전화를 해야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다시 한번 생각을 가다듬었다. 

내가 출발 전에 부처님께 만배의 절을 계획했지만  5,600배 한 절이 생각났다. 

아 그렇구나,  관세음보살님의 위신력을 부탁드려보자. 

한걸음 한걸음을 염불하며 나아가니  철계단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무겁던 발이 그렇게 힘들다고 하던  철계단을 힘차게 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영신봉-세석산장 

언제 올랐는지 철계단을 다 오르고는  세석산장을 가고 있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세석산장 이정표 0.6㎞가 눈에 들어왔다. 

내 입가에는 얇은 미소가 생기고 있음을 느끼면서  계속 진행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힘들던 길이 평탄하게 느껴지고,  속도가 생기니, 몸도 뜨겁게 달아 오르고, 

비구름 속에 갇혀있는 영신봉 능선을 통과하고 있었다. 

19시20분 즈음 헬기장이 보이고,  이정표에는 세석산장이라고 선명하게 나타난다. 

둘러보니  무슨 소리는 나는 듯한데 산장이 보이지 않아  조금 진행을 해보니 

그때서야 비구름 속에 묻혀있는  웅장한 세석산장이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 살았구나. 부처님 감사합니다  기도를 드린후 

우리팀을 찾으니 저녁식사가 한참이었다. 

나는 아무 일 없는 듯한 무표정으로  얼굴을 보이고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산장으로 들어갔다. 

내 배낭속의 다른 것은 다 젖었는데  내 옷들은 젖지 않았다. 

그 뽀송뽀송한 느낌이 얼마나 좋았는지  한 동한 그 느낌을 간직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으니  튼튼이님 나를 찾아 빨리 가자고 한다. 

세석산장에서는  우리팀들이 나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것 같았고 

산악대장 고인돌님이 챙겨 주시는  맑은술, 뜨거운 삼결살이 내 몸을 달래주었고 

대토 입단이후 주전자님의 따뜻한 위로의 말을 처음으로 느끼고, 

눈먼산님의 보살핌으로 

훈훈한 세석산장에서의 잠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밤사이에 자면서도 내다리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데  내것 같지는 않았다. 

눈을 떠보니 걱정되는건  어제의 젖은 옷들이었다,  버리고 갈까 생각하면서 

주위를 돌아보니  쓰레기는 가져가세요라는 안내문이 보여 

그냥 배낭 속에 넣었는데 무게가 조금 느껴졌다. 

취사장에 도착하니 어제 무릎을 다친 산친구님은  오늘의 산행을 중지할려고 하고 

부회장님은 강경한 자세로 버티고 있다

 

♠세석산장-촛대봉-삼신봉-연하봉 

6시 30분 세석산장 출발. 

우리팀들이  어제 내가 어떠했는지를 전혀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내 컨디션을 점검해본다. 

내 생각으로 오늘 비는 없으니  산행속도만 아니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는 

우리일행의 중간제대에서 가파른 촛대봉까지는  속도를 맞추어 올라갔다. 

그러나 한 시간쯤 가다보니  아파 오는 어제의 종아리를 느낄수가 있었고, 

삼신봉까지 부회장님, 호산자의 앞, 뒤 호위를 받으며  진행을 하는데 

삼신봉의 능선이 내발을 순순히 놓아주지 않았다. 

 

하는수 없이 연하봉에서 내스스로 판단을 한다. 선두와 거리는 멀어지고, 

 

어떻게 해야 할까? 

결심을 했다. 

호산자님, 우리팀의 산행을 망칠수가 없으니  나 중간에 탈출합니다. 

먼저 출발하시라고  간곡히 부탁을 드렸는데 

장터목대피소에서 산행대장님의 결심을 받아보자 하였다. 

다시한번 발걸음을 움직일려고 하나.  모래주머니를 달아 놓은 것처럼 

손으로 당겨야  다리가 움직이고 있으니  내 스스로도 창피하여 배시시 웃고 말았다.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탈출하거나  아니면  나의 산행속도로 느긋하게 혼자서 

천왕봉을 오를 것이라고  마음을 굳히고 걸으니 또 걸을만하다. 

이렇게 심리적인 요소가 크게 좌우하는 것일까? 

 

♠연하봉-장터목 산장 

웬일인가, 

튼튼이님 장터목산장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고, 

우리일행들 비장한 각오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 들던지... 

그때 고인돌님 작전사령관이 지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산행대장님의 결심이 내려졌다고 하면서  뜨거운 캔커피를 주신다. 

같이 가기로 결정을 했다면서  내 배낭의 짐들을 나의 동의없이 

모두 우리 회원님들의 배낭에 분산시켜 버렸다. 

나는 그때 내가 강제로 옷을 벗기는 듯한 느낌이 들고 

이제까지 살아온 자존심도 무너지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비에 젖은 휴대용 가방, 비에 젖은 축축한 옷들 등등이 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까지 되었을까, 

우리 대토 회원님들 내가 탈출하면 불안하다고 하니 

내 편하자고 고집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후미대장 눈먼산님이 내곁으로 오신다. 

다시 응급조치 

스프레이 뿌리고,  포도당 소금 입에 물리고, 

아. 이렇게 부담을 드려야 할까,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내마음속의 흐르는 눈물을 감추며, 

우리 회원님들의 호의와 대토의 전통을 따르는 수밖에... 

다시 눈먼산님 웃으며 같이 가자고 하신다. 

어쩌면 이렇게도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남쪽마루님 느린 속도로 동행을 할 것이니  미안한 마음을 감추라고 하고,.. 

 

♠장터목산장-제석봉-통천문 

가벼운 속옷만 들어있는 배낭, 엄청난 량의 스프레이 효과일까? 

우리 회원님들의 기를 넣어 주신걸까? 

발걸음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속도도 조금 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신발속의 물소리가 마음에 걸려  제석봉 바위에 걸터앉아 

양말을 벗어 비틀었더니  물소리가 쪼르륵 나면서 흘러내린다. 

얼마나 긴장했으면 지금까지 이렇게 왔을까. 

물기를 제거한 등산화를 다시 조여 메고,  걷기 시작하는데 

그 힘들었던 순간은 다 어디가고 시작처럼 즐겁다. 

나의산행 속도에  후미대장님, 남쪽마루님 아주 만족하는 것 같고, 

제석봉에는 볼만한 고사목이 엄청 많았는데 

몇해 전 산불로 인해 많이 사라졌다고 눈먼산님이 전해준다. 

그러고 보니 언제 달력에서 본듯한 고사목이  눈에 들어오는 듯하고... 

통천문을 지나 철계단을 오르고, 줄잡고 바위를 힘차게 오른다. 

 

♠천왕봉 

10시30분 드디어 올랐다. 

구름 속에 있는 천왕봉이라  주위의 경관은 살펴 볼 수 없었지만 

앞면에는 지리산 천왕봉1,915m, 

뒷면에는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라는 글이 음각되어 있는  화강암 표석만 볼 수 있었다. 

기념촬영을 끝낸 후 바람을 피해 아래쪽에서  또 한번 눈먼산님의 작전이 시작된다. 

육포로 체력보강을 하쟎다. 

와! 얼마나 준비한 것일까? 

내가 어제 엄청 먹었는데 먹을 것이 또 나오다니 

눈먼산님 왈, 

바로 이것이 후미대장의 기본중의 기본이라는 얘기에  다시 한번 감동을 하고 웃었다. 

어제 다 마셔버린 탓에  오늘의 정상주는 맑은 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한번 또다시 눈먼산님과 지리산에서 만날 때는 

 

정상주를 할 수 있도록 내가 준비를 할것이다. 

 

♠천왕봉-중봉-써레봉

천왕봉을 내려오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내려오는 길이라 덜 힘들어서인지  구름이 조금이라도 걷혀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리고는 발바닥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양말을 벗어 나의 발바닥을 만져 주었다. 

얼마나 고생 많았을까? 

동행하는 두 분이 내려오는 길에 한 말씀하신다. 

잘 걸어주고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하였다. 

더 이상의 부담을 들어 드린 것 같아  얼굴을 조금은 들 수가 있었고, 

그래서 내려오는 길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옛날 헬기사고 이후 허리부상 후유증으로 운동을 할 수 없었던 이유등을 들어 

 

그럴싸한 낙오의 핑계도 대어보고, 

 

산행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매일같이 단거리 달리기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들었고, 

스틱을 쓰는 방법 등등을 들었다. 

 

♠써래봉-치밭목 대피소 

드디어 우리 일행과 점심을 하기로 한  치밭목 산장으로 가는 길은 부드러운 흙길에 

산죽이 양쪽에 늘어 서있고,  보라색의 야생화가 꽃잎을 열고 있었다 

 

맞아 어제부터 계속 보아 왔는데 

 

이름이 뭘까 제비꽃? 

어제는 비가 와서 그런지 꽃잎을 닫고 땅에 처져 있더니 

오늘은 잘 걷고 있는 내 얼굴을  바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름을 알아야겠는데... 

14시 20분 조금은 편하게 산장에 도착하니 

걱정스러워 하던 우리 회원님들 반가이 맞아 주며  특별 선물로 시원한 캔맥주를 주신다. 

정말 눈물나더이다. 술꾼은 아니지만.

지리산 산행이 힘들 것이라 염려하신 삼불봉님이  대전에서 내려와 우리를 태워가기 위해 

새재에서 기다리고 계신단다. 

내 때문에 시간이 늦어졌으니 

먼저 오신 분들이  기다리는 삼불봉님을 만나기 위해 먼저 출발하고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 점심을 즐긴다. 

 

 

♠치밭목 대피소-무제치기 폭포

 

무제치기 폭포는  100미터 계곡 속으로 더 들어가야 한다는데 

우리 일행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 

폭포수가 떨어지면 물방울이 무지개를 만든다고 하던데... 

산죽사이로 이어진 내리막 돌길,  흙길을 이상하리만큼 잘 내려간다. 

오늘 오전 탈출할려고 했던 그 기상은 어디가고, 

 

♠무제치기 폭표-새재 

드디어 16시 20분 즈음 

새재 개울 건너 식당에 도착하였다. 

우리를 태워갈 삼불봉님,  우리 선행팀들 먼저 모여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고, 

모두들 반가워하신다. 

그리고 지리산 종주 축하한다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못내 미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고 

실패한 산행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내스스로 평가하면 지리산 산행성적 33점, 

감점은 장비부족 -34점, 산행속도 -33점... 

그래도 

우리회원님 축하 반, 위로 반해서 술잔을 계속 주신다. 

산행장비를 갖추라는 산친구님의 조언과 함께... 

나보다도 5살 많으신 두타산님  첫 지리산 종주산행에서 완주하였음을 즐거워 하였고,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었다.  정말 부러웠다.  그리고 존경스럽고... 

나로 인해 힘들었던 우리회원님들을 위하여  대전 올라가면 저녁을 사겠다고 했더니 

모두들 시간을 내어주신다고  흔쾌히 약속을 하셨다. 

내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지고, 덜 미안하게 느껴지고, 

 

♠대원사 

원래의 계획은 화엄사에서 대원사 까지 였지만,  비오는 지리산 산행을 염려해주신 

삼불봉님이  새재까지 왔기 때문에 대원사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할수 있었고,

모두들 삼불봉님께 고마운 마음을 가슴깊이 느끼면서 즐거워한다.

대원사에서 기념 촬영한다고 하였다.

몇잔의 술에 기분좋은 주전자님 선글라스 끼고  하하호호 하면서 자세 잡으려 하자 

 

튼튼이님 

 

누나 날씨 흐리니 선글라스 내가 벗겨줄께 라고 놀려댄다. 

촬영후 고인돌님, 호산자님 같이  대웅전에 들어가 참배를 하는데 

나는 부처님께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면서 절을 하였다. 

 

♠에필로그

다시한번 이번 산행을 도와주신 분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번 산행에서 배운것이 너무 많다.

내체력의 한계, 산행준비, 산행장비, 산행속도, 회원간의 인정과 배려등등

주위 친구들의 지리산 종주,  한국의 산하 홈페이지에 있는 산행기를 보면 

누구나가 쉽게 다녀 오는줄로 알았다.

낙오, 탈출, 실패한 산행기는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혹시 누군가가 준비 소홀로 발생할수 있는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밝히고 싶지 않은 나의 실패한 산행기이지만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용기를 내어 글을 올린것이다.

내 비록 이번 산행기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 지리산 종주 산행에서는 

강인한 모습으로 나타날것을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