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달뜨기 능선이려나 .."
우편 능선 사면으로 평지나 다름없이 편안히 따라붙는  길을 따르며
비맞은 중처럼 혼자 중얼 거리니 아무도 없는 무주공산의 허허로움이
제딴엔 은근히 두려웠나 뜬금없는 곁의 물음에 혼자 실소를 한다.
"자기, 여긴 멧돼지 없어요 ?"
얼마전 최선호님이 멧톧의 입질에 부상을 당하신 것을 곁도 익히 아는
지라  아가리 뻘건 대호를 달고 다니는 듯 아무래도 뒤꼭지가 뻣뻣한
모양이다.


요즈음 어려운 경제탓에 서민들은 물론이요 좀산다는 사람들 조차도
아 옛날이여를 궁시렁거리며 말로만 중산층으로 전락한지 오래인지라
사람사는 모양새는 말이 아니나 열풍을 넘어 전염병처럼  번진다는
웰빙 신드롬의 열기가 좀체 식을줄 모르는 겄으로 보아 건강히 장수하
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는 동서고금  남녀노소의 구분이 따로 없나보다.


두어 장도막 전의 어느날 저녁,
학원간 두예삐는 언제올지 부지하세월이고 이번엔 기필코  그 얄미운
얇은사 하이얀 뱃살을 고이접어  시주하고는 폼나는 옷한번 입어 보겠
노라 저녁까지 굷어가며 바보상자의 웰빙요가에 넋이빠진 곁은 원산
명태 처럼 뻣뻣한 몸을 기묘한 동작으로 비비 꼬며 안달재신으로 돌아치나
돌확 같은 배를 부쩝하지 못하고 비지땀을 흘리며 끙끙댄다.


괜히 같잖은 꼬락서니에 심통이나고 얄미운 생각이 들어 반듯이 누워
다리를 가슴에 붙이려 비리발광을 하는  곁의 두다리를 잡고는 홀애비
과부 덮치듯 확 끌어 안으니 잉걸불에 손 짚은 놈처럼 외마디 비명을
기왓골이 꺼져라 지르더니 한참을 굴신을 못한다.
에고 또 사고 쳤나 싶어 가슴에 천근바위가 쿵 내려앉는 소리가 온 신경을
찌르르 울린다.


급한대로 파스 뿌리고 붙이며 우선은 고통을 다스리고 먹다남은 감기약을
객이 먹던 요통약이라고 속여 (체육관에서 다친 허리 때문에 지은약)  소반에
꿀물바쳐 대령하니 곁도 엔간히 사세 급했던지 약의 출처에 대한 소종래도
따질 겨를도 없이 어혈진 도깨비 개숫물 마시듯 잘도 넘긴다.
평소엔 집에 들어서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면 몸이 부서지는 줄아는 객이
손수 침구를 매만져 곁을 안아 눕히고 두예삐의 저녁 준비로 컵라면을 준비
하는둥 제법 손때 맵짠 살림살이를 자랑하나 맘은 살얼음판에 선듯 섬뜩하더라.


학원에서 돌아온 두 예삐는  초주검이 되어 명부에 턱을 걸고 있는 지엄마를
보고는 걸핏하면 힘자랑하는 지아빠를 매섭게 쏘아보며 책임소재를 추궁하나
어물어물 구렁이 담넘디끼 메기등에 뱀장어 미끄러지듯 기색과 언변을 좋게
하여 늦게까지 공부하는 두놈의 어려움을 위로하며 지갑을 열어 용돈을 후하
게  내린다.
또 혹시 지할머니께 (본가 모친) 솟장이 들어갈까 두려 등치고 배문지르며
방패막이를 하느라 설레발에 땀품이나 들인다.


그날후 예삐는 지엄마를 꼭안고 안방에서 다정히 잠들었고 냉담한 축객령에
끈 떨어진 망석중이가 된 객은 풍찬파벽의 거실에서 외로이 독수 공규하더라.


금방 기를 잡고 일어설줄 알았던 곁의 허리는 한장도막이 지나도록 요지부동
이더라 .
동안 효명성 어스럼 신새벽에 일어나 정화수 떠다가 심산궁곡 잡티없이 실하게
자란 좋은  솔남으로 약을 다려 조석으로 공궤 했건만 도시 차도가 없어 결국
향골에서 용하다는 화타 의원의 김주부를 찾으니 사람이 이리 되도록 동안 뭘
했냐며 시울을 곱지않게 뜨고 지청구가 난당이다.  제에미..


김주부는 소매를 떨쳐 바람을 일으키니 곁의 허리에 쇠털같은 수많은 금침이
다랑논에 모판서듯 촘촘히  박힌다.
그 현란함에 눈이 어지러운데 곁은 두어각이 지나지 않아 제발로 일어선다.
금자를 내어 은헤를 사례하며,
"신술의 신묘함이  참으로  편작이 환생한듯 하오이다"
어쩌구 주접을 떨며 ,
"이번주 산행이 있는데 처분이 어떠하올지 ,,"  말끝을 사리니


명의 김주부는 가래침을 걸게 밭으며 ,
"아따 이양반이 참말 조강지처 버리고 새장개 들고 싶나보네 . 이 양반아
이허리로 어딜 간다구 그래?  잔말말구 닷새간 꼬박꼬박 더오소."
명의의 불뚱가지에 서가에 모양있개 꽃인 동의보감만 멀뚱히 쳐댜보다
그만 방문을 나서고 말았다.


일요일,
유일한 산친구 퇴깽이는 사업탓에 바이어(지눔 말로는) 와의 약속이 있어
산행이 어렵겠다며 퇴짜를 놓는다.
젠장 수양산 그늘이 강동 80리를 간다던데 객은 이리도 인복이 없나 싶어
수양산 못됨을 한하며 덜그럭 거리는 로시난테에 홀로 앉아 지리산으로
터덜거리며 길을 줄이는데 덕진풍이 마법의 성을 노래하며 할 얘기가 있노라
시비를 건다.
받아보니 천만의외로 곁이다.
"자기, 나두 같이 따라 갈까예.."
오잉..???


                     2005년 5월29일.   1부 대충...