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백도 섬 여행 및 거문도 산행기

ㅇ 일시 : 2005. 6. 5(일)
ㅇ 위치 : 전남 여수시
ㅇ 차량 : 안내산악회
ㅇ 코스 : 대전시민회관 출발(02:50)-나로도항 도착(07:00)-거문도행 승선(07:30)-거문도에서  하선하여 백도행으로  갈아탐(09:10)-백도(10:20)-백도 선상유람(10:50)-거문도  도착(11:40)-산행(12:10∼14:00)-귀항선 승차(18:30)-대전도착(00:30)


   눈을 뜨니 포구다. 엷은 안개와 잔잔한 파도. 한 눈에 한산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포구다. 차에서 내리니 새벽의 신선함이 일순간 온 몸으로 파고들며, 신새벽 긴 여행의 피곤함을  씻겨준다. 포구에는 물고기 모양을 본 떠 만든 유람선 한 척이 출항을 기다리고 있고, 컨테이너 박스로 되어 있는 매표소 앞에는 먼저 온 사람들과 매표소 직원들만이 약간 분주할 뿐. 포구는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조용하다. 
  
   출항시간이 07:30분. 약간의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다 보니 승선시간이다. 309명을 승선시킬 수 있는 페가서스호. 승선을 하고 보니 여수에서부터 출발하여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승선하여 있고, 우리 가족이 나란히 앉을 만한 자리를 고르다 보니 이미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어 앉을 자리가 없다. 할 수 없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는다. 그런데 밖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다. 조금 앉아 있다가 창하와 내가 바로 선상으로 나가고, 해조와 아내는 배 안에서 모자라는 잠을 채운다.

  

   뱃머리에서 몰아치는 바람을 맞고 있자니 약간 쌀쌀하다. 그래도 모처럼 만에 출렁이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트인다. 지나가는 섬들과 망망대해. 사람들의 들뜬 이야기들을 듣고 있다보니 어느덧 거문도다. 한때 영국군에 의하여 강제로 점령당했던 땅. 백도로 가기 위하여는 거문도에서 배를 갈아타야 한단다.

  

   거문도행 배에서 내렸다가 표를 다시 끊어서 백도행 오가고호를 탄다. 거문도행배보다 더 크다. 페가서스호에서의 불편함을 겪지 않으려 재빨리 승선하고 보니 자리가 넉넉하다. 서두르지 않아도 될 뻔했는데--- 아내와 아이들은 창문을 통하여 구경하고 나는 배의 후미에 나와 사진을 찍으며 지나가는 섬들을 구경한다. 그러다 얼마 더 진행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뿐이라 나도 배 안으로 들어와 휴식을 취한다.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었나 보다.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쏟아지는 햇살아래 삐쭉삐쭉 솟아 있는 새하얀 바위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재빨리 배의 후미로 나가보니, 아, 뭐라고 표현을 할 수가 없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평소에 보아왔던 섬들과 바위가 아니다. 신기하고 아름답다. 가느다란 하고 뽀쪽한 바위들의 기기묘묘한 형상들. 혹은 작고 혹은 크고, 혹은 단순하고, 혹은 복잡하게 얽히어 만들어 내는 풍경 앞에 그만 넋을 놓고 만다.

  

   그런데 큰일이다. 아내와 아이들이 배멀미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아내와 창하는 그래도 정신을 좀 차리는데 해조는 영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이 좋은 풍경을 보여주기 위하여 그 먼 길을 달려왔는데, 막상 배멀리 때문에 구경을 못하니 속이 상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조금이라도 구경을 하여야지 하고 달래니 해조도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구경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약 30여분간 이어지는 백도 섬관람. 39개의 바위섬들로 되어 있다는 백도. 사진으로 볼 때도 '뭐 이런 비경이 다 있나' 싶었는데 막상 실물을 대하자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은 몇 십 배를 능가하는 듯 하다. 약 30여분 이어지는 관람시간 동안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멋있다 멋있다만을 연발한다.

  

   그런데 사진발이 영 받지를 않는다. 바닷물에 렌즈가 젖어서 희미한데다가, 역광과, 약간 흐릿한 날씨. 사진을 찍기에는 좀 먼 듯한 풍경이 사진을 영 아니게 만든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쉴 새 없이 풍경들을 사각으로 찍어낸다. 찍어내고--찍어내고--또 찍어내도 멋진 풍경들의 연속이다.

  

   멋진 백도 섬 관람을 마치고 다시 거문도에 도착하자 11시40분이다. 산행을 하려는 사람들은 점심도 먹지 않은 채 바로 불탄봉으로 향한다고 하는데, 우리 가족은 상태가 영 좋지않아 산행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일단 바닷가에서 라면을 끓여 먹은 후, 창하만을 데리고 산행기점을 뚝 잘라 유림해수욕장에서부터 기와집몰랑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그런데 산행길 내내 자벌레가 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 느낌이다. 창하가 영 진행을 하지 못한다. 나뭇가지에 가만히 매달려 있다가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나면 매달려 있는 줄을 쭉 쭉 늘어트려 사람에게 매달리는 자벌레들. 아무리 나뭇가지로 털어 내며 진행해 보지만 몸 여기저기 달라붙는 자벌레가 번거롭기만 하다.

  

   그렇게 산행하기를 약 30여분 진행하였을까. 바로 능선이 나온다. 능선에 올라서자 드넓게 탁 트이는 바다와 능선 아래의 천길 절벽 밑으로 펼쳐지는 바위들이 보기가 좋다. 참 멋진 풍경이다. 자벌레에 짜증을 내던 창하도 약간 마음이 들뜨는 것 같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능선에서 한참 바람을 맞으며 풍경을 즐기다 천천히 신선바위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른쪽으로는 드넓은 바다와 위험천만한 절벽. 왼쪽으로는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거문도 전경. 백도 관람에는 미치치 못하지만 참 멋진 산길이란 생각을 갖게 하는 코스다.

  

   그렇게 진행하기를 얼마를 하였을까? 눈앞에 신선바위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또 한번 펼쳐지는 절경이다. 뚝 떨어져 내리던 절벽 앞에서 우뚝 솟아오른 신선바위. 굳이 이름이 아니더라도 신선하고 멋있어 보인다.

  

   신선바위를 구경하고 이제 남은 등대까지의 코스를 바라보자 해안선의 바위들이 참 멋있어 보인다. 얼른 저 등대까지 달려가 보고 싶다. 그런데 창하가 더 이상 진행할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갈 길을 가로막는 자벌레가 영 성가신 모양이다. 살살 달래도 보았지만, 긴 여행길이라 피곤한 모습이 역력하다. 하는 수 없이 신선바위 능선길에서 하산로를 잡아 천천히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하여 다시 유림해수욕장. 산행까지 마치고 나자 창하의 뿌듯해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제 산행을 하지 않은 아내와 해조를 만나 횟집으로 향한다. 해삼 한 접시에 소주 한 병. 기분이 알딸딸해 진다. 해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은 아빠만 먹냐고 치킨을 사 달라고 조른다. 그래 먹자. 2차로 치킨집에 들러 생맥주를 한잔 또 마신다. 귀항하는 배 시간까지는 시간이 너무 넉넉하여 여유 있게 먹고 놀다가 예정시간보다도 1시간 연착한 배를 타고 귀가길에 오른다.

  

   새벽 02:50분에 차를 타서 다시 대전에 도착하니 00:30분. 참 길고도 힘든 여행이었다. 그래도 잘 참고 따라주는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하다. 어느덧 자라서 지 엄마를 보호해주려고 애쓰는 해조, 정해진 시간과 약속을 조금이라도 어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순진한 창하. 무릎이 좋지 않은 몸을 이끌고 그 긴 여행을 소화해준 아내. 모두들 잠든 모습이 사랑스럽다. 여행이란 좋은 풍경에 대한 관람도 좋지만, 가족간의 이런 친밀감을 다시 느껴볼 수 있음이 더욱더 좋은 것 같다. 집에 돌아오니 왜 이제 오냐고 발을 동동 구르는 시추 한 마리. 그래 ! 너도 참 반갑구나---

  
※기타 참고사항
 ㅇ 전화번호
  - 여수항 : 061-665-7070
  - 나로도항 : 061-835-0105
  - 거문도항 : 061-666-8215  
 ㅇ 시간표
  -보통 하루에 2번 운행하나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하여 항상 문의를 하여야 할 것 같음.
 ㅇ 요금
  - 나로도∼거문도 : 18,000원(소인 50% 할인)
  - 거문도 ∼백도 : 25,000원(소인 50% 할인)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백도 풍경)

(거문도 해안 절벽 풍경)

(신선바위와 해안절벽)

(신선바위)

(보기만해도 아슬아슬한 바위)

(거문도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